귀뚜라미 소리
8월 21일 저녁 다섯시 223병영 담장길 포프라고목밑으로 걸어 가는데 귀뚜라미소리가 귀를 간지럽히며 들려 온다.천고마비,하늘이 높아지며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집보다 더 높게 자란 백양나무였는데 그 맞은켠에 24층짜리 센멘트덩어리 고층아파트가 서면서 고목도 자라목처럼 움츠러 드는거 같았고 우리는 세멘투덩어리속에 같히여 사는 신세같아 귀뚜라미소리가 더 쓸쓸하게 들렸다. 연변1중 서쪽대문 맞으켠 청양관에 도착하여 이제 오실 귀한손님을 기다렸다. 귀한 손님은 바로 제 1회 중한시조포럼에 론문발표를 하러 오시는 임종찬교수님이다. 시조시인으로 그리고시조연구로 명망이 높은 임교수는 중국조선족사회에 시조의 꽃을 피우기위해 물을 주고 거름을 주는 농부같은 분이시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조사랑회에서 시조를 말해주기위해 바쁜 스케줄에서 귀한 시간을 할애하시였다,
네모상에 둥굴어지게 앉은 우리에게 시조를 말하며 양사언의 <<태산이 높다하되>>와 황진이의 <<벽계수>> 시조를 얼음에 박밀듯 줄줄 읊어 주시는 모습이 옛선비같았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거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하더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감을 자랑말라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렵나니
명월이 만공산하니 쉬여 간들 어떠하리.
임교수님의 시조에 대한 보귀한 말씀을 들으며 그분이 창작한 귀뚜라미시조를 읊어 보니 그 의미가 더 깊게 안겨왔다, 청양관으로 오며 듣던 귀뚜라미 소리가 또다시 귀맛좋게 들리는것만 같았다.
적막도 잔이 넘쳐
취해 앉은 강산인데
가을은 포도시렁에
빈 하늘만 얹어 놓고
한마리 벌레를 울려
야윈 밤이 깊어라.
오동장롱에 감춰 둔
한뙈기 항토빛 수심
어머니 반짇고리엔
어스름만 쌓여 오고
간직한 내 꿈의 창호에
집을 짓는 귀뚜라미
너무나 좋은 시조를 지은 교수분의 말씀을 면전에서 들으니 시조의 참맛을 더 잘 알거같다.적막한 밤, <<포도>>송이를 다 거두어 내린 포도밭에 <<가을 벌레>>울음소리가 들려오는듯한 풍경이다. 먼 도시에서 공부하는 아들의 학비를 마련하며 주름져가는 어머니의 모습과 서정적주인공이 어머니를 그리는 절절한 감정이 잔잔히 흘러 넘쳐 시조의 맛을 더해준다.
화기애애하게 대화가 무르익는 자리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임교수는 술 한잔 권하며 9988134로 귄주사를 대체하였다.이전에 한국갔을때 한국사람들은 우리들이 하는 권주사대신 술권하는 사람이 <<진달래>> 하고 선창하면 술을 들고 좌석일행이 한결같이 <<위하여>>를 웨치는데 처음보는 이방인게는 전투에 달려가는 전사들이 군관의 명령을 받들어 모시는 광경을 보는것만같았다. <<진달래>>란 진실하고 달콤한 래일을 위하여란 의미를 내포했으니 발상은 기발하다. 우리의 장황한 귄주사보다 어떠한지 주평가들에게 그 평을 맡기고 싶다.
9988134를 임교수가 선창하니 우리는 그 뜻도 모르고 <<위하여>>를 합창하고 그뜻에 대한 해석을 들엇다. 경상도억양으로 풀어낸 이 수자의 깊은 뜻은 (99 )아흔아홉까지 팔팔(88)하게 살다 한번(1)앓다가 삼일만(3)에 죽자(죽을 4자)라는 의미란다. 오래 살고 보자는 메세지다.
우리는 그의미가 신선하여 재미있게 웃으며 술한잔 마셨다. 시조사 김철학사장하고 임교수는 죽마고우처럼 흉허물없이 무랍없는 사이다.임교수는 술만 하시면 식사를 안하신다. 김철학사장이 밥한사발을 다 자시며 늦어지니 <<너는 무슨 밥을 왜 그리 많이 먹노>>하며 말을 놓는다.재치동갑인 그들은 시조인연으로 만나 친구처럼 보내고 있었다. 시조의 꽃은 이렇게 허물없는 사이에서 서로 시뿌리고 김매고 꽃을 피워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이러고 보니 가을 귀뚜라미소리에 처량했던 마음이 한결 개운해지는것같다. 뜻깊은 모임을 파하고 가로등이 켜진 223병영 앞길을 걷는데 저녁켠에 들리던 귀뚜리소리는 안들리는데 임교수의 시조를 읊던 소리가 내 마음에 잔잔한 메아리로 울리며 깊은 감동을 자아 냈다.
첫댓글 임종찬교수님과 함께하신 즐거운 장면 눈앞에 보는듯이 그려낸 좋은글에 한동안 머물가다 다음페지로 넘어갑니다.건필하세요.
추억으로 남을 임종찬 교수님과의 만남을 축하드리면서 좋은글에 귀뚜라미소리 시조를 음미하면서 내립니다. 즐감했습니다.
임종찬교수님과의 뜻깊고 재미나는 모임에 함께 한 기분입니다...귀뚜라미 소리 즐감하고 내립니다..
우리민족의 시조에 대한 깊은관심을 가진 임종찬 교수님과 함께 자리를 한 락동강님도 너무 멋져보입니다.좋은글 많이 기대해요
임종찬 교수님과의 뜻깊은 만남에서 함께 우리민족의 시조에 대하여 넘려하시는 락동강님도 돋보입니다.좋은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글을 읽고 정다운 고향의 밤 하늘에 울리는 뀌뚜라미 소리를 한번 듣고 가는 기분입니다.9988134란 권주사 의미도 잘 배우고 갑니다.즐감했습니다.
귀뚜리미의 울음소리를 들어본지도 오래됐네요.그리운 고향생각이 간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