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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해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 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 연하장(年賀狀) - 김남조
설날 첫 햇살에 펴 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강물에서
옥돌 하나 정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 주세요
연하장
먹으로 써도 彩色(채색)으로 무늬 놓는 편지
온갖 화해와 함께 늙는 회포에 손을 쪼이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
* 연하카드 - 황인숙
* 원단(元旦) - 조운
* 아침 이미지 - 박남수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物象)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 새해 -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 새아침에 -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秩序를 잃을지라도
星辰의 運行만은 변하지 않는 法度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 이 永劫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두고 이루지 못하는 恨은
太初 以來로 있었나부다
다시 한 번 意慾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不退轉의 決意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義와 不義를
삶과 죽음을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山脈 위에 보라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波濤 위에
이글이글 太陽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
* 새해 두어 마디 말씀 - 고은
새해 왔다고 지난날보다
껑충껑충 뛰어
端午날 열일곱짜리 풋가슴 널뛰기로
하루 아침에
찬란한 세상에 닿기야 하리오?
새해도 여느 여느 새해인지라
궂은 일 못된 일 거푸 있을 터이고
때로 그런 것들을
칼로 베이듯 잘라버리는
해와 같은 웃음소리 있을 터이니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쥔 양반과 다툴 때 조금만 다투고
사랑도 그냥 사랑이 아니라
눈을 부릅떠서
지지리 못난 사내 짓 고쳐 주시압
에끼 못난 것! 철썩 불기라도 때리시압
그 뿐 아니라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우리 집만 문 잠그고 으리으리 살 게 아니라
더러는 지나가는 이나 이웃이나
잘 안되는 듯하면
뭐 크게 떠벌릴 건 없고
그냥 수숫대 수수하게 도우며 살 일이야요
안 그래요?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예로부터 변하는 것 많아도
그 가운데 안변하는 심지 하나 들어 있어서
그 슬기 심지로 우리 아낙네들 크낙한 사랑이나 훤히 밝아지이다
마침내 우리 세상 훤히훤히 밝아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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