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때면 어김없이 나도는 한나라당의 이른바 `공천살생부`가 여의도정가에 떠돌고 있어 지역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26일 한나라당 의원들에 따르면 최근 공천 부적격자의 명단이 담긴 공천 살생부가 국회 의원회관 주변에 나돌았고, 의원들이 명단을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벌였다는 것.
특히 문건의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총선 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경쟁력(50%)과 교체지수(50%)를 토대로 현역 지역구 의원 25%(34명)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가운데 흘러나온 것이어서 대대적 물갈이대상으로 지목돼 온 TK지역을 비롯한 영남지역 의원들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살생부에 따르면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과 수도권 등을 중심으로 한 44명 지역구 의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14명, 경기 12명, 인천 5명, 영남권 13명(대구 5명, 부산ㆍ경남 8명) 등이다.
살생부 명단에 오른 의원의 면면을 보면 TK의 경우 대구지역 다선의원 5명만 올라 있었고, 수도권의 경우 초·재선에서 다선까지 다양했으며, 친이계와 친박계를 아울렀다.
이 문건을 본 한 의원은 “명단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깜짝 놀랐지만, 영남권의 경우 다선의원들을 중심으로 작성됐을 뿐 문건 자체를 신뢰하기는 어려워 보였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은 “원래 선거 때가 되면 그런 문건이 돌게 마련”이라면서 “책임질 위치에 있지 않은 누군가가 그냥 작성해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이 문건을 본 정치권 관계자들도 △이미 지난해 연말 불출마선언을 A의원의 이름까지 명단에 올라있는 걸로 미뤄 명단 작성시점이 지난 연말이전에 작성됐을 것이란 점과 △대대적 물갈이 대상지역에 포함되는 경북지역 의원들의 이름이 전무하다는 점 등을 들어 실제 공천살생부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나라당 당직자들도 “아직 공심위도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 공천 살생부라는 것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의원들은 출처나 신뢰성 여부를 떠나 살생부가 도는 사실자체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신의 이름이 포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명단에 이름이 오른 지역의 한 의원은 “총선을 코앞에 두고 각종 악재로 당 지지도가 하락해 안 그래도 걱정인데 이런 문건까지 나돌아 뒤숭숭하다”면서 “그러나 (주위에서는 나를 어렵다고 하는데) 지역에서 2~3일 후면 여론조사를 실시해 결과가 나올 것이니 그걸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