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은 자연·명승지를 유람하면서 지은 작품과 자신의 회포를
노래한 시가 많은데, 특히 금강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금강산 만폭동 바위에
‘봉래풍악 원화동천(蓬萊楓嶽元化洞天)’이라는 글귀를 새기는 등 금강산을 특별히 여겼다.
차운한 시편도 대개 유람하면서 정자나 관가의 현판을 보고 지은 것이고, 증시·송별시·교분시는
절친한 친구들과 화답하며 지은 것이며, 내직에 있으면서 지은 제진시(製進詩) 12편은
관료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시사한다. 그의 시 작품을 주제별로 분류해 보면 자연·명승지,
술회(述懷), 차운(次韻), 증시(贈詩) , 제시(題詩), 송별(送別), 만사(輓詞), 제진(製進), 교분(交分)
등으로 분류할수 있다.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의 시를 주제별로 정리하다가 그중
금강산 경관과 명승지를 주제로한 시 중에서 우선 오언시부터 올려본다.
『題僧軸山水圖』 『제승축산수도』
승축산수도에 쓰다
畫出蓬萊影 화출봉래영
봉래산 모습을 그려 내고는
求詩向世間 구시향세간
세속을 향하여 시를 구하네
逢人如有問 봉인여유문
사람을 만나 산수를 묻거든
休道我家山 휴도아가산
나의 집과 산은 말하지 말게
『金剛山』 『금강산』
吾聞天下人 오문천하인
내 듣기에 천하의 사람들은
願生高麗國 원생고려국
고려국에 태어나길 바란다네
親見金剛山 친견금강산
금강산을 직접 보고 싶어 하네
萬二千峯玉 만이천옥봉
옥같은 일만이천봉을
『佛頂臺次紫洞韻』『불정대차자동운』
불정대에서 차식의 시를 차운하여
山岳爲肴核 산악위효핵
산악은 안주가 되고
滄溟作酒池 창명작주지
푸론 바다는 술못으로 만들었는데
狂歌凋萬古 광가조만고
미친 듯한 노래 힘 다하도록 부르며
不醉願無歸 불취원무귀
취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으리
懸瀑風前水 현폭풍전수
바람앞의 물은 폭포로 걸려 있고
瑤臺天外山 요대천외산
요대는 하늘 밖의 산일세
蕭然坐終日 숙연좌종일
조용히 종일토록 앉았노라니
孤鶴有餘閑 고학유여한
외로운 학처럼 한가할 뿐이네
圭峯入紫微 규봉입자미
규봉은 자미궁에 들었고
斗屋倚岩扉 두옥의암비
커다란 집은 바위 문에 의지했네
邀客定僧出 요객정승출
손님 맞으려 스님이 나오니
白雲生滿衣 백운생만의
흰 구름 생겨 옷에 가득하네
※ 규봉(圭峯): 봉우리 이름.
※ 자미궁(紫微宮): 별자리 이름. 큰곰자리를 중심으로 170개의 별로 이루어진 별자리.
천제(天帝)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飛來亭』 『비래정』
海入壺中地 해입호중지
바다는 별천지로 들어왔고
樓居水上天 루거수상천
누대는 물 위의 하늘에 있네
青浮雙玉筍 청부쌍옥순
푸른빛 띠고 떠 있는 것은 쌍옥순이고
紅折萬金蓮 홍절만금련
붉게 꺾인 꽃잎은 만금의 연꽃이네
煉汞龍吟鼎 련홍룡음정
수은을 달이니 용이 솥에서 울고
餐霞骨已仙 찬하골이선
노을을 먹으매 몸은 이미 신선일세
君招黃鶴酒 군초황학주
그대는 황학을 불러 술을 마시게
吾與白鷗眠 오여백구면
나는 백구와 더불어 졸고 있으리
※ 비래정(飛來亭): 양사언이 은거하려고 고성(高城)의 감호(鑑湖)가에 지은 정자.
※ 호중지(壺中地) : 호리병 속의 세계. 별세계나 신천지를 비유하는 말.
후한서(後漢書) 방술전(方術傳)에 나오는데, 신선을 따라 호리병 속에 들어가니
그 안에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옥당(玉堂)이 있었고,
그곳에 좋은 술과 고기가 가득 차려져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하며,
일호지천(一壺之天), 호천(壺天), 호중천(壺中天), 호중지천(壺中之天),
호중천지(壺中天地)라고도 한다.
※ 煉汞(련홍) :수은을 달이니. 수은(水銀)은 단약(丹藥)을 만드는 원료다.
곧, 신선(神仙)이 되기 위하여 단약을 달인다는 뜻이다.
『楓嶽中臺』 『풍악중대』 풍악산 중대
斷岸疑無地 단안의무지
끊어진 벼랑 땅이 없는가 의심했는데
憑虛喜有臺 빙허희유대
허공 위에 누대 있어 기뻐하였네
琪花枝屈鐵 기화지굴철
아름다운 꽃가지는 쇠처럼 굽었고
瑤草葉如杯 요초엽여배
아름다운 풀잎은 술잔과 같네
谷豁松琴引 곡활송금인
소나무는 계곡을 통해 거문고 소리를 내고
風高霧帳開 풍고무장개
바람은 높이불어 안개 장막 걷히니
西山已落日 서산이락일
해는 이미 서산에 기울었지만
須待月徘徊 수대월배회
달을 기다리려 배회해야 겠네
『山映樓』 『산영루』
蕭灑壺中地 소쇄호중지
산뜻하고 깨끗한 신선계의 땅에
樓居水上天 루거수상천
누대는 물 위 하늘에 서 있는데
朱欄便對倚 주란편대의
붉은 난간은 마주 의지하였고
閣道任横穿 각도임횡천
잔도는 가로 질러 통하였네
暑夕雲同臥 서석운동와
더운 저녁에 구름과 함께 누웠고
清宵月共眠 청소월공면
맑은 밤에는 달과 함께 잔다네
桃花頻寄語 도화빈기어
복사꽃에게 거듭 부탁하노니
人世莫流傳 인세막류전
인간 세상에는 전하지 말게
※산영루(山映樓): 금강산 유점사(楡岾寺) 앞의 시내를 건너질러 지은 누각.
『佛頂菴觀月出』『불정암관월출』
불정암에서 월출을 보며
樓閣飛朝蜄 누각비조진
누각은 아침에 이무기가 오르는 듯하고
雲帆渡海僧 운범도해승
구름 돛배엔 바다 건너는 스님 있네
暈生弦欲上 훈생현욕상
달무리 생기고 초승달 떠오르려는데
蓮吐葉微昇 연토엽미승
연꽃은 잎을 드러내며 조금씩 올라오네
紅紫迷朱匣 홍자미주갑
붉은빛이 붉은 갑 속에 희미하더니
空明點佛燈 공명점불등
하늘에 밝은 모습 불등을 켠 듯하고
爛銀千里鏡 난은천리경
찬란한 은빛은 천리경에 비치는데
誰掛一天藤 수괘일천등
누가 하늘에 지팡이를 걸어 놓았나
한시의 시체(詩體)를 구분해보면, 크게 절구(絶句)와 율시(律詩), 배율(排律)로
구분 하는데, 이는 다시 글자 수에 따라 5자4구로 된 오언절구(五言絶句),
5자 8구로 된 오언율시(五言律詩), 7자 4구로 된 칠언절구(七言絶句),
7자 8구로 된 칠언율시(七言律詩), 5자 12구로 된 오언배율(五言排律),
7자 12구로 된 칠언배율(七言排律)로 나눈다.
지난번 봉래 양사언(蓬萊 楊士彦)의 금강산 경관을 주제로 한 작품 가운데서
오언시 7수(오언절구 2수, 오언배율 1수, 오언율시 4수)를 올렸는데,
칠언절구 6수를 올린다.
『三日浦』 『삼일포』
鏡裏芙蓉三十六 경리부용삼십육
거울 속 연꽃은 서른여섯 봉오리요
天邊鬢髻萬二千 천변빈계만이천
하늘가 푸른 산은 만 이천 봉우릴세
中間一片滄洲石 중간일편창주석
그 가운데 한 조각 창주의 돌 있으니
合着東來海客眠 합착동래해객면
동쪽으로 온 해객이 눌러앉아 졸만 하네
※ 해객(海客): 양사언의 호.
『降仙亭待車紫洞』『강선정 대차자동』
강선정에서 차식을 기다리며
降仙亭上望仙翁 강선정상망선옹
강선정 위에서 선인을 바라보니
何處鸞笙奇碧空 하처란생기벽공
어디선가 난생 소리 하늘에 울리네
迦洛峯頭斜日落 가락봉두사일락
가락봉 위로 지는 해는 기울어 가는데
白鷗疎雨海棠紅 백구소우해당홍
가랑비 속에 백구 날고 해당화 붉네
※ 난생(鸞笙) : 선인(仙人)이 부는 생소(笙蕭)의 미칭(美稱). 난생(鸞笙) 을
분다는 것은 선유(仙遊)를 의미한다.
※ 차식(車軾) : 조선전기 교리, 교감, 평해군수 등을 역임한 문신.
자는 경숙(敬叔), 호는 이재(頤齋), 자동(紫洞). 봉래공(蓬萊公)과 동갑으로
매우 절친했던 시우(詩友)다. 봉래공(蓬萊公)이 회양부사로 재임할 때 금강산을 함께 유람했다.
『遊楓嶽和車紫洞』『유풍악 화차자동』
풍악에서 놀며 차식에게 화답하다
山上有山天出地 산상유산천출지
산 위에 산 있고 땅위에 하늘 솟았고
水邊流水水中天 수변유수수중천
물가에 물 흐르고 물속에 하늘 있는데
蒼茫身在空虛裏 창망신재공허리
아득한 내 몸은 텅 빈 하늘 속에 있으나
不是烟霞不是仙 불시연하불시산
노을도 아니고 신선 또한 아니네
『萬景臺 次林石泉韻』『만경대차임석천운』
만경대에서 임억령의 시를 차운하여
碧海暈紅窺日半 벽해훈홍규일반
푸른 바다 붉히며 해는 반쯤 떠오르고
蒼苔磯白炯鷗雙 창태기백연구산
파란 이끼 낀 바위에 흰 갈매기 한 쌍
金銀臺上發孤笑 금은대상발고소
금은대 위에 홀로 웃으며 섰노라니
天地浩然開八窓 천지호연개팔창
넓디넓은 천지가 팔방 창 앞에 열린다
※ 임억령(林億齡):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호는 석천(石泉)이다.
『九仙峯』 『구선봉』
峯在楓岳東 봉재풍악동
구선봉은 풍악산 동쪽에 있다.
與蓀谷同遊 口號 여손곡도유 구호
손곡과 같이 놀면서 운을 부르면
對屬次之辭曰 대속차지사왈
서로 답하자고 하니, 손곡이 사양하기를
如此得意驚句 여차득이경구
이처럼 경이로운 시구에는
誠不可敵已 성불가적이
참으로 상대하여 답할 수 없다고 했다.
九仙何日九天中 구선하일구천중
구선이 어느 날 높은 하늘 가운데 올라
萬里來遊駕紫虹 만리내유가자홍
만리나 멀리 와서 무지개 타고 놀았나
湖海勝區看未厭 호해승구간미염
넓은 바다 좋은 경관 볼 때마다 싫지 않아
至今離立倚長空 지금이립의장공
지금까지 속세 떠나 하늘 의지해 서 있네
※손곡(蓀谷) 이달(李達) : 조선중기의 시인, 최경창(崔慶昌) 백광훈(白光勳)
등과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유명했다. 이들은 예전의 당(唐) 시풍의
창작활동을 통해 인간적 정서를 진솔하게 표현했던 시인들로 그 당시
경지에 오른 불세출의 시인들로 인정을 받았다.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의 스승이며, 서얼출신으로
홍길동전의 주인공 모델로 추정되는 비운의 방랑시인이다.
『佛頂臺』 『불정대』
滿地雨花仙境界 만지우화선경계
우화 가득한 땅은 신선계이고
曼天雲氣帝衣裳 만천운기제의상
먼 하늘 구름은 상제의 옷인가
脩然下瞰人間世 수연하감인간세
갑자기 인간 세상을 내려다 보니
依舊青山傍海洋 의구청산방해양
청산은 변함없이 바닷가에 섰네
※ 우화(雨花): 부처님이 법화경을 강론할 때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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