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용인갔다가 해남배추가 제주도 반값이길래 한자루 사가지고 왔습니다. 제주도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야채는 양파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자주가는 식자재마트에서는 제주도에서 막 기른 듯한 파도 좀 저렴한터라 왕창 사다가 다듬고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곤 합니다.
육지에서 가져온 배추를 며칠 묵이다가 어제 드디어 칼을 뽑아들고 가르고 절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주간보호센터에 보내고 아직 덜끝난 공사판에서 시간을 좀 보내고 바로 집으로 와서 절구어놓은 배추가지고 김치담그기 시작.
지난 봄인가 멸치철에 사다가 담가놓은 멸치젓을 먹어보니 맛이 제대로 들었습니다. 멸치젓은 처음 담가보았지만 그냥 1:1로 소금에 절이는 것이라 별다른 기술도 필요없었습니다. 한 6개월 냉장고에서 숙성시켰나? 깊은 맛이 납니다. 전라도 김치맛이 나겠다싶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김치맛이 너무 좋습니다. 쪽파도 듬뿍넣었고 사과 양파 무도 담가놓은 멸치젓과 함께 갈아서 버무리니 그럴싸한 김치맛이 나옵니다. 태균이가 김치를 너무 좋아하니 김치에 진심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난 번에는 비트를 갈아넣은 보라색김치를 해주었더니 그것도 다 먹었습니다. 고춧가루는 제주도에서 재배해서 빻았다는 것을 30근이나 쟁겨 놓았으니 음식맛에 진심인 전직 직장상사에게도 제주도 고추가루를 선물했더니 너무 맛난 고추가루라고 얼굴볼 때마다 이야기를 합니다.
지난 주에 영흥도에 들렸을 때도 영흥도 고춧가루 10근을 얻어왔습니다. 생선조림을 아주 잘하는 드무리식당 주인장이 준 것입니다. 저를 보면 너무 반가와해주니 이번에 귤 한상자 주려 잠시 들렸다가 몇 배로 돌려받았습니다.
이 분은 식당음식 조리를 위해 늘 고춧가루 포함 맛난 양념들을 쟁겨두기에 영흥도 살 때는 그 분 통해서 고춧가루를 사곤 했습니다. 근데 이번에 잠깐 들른 저를 보자 통크게 10근이나 건넵니다. 비용내겠다는 것을 굳이 마다하고, 지난번 제가 제습기 선물한 것에 대한 보답이랍니다. 영흥도에서 만난 유일한 친구인 듯 합니다.
준이는 김치 자체를 먹을리는 절대 없지만 김치찌개, 김치국, 김치전, 김치돼지고기 볶음 등은 거의 최애음식입니다. 김치를 이용한 음식은 그토록 좋아하면서 김치먹으라고 하면 질색팔색! 이래저래 김치수요가 많은 우리집이라 오늘처럼 김치를 담근 날은 뿌듯함이 배가 됩니다.
내일은 두 녀석 모두 1박2일 캠핑간답니다. 주간보호센터 연례행사인 듯 한데 오늘 미리 필요한 것들 담아서 가방은 먼저 보냈습니다. 여행할 때처럼 보충제를 포장하니 이게 뭔일이지? 태균이가 눈을 반짝이며 지켜봅니다. 오늘 아니고 내일이다! 1박2일 캠핑간댄다 하고 설명해주니 이해하는 듯 합니다. 말귀알아듣는 게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하긴 그럴 때가 되긴 했네요.
일상은 평화로운데도 왜 이리 마음이 편치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의 적응은 아마 영원히 안될 모양입니다. 뭔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은 당연할 지 모릅니다. 태균이가 준 숙제를 마쳐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간만에 엄마와 떨어져 하룻밤을 지낼테니 잘 하고오길 바랍니다
첫댓글 멸치젓 속의 멸치를 집어 맛을 보고 싶어집니다.
고춧가루 뿌려서 밥 반찬으로도 먹거든요.
읽기만 해도 맛있는 김치가 분명합니다.
액젓 만드는 것 보다 통멸치젓을 갈아서 양념하면 훨 맛있을듯 합니다.
아마도 일 중독 현상이 있으신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