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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0일 화요일 [(백) 부활 제7주간 화요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바오로는 밀레토스에서 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을 불러오게 하여, 내가 두루 돌아다니며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한 여러분 가운데에서 아무도 다시는 내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고 한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다며, 제자들을 위하여 아버지께 기도하신다(복음). <나는 달릴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를 다 마칩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바오로 사도가 밀레토스에서 한 설교와 예수님의 ‘대사제의 기도’는 한 인간이 바칠 수 있는 가장 간절하면서도 비장한 기도로 느껴집니다. 한생을 복음 선포에 투신한 바오로 사도는, 투옥과 환난이 기다리고 아무도 다시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을 생의 마지막 여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받은 복음을 증언하는 직무를 끝까지 성실하게 수행하고, 하느님의 모든 뜻을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전했다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증언하면서 “여러 시련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아주 겸손히 주님을 섬겼고,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달릴 길을 달려, 이제 하느님께 기쁘게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때’가 왔음을 아십니다. 당신께서 세상에 파견되시며 받으신 직무, 곧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는 직무를 마치시고,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를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그때는 아버지께 속한 이들이 예수님을 영광스럽게 만들고, 그 영광이 곧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이 되는 때를 말합니다. 요한 복음 저자는, 빛이 어둠을 이기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건, 곧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구원 사건을 예수님의 기도 안에서 미리 맛보게 해 줍니다. 우리 삶도 언젠가는 마쳐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우리는 그때에 무엇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게 될까요? 내가 남긴 자식과 재산, 내 명예와 이름을 영광스럽게 생각할까요? 유감스럽게도 재산 때문에 자식 간의 다툼이 생기고, 내 명예를 지키려고 위선과 변명을 일삼는 마지막 때보다는, 하느님의 영원한 품에 안기는 기쁨의 때를 더 기다리면서 살고 싶지 않으신가요?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 |
그날, 행복한 날 언젠가 우리도 이 세상을 떠날 무렵 예수님처럼 조금은 비장한 어조로 그러나 담담하고 편안한 음성으로 아버지께 말씀드리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저의 것은 다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의 것은 다 제 것입니다.”(요한복음 17장 1절, 10절)
가끔씩 ‘그 날’ 결정적으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의 땅으로 건너가는 그날을 묵상해봅니다. 근본적으로 나약하고 두려움 많은 우리 인간이기에, 그리고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날이기에, 그날은 아무래도 두렵고 떨리는 것이 당연지사이겠지요.
그러나 ‘그 날’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평생에 걸쳐 기다려왔던 날, 일생일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기에 가슴 뛰고 설레는 날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그 날’은 언제나 미완성이었던 우리네 인생이 완성되는 날입니다. 그날은 자비하신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결정적으로 만나는 날, 그간 우리가 지니고 있었던 다양한 인간적인 한계, 죄, 상처, 부족함, 비참함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날은 우리 평생의 소원이 성취되는 은혜로운 날, 한없이 나약했던 우리 인간성이 풍요로운 하느님과 합일하는 날, 결국 구원되는 날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그 날을 보다 풍요롭고 아름답고 가치 있는 날로 장식하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우리의 그 날을 보다 기쁜 축제의 날로 장식하기 위해 이 지상에서부터 좀 더 고민해야겠습니다.
가장 필요한 노력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아무래도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과 일치하려는 노력, 하느님께서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계시고 나를 사랑하심을 의식하고 자각하는 노력이 아닐까요?
요즘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잘 준비하는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계획을 미리 자식들과 논의해서 프로그램을 마련합니다. 무엇보다도 그날을 영원한 작별의 슬픈 날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기쁜 축제의 날로 여기고 세부 프로그램을 짭니다.
죽음을 잘 준비하기로 가장 유명한 분이 ‘인생수업’의 공동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장례식 순서를 살아생전 미리 짰습니다. 고별식 때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의 아들이 미리 준비한 큰 봉투를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봉투 안에서 크고 예쁘고 화려한 호랑나비 한 마리가 나와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은 나비의 아름다운 날갯짓에 다들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조문객들에게 미리 나누어준 작은 봉투를 모두 열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안에서 일제히 작고 예쁜 하얀 나비들이 나와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야말로 장관이 연출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 나비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죽음이 결코 나쁜 것만이 아니구나. 죽음을 통해 비록 육신의 장막이 허물어지지만 영혼은 한 마리 예쁜 나비처럼 그 비루하고 추했던 육신을 벗어버리고 하느님을 향해 훨훨 날아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젖어들었습니다.
우리의 ‘그 날’을 보다 지혜롭게 잘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언젠가 반드시, 아니 100% 우리에게 손님처럼 찾아올 그날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저를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주일 새벽미사를 하기 위해 일어나서 인터넷을 보니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경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미사 전에 성체조배를 잠시 해야 하는데 제가 축구를 좋아하다보니 좀처럼 성당으로 발걸음이 옮겨지지가 않았습니다.
경기는 뮌헨의 홈에서 벌어졌고, 경기 내내 뮌헨의 우세였습니다. 거의 가져놀다시피 첼시를 농락했지만 골은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후반 38분 드디어 뮌헨 선수 토마스 뮬러가 헤딩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경기는 뮌헨의 우승으로 끝났다고 생각하고, 저는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궁금하여 미사 전에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았더니 경기는 1-1의 상황으로 연장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후반 43분 드로그바의 동점 골이 터진 것입니다. 골을 넣자마자 무릎을 꿇으면서 성호를 긋는데 저렇게 멋진 골 세리모니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메시도 골을 넣을 때마다 성호를 긋고 감사기도를 하지만 저렇게 무릎을 꿇고 하지는 않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바로 경기 결과를 확인 했습니다. 마음속으로 은근히 첼시가 우승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승부차기 끝에 첼시가 우승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장이 조이는 마지막 순번으로 드로그바가 골을 넣으면서 경기는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역시 드로그바는 골을 넣고 성호부터 긋고 감사를 드렸습니다.
올 한 해 축구에서 역사를 다시 쓴 선수가 바르셀로나의 메시입니다. 챔피언스리그 최초 4년 연속 득점왕은 물론이고 한 해 최다 골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 골마다 항상 성호를 그으면서 하느님께 감사를 올립니다.
감사기도를 잘 드리는 또 한 명, 이제는 노장이 되어 퇴출 위기설에 시달리던 드로그바도 마지막 활약으로 약 700억 원을 첼시에 선물하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올해 축구계의 영웅이 된 이 두 선수들이 하나같이 성호를 긋는 모습은 가톨릭 사제로서 매우 자랑스러웠고 신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챔스 결승만 세계 2억 인구가 보았다고 하는데 그 한 순간 성호를 긋고 감사하는 모습을 2억의 인구가 동시에 보았다는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놀라운 기도입니다. 아버지께 영광을 드리고 싶으니까 나를 영광스럽게 해 달라는 기도입니다. 영광스러운 일도 없는데 어떻게 그 영광에 대해 감사를 드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도 예수님께서 하신 이 기도를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저절로 영광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수밖에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영광 받으시는 길은 영광스럽게 된 사람들을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이 말씀하시는 것이나 행동하시고, 기적을 일으키시는 모든 것들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힘 때문임을 말씀하십니다. 당신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하실 수 없다고 하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분의 기적에 놀라고 그 분의 말씀에 감동을 받고 회개합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시기 위한 마음이 충만하기에 아버지께서도 한없이 아드님을 영광스럽게 해 주시는 것입니다.
힘들 때 하느님을 찾는 신앙은 누가 봐도 높은 신앙은 되지 못합니다. 기쁘고 행복할 때 주님을 찬미하고 영광을 그분께 돌려드리는 연습을 합시다. 오늘 예수님께서 기도하신 것으로 보면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영광을 올리는 사람을 더 영광스럽게 하실 것은 확실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올림픽 때 성호를 긋고 출천하여 금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 지금도 미사에 나오는 그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봅니다. 영광은 영광스럽게 해 주시는 분께 드리라고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돌려드릴 수 있는 그 영광을 달라고 청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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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화) 음5/5 오를레앙의 聖女 쟌 다르크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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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잔 다르크(아르크의 성녀 요안나, Joanna Arcen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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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카엘 대천사 등 천사와 성인들의 영적 가르침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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