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심”은 순 우리말로 ‘밥을 먹고 내는 힘’입니다.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전부터 ‘우리나라 사람과 밥’은 떼려야 뗄 수가 없는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다 옛날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날은 한국인의 주식이 쌀에서 고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2022년 37년째 하락세인 1인당 쌀 소비량이 지속 상승세를 그려온 고기소비량보다 적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인가 봅니다.
4일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69.8㎏였던 1인당 쌀소비량은 2017년 61.8㎏, 2021년 56.9㎏으로 줄어들었고, 소·돼지·닭고기의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을 합계해 분석한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12년 40.6㎏, 2017년 49.1㎏, 2021년 56.1㎏ 순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2021년 기준 고기 소비는 쌀과 비교할 때 불과 500g이 적은데 소비량이 적지만 꾸준히 늘고 있는 오리·양고기 등은 이에 포함되지 않았고, 고기 소비가 지속 상승하고 있는 만큼 2022년은 고기 소비가 쌀 소비를 역전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쌀 소비는 1984년 이후 37년 연속 감소했는데 그 배경으로는 △식단의 서구화 △인구구조 변화(핵가족화, 1인 가구 증가) △외식·배달·포장을 통한 식사 빈도 증가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밥솥에 밥을 지어먹는 인구가 줄면서 간편식(HMR)을 데워먹거나, 배달음식·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밥심’은 이제 옛날이야기로 가고 있습니다. ‘밥심’이 곧 민심이라 예전에는 임금님이 백성들이 밥심을 잃지 않도록 애를 썼다는데 요즘 정치인들이 밥심이 점점 줄어들어서 그런지 민심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 별다른 반향을 남기진 못했지만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교토삼굴’(狡兎三窟) 발언은 신년 정가 화두로 삼을 만하다.
만일에 대비해 굴 세 개를 파놓는 토끼처럼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묘년을 맞아 토끼 지혜에 빗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한 고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어제 검찰에 출두한 이 대표는 당당했다. 그를 병풍처럼 에워싼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 면면, ‘개딸’들 응원전을 보면 이재명의 민주당이 달라질 여지는 없어 보인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으로 줄줄이 검찰청사에 불려가도 그의 ‘야당 탄압’ ‘사법 쿠데타’ 서사는 탄탄해질 것이다.
조국 전 장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하나둘 커질 때마다 ‘검찰 개혁’ 전선이 치열했던 것처럼. 이 대표 세력에는 “플랜2, 플랜3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원로 정치인 발언이 한가한 조언이거나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불순한 선동쯤으로 들릴 것이다.
문희상의 교토삼굴론은 민주당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들리는 말이 ‘윤심’이다. 윤석열 대통령 뜻이 어느 후보에 있느냐가 당락을 좌우하는 변수라는 얘기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 대표 경선에서 ‘김심’ ‘이심’ ‘박심’ ‘문심’ 같은 재임 대통령 의중이 논란거리였지만 이번처럼 요란하고 노골적인 경우는 흔치 않다. 윤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의도 정치를 내가 얼마나 했다고 무슨 윤핵관이 있고 윤심이 있겠나”라고 했지만 그걸 믿을 사람은 없다.
오히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적기 때문에 ‘확실한 우리 편’에 대한 대통령의 욕망이 도드라진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7월 핵심 측근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에 보낸 대통령 문자 메시지는 거칠지만 솔직하다.
명실상부한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과 손잡고, 권성동 의원이 중도하차한 데는 이런 대통령 속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김 의원은 최근 당내 행사에서 “윤 대통령과 눈빛만 봐도 통하는 당이 돼야 한다”며 ‘대통령과 당의 동기화’를 강조했다.
대통령 주변에서는 집권 2년 차 윤석열정부가 성과를 내려면 용산과 코드가 맞고 자기 정치를 하지 않는 당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목표는 내년 총선 승리다. 국회 권력이 없는 절반의 정권 교체로는 성공한 정부도, 정권 재창출도 요원하다는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을 둘러싼 작금의 논란에는 “자기 정치가 앞서는 사람과 함께 갈 수 없다”는 용산의 경고가 담겨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내놓은 나 전 의원이 당권 도전에 성공할지 회의적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당·청 한 몸 전략은 되풀이됐다. 대표적 사례가 문재인정부다. 집권 2년 차인 2018년 전대에서 뽑힌 이해찬 대표 일성은 “당과 문재인정부는 공동운명체”였다.
그 이후 조국 사태,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등으로 민심이 요동쳤어도 당은 ‘원보이스’였다. 조금이라도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라치면 수뇌부 압박과 ‘문파’ 항의가 쏟아졌다.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고도 이 대표가 공언한 20년 연속 집권은커녕 5년 만에 정권을 내놓은 건 한 몸 전략의 실패다. 주요 패인인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논란에 당이 굳게 입 닫은 결과다.
이재명 지키기에 올인하는 민주당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여권 인사들이 윤심 논란에는 왜 그렇게 무감한지 모르겠다. 윤심에 밝은 당권 주자를 줄 세운다고 당이 용산과 한 몸처럼 움직일 수는 없다. 국정 동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민심을 관리하고 대야 협상을 통해 입법 실적을 만들어내는 게 집권 2년 차 여당 대표 몫이기 때문이다.
국민 가슴을 철렁케 하는 고물가, 자산 시장 침체 같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내년 총선 전망은 밝지 않다.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고 이태원 압사 참사 사태를 끌고 가려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윤심이 아니라 민심에 민감한 여당 대표가 필요한 때다.>세계일보. 황정미 편집인
민심은 보이지 않고 윤심, 이심, 문심이 작동하는 지금 정치판은 예전 ‘삼김시대’보다도 오히려 더 퇴보한 것 같습니다. ‘삼김’이후 더는 패거리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민심을, 보란 듯이 배신한 정치인들을 보면서 대체 우리나라 정치는 늘 왜 이 모양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고 ‘윤심’을 내세우는 것도 어이가 없는 일이고 ‘이심’이 두려워 줄레줄레 법원 앞까지 따라가서 눈도장을 찍는 사람들도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해바라기를 만드는 정치인들이 계속 존재하다보니 교토삼굴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떠드는 사람들이 대체 민주주의의 의미나 알고 떠드는지 궁금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