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과 전북 장수군의 경계인 백두대간의 영취산(1,075m)에서 장안산(1,237m)으로
분기한 호남금남정맥은 64km를 달려 진안군 주화산(623m)의 서쪽 봉우리인 조약봉(565m)
에서 두 갈래로 나뉘는데 남서쪽으로 뻗친 산줄기는 호남정맥, 북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금남
정맥이라 한다.
그러다보니 조약봉은 3정맥의 분기점이 되었다. 정맥의 최고봉인 운장산 서봉(1,126m)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금강의 수원을 이루고 북쪽으로 뻗쳐서 대전의 명산 대둔산(878m)과 계
룡산(485m)을 솟구치게 만든다.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부여의 부소산 아래 백마강변
조룡대에서 그 맥을 다하니 도상거리 124km가 된다.
2017년 4월29일 토요일 오전8시45분 모래재(462m)에서 출발하기 직전.
뒷쪽에 보이는 능선이 호남정맥이고 그 아래에 모래재터널이 있다.
터널 위로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가도 분기봉인 주화산 조약봉이 나오지만
이 능선은 호남정맥이기 때문에 들머리로 삼지 않는다.
* 1구간 - 모래재에서 피암목재(17.2km)
이 구간에는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겨울철 외에는 식수를 충분히 소지할 것을 권한다.
1.8리터 2병은 갖고 가야 안심할 수 있다.
모래재-(1.2km/25분)주화산,조약봉-(2km/50분)입봉-(1.4km/25분)보룡고개-
(2.5km/60분)황새목재-(3.4km/90분)795암릉-(1.2km/40분)연석산-
(2.3km/90분)서봉-(0.5km/15분)운장산-(2.7km/70분)피암목재
* 총 거리 및 소요시간 - 17.2km / 7시간45분 + 점심 및 휴식 45분 = 8시간30분
모래재터널 동쪽의 전주묘지공원 입구는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의 들머리다.
정면에 삼각형으로 솟은 봉우리가 주화산(623m)이며 이 산은 호남금남정맥에 속한다.
왼쪽에 초가집 지붕처럼 생긴 밋밋한 봉우리가 조약봉(565m)이고
이곳에서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이 분기한다.
전주공원 경내를 북쪽으로 통과하면 조약치로 오르는 임도에 출입문이 있다.
자물쇠로 채워져 있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다.
조약치로 오르는 임도의 상쾌한 아침 햇살.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푸른 하늘에 감탄했던 쾌청한 봄날의 아침.
황사가 자주 찾아오는 계절에 이런 날씨는 하늘의 축복이나 다름없다.
임도 마루턱에서 왼쪽이 조약봉 들머리고 오른쪽은 주화산 날머리다.
이곳에서 호남금남정맥은 끝이 난다.
오른쪽의 입간판 뒤쪽에 조약봉이 보인다.
이 고개를 넘어가면 진안군 부귀면 봉암리 써미트골프클럽의 6번과 7번 홀이 나온다.
호남정맥과 금남정맥의 분기봉인 조약봉(565m) 도착.
조약봉의 급한 북쪽 비탈을 내려오자마자 568봉으로 올라간다.
오른쪽 임도는 568봉 동쪽 아래 골짜기인 조약골로 이어진다.
입봉에 거의 다다랐을 때 서쪽의 완주군 소양면 신원리에서
보룡고개로 오르는 26번 국도가 환히 내려다 보였다.
입봉(637.4m) 도착.
고사리 새순이 주변에 더러 보였다.
보룡고개로 내려가던 내리막길.
하얀 쌀밥 같은 꽃을 무성하게 피운 조팝나무를 헤치며 내려오자 보룡고개와 마주쳤다.
오전10시7분, 보룡고개 장애물 타넘기 경주 시작.
모래재에서 출발한지 1시간22분만에 4.6km 지점의 보룡고개(405m) 통과.
전라북도 진안군 부귀면과 완주군 소양면의 경계지점이다.
쏜살같이 지나다니는 차들을 피해 중앙분리대를 타넘고.
무단횡단을 하지 않도록 보룡고개에도 생태이동로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전북도지사와 진안군수, 완주군수는 금남정맥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분들인가?
건너편에 낯익은 승합차가 보이기에 다가섰더니 산대장이 이곳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전10시10분, 산대장과 아쉬운 작별을 하며 피암목재로 출발한다.
막은대미재로 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잠시 올라가자 오른쪽에 701봉 들머리가 있다.
보룡재에서 1km 지점의 700봉 능선에 당도하였다.
이곳까지 계속 올라오느라 상당히 지쳐서 부근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700봉에서 675.4봉까지 550m 가량은 걷기 수월한 소 잔등 닮은 능선.
675.4봉을 올라가다 왼쪽으로 탁 트인 곳이 있어서 돌아보았더니 멀리 전주 시내의 아파트들이 보였다.
675.4봉 통과.
고사리가 여기 저기 있어서 일행들이 뜯느라 바쁘다 바빠.
675.4봉에서 260m쯤 가면 705봉이 있고 내리막길에 밀림을 이룬 산죽이 앞을 가로 막는다.
한창 피기 시작하던 연달래 꽃길을 따라가니 콧노래가 절로 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몸과 마음을 온통 싱그럽게 만들던 신갈나뭇잎.
너희들 색깔이 늘 그랬으면 좋겠네.
황새목재(495m)의 외딴 농가를 지나다.
나물 먹고 물마시며 살 것 같지 않은 산골짜기 집.
황새목재의 농가 철조망을 따라 675봉으로 오르는 길이 땡볕에 상당히 힘겹다.
험한 바위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며 제법 높이 올라온 걸 짐작한다.
올라갈 곳을 오른쪽에다 마련해준 795봉 암릉의 공덕심.
795봉 암릉으로 올라가서 내려다본 궁항저수지.
저 호수가 바로 옆에 있었더라면 뛰어들고 싶도록 몸이 달구어져 있었다.
오르고 또 올랐건만 연석산(오른쪽 두 번째)은 이제야 겨우 얼굴을 보인다.
정맥 마루금의 동쪽, 늦은목(만항치) 방향으로 올라가는 임도와 전북 진안군 부귀면 궁항리 정수암 마을.
욕심 없이 나물 먹고 물마시며 살기에는 딱 적합한 골짜기.
얼굴과 목덜미, 등짝이 온통 땀투성이로 변해서야 연석산으로 올라선다.
오후1시40분, 보룡고개에서 3시간30분 만에 7.1km 지점의 연석산(930m) 도착.
올라오던 도중 664봉 부근에서 점심식사를 하느라 조금 늦게 도착하였다.
주눅 들게 하던 이 구간의 하이라이트, 기필코 올라가야할 운장산 서봉 오름.
그냥 밋밋하게 이어져 머리만 살짝 쳐든들 누가 싫다 할까봐 이렇게 주저 앉혀서 솟았나.
늦은목(만항치)으로 내려가다 서봉과 키재기 하던 포토존.
헛발을 디디거나 다리가 꼬이면 볼장 다 보겠네.
늦은목(756m) 통과.
한숨이 절로 나오던 아득한 지존의 모습이여.
서봉(칠성대) 오름의 맛보기 급경사.
나무 그늘에서 벗어나는 곳은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햇살이 뜨겁다.
머리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땀이 눈을 따갑게 하여 수건으로 닦기 바쁘다.
갈증을 느끼는 대로 물을 마시다보니 식수가 다 떨어져 간다.
허벅지 근육의 경직현상을 슬슬 풀어가며 힘들게 올라선 서봉(1,126m).
오후3시30분, 연석산에서 1시간50분 만에 2.3km 지점의 운장산 서봉 칠성대에 올라서다.
오른쪽 795암릉에서 중앙의 연석산을 거쳐 서봉으로 올라온 마루금.
서봉의 남쪽, 진안군 부귀면 궁항리 일대.
서봉의 동쪽, 운장산 주봉으로 이어진 능선에는 이제야 진달래가 한창 피고 있었다.
계단을 또 한 군데 더 내려섰더니 주봉으로 오르는 길도 꽤나 만만찮게 보인다.
땡볕에 서봉을 오르면서 힘을 많이 소모하였기 때문이다.
오후3시50분, 운장산 주봉 도착.
운장산 주봉에서 다시 되돌아 올라가는 서봉.
오후4시10분, 서봉에서 피암목재로 내려가기 시작.
운장산의 북쪽, 진안군 주촌면 독자동 골짜기.
진안의 유명한 경승지, 운일암 반일암으로 내려가는 계곡의 시작이다.
오후4시55분, 피암목재로 내려가는 마루금은 급경사를 이루면서 까다로운 곳이 몇 군데
있었으나 속도를 내어서 예상시간보다 20분 빨리 도착하였다. 장거리는 아니지만 중급
이상의 난이도를 지닌 산줄기라서 8시간 이내에 종주를 마치기는 무리였다. 쾌청한 날씨
였던 만큼 강한 햇살에 노출된 능선에서는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무더위를 벌
써부터 경험했으며 갈증도 자주 찾아왔다. 엄청 시원했던 바람이 불지 않았더라면 고생
을 곱절 이상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