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돌아온다`가 지난 2일 울산지역 3개 영화관에서 특별상영 됐다. 이 영화는 캐나나 몬트리올
국제 영화제에서 `첫 작품 경쟁` 부문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작품 심사위원장이 "영화가 빗물이 옷에 스며드는 듯한 잔잔함을 줬다`며
극찬했다고 한다. `돌아온다`는 지난해 5월 개최된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전 좌석 매진기록도 세웠다.
다른 곳에서 이런 극찬이 쏟아진 반면 정작 영화가 촬영ㆍ제작된 울산에선 그렇지 못했다. 울주군이 산악영화제를 개최한다고 하니 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치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울산시민 가운데 이 영화에 주목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외국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고 국내 다른 지역 영화제에서 매진 흥행을 기록하자 그 때서야 울산에서도 이런 영화 제작이 가능함을 알게 된 사람들이 부산을 떨고
있다.
문화발전 가능성은 장소나 시간에 구애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에 얽매일 때 가능성이 낮아진다. 모방과 구태 의연함도 가능성을
위축시키긴 마찬가지다. 다른 나라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문화행사를 그대로 본 뜬 국내행사가 성공한 예가 별로 없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반면
자체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오묘하게 활용한 행사들은 대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충남 보령 `머드 축제`가 그렇고 강원도 화천 `산천어 축제`가
그에 속한다.
영화 `돌아온다`는 국내에서 수백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들과 격이 다르다. 후자가 시각적이고 물질적이라면 `돌아온다`는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과 인간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울주군의 한 허름한 가게의 막걸리 주전자는 많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서 희망과 좌절
그리고 기다림을 의미하는 것들이다. 이런 것을 찾아, 다듬고 소화하는 것이 문화발전의 또 다른 한 축일 것이다.
그런데 울산은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면서 설익은 문화자료를 도시에 접목하려 하고 있다. 그럴 필요가 없다. 농로를 달리는 경운기,
지진에 무너진 흙 담장, 길에서 말리는 빨간 고추가 고래, 암각화, 간절곶 못지않게 문화발전 생성요소로 기능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익숙해진
것에만 눈과 귀를 집중할 뿐 사소한 것에는 애당초 고개를 돌린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에게 사소했던 `돌아 온다`도 그 중 하나다. 고착된 것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문화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기사입력: 2017/12/05 [16:02]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207650§ion=sc30§ion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