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많이 바빴습니다.
갑자기 손님들이 밀어닥쳤기 때문인데요,
물론 온다는 얘기는 있었는데, 그래서 그게 언제일까? 하고 있었는데,
"나, 지금 '봉화'에 와 있는데......" 하는 식으로 오다 보니,
제가 정신을 차릴(사전에 준비한다던지 하는) 수가 없었구요,
손님이 왔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보니,
우리 '까페'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거지요.
그런데 그 얘기를 다 할 수는 없고,
그래도 이런 얘기는 하고 넘어가도 될 것 같아서...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생겨)여러분께 간단하게나마 소개하려고 합니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나? 생각해 보았는데(다 할 수는 없어서),
지난 10일 오후, 여기 공동체 '단톡방'에 갑자기 공고 하나가 떴습니다.
이 근처 한 농장에서 '끝물고추'를 따는데 일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에게 첫 번째 방문객이 있었는데, 피곤했던지 잠시 낮잠을 자던 시간이었지요.(다락방에서)
저는 제 자리(1층)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그 공고가 떴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있어서 맘대로 가기가 애매했는데,
고추따러 간다고 알리기 위해 깨우기 역시 애매했기 때문에, 간단하게 메모지를 남겨놓고 그 농장 고추밭으로 갔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몇 분이 합류해서, 재미있게(?재밌드라구요.) 끝물고추를 땄는데,
그 농장의 주인은 그 전에 우리 공동체에 강의를 했던 분이라 구면이었구요,
고추를 따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 끝물고추를 다 따고(붉은 고추만) 남은 푸른색 고추는, 일손을 도와주러 왔던 회원들에게... 맘대로 따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거기 봉화가 고추로 유명하다니까, 끝물고추를 팔면 좀 사줘." 하는, 서울의 부탁을 받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제가 '자전거 출타'를 하는 사이사이 '춘양' 장을 들러서 고추를 찾아 봐도,
끝물고추를 파는 곳은 없드라구요. (간혹 있기는 했는데, 꼭지를 다 딴... 뭔가 어설픈 고추밖에(내가 원하던 고추는) 없어서, 살 맘조차 없었답니다.)
'풍요속의 빈곤'이랄까요?
여기 봉화가 고추로 유명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풋고추를 사먹으려 해도... 파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다들 고추농사를 짓기 때문에 사먹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가 봅니다.),
"아니, 고추가 천지인(특산물이기도 한) 봉화에서 풋고추 사먹기도 참 힘드네!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그런데다 요즘이 바로 끝물고추 철인데,
서울에서도 살 수 있는(제가 다니는 채소 가게) 걸, 정작 봉화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차라, 그 농장에서의 '풋고추를 얼마든지 따 가라'는 얘기에 제가 반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거지요.
아무튼 상황은 그랬는데,
저는 그 농장에서 고추를 따주고 돌아오면서,
"그럼, 저는 내일 아침 일찍 고추를 따러 오겠습니다." 했더니,
"얼마든지 따가세요."하는 허락까지 받아놓았던 거지요.
그 다음 날 아침,
제 첫 손님이 돌아가시는 날이었습니다.
그 분은 연세가 많아 기차를 타고 싶어하셔서, 제가 '분천역'까지 모셔다 드렸는데,
돌아오는 길에, '산타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을 가면 산골에 있는 고추밭이 있어서,
거기로 가려고 장화까지 착용한 차림이었는데요,
거기 버스 정류소 아래에 한 정자가 있는데, 거기에 텐트가 보였습니다.
누군가 그 텐트 안에서 자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근데요, 그것까지는 아무 일도 아니지요. 그런데 제 시선을 끄는 게 하나 있었습니다.
그 정자 옆에 자전거가(세발 자전거) 놓여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렇다면 누군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이 그곳에 텐트를 치고 자고 있을 터라,
누굴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자는 사람을 깨울 수도 없는 일이라,
호기심은 갔지만, 버스 오기를 기다리려고 했는데,(바로 버스 정류소 앞이라)
그런데, 그것도 운명인지(?)... 바로 그 순간에 텐트가 열리면서 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만약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끝날 일이었는데)
언뜻 보니... 한 50대 중반은 될 것 같은 남자드라구요. 그런데,
어?
머리가 갈색이었고, 여인 아니었겠습니까?
외국여자드라구요.
'엥? 저 여자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텐트에서 잔 거야?'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고,
(왜냐면 제가 바로 '자전거 아저씨'의 저자 아닙니까? 그 누구보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고 그 고충(?)을 잘 알기에, 그리고 남의 도움도 많이 받았던 사람인지라)
아니... 이런 산골에(허긴, '산타마을'은 유명할 수도 있는 곳이긴 하지만...) 외국 여자가 혼자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도 모자라, 텐트에서 자면서 다닌다고? 보통 정신력이 아니겠구나.
그 순간 저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고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 건, 힘도 들지만... 샤워도 잘 못할 거고, 빨래도 못해 입고... (그런 걸 너무 잘 아는 저는, '뭐가 됐든(이런저런 어려움이 얼마나 많을까?), 저 사람을 좀 도와주자.'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거지요. '동병상련'이니까요.)
그래서 일단 인사를 했지요.
"안녕하세요.(Hello!)"
그랬더니 그 여인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해오더라구요.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
"프랑스요..."
"그래요? 그렇게 자전거로 다니면, 힘들 텐데..."
"괜찮아요."
"잠깐, 나와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럼요!" 하며, 그 여인이 거기 목책으로 나오더군요. 나이도 제법 있는...
그래서 제가 대뜸,
"혹시, 당신이 괜찮다면...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오늘 점심을 내가 초대해도 될까요?" 하고 묻자,
좀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긴 했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드라구요.
그래서,
"내가 지금... 저 산 뒤에 있는 곳에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 그래서... 지금은 시간이 없고, 당신이 시간을 낸다면... 11시 쯤, 내가 사는 곳으로 오면 되는데요. 식사가 훌륭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싫지 않다면... 내 초대에 응해 보세요." 하자,
선뜻, 그러겠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왜 아니겠습니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자신에게 뜻밖에 다가온 행운일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잠깐 그 상황 설명을 해주었고,
"지금 일하러 가는 건 여기서 버스를 타고 가지만, 11시에 내려오려면 차가 없기 때문에, 내가 걸어와야 하니... 어쩌면 조금 늦을 수도 있으니, 기다릴래요?" 하고 묻자,
그렇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이름을 교환하면서,
우연히 만난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프랑스여인과 약속을 하게 되었답니다.
버스가 왔고, 저는 버스를 타고... 거기선 세 정거장, 그런데 두 번째 정거장에서 내려...
(왜냐면 풍경이 너무 좋아서, 사진을 찍고 가기 위해) 사진을 찍고는,
한참을 걸어서 그 고추밭에 도착을 했는데요,
그 전날 허락을 얻어놓았기에... 바로 밭에 들어가 고추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고추밭은 '유기농'으로 재배해서 좋기는 했지만,
붉은 '끝물 고추'를 따기 위해 미리 고춧대를 잘라놓아 싱싱하지는 않았지요.
그래도 얼마든지 딸 수 있는 고추라 아깝기 그지없었답니다.
그래도 저는, 나도 먹고 나중에 서울에도 주려고 제법 따게 되었는데요,
더 딸 수도 있었는데, 시간이 넉넉하지가 않아... 가방으로 하나를 따는 걸로 만족하고 돌아왔지요.
그런데 내려오는 게 문제였습니다.
그냥 걸어와도 30분은 걸릴 거리 같았는데, 가방까지 메고 와야했기 때문에 느려질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도 11시까지 도착하려고 애를 썼는데,
그렇게 되지가 않았던 것 같드라구요. (시계볼 시간도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