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농산물 출하의 정석 (1)참외
아삭한 식감 ‘으뜸’…매끄러운 타원형 모양 선호 균일한 품질유지도 관건
출하규모·기간 일정해야…6개월간 하루 최소 30상자
백화점 당도 기준선 15브릭스
대형마트, 13브릭스 주로 취급 신선도 중시…빛깔·경도 주목
바둑기사들이 공격과 수비에 최선이라고 인정한 일정 방식을 따라 돌을 놓듯, 농산물 출하에도 정석(定石)이 있다. 애써 기른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려면 소비지 기호에 맞춘 선별과 출하시기 조절 등은 반드시 알아둬야 할 기본이다. 이에 <농민신문>은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매사·중도매인들의 의견을 토대로 분석(매월 2~3개 품목)한 내용과 현장취재를 종합, ‘농산물 출하의 정석’ 시리즈를 통해 알토란 같은 유통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참외는 대표적인 여름과일 가운데 하나다. 연간 서울 가락시장 반입량의 70% 이상이 5~7월 사이에 몰린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 관계자들은 “참외는 품위에 따른 가격 차가 도드라진다”며 “출하전략을 제대로 짜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몇년 사이 유통방식에 변화가 엿보인다. 무엇보다 15㎏들이 거래가 가락시장에서 거의 사라졌다. 10㎏들이가 주류인데 요즘엔 소포장(5㎏들이)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3월 조기출하에 도전하는 농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희소성 덕에 높은 경락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연착륙에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당도가 최우선 평가요소=농산물의 경락값을 좌우하는 건 역시 맛이다. 참외도 마찬가지다. 가락시장 경매사와 중도매인이 참외를 평가할 때 꼽는 기준은 당도, 육질, 빛깔, 품질 균일성 순이다. 고길석 중앙청과 이사는 “참외는 결국 얼마나 달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지녔느냐가 관건”이라며 “중도매인도 맛을 평가하고 나서야 응찰기를 누른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당도가 15브릭스(Brix)는 나와야 특품으로 대접을 받는다. 달더라도 식감이 딱딱하거나 물렁물렁하면 평가가 뚝 떨어진다. 또 참외를 반으로 갈랐을 때 향이 진해야 으뜸이다.
모양새 역시 중요하다. 참외는 매끄러운 타원형을 갖춰야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과거에는 과피의 골이 깊어야 ‘신선도가 높다’고 여겼는데, 요즘은 품종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변영두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스마트> 품종은 골이 거의 없다는 게 특징”이라며 “매끄러운 타원형을 갖추면 골이 없어도 높은 경락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고길석 이사는 “중도매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는 참외의 골이 깊은 품종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빛깔도 눈여겨보며 선별할 필요가 있다. 과피의 흰색과 노란색이 확실하게 구분돼야 제값을 받을 수 있어서다. 더불어 노란색이 황금빛을 띨 만큼 또렷하면 중도매인의 응찰가격도 올라간다.
◆대형마트는 빛깔·경도 중요시=중도매인은 각각의 주요 거래처가 정해져 있다. 다시 말해 거래처의 특성에 맞춰 판단기준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농가에서 출하처(도매법인)를 택할 때, 소속 중도매인이 어떤 유통업체와 주로 거래하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우선 백화점과 과일전문점은 상대적으로 높은 품위의 참외를 선호한다. 당도는 15브릭스를 기준으로 여긴다. 무게는 한개당 300g 안팎일 때 최고로 친다. 10㎏들이 한상자 기준 32~34개가 담기면 된다. 백화점은 자체적인 상품관리가 철저해 저장성에 대한 관심이 좀 덜하다.
반면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는 빛깔과 경도를 특히 중요시한다. 장기간 판매가 이뤄져도 소비자에게 신선도를 뽐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당도나 크기의 기준선은 백화점보다 낮다. 당도 13브릭스, 무게 270g 안팎인 참외를 주로 취급한다. 개수는 10㎏들이 한상자 기준 36~38개 선이다.
빼어난 참외를 생산하는 것 못지않게 출하방식에도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품질을 고르게 맞추는 게 우선이다. 출하할 때마다 품위 차이가 큰 농가는 시장의 신뢰를 잃는다. 당연히 응찰하는 중도매인수도 줄고, 경락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하규모나 기간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락시장에서는 하루 최소 30상자 이상씩, 6개월 동안 출하하는 농가가 환영받는다. 아무리 뛰어난 품위를 자랑해도 소량으로, 드문드문 내놓으면 평가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마성진 경북 성주참외원예농협 산지유통센터장은 “어디에 참외를 출하하든 균일한 선별이 중요하다”며 “유통업체가 원하는 참외의 특성이 무엇인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