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관객 라운지
-김소연
오늘은 화분의 귀퉁이가 깨진 걸 발견했는데
깨진 조각은 찾지 못했다
돌돌 말린 잎을 화들짝 펴고 있는 잎사귀들
하얗게 하얗게 퍼져 나가는 입김들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이 생각을 5만 번쯤 했더니
내가 만약이 되어간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가
내가 생각이 되어버린다
문을 열어
먼지처럼 부유하는 생각들을 손바닥에 얹어
벌레를 내보내듯 날려 보냈다
어둠 속에 손을 넣어
악수를 청한다
과학자의 '모릅니다'는
설명이 가능한 이론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긴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식탁 옆 조제약 봉투들처럼 수북한 것
기계의 뒷면으로 기어 들어가 헝클어진 선 정리를 시작하는 것
질문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아도 돼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보려 노력하다가 다른 진심을 전달해도 돼
그럴듯함과
그러지 못함과
그럴 수밖에 없음에 대하여
모두가 듣고 있다고 외치는 바람에
외치던 사람도 계속 외치고 듣는 사람도 외치기 시작하고……
듣기만 하는 사람 더 이상 없음
ㅡ시집 『촉진하는 밤』 (문학과지성사, 2023)
******************************************************************************************************
보통사람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흔하게 일어나는 일상이 신기합니다
서로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다가 낯빛을 바꿔서 마주앉아 악수를 나눕니다
서로 다른 주장을 일방적으로 주고받으면서도 소통했다고 주장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기에 오늘도 '모릅니다'만 기사 첫 줄이 되는 세상살이입니다
질문은 많고 대답은 없으니 진삼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럴듯하지만 그러자 못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정치에서 희망은 보이질 않습니다
1층에서는 잘 보이지않던 배우들의 작은 움직임도 2층 라운지에서는 보입니다
몇 십년 지속되는 소문난 공연은 등장하는 배우들만 바뀔 뿐, 스토리는 같잖아요^*^
그렇다고 투표말고는 직접 참여할 수 없는 현대민주주의 제도이니
모두가 보고 듣고 하며 외치는 소리에 귀막을 순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