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876〉
■ 강 (황인숙, 1958~)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천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 2003년 시집 <자명한 산책> (문학과 지성사)
*우리 현대인은 일상 자체가 분주한 데다 각종 업무에 시달리고 부대껴, 늘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분노를 표출하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요즘처럼 들쑥날쑥한 날씨에 정치적 혼란이 장기간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짜증과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고통스런 삶으로 변하여 매사가 괴롭거나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들은 보통 친한 친구와 술 한잔하면서 서로 위로받을 수 있겠지만 늘 이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재밌게도 이 詩에서는, 이럴 땐 강(江)으로 달려가서 하소연하라고 노래합니다. 그곳에서 강을 바라보며 삶의 고통을 타인에게 털어놓지 말고 스스로 감정을 곱씹어보는 것이 좋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시인은 우리에게, 인간은 본래 고독한 존재이므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괴로움이나 번민, 갈등, 슬픔 등을 스스로 걸머지고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강한 톤으로 권유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하겠습니다. 한편 다소 이색적이게도,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일상에서 흔히 쓰는 다소 거친 말들을 詩 속에 여과 없이 사용하고 있군요.
그런데 어제부터 비가 내리면서 아침에 일어나니, 흰 눈이 온통 하얗게 주변을 덮어 버렸습니다 그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