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에 올라온 사진은 자여사의 yasu2000님이 올린 사진을 옮겨온 것입니다. 제 사진은 나중에...)
안녕하세요? 코난입니다. 8월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서울에서 속초까지 자전거로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무사히는 다녀왔으나 그 과정은 참으로 파란만장했습니다. 제가 자출사에 가입한 게 7월 11일이었습니다. 자전거에 대한 책을 시리즈로 출간해볼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자출사를 알게 되었고, 더욱이 제 사무실이 있는 바로 남산자락에서 거의 매일 남산번개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자출사에 가입을 했지요. 실제로 제가 십수년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오고 있으니 자출사에 가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겁도 없이 비 오는 날 남산업힐에 첫도전을 했었습니다. 여러 차례 후기나 댓글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제 남산업힐 첫도전 때의 복장은 노헬멧, 노장갑, 청바지에 와이셔츠, 그리고 장바구니 달린 생활자전거였습니다. 첫 번째 남산 업힐의 결과는? 거의 죽다 살았습니다. 깔딱고개 절반까지는 올라갔으나 나머지는 끌고 올라가야했고, 다 올라가서도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지요... 어쨌거나 첫 번째 남산업힐 도전의 결과로, 엔진 업글과 자전거 업글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는 거의 매일 자출사를 들낙거리며 여러 고수님들과 선배님들의 글을 탐독했지요. 그리고 내린 첫 번째 결론은, “자출은 안전이 최우선이다”였습니다. 그래서 십수년 자출하던 제 자출 습관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여러 가지가 바뀌었고, 그동안은 하지 않던 헬멧과 반장갑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이어진 지름신의 강림은 많은 분들이 제 증인이 되실 거고요. 새로운 자전거를 구입했고, 라이트만 3종, 자출사 티, 쫄바지, OGIO 가방들, 기타등등 기타 등등 하루에도 서너번씩은 지름신의 강림을 경험했습니다. ^^; 그리고 ‘거의 날마다’는 거짓말이지만, 일주일에 절반 정도는 남산번개를 빠뜨리지 않고 가능한 꼬박꼬박 출근도장을 찍었지요. 가끔씩은 송추나 도봉산 같은 60~70킬로미터 중거리 번개나 나홀로 라이딩도 다녔고요. 그 모든 것이 일차목표로 삼은 강원도 여행을 위한 준비였습니다. 원래는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아이와 같이 갈 생각이었으나 아들아이가 별로 생각이 없고, 준비도 안되어 있어 결국은 저라도 혼자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강원도 속초나 강릉, 혹은 인제나 홍천 등을 다녀오신 분들의 후기와 장거리 여행 경험담 등을 꼼꼼하게 챙겨 읽고, 몇몇 분은 직접 만나 여러 가지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을 들었지요. 그리고 더 이상 미루다간 언제 갈지 모르겠다 싶어 8월 14일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하여 속초를 다녀오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강원도 여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하나둘씩 장만을 하고, 자출사에 같이 가실 길벗을 구한다는 글을 두 번에 걸쳐 올렸습니다. 그러나 일정이 맞지 않거나 하여 결국 동행을 구하지 못하였고, 결국은 자여사(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들)에서 두 분의 동행을 구하여 8월 14일 속초를 목적지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출발 전날까지도 물백을 구하고, 손바닥에 쿠션이 들어간 반장갑을 새로 구하는 등 여러 모로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의 중거리 번개에서 얻은 경험으로 가방을 메고 가기보다는 짐받이에 묶고 가는 편을 택했고, 예비용 튜브와 펑크 패치, 그리고 응급구호키트와 수리용 공구, 자전거용 비옷 등은 챙겼지만, 가능한 대로 쓸데없는 짐을 줄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래도 물백을 제외한 가방 무게가 총 5킬로그램이 넘더군요. 복장은 위에는 자출사 티, 그리고 아래엔 속옷과 패드 있는 쫄바지, 그리고 그 위에 등산용 반바지를 입었습니다. (아직은 쫄바지만은 민망해서 못 입겠으나, 그래도 그 기능에 대해서는 자자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어 속에 입었습니다) 당근 헬맷과 장갑을 했고요... 그 와중에 OGIO 가방 공동구매를 추진하고 있었는데, 일단 공동구매는 제가 강원도에서 돌아온 후인 16일 0시에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14일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섰습니다. 자출사 공동구매에서 구입한 뽕돌님표 고글(도수클립 포함)을 하고 나섰는데, 처음엔 약간 어색한 느낌이더니 한 30분 지나자 금방 눈에 적응이 되어 속초행 마무리할 때까지 든든한 제 동반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햇볕도 그렇고 라이딩 중 날아드는 온갖 잡것들에서 제 눈을 잘 보호해주었습니다. 동대문을 일차집결지로 해서 안양에서 오신 yasu2000님과 상계동에서 오신 만대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7시 30분경 동대문에서 속초를 향한 첫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강원도를 향한 세 사람 모두가 강원도가 초행길이었습니다. 그나마 한달 정도 자료를 조사하고 준비를 한 제가 선두를 맡기로 하고 출발을 하긴 했는데, 첫출발부터가 조금은 삐끄덕거렸습니다. 다른 두 분은 간단하게라도 아침을 먹고 왔는데, 저만 굶고 왔던 것이죠. 그래서 청량리역에서 간단하게 김밥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는데, 이게 화근이 되었습니다. 청량리에서 김밥을 급하게 먹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데 50대 후반의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어떻게 타느냐?”고 물어보시는 겁니다. “넘어지는 것을 겁내지 말고 부지런히 앞으로 페달을 밟고, 넘어질 것 같으면 자전거를 버리고 뛰어내리라”고 말씀을 드렸으나 페달질을 뒤로 하는 분은 제 평생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것도 슬리퍼 신고... ^^;;
결국 제가 5분 정도 자전거 뒤를 잡아드렸는데, 이 바람에 급히 먹은 김밥이 체했었나 봅니다. 망우리 언덕을 넘어가는 도중에 속이 미식거리고 몸의 상태가 영 아니란 느낌이 들더군요. 결국 망우리 언덕을 다 넘기도 전에 중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물통의 물을 뒤집어 쓰고 난리를 쳤지만, 속이 영 안 좋더군요. 몇 번의 헛구역질을 하고 땅바닥에 철푸덕 나자빠져서 한 10분 정도를 쉬었습니다. 선두를 맡은 체면도 안 서는 데다, ‘첫출발부터 이래서야 강원도까지 가기라도 하겠나?’는 의문도 들더군요. 그래도 한 십분 쉬니까 상태가 좋아져서 다시 출발을 했습니다. 다행히 덕소를 지나는데 아침일찍 문을 연 약국이 있어서 속청을 사먹고 나니 속이 좀 나아지더군요. 그러는 와중에 근처를 지나는 자전거 팀이 있어 급히 따라붙어서 “어디까지 가세요?” 물어보니 “속초까지 갑니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같이 묻어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가면서 물어보니 이분들도 속초는 초행길인데다, 자전거 동호회분들이 아니라 인라인동호회분들인데 친구 자전거 빌려 타고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덕소를 벗어날 때까지는 보조를 맞추어 함께 갔습니다만, 덕소를 벗어날 때 즈음에는 후미를 맡았던 만대님이 “평속 15킬로로 달리는 바람에 도저히 보조를 맞출 수가 없더라”며 이분들을 떨구고 왔더군요. 그때까지 저희는 평속 27~28 정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 상태로 양평까지 대략 평속 27~28을 유지하면서 오르막에서는 10~20, 내리막에서는 30~50 정도를 달렸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생각보다 무더워 물도 많이 들이키고 힘도 든데 휴게소가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듣기로는 휴게소가 중간 중간 있고, 물 공급도 쉽다고 들었는데, 가도 가도 휴게소는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느 길가의 육교 아래 간이 매점에서 잠깐 쉬면서 이온음료 한 캔씩을 사서 마셨습니다. 그리고 오이도 하나씩 먹고 출발해서 가는데 한 500미터 쯤 가니까 휴게소가 나오더군요...ㅜ.ㅜ 양평에서 만난 첫 번째 휴게소였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휴식을 취하며 세수도 하고, 물통도 시원한 물로 다시 채우고, 맥주도 한 캔씩 다시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출발을 해서 홍천을 향하는데, 날은 푹푹 찌지, 간간히 오르막도 나오지... 꽤 힘들더군요. 아직 5분의 1에서 4분의 1도 다 못 왔는데, 온몸은 땀범벅이 되고, 물통은 금방 바닥이 나고... 만만치 않더군요. 기분좋은휴게소를 비롯해서 거짓말 안 보태고 두 번 걸러 한번씩은 휴게소에 들러 쉬고 물통 채우고를 반복하며 달렸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오후 1시 정도가 되어서는 무더위 때문에 더 이상의 라이딩을 포기하고 어디 시원한 휴게소에서 점심 먹고 낮잠 한숨 자고 나서기로 결정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들어간 휴게소가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주는데다 초대형 선풍기 앞에 얼음덩이까지 갖다 놓고 시원한 바람을 틀어주는데, “여기가 좋사오니 초막 셋을 짓고 속초는 가지 말자” 분위기입니다. 점심 먹고 다들 늘어져서 한숨 눈을 붙입니다. 저도 눈을 붙여보려 애를 썼지만 잠이 안와 포기하고 멀뚱멀뚱 TV만 쳐다봤습니다. 그러다가 2시 30분쯤, 더 이상 머물렀다가는 긴장이 풀어지겠다 싶어,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셋 다 다시 복장 갖추고 바깥에 나섰다가 “허걱~!”하고 다시 휴게소로 들어왔습니다. 바깥에 햇볕이 장난이 아닙니다. 시원한 곳에 있다가 밖에 나가니 숨이 탁 막힙니다. 속으로 ‘무더위가 가장 큰 적수라고 왜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단 말이야!’ 원망도 잠시했습니다. 결국, 저는 화장실 가서 세수 한번 더 하고 나오고, 만대님은 살이 익겠다며 나시 셔츠 대신에 긴팔 져지로 갈아입었습니다. (덕분에 쪄죽는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햇살 때문에 썬크림 덕지덕지 바르고 다시 출발을 했습니다. 점심 먹고 출발할 때는 숨이 턱턱 막히던 날씨도 세 시가 지나자 구름이 햇빛을 조금 가리면서 조금은 살만한 날씨로 바뀌어 주었습니다.
정말 가장 큰 적수는 무더위더군요. 어떤 분은 속초까지 약 2리터 정도의 물을 마셨다고 하는데, 우리는 거짓말 안 보태고 약 10리터 정도는 마시고 땀도 그 정도는 흘린 듯 합니다. 1.5리터 물백을 세 번 갈았고, 1리터 물병은 대여섯 번 갈았으며, 이외에도 중간 중간 이온음료 같은 것들을 계속 사서 마셨으니 말입니다.
이때에 참 도움이 되었던 것은 그나마 차가운 기운을 지켜주었던 제 싸구려 물백(기특도 하지!)과 만대님의 보온병과, 스포츠음료통에 넣어서 얼린 후 수건으로 말고 비닐로 다시 싸서 가방 안에 넣어둔 덕에 그때까지도 얼어있던(!) 시원한 물이었습니다. 좋은 것은 배워야지요... 저도 당장 물병을 보온병으로 바꾸고, 장거리 뛸 때는 가방에 얼린 물병 넣고 수건과 비닐로 싸리라, 다짐했습니다. 어쨌건 우여곡절 끝에 홍천에 겨우 도착했습니다. 지도를 보고 속도계를 보니 거의 절반 정도 왔습니다. 잘하면 오늘 안으로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갈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은 있었습니다만, 다들 컨디션이 썩 좋지가 않습니다. 야수2000님은 쫄바지를 입지 않아 엉덩이도 배기고 왼쪽 허벅지가 땡긴다고 하고, 저는 물백옆에 매단 디카 때문에 가방이 한쪽으로 쏠린 탓인지 왼쪽 옆구리가 살살 아파옵니다.
오는 동안에 길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홍천까지 국도에 갓길에 잘 갖춰져 있어서 차량으로부터의 위험도 별로 없었고, 갓길에 자잘한 돌멩이들은 많았지만 펑크가 날 만큼 위험한 장애물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홍천을 지나 인제 가는 길로 접어들자마자 상황이 변했습니다. 웬 오르막 차선이 하나 나타나서 올라가는데, 허걱! 공사중이라 갓길도 없고 차선도 1차선으로 변했습니다. 그 와중에 버스와 트럭은 쓩쓩 옆으로 다니고... 아슬하더군요. 긴장이 팍팍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오르막에 갓길도 없는 1차선 공사구간이란 첫 번째 난관을 무사히 넘었습니다. 그리고 내리막길은 신나게 다운힐을 하는데, 홍천에서 인제에 이르는 구간은 거의 이런 식으로 반복이었습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중간중간에 공사구간이 있는데, 어떤 공사구간은 갓길없는 1차선을 달려야 하고, 어떤 구간은 아직 개통하지 않은 따끈따끈한 새로운 아스팔트 위로 우리 자전거만 신나게 달리고.... 그러는 와중에 반대편 차선은 1차선이 홍천서부터 인제까지 꽉 밀려있어서, 그 반대편을 신나게 달리는 기분이 더욱 죽이더군요. 그러나 이미 6시가 지나서 날이 저물 기미마저 보이는 시점에 부평인가 어딘가에서 만난 끝도 없는 오르막 업힐은 저희를 거의 초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앞바퀴 앞만 바라보면 죽어라고 밟았지만 결국 거의 오르막에 다 올라서는 누구라 할 것없이 모두 자전거 내팽개치고 아스팔트 바닥에 뻗었습니다. 이런 업힐 하나 더 나오면 끌바를 하거나 속초행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무언중에 서로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무지막지한 오르막 업힐을 끝내고 나자 신나는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후로 인제까지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과 신나는 다운힐이 계속 반복되어, 중간 중간에 체력도 조절하고 기분까지 상쾌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에 너무 자주 쉬면서 시간들을 많이 허비해서, 이미 날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제까지 걸린 총 13시간 중에 10시간 남짓 라이이딩을 했고 나머지 3시간 정도를 쉬는 데 투자했습니다.
이제 속초나 미시령 넘는 일은 물 건너갔고, 날 어둡기 전에 인제까지 도착하는 것이 당면한 문제가 되어 있었습니다. 전조등을 종류별로 세 개나 갖추고 있고 그 중 2개는 꽤 쓸만한 전조등인 저는 문제가 없었으나 위치확인용 정도의 기능 정도로 만족해야 할 다른 전조등과, 이미 바닥을 보이는 체력이 문제였습니다. 저도 그전부터 아파오던 왼쪽 허리통증이 오르막을 오를 때면 더욱 심해져서 한손으로 허리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핸들바를 잡고 업힐을 해야 할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날은 저물었고, 가로등도 없는 국도를 전조등으로 버티며 인제를 향해 달렸습니다. 그래도 1차 목적지로 잡았던 인제가 바로 코앞이라는 사실이 젖 먹던 힘까지 낼 수 있도록 용기를 주었습니다. 결국 8시 15분경, 이미 날 저문 시간이었지만 인제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인제에 도착해서는 기념사진을 찍고 서로 축하하며 쉬고 있는데, 배터리도 거의 다된 제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큰어머님이 방금 전 돌아가셨다는 아버님의 전화였습니다. 당황스럽더군요. 죽을 고생을 해서 겨우 인제까지 왔는데, 속초행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여기서 접고 서울로 돌아간다고 해도 오늘 돌아가기엔 글렀고, 내일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데... 참 갑갑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배터리가 완전히 나간 제 휴대폰 대신 야수2000님의 휴대폰을 빌려 집과 가족들에게 큰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일단 숙소와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날 저문 인제 시가지로 들어섰습니다. 다행히 만대님이 인제에서 군생활하는 하사관 후배가 있어서 불러내어 숙소와 식당 등에 대한 요긴한 정보들을 얻었습니다. 덕분에 3명이서 단돈 3만원에 모텔방(그것도 엄청 큰 방)을 얻을 수 있었고, 맛있는 생삼겹살에 인제 막걸리도 한잔씩 할 수 있었습니다. 인제 막걸리는 원래 2병을 시켰는데, 인제 막걸 리가 워낙 통큰 막걸 리가 되어서 1병은 취소하고 나머지 1병만으로도 셋이서 얼큰하게 마실 수있을 정도였습니다. 인제막걸리 한병 용량이 1.7리터이더군요. 숙소를 잡고나서는 샤워를 하고, 땀에 젖은 옷들을 빨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했습니다. 일단 저는 서울로 돌아가기로 하고, 만대님은 약간 뒤가 흔들리는 자전거를 손보고, 야수2000님도 피곤하니 내일 아침에는 좀 늦게 일어나기로 하고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던 저는 2시 30분쯤 잠에서 깨었습니다. 그리고 3시 정도까지 창밖을 바라보면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열세시간을 달려 힘들게 달려온 인제에서 한달을 준비해서 온 속초행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나 혼자서 야간 라이딩이라도 해서 속초로 출발할 것인가? 이대로 대구로 내려가야 한다면 16일 0시에 올리기로 한 OGIO 가방 공동구매건을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야간라이딩을 할까 말까 계속 망설이다가 일단 야간라이딩은 포기했습니다. 초행길인데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를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일단은 도전보다도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그래도 강원도지도와 속초지도를 꺼내놓고 혼자서 라이트 켜고 30분 정도를 더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내일 아침 일찍 혼자서 먼저 속초를 향해 출발하는 것으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다른 일행 2명은 늦잠도 자야하고 아침도 먹고 자전거도 수리해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 같이 기다렸다가 인제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나, 그 시간에 속초로 가는 것이나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길이 험하다고 해도 지금까지 달려온 경험으로 보아 넉넉잡고 네 시간이면 속초까지 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다른 두 분께는 나혼자 먼저 속초로 가야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7시 30분경 인제를 떠났습니다. 초행길을 이제는 나홀로 라이딩을 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학시절에 설악산 등반을 자주 했기 때문에 백담사까지는 길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미시령인데, 일단은 미시령옛길 도전은 포기하고 미시령터널을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로선 낭만이나 추억보다는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속초에 도착하여 서울로 복귀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시령으로 가는 계곡 계곡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아름답더군요. 눈이 시린 푸른 계곡물을 볼 때마다 풍덩 뛰어 들고 싶은 유혹과, 절경들을 만날 때마다 사진기에 담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 계속 나홀로 라이딩을 했습니다. 그래도 중간에 다시 허리가 아파오고 배도 고파서 두 번을 길가에 철푸덕 앉아 쵸코바를 먹으며 10분간 휴식을 했습니다. 길가에 앉아있으니 길로 차가 지나갈 때마다 선풍기 대신 바람을 일으켜주어 따로 부채질할 필요가 없더군요. 결국 미시령터널에 도착했습니다. 시속 45킬로 내외로 터널을 통과하는데, 가도가도 터널의 끝은 보이지를 않더군요. 가다가 뒤따라 오는 차라도 만나면 위험하지 않을까 긴장도 했는데 터널을 절반 정도 지날 때까지 내 뒤로는 차 한대로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용기를 내어 터널 중간의 차량 대피소에서 기념으로 셀카 한 방... 그러고 나니 차들이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일단 오던 차들은 보내고 라이딩을 시작하는데, 그 다음부터는 내 뒤에서 곧잘 차들이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시속 50킬로로 죽어라 밟아보지만 차들을 당할 수는 없고... 그러다 보니 터널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아, 이젠 불행끝 행복 시작이야... 저것이 천국의 입구인거야...’ 혼자 속으로 중얼거리며 터널을 나서는데, 아아! 정말 그것이 천국의 시작이더군요. 속초에 이를 때까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환상적인 다운힐... 시속 65킬로미터까지 달리다가, 그 정도로 참고 일단은 안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40~45킬로를 유지하며 속초까지 내려왔습니다. 어쨌거나 차도 거의 없는 몇 킬로미터의 구간을 40~60킬로미터로 달려 내려오는 기분은 정말 죽이더군요. 열 몇 시간 달려온 모든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고, 이 맛에 강원도를 오는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일단 미시령터널을 지나 매표소에 이르러 뒤에 남은 두 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미시령터널 무사히 통과했고, 그 이후의 다운힐은 그야말로 죽이더라...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 두 분에게서도 문자가 왔는데, 미시령 다운힐이 정말 환상적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간을 재어보니 속초까지 다다르는데 3시간이 조금 못 미친 시간이었습니다. 일단 속초에 도착한 후에는 여러 곳에 무사히 속초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았습니다. 이윽고 터미널에서 11시 동서울행 표를 끊고 짐칸에 자전거를 실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간단히 세수만 하고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서울로 돌아가 집에서 옷을 갈아입고 장례식을 위해 대구를 향하는 일, 그리고 오늘 밤 자정에 있을 OGIO 공동구매를 위해 대신 링크를 올려주실 만한 분을 찾는 일입니다. 원래 계획했던 동해안 여행이나 정선행 등의 일정은 모두 포기하고 속초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데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 그래도 큰어머님이 돌아가시는 돌발상황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목표했던 최종 목표였던 속초행을 무사히 마무리한 파란만장한 속초 도전이었습니다. 더욱이 세 사람의 자전거 중 한대라도 펑크 한번 난 일 없이, 그리고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속초 도전에 성공한 것은 참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가격은 싸지만 속초까지 저를 무사히 데려다 준 유사MTB인 뉴프레스토와, 모두 저렴하게 동대문 풍물시장이나 옥션, 또는 자출사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것들이었지만, 이번 강원도 여행에 제몫을 톡톡히 해준 물백과 가방과 장갑과 자출사티셔츠와, 고글과, 헤드밴드와 그리고 무엇보다 초행길에 동행해준 두 명의 길벗, 야수2000님과 만대님께 감사드립니다.
정리하자면, 이번 파란만장한 속초 도전을 통해 얻은 것은 (장거리 여행에 대한) 경험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요, 잃어버린 것은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입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고 생생한 경험은 '내게 맞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진짜 중요한 일이란 것을 배운 점입니다. 충분한 준비 없이 너무 오버하면 제풀에 지쳐 퍼져버리고, 너무 다운되면 목표에 도달하기가 어렵겠더군요.. 이상, 총주행 거리 230킬로미터에 이르렀던(속초까지는 210킬로미터 남짓) 강원도 속초 도전에 초보 도전한 코난이었습니다. . |
첫댓글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사람들) 카페에 니들 애기가 있길래 퍼왓어 ㅋㅋ
아! 전 자여사에 있는 건 줄 알았는데 ㅋㅋ
와~~대단들...
사진이 보이질 않네요.. 우리도 그냥 첫날 낑낑대며 인제까지 갈 껄 그랬나 ㅋ
출퇴근하는 사람도 힘들다는데 우린 좀더 연습해서 도전해야지
사진은 엑박이넹...대충 둘이 헉헉대는 모습 상상해야징..ㅎㅎㅎ 강원도는 지형 특성상 오르막이 많고 험해서 어렵지... 담엔 꼭 속초 찍구오시길~~
;;;떨굼당한내용;; ㅡ_ㅡ......a;;
비교할껄 비교해라 홍천이라도 갔다와바
^^;;; 아~ 막 놀려주고 싶은데, 여튼 나 보담 나은 사람들이니 나 이거참...ㅡㅡ^... 고생하셨삼. 담에 더 잘하면 되지머~
소리야 내가 초보거든~그래서 떨군거야 ㅋ
아... 인란도 평속 15Km는 나오겠다. 잔차로 15Km????? 홍천까지 간것만 해도 용하다~ -.ㅡ*
그래도 올때는 평균 20km로 왔답니다~ 다운힐은 평균 35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