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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거라곤 새소리가 전부인 고요한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맞이하는 아침 일출.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경이로운 합작품을 보는 듯 하다.
자바 섬(Jawa) 동쪽 1.6km 지점에 있는 섬, 발리(Bali).
많은 이들이 발리(Bally)를 여행하며 인도네시아를 여행했다고 착각한다. 약 1만7,500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의 한 조각일 뿐이지만, 발리는 인지도 면에서 워낙 독보적이다. ‘발리라는 국가가 존재하는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 막강한 존재감에 밀린 인도네시아의 다른 도시는 만년 조연 신세다. 300여 종족이 빚어내는 이색 전통문화와 천혜의 자연경관은 ‘천의 얼굴’ 인도네시아를 빛나게 하는 요소다. 발리 너머의 진짜 인도네시아에 눈을 돌릴 차례다.
욕야카르타의 밤거리. 도로 중앙에 위치한 건축물은
현지어로 ‘투구 족자(Tugu Jogja)’로 불리는, 욕야카르타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기념비다.
끊임없이 희뿌연 연기를 토해내는 므라피 화산./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지역 음식이자 욕야카르타에서 쉽게 맛보는 국수 요리, 미에 고독(Mie Godog).
새롭게 문을 연 욕야카르타 국제공항은 시내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자바(Jawa)의 문화가 숨 쉬는 욕야카르타
자바는 인도네시아 경제와 금융 산업의 중심지로 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60%인 2억8,000만 명이 복닥복닥 모여 사는 섬이다. 수도 자카르타는 물밀듯 밀려드는 도로 위 자동차와 오토바이 행렬, 초고층 빌딩 숲이 메트로폴리탄임을 증명한다.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1시간을 날아가면 전혀 다른 주파수의 세상이 펼쳐진다. 고대 문화유산을 품은 채 고고히 빛나는 욕야카르타(Yogyakarta)다. 현지어로 족자카르타, 줄여서 족자라고 하는데, ‘평화의 마을’을 뜻한다. 수 세기 동안 지배 왕조에 따라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가 교차한 흔적이 잘 보존된 덕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불교 유적지로 꼽히는 보로부두르 사원(Candi Borobudur)과 자바 섬에서 가장 큰 힌두사원 프람바난(Candi Prambanan)이 대표적 볼거리다. 참고로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87%가 이슬람교를 믿는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지만 이슬람교가 국교는 아니다. 종교의 자유는 허용하되 이슬람교, 기독교, 가톨릭교, 힌두교, 불교, 유교 가운데 하나를 믿어야한다.
욕야카르타 시내를 걷다 보면 가장 먼저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는 므라피(Merapi)산이 눈에 들어온다. 환태평양 조산대 가운데서도 ‘불의 고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활화산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므라피산은 1년 내내 분화구에서 연기를 뿜어낸다. 거친 산길을 내달려 므라피 화산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지프 투어는 도파민이 샘솟는 짜릿한 체험 중 하나다. 도시에 어스름이 내리면 말리오보로 거리(Jalan Malioboro)는 활기를 더한다. 주말 저녁 야시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열대과일 잭프루트를 각종 향신료와 코코넛 밀크로졸인 구득(Gudeg)은 현지인이 좋아하고 자주 먹는 음식이다. 벌겋게 달군숯을 커피에 담가마시는 숯커피, 팥이나 치즈 같은 각종 앙금을 넣은 빵 박피아(Bakpia)도 이곳의 명물이다. 하지만 쉽사리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핑계를 대자면, ‘맛부심’을 부려도 이해될 만큼 인도네시아에는 맛있는 음식이 차고 넘친다. 고기에 각종 향신료와 허브를 발라 숯불에 구운 사테, 고슬고슬한 볶음밥에 바삭한 새우과자 크루푹을 곁들여 먹는 나시고렝, 인도네시아식 미트볼 박소, 갖은 채소와 해산물, 닭고기를 넣은 볶음국수 미고렝 등 한번 맛보면 젓가락을 멈추기 힘들다. 특히 인도네시아 전통 소스인 삼발은 특유의 매콤한 감칠맛 덕분에 어떤 음식과도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세계 최대 불교 유적지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명상 중인 스님들.
초록 숲 사이로 높다랗게 쌓아 올린 신전이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프람바난 사원.
보로부두르 사원 정상에 위치한 스투파.
소요 속 고요를 찾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보로부두르 사원과 프람바난 사원은 각각 시내 외곽에 위치해 패키지 투어나 개별적으로 기사를 대동한 렌터카로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원을 둘러볼 때 가장 큰 걸림돌은 한낮의 뙤약볕과 끝없는 인파 행렬이다.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더없이 고요하고 경이로운 풍광을 보려면, 컴컴한 새벽에 사원에 올라 장엄한 일출로 물드는 장관을 마주한 뒤 조식 뷔페까지 즐기는 일출 패키지를 추천한다. 사방이 푸른 논밭과 숲으로 뒤덮인 언덕에 자리한 보로부두르 사원은 8세기에서 9세기까지, 약 1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천 년 넘게 화산재 더미에 묻혀있다. 1970년대 8년에 걸친 대대적인 재건을 통해 오늘날의 웅장한 건축물로 재탄생했다. 돌 200만 개를 정교하게 맞물려 9층으로 쌓은 단일 석탑이자 불교 사원으로, 보로부두르 사원은 존재 자체가 거대한 만다라에 가깝다. 벽에 세공된 섬세한 부조 조각과 504개나 되는 부처 동상은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어 감탄을 자아낸다. 입장권은 사원 아래쪽 만둘러보는 그라운드(Ground) 티켓과 거대한 스투파(부처 동상이 들어있는 탑) 가자리한 정상까지 볼 수 있는 스트럭처(Structure) 티켓 두 가지다. 스트럭처 티켓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가이드와 함께 둘러보는 방식으로, 사원 보호를 위한 전용신발이 제공된다.
자바 건축의 정수라 불리는 프람바난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힌두 사원으로, 앙코르와트의 모티프가 된 건축물이다. 높이 47m의 시바 신전을 중심으로 북쪽의 브라마신전, 남쪽의 비슈누 신전이 주요 볼거리다. 그 옛날 어떻게 이토록 정교하게 돌을 깎아 쌓아 올렸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여전히 무너진 상태로 방치된 신전과 사원이 많지만,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풍경만 봐도 과거 얼마나 거대한 힌두왕국이 이곳에 자리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코모도 국립공원은 하얀 돛이 펄럭이는 피니시를 타고 둘러보는 것이 국룰이다.
플로레스섬의 라부안 바조 항구는 코모도 국립공원 일대를 탐험하려는 배들로 늘 북적인다.
코모도섬의 범접 불가 최상위 포식자, 코모도왕도마뱀
야생의 품속으로, 코모도국립공원
지상 최고의 럭셔리 리조트가 즐비한 발리와 달리 주변 섬은 장엄한 자연 자체만으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롬복, 플로레스, 코모도, 린차 등 발리 주변의 여러 섬을 한데모아 ‘누사 틍가라(Nusa Tenggara)’라고 한다. ‘틍가라’는 남동쪽을 나타내는 말이고, 누사는 섬을 뜻하므로 ‘동남쪽에 열 지어 있는 섬들’이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누사 틍가라 동부에 아름다운 섬이 많은데, 대표적인 곳이 코모도섬이다.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공룡 후예, 코모도왕도마뱀의 유일한 서식처다. 코모도섬을 필두로 린차, 파다르를 비롯한 작은 섬 26개는 코모도 국립공원(Komodo National Park)으로 지정돼 보호 받는다.
마치 아프리카 초원의 사파리 투어를 즐기듯, 코모도 국립공원을 둘러보려면 항해가 필수다. 항해의 시작점이자 코모도 국립공원의 관문은 플로레스섬의 라부안 바조(Labuan Bajo)항구다. 가볍게 당일 투어를 즐길 수도 있지만,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보트에 오르는 관광객도 적지않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보름 남짓 배위에서 생활하는 리브어보드(Liveaboad) 투어는 코모도 국립공원을 탐험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배에서 먹고 자고, 틈틈이 바다에 뛰어들어 만타가오리와 헤엄치는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고, 섬에 정박해 트레킹까지 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대자연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일정이다. 리브어 보드 투어는 편의 시설을 잘 갖춘 럭셔리 보트부터 인도네시아 전통 목선 인피니시(Phinisi)까지 배상태와 일정에 따라 요금 편차가 크다. 하얀 돛이 펄럭이는 피니시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로만 만든 것으로, 먼 옛날 대항해 시대를 체험하는 듯 낭만을 선사한다.
리브어보드 투어에서 반드시 들르는 일출 명소가 파다르섬(Padar Island)이다. 이 섬에는 코모도왕도마뱀이 살지 않으며, 빛을 따라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산봉우리가 장관을 이뤄 트레킹 명소로도 사랑받는다. 동트기 전 어슴푸레한 미명에 섬의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정상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가 없는게, 간간이 숨을 몰아쉬는 정도의 가파르지 않은 언덕이다. 30분 남짓 오르고나면, 드디어섬의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한다. 서서히 해가 떠오르며 섬의 온전한 형태가 비로소 눈에 담긴다. 그저 ‘경이롭다’라는 말 외에 달리 떠오르는 표현이 없을 만큼 탁 트인 초원 지대와 깊은 골짜기, 물결처럼 들고 나는 해안선은 태초의 상태 그대로인 듯하다. 모래색에 따라 달리 보이는 화이트 비치, 블랙 비치, 핑크 비치도 인상적이다. 일상의 상념이 민들레 홀씨처럼 하늘 높이 훌훌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다. 그저 넋 놓고 바라보는 것이 전부지만, 파다르섬이 드러내는 경탄할만한 경관 앞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다.
공룡을 연상시키는 육중한 몸집과도 무지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위협적인 생김새의 코모도왕도마뱀은 코모도와 주변 섬에 5,000마리 정도 살고있다. 왕도마뱀보다는 현지인이 부르는 ‘코모도 드래건’이 어울릴 듯하다. 녀석에게 물리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섬의 최상위 포식자로, 코모도섬을 둘러볼 때는 반드시 레인저와 동행해야 한다. 레인저가 들고 있는 거라곤 Y자 모양의 긴 막대기가 전부지만, 코모도왕도마뱀의 공격성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라 믿고 의지해도 된다. 물론, 코모도왕도마뱀을 눈으로 목격하고 나면 그 잔상은 시간이 지나도 쉬 잊히지 않을 만큼 임팩트가 강하다. 코모도왕도마뱀 외에 코모도섬의 또 다른 명물은 핑크 비치다. 섬 동쪽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핑크 비치 7개 중 하나가 존재한다. 흡사 딸기 우유를 부은 듯한데 붉은 산호 조각과 조개의 잔여물이 한데 섞여 환상적인 분홍빛을 뽐낸다. 보석처럼 맑은 물에서 스노클링과 다이빙을 즐기기에도 더없이 완벽한 장소다.
욕야카르타를 통해 인도네시아 문화와 역사의 다양성을 배우고, 코모도 국립공원을 항해하며 장엄한 대자연의 숨결을 경험하다 보면 비로소 깨닫는다. 발리의 명성 뒤에 가려진 인도네시아는 알면 알수록 출구 없는 매력으로 가득한 다채로운 여행지임을...
환상적인 핑크빛 비치와 수정처럼 맑은 바다가 그려내는 비현실적인 풍광.
코모도 국립공원의 여러 섬 가운데 하나인 타카 마카사르(Taka Makassar)는
신비로운 자태의 초승달 백사장이 반기는 스노클링 명소다.
태초의 자연을 마주하는 듯한 파다르섬의 장관은 30분 남짓
언덕을 오르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다.
✺인도네시아(Indonesia: 인도네시아 공화국, Republic of Indonesia, Rupublik Indonesia)은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걸쳐 있는 섬나라이다. 수마트라 섬에서 뉴기니 섬까지 펼쳐져 있다. 수도는 자카르타(Jakarta)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면적은 1,910,931㎢,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279,798,049명, 2024년 추계)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주민 대부분은 오스트로네시아 언어를 쓰는 말레이인이며, 이슬람교를 신봉한다. 농업과 광업에 바탕을 둔 개발도상국으로서 혼합경제체제를 갖추고 있다. 국민총생산(GNP)가 인구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1인당 GNP는 낮은 편이다. 1/4을 차지하는 농업 부문에 총 노동력의 절반가량이 종사한다.
인도네시아의 국기는 빨간색과 하얀색 가로 줄무늬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도네시아어로는 "당당한 빨간색과 하얀색"이라는 뜻의 상 사카 메라 푸티(인도네시아어: Sang Saka Merah Putih)라고 부른다. 빨간색은 용기를, 하얀색은 순결을 의미한다. 인도네시아의 국기의 원형은 13세기 마자파힛 왕조의 기이다. 폴란드의 국기와는 색 배치가 반대이며 싱가포르의 국기와 거의 비슷하다. 또한 모나코의 국기와는 비율을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형태이다.
인도네시아의 국장(문장)은 일명 '가루다 판차실라(인도네시아어: Garuda Pancasila)'라고 하며, 각각 17개의 날갯깃으로 구성된 양측 날개와 총 8개의 꼬리날갯깃을 가진 금색 가루다가 그려져 있는데 국장 가운데에는 인도네시아의 건국 5원칙인 판차실라를 상징하는 5개의 문양이 그려진 방패가 함께 그려져 있다. 8개의 꼬리날갯깃과 17개의 날갯깃은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인 8월 17일을 상징하며, 별은 신에 대한 믿음을, 연결된 사슬은 인간의 이상을, 반얀나무는 민족단결을, 물소는 인도네시아식 민주주의를, 곡식은 사회정의를 상징한다고 한다. 또한 가루다가 발톱에 붙잡고 있는 두루마리에 쓰여진 글귀 Bhinneka Tunggal Ika는 고대 자바어로 '다양성 속의 통일'을 의미하며, 인도네시아의 국가 표어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글과 사진: 《KB 국민은행 GOLD &WISE, 2024년 10월호, 글: 이은혜(자유기고가》, 《Daum, Naver 지식백과》|사진과 영상: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