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부푼 기대를 안고 발을 내디딘 집짓기는 첫 단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시공업체가 분양한 땅을 어렵게 구입해 설계까지 의뢰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물에 어쩔 수 없이 되팔아야했고, 다시 땅을 찾아 경기도 일대를 다 돌아다녀 봤지만, 이젠 이렇다 할 대지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2년 동안의 고생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절체절명의 순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보러 간 땅이 위기 속 구원투수로 나타났다.
“땅에도 그 땅에 딱 맞는 주인이 있나 봐요. 마을 끝자락, 예쁘게 생긴 땅도 아니고 도로도 인접해 있어 다른 사람들은 꺼렸다는 그 땅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오히려 잘만 설계하면 경치도 좋고 재미있는 집이 나오겠다 싶었죠.”
우여곡절 끝에 땅을 계약하고, 홀로 계신 장모님의 도움을 받아 함께 살 수 있는 주택을 짓기로 했다. 화려하고 보여주기 식의 집보다 집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가족의 취향과 성격에 맞는 집, 그리고 그런 집을 잘 만들어줄 건축가를 찾았다.
설계를 맡은 이는 유타건축 김창균 소장. 그는 “대지는 북측으로 왕복 4차로의 운중로와 마주하고 있고, 남서쪽과 동쪽의 인접 대지를 제외하면 대지로 출입이 가능한 폭은 4m 남짓이 전부였다”며, “주차장을 진입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어머님을 위한 햇빛이 잘 드는 아늑한 남측 마당이 계획되었고, 하나의 현관문을 통해 각 세대를 분리했다”고 집에 관해 설명했다.
대지의 형태와 주택의 규모를 고려하여 남측 채광이 좋은 1층은 대부분 계단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공간으로 할애했고, 창완 씨 가족은 1층의 일부(주방, 식당)와 2층을 사용하도록 하였다. 특히 거실은 일반 주택과 달리 2층으로 배치해 넓은 공간과 북측 산책로의 전경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모든 실은 2개의 출입구를 두어 각각의 방들이 연결된 동선으로 이루어진다. 아이방 중앙에는 접이문을 제작해 추후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독립적인 공간을 각각 가질 수 있도록 가변형으로 계획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거실을 중심으로 부부침실과 아이방을 분리 배치하여 침실, 서재, 데크로 이어지는 부부만의 공간을 계획해주었고, 2층 안방 앞 서재는 벽과 천장을 모두 붉은 낙엽송으로 마감하여 따뜻하고 아늑한 남편만의 공간으로 연출했다.
INTERIOR
바닥재 : 원목마루 – 장림우드 / 타일 - 바스디포
욕실 및 주방 타일 : 바스디포
수전 등 욕실기기 :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그로헤 / 세면볼 - 빌레로이 앤 보흐(villeroy and boch) / 수전 - 한스그로헤 악소르(Hansgrohe Axor), 한스그로헤 푸라비다(Hansgrohe Puravida) 라인
주방 가구 : 희원주방 디자인
조명 : 대광조명, Here comes the sun(직구)
계단재 : 자작나무
현관문 : 제작도어
방문 : 자작나무 제작도어
붙박이장 : 희원주방 디자인
데크재 : 방킬라이
홈 IoT : 네모안
스마트 미러 : 루고
실링팬 : 하이쿠 홈(Haiku home) I series
SPACE POINT
➊ 따로 또 같이 집
이 집은 3대가 함께 모여 사는 소위 캥거루 주택이다. 가족이지만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있는 만큼 각각의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부부의 의견을 반영해 현관문은 하나로 하되, 어머니와 부부 및 아이들의 공간을 전실에서 동·서로 분리하였다. 특히 어머니의 공간은 단층으로 계획해 채광 좋은 남측에 배치하고, 별도의 주방을 두어 편의를 도모했다.
➋ 아이를 위한 놀이터
계단 등 아이의 손이 닿는 곳 어디든 책장을 두어 아이 스스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또한, 집 이곳저곳 숨어 놀 곳이 많으니 혼자서도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며 즐거워한다. 다락과 연결된 방 천장에는 그물망을 설치해 아이만의 아지트 공간을 마련해주었다. 둘째가 커 누나와 함께 노는 모습을 생각하면 벌써 흐뭇해진다는 부부다.
➌ 집에서 즐기는 극장
아파트 생활 당시에도 손수 A/V룸을 만들었듯, 다 같이 생활하는 거실 공간에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블라인드를 모두 닫으면 150인치의 스크린과 함께 영화관으로 변신한다. 영화광인 부부뿐 아니라 온 가족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➍ 자동차와 함께 밥을 먹는 주방 & 차고
자동차 엔지니어인 창완 씨가 설계 시 요구했던 장소이기도 한 차고. 1층 주방과 차고가 큰 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어, 실내에서도 식사하며 차를 바라볼 수 있고 차가 없는 동안은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는 자동차를 충전하는 데 사용한다.
➎ 취미를 전시하는 장소
타로카드, 피규어, 블루레이, 건축 모형 등 취미로 수집한 것을 매달 조금씩 바꿔가며 가족끼리 큐레이팅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아이방 위쪽으로 배치했다. 가족이 오스트리아 수도원의 비밀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점에 착안해 책장이 연속되는 거실을 계획했다.
가구의 경우, 창완 씨가 직접 가족의 생활방식에 맞춰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수납 가구의 위치와 형태를 디자인하고 현장에서 제작해 설치했다. 재주 많은 그는 직접 집을 지었던 경험담과 조명 및 인테리어 아이템 직구 방법, IoT, 태양광의 자가발전, 전기차 운영, 유럽에서 살며 느낀 건축 문화와 작품 등 예비 건축주에게 도움 될 만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http://cafe.naver.com/monsternet)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집을 지어보니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조차 힘들고, 건축주가 알려 줄 수 있는 실전 경험의 정보가 없어 막막하더라고요. 착한 건축주, 바보 같은 건축주가 아니라 당하지 않는, 자기가 짓고 싶은 집을 짓는 좋은 건축주가 될 방법을 함께 교류하고 싶었어요.”
주택에 살게 되어 너무 즐겁다는 민서는 “아빠, 집 지어줘서 고마워요!”라며 오늘도 큰소리로 외친다. 아이가 좋아하고, 그래서 가족 모두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집. 집을 짓고 얻은 행복에 하루하루가 설렘으로 넘쳐난다.
TIP | 건축주가 전해온 시공사 선정 기준
1) 건축주와 시간이 지나도 관계가 좋은 시공사
시공이 모두 끝나고도 유지가 잘되고 성능이 오래 가는 집이 좋은 집이다.
2) 인테리어 마감의 꼼꼼함이 뛰어난 시공사
겉은 멋지지만, 내부 마감이 아쉬운 시공사가 많다. 외부는 외부 사람이 보고 내부는 내부 사람이 본다. 건축주가 주로 살면서 보는 공간이 집안이므로 내부 마감은 집의 만족도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3) 다른 곳으로 외주를 주거나 여러 팀을 돌리지 않고 신뢰하는 팀 위주로 운영하는 시공사
함께 움직이는 팀이 있어야 기존에 시공한 집과 같은 퀄리티가 보장된다.
4) (목조 주택을 짓고 싶다면) 목구조 경험이 많은 시공사
자신의 집을 연습용으로 쓰지 않으려면 디자인 설계가 들어간 주택을 많이 해본 시공사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