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 앵강만에서 잡은 죽방멸치 등을 이용해 각종 지역특산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이선혜씨. 이씨는 앞으로 남해 명물빵 개발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남해=지영철 프리랜서 사진기자
[농촌 Zoom 人] 특산물 기념품 파는 이선혜 앵강마켓 대표
7년전 귀촌…카페·기념품 가게 운영 지역특산물로 소포장 패키지 만들어
죽방멸치·쌀톳 신혼여행 선물로 인기 종이포장 등 감성 넘쳐 인증사진 많아
카페선 직접 재배한 찻잎 우려 음료로 블루베리·유자 넣은 ‘명물빵’ 도전도
경남 남해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가게가 있다. 지역에서 나는 죽방멸치·다시마·미역·돌김 등을 소포장해 기념품으로 판매하는 ‘앵강마켓’이다. 7년 전 서울에서 귀촌한 이선혜씨(43)는 남해에서 나는 질 좋은 농수산물에 반해 기념품을 개발하고 판매까지 하고 있다.
남해가 동해·서해같이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인 줄로만 알았던 ‘서울 사람’ 이씨는 여행와서 눌러앉게 됐다. 그는 따뜻한 남해 기후에 푹 빠져들었다. 이씨는 이곳에서 두 아들이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2015년에 왔다.
“섬이라서 그런지 깨끗하게 보존된 자연환경이 마음에 들었어요. 남편은 주말에 농사일 배우러 다니고, 저는 카페 운영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궁리했죠.”
이씨는 펜션과 카페를 운영했다. 남해를 찾는 관광객에게 자주 들었던 질문이 있다. “남해에 왔으면 어떤 걸 사 가야 할까요? 선물 살 것 좀 추천해주세요.” 처음에 시장에서 파는 물건을 추천했지만, 관광객은 소포장이 안돼 있어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고 했다. 이때 이씨의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는 직접 남해를 대표하는 특색 있는 기념품을 만들고자 아이디어를 냈다.
이씨는 2019년 앵강마켓을 열고 본격적으로 기념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앵강’은 남해에 있는 앵강만과 앵강다숲에서 따왔다. 고즈넉한 한옥 분위기인 앵강마켓에 들어서면 기념품 판매 공간과 카페가 멋지게 배치돼 있다.
‘죽방멸치’는 이씨의 첫 고안 상품이자 대표 품목이 됐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원시적인 멸치잡이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를 말한다. 죽방렴은 남해군 지족해협 23곳에서만 하는 어업방식으로 급물살이 흐르는 곳에 그물 달린 대나무를 브이(V) 자로 막아 잡곤 한다.
“남해에서 죽방멸치를 먹어보고 인생에서 처음 제대로 된 멸치를 맛봤다고 생각했어요. 고소한 맛과 쫄깃함이 일품이거든요. 하지만 선물용으론 마땅한 게 없길래 이걸 상품화하면 낫겠다 싶었어요.”
값도 저렴하게 책정했다. 손톱만 한 크기인 세멸(120g)을 1만2000원, 검지만 한 대멸(100g)을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전통미를 살린 보자기 포장이 곁들여진 대멸(130g)은 3만9000원인데, 남해로 신혼여행 온 부부가 선물로 많이 사 간다. 이뿐 아니다. 일반 김보다 두껍고 씹을수록 김 특유 바다향이 풍부하게 나서 명품 김이라고 불리는 ‘곱창돌김(6000원)’도 별미다. 철분·나트륨·아연 등이 들어 있어 밥 지을 때 함께 넣으면 건강식이 되는 ‘쌀톳(6000원)’은 밥도둑일 정도란다. 이밖에도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종이, 나무 도시락 등 멋진 포장 덕분에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로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가격대가 5000원부터 4만원까지로 다양해 부담감이 적다. 전국 택배 배송이 가능하고, 온라인으로 재구매하는 사람도 줄을 잇고 있다.
앵강마켓 내부 카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호지차라떼’와 4가지 맛을 지닌 ‘양갱’.
카페 공간에선 이씨가 직접 재배한 찻잎을 우려낸 음료를 마시며 지역주민과 활발한 교류도 벌인다. 지역농산물이 들어간 디저트도 주문할 수 있는데 앞으론 남해 명물빵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요즘 말차라떼(7000원)·호지차라떼(7000원)가 인기 메뉴. 따뜻한 차와 잘 어울리는 한입 크기 양갱(1개 2500원)과 함께 먹으면 행복감이 밀려올 정도란다. “몸은 힘들어도 남해에서 나고 자란 질 좋은 특산물이 전국 이곳저곳에 선물로 전해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아직 남해에는 명물빵이 없어 특산물을 활용한 빵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블루베리도 좋고 남해는 유자가 유명하니까 유자빵도 만들어보려고요.”
출처 농민신문 남해=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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