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지원조례를 의결한 동해市 議會에 찬사를 보내며
전래의 경로사상을 일깨운 장한 일이다.
동해시의회 홍순만·이영희의원이 공동으로 제안해 발의한 `동해시 경로당 지원조례'가 동해시의회 158회 제2차 정례회에서 의결돼 지난 5일 공표됐다.
`동해시 경로당 지원조례'는 노인들의 자율적인 친목도모, 취미활동, 정보교환 및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건전한 노인 여가시설인 경로당 지원을 목적으로 노인복지법 제47조 규정에 의해 제정됐다.
이번에 제정된 경로당 지원조례에는 운영비, 난방연료비, 환경개선 사업비, 건강기구와 체력단련기구 설치·유지관리비 교육·여가활동 프로그램 운영비 등을 보조해 경로당 시설 운영의 활성화를 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경로당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경로당운영자문위원회를 설치, 경로당 시설 및 운영 지원에 관한 사항과 경로당 지원관련 사항을 심의하도록 했다.
강원도 동해시의 이번 경로당 지원조례가 의결된 것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현실 속에서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고 우리 전통의 노인복지 관념에 매우 충실한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일깨우는 것이라 반가운 일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경로사상을 일상에서 찾아보면 매우 흥미로운 모습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서 마을에 큰 행사가 있어서 소나 돼지등의 가축을 잡아서 잔치를 하는 때가 있는데 실로 이런 짐승을 잡는 것은 부유한 집안이거나 유력한 집안에만 가능한 일인데 암묵적으로 동물들의 내장부위는 마을의 60세 이상되는 노인들의 몫으로 남겨서 골고루 나누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귀천을 다지지 않고 고루 분배했음을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특히 내장 부위는 고답백이며 철분이 매우 많은 부위라 노인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영양식이다.
더욱 깊이 전래의 경로사상에 대해 들여다 보면 수직(壽職)이라 해서 조선시대 양인이나 천인을 막론하고 80세 이상된 노인에게 제수하던 산직(散職)이 있다.
수직은 유교적 경로사상에 입각해 실시된 제도이다. 이 제도는 고려시대의 산직체계, 즉 동정직(同正職)·첨설직(添設職)·검교직(檢校職) 등이 조선시대에 들어와 차츰 소멸되고, 대신 새로운 산직체계를 수립해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이 노인직은 세종대 이후부터 여러 차례 제수되었다. 노인직은 매년 초에 각 도 관찰사가 여러 읍의 호적에서 80세 이상된 노인을 뽑아 이미 받은 노인직의 유무를 조사한 다음 이조에 보고해 제수하게 되어 있다.
≪경국대전≫ 이전(吏典) 노인직조에 의하면 80세 이상은 양천을 막론하고 1계급을 제수하고, 원래 관계가 있는 사람은 1계급을 올리며, 당상관인 경우는 왕명에 따라 주었다.
이 노인직은 양인이나 천인에게는 면역 이외의 별다른 특전이 없었다. 그러나 양반 관료들에게는 가자(加資 : 품계를 올림)에 의한 승음(承蔭)과 예우 등에 많은 특전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시되었다.
이러한 규정은 ≪대전통편≫에 더욱 구체화되어 있다. 종친 가운데 부수(副守) 이상으로 80세가 된 자, 봉군(封君)의 부친이나 시종신(侍從臣)의 부친, 지방장관의 부친으로 70세 이상된 자 등에게는 매년 초에 가자하도록 하였다. 또, 동반·서반의 관리로서 4품관 이상의 실직에 있던 자 가운데 80세 이상된 사람도 연초에 가자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족(士族)의 부녀자는 90세 이상, 일반 서민은 100세에 가자하도록 하는 등, 노인직의 제수 시기, 신분에 따른 대상 연령, 제수하는 산계(散階) 등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더욱 깊이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시대로부터 노인복지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진 것이다.
삼국시대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교문화권에서는 경로효친사상이 매우 강조되어 왔다. 특히 공자는 「효경」에서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백행의 근본이며, 하늘과 땅에 이르는 모든 도덕적 질서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삼국시대부터 효와 경로가 강조되었는데, 예를 들면,「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유리왕(24-57)은 늙은 홀아비와 과부, 자식없는 노인들 등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노인들을 관에서 돕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즉 삼국시대 이래 역대 왕들이 경로정신의 모범을 보임으로써 백성들로 하여금 이를 보고 따르게 하고자 하였으며, 대개 임시적으로 노인을 위한 양로연 등의 은사(恩賜)를 베푼 정도였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의 노인복지에 대한 제도적 개입은 매우 빈약하였으며, 국왕의 노인보호에 대한 책임의식(人心惠政)의 정도에 따라서 당대의 노인문제 해결의 정도가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려시대
불교의 자비사상은 노인구제 등 노인보호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고려시대에 들어와서 노인복지에 대한 다양한 사업이 시행되었다. 특히 이때는 불교 승려들이 시료, 행려자보호사업 등 사회복지사업의 일익을 담당하였다. 「고려사」에 의하면 성종 9년(989)부터 노인구호대책은 상당히 구체적이면서 광범위하게 실시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특히 태조 11년(928)에는 후기 고령자에게 노인봉사자인 시정(侍丁)을 두어 양로하게 하였는데, 이는 오늘날의 가정봉사원서비스의 원초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종 2년(1010)에는 환과고독(네 종류의 궁핍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으로 ① 늙고 아내가 없는 홀아비인 鰥, ② 늙고 남편이 없는 홀어미인 寡, ③ 어리고 부모가 없는 고아인 孤, ④ 늙고 자식이 없는 노인인 獨)에게 의복과 식량을 주었다. 그리고 노인들에게는 특정관직을 주어 노후문제에 대처하게 하였고, 현종 11년(1019)에는 70세 이상의 부모가 병이 들었을 경우 관리들에게 20일 내지 200일의 휴가를 주어 양로하게 하였다. 이상과 같이 고려시대에 시행된 다양한 노인보호사업 가운데, 특히 노인관리에게 베풀어진 관직 부여, 병든 노부모를 위한 부양휴가제도, 그리고 노인봉사원제도 등은 근대적 의미의 노인복지제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
조선시대
기본적으로 유교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경로효친사상은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 노인복지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으며, 노인복지 또한 상당히 구체화되어 제도화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보다 구체적인 조선시대의 노인보호사업은 「경국대전」의 六典에 집대성되어 있는데, 이들 가운데 중요한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태종 3년(1394)에는 기노소(耆老所)를 설치하여 70세가 넘는 정2품 이상의 문관들이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었고, 또 매년 봄․가을에는 왕이 양로연(養老宴)을 베풀어 주었다. 태종 4년(1403)에는 양민원(養民院)을 설치하여 부양자가 없는 노인들을 보호했으며, 특히 세종 8년(1425)에는 오늘날의 양로원에 해당하는 제도를 만들어 양로법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영조 32년(1755)에는 기노직(耆老職)을 두어 60세 이상의 선비에게만 과거를 보게 하여 등용의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기도 하였다.
조선의 사회윤리는 유교인데, 유교는 가정과 사회 및 국가에서 이루어지는 기본적인 인간관계를 효(孝)와 경(敬) 및 충(忠)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윤리를 집약적으로 말한다면 나이도 많고 지위도 놓은 사람을 공경하는 경로사상과 친족을 사랑하는 효친사상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경로사상은 3강 5륜 중의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유교적 관념에 잘 나타나 있다. 장유유서는 말 그대로 나이 많은 사람과 나이 적은 사람 사이에는 차례가 있다는 말인데, 우리나라의 "냉수에도 아래 위가 있다"는 속담에 그 의미가 잘 표현되어 있다. 즉 사회활동에서 웃어른이 항상 우선권을 갖는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경로사상은 사회활동에서 웃어른들의 지위와 역할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각종 제도와 관행으로도 나타났다.
예컨대 조선시대에 나이 80 이상의 노인은 살인과 반역과 같은 중죄를 지어도 반드시 왕의 지시를 받아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90 이상의 노인이면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를 지어도 고문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외에 60 이상의 양인남자에게는 군역을 면제하고, 공노비의 경우도 60 이상은 공역(貢役)을 면제하였는데, 특히 노비라 할지라도 90세 이상이 되면 그의 아들들은 모두 아버지를 모시게 하기 위해 모든 역에서 면제하도록 하였다.
장수지팡이 청려장이라는 것이 있는데 청려장(靑藜杖)은 명아주라는 풀로 만든 가볍고 단단한 지팡이로서 세계 적으로 희귀한 지팡이로, 건강·장수의 상징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본초강목등 의서 에 중풍예방, 신경통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수록되어있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여든 살이 넘으면 임금님이 내린다하여 조장(朝杖)이라 하고 하사하여 예우하였다.
▲1668년 11월 이경석이 현종으로부터 궤장을 하사받는 장면을 그린 ‘지영궤장도'
강원도 동해시의 경로당에 대한 지원조례가 의결된 것은 비록 지방자치단체에서 의결된 것이지만 고래의 전통적인 경로사상이나 노인복지에 남다르게 관심을 가졌전 선조들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고 더우기 갈수록 개인주의화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에 인색한 사회에서 점차 우리가 나아갈 지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라 하겠다.
溫故知新이라 예로부터의 일에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것인데 동해市의 이번 조례통과가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적인 경로사상을 일깨우고 노인복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재고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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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해시가 속초이고 속초에 지음님이 사는데....자랑스럽겠네요.. ^^ 꼼꼼하게 챙긴 자료와 글의 구성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금은 눈이 아파 내일 한가할 때 읽어야겠네요..
동해시는 동해시고 속초시는 속초시인데요아니님....그리고 지음님이 속초 사신다니 친정가면 한번 찾아뵈어야겠어요...전 동해와 속초중간쯤인 강릉이 친정이거든요...아 그리고 붉은노을님 글 잘 봤습니다...좋은 자료는 보쌈해가는 버릇이 있어서 오늘도 어김없이 실례합니다 ^^*
아하!!...제가 묵호와 속초를 착각한 모양입니다...^^ 옛날 '묵호' 명칭이 동해시로 바뀐 것으로 아는데...^^
따뜻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