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 여자 둘, 시시껄렁한 청춘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퍼레이드>는 같은 집에 사는 다섯 명의 동거인들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화자가 바뀌어도 시간은 흐르고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래서 뒤에 나오는 화자의 글 속에서 앞에 나온 화자가 어떤 심정 변화를 보여주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아끼는 주인공이었던 사람을 다른 글에서는 그저 조연으로 다시 만다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다.
여기 나오는 다섯 명의 화자, 즉 다섯 명의 동거인들은 겉으로는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으며 친한 척 대하지만, 속으로는 서로에 대해서 '당장 내일 헤어져도 섭섭하지 않을'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야기해도 되는 것만' 이야기하며 그들은 '대외용' 나와 '진지한' 나를 적절히 구분하며 공동생활에 자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자신을 연출하며 최대한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언뜻 모두 가벼워 보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화자가 되었을 때 보여주는 진지한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 등장인물로 나올 때 그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들이 한꺼번에 무너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