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 김태우
동네 슈퍼 한편 마감 할인이 한창이다. 누군가 정해 준 삶의 기한. 각
기 다른 삶의 모양이 상자에 갇혀 있다. 우리를 보고도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 이 별수 없는 인연들이 돌아서는 순간. 우리는 오지 않을 내일
을 내일까지 상상한다. 우리가 떨어진 상자 밖 미지의 세계. 우리를 향
해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그 손에 이끌려 도착한 작은 방. 그곳이 어딘
지 목격자 하나 없는 밤. 어두운 방과 밤은 서로를 마주 보고도 말이 없
다. 오지 않을 내일이 방과 밤 사이에서 우리를 한참 쳐다본다.
ㅡ 《문장웹진》(2024,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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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집안팎 도색 작업이 끝난 뒤에 어제 하자보수 칠을 했습니다
아마 어버이날이라고 다른 곳에 작업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여러 사람이 나무어 칠했던 곳을 혼자서 꼼꼼하게 살피니 오히려 다 빨리 찾아내더군요
칠은 새로 했는데, 벽에 금이 간 곳을 메꿀 재료를 못가져왔다고 또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계모임에 나갔다가 돌아 온 아내가 지인의 부음을 듣고 왔습니다
각별한 교유는 없었지만, 수십년을 알고 지낸 사이여서 알음알음으로 조의금을 전했습니다
암 투병을 하던 중이었고, 상당히 좋아졌다더니 기어코 이승을 벗어나고 말았네요
사람마다 유통기한이 다르니 지금의 상태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삶 자체가 이럴진대 부귀영화에 무슨 유통기한이 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