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호반의 도시
세 번째는 춘천입니다. 현재는 호반의 도시, 문화도시로 유명하죠. 그런데 춘천은공무원들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렇게 된 상당히 특이한 경우입니다. 인형극을 하시는 강준혁 선생님이 춘천으로 가셨어요. 춘천에서 초빙한 것도 아니고 바른손 카드의 협찬을 받아선 간 거에요. 그리고 우연치 않게 마임을 하시는 유진규 선생님이 춘천에서 마임축제를 하셨어요. 그 과정에 있어 춘천시가 어떤 노력을 하거나 도움을 준 것이 하나도 없어요. 예술가들이 스스로 춘천으로 가서 마임축제와 인형극 축제 등을 한 거죠. 그런 축제들이 유명해지면서 문화도시로 유명해진 거죠.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릴께요. 예술가가 주도한 이런 경우가 바람직한 경우일까요? 그럴까요?
그들만의 리그?
그냥 생각해보면 예술가들이 관의 어떤 도움을 하나도 안 받고 스스로 무언가 일구어낸 것이 상당히 멋져 보여요. 아름답지요. 그런데 제가 초반에 말씀 드린 것처럼 21세기는 생활예술의 시대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춘천의 경우를 보면 이런 문제가 있어요. ‘그들만의 리그’가 되는 거죠. 인형극 하는 사람들끼리만 어울리고 마임하는 사람들끼리만 어울려요. 지역주민들은 그냥 멀거니 구경만 하고 있어요. 행정이 해야 될 부분이 빠져버리면서 지역주민과 섞이는 작업들이 미흡한 거죠. 예술가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데서 그쳐버린 겁니다. 물론 예술가 분들께서 그런 노력을 안 하신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건 중점적으로 한 것이 아니란 거죠. 더 웃긴 것은 춘천시에서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자체장들 협의회에 춘천시장님께서 가시니까 다른 지자체장 분께서 그러시는 거에요. 인형극 축제가 잘 돼서 좋겠다고요. 춘천시장은 처음 듣는 소리니까 무슨 말씀이에요 이랬던 거죠. 그래서 춘천으로 돌아와서 인형극 축제가 무슨 말인지 조사를 시켰겠죠. 공무원들 파견해서 도와줄 것 없나 물어보니 인형극 축제에서는 간섭 받기 싫으니까 오지 말아달라고 그래요. 계속 그렇게 거절했어요. 그래도 춘천시 입장에서는 가만 있을 수 없으니까 계속 찾아갔죠. 그래서 합의를 본 것이 춘천시가 인형극 축제에 일체 간섭은 하지 않고 춘천시의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그래서 물의 나라, 꿈의 나라란 인형극 전용극장이 생겼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요새 또 하나 생기고 있어요. 청도입니다. 전유성씨가 코미디 극장이라고 순회극단을 하면서 조금씩 유명세를 타고 있어요. 밀양에 연극촌도 비슷한 예죠. 이운택 선생님께서 밀양에 연극촌을 국회의원의 지원을 받아서 만드셨는데요. 그런 부분에서는 조금 다르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지자체의 도움을 거의 안 받았습니다.
화천
한 사람의 힘
사천스토리의 마지막은 화천입니다. 화천 역시 위에 소개시켜드린 춘천과 비슷한 경우에요. 이외수 선생님 한 분으로부터 비롯되었죠. 그런데 이외수 선생님께서 원래는 어디서 집필활동을 주로 하셨는지 아세요? 화천이 아니라 춘천이에요. 그런데 고향은 또 경남 함양이에요. 소설가나 문인 분들께서는 이러셔요. 말년에 문학관을 지어주는 것을 굉장한 영광으로 아세요. 그래서 그 곳에 정착을 하시죠. 이외수 선생님도 말년이 되니까 고향 생각이 나셨겠죠. 수구지심이니까요. 그런데 함양에서는 그런 것에 대해 신경을 별로 안 썼어요. 또한 창작활동을 오래 했던 춘천에서도 신경을 안 쓰는 거에요. 그 때는 이미 춘천이 문화도시로 유명세를 어느 정도 얻었으니까 그다지 신경 안 썼던 것도 같아요. 그런 상황을 전해 들은 화천 군수가 버선발로 뛰어간 거죠. 저희 쪽으로 와달라고요. 그래서 문학관을 화천에 지어요. 그 뒤에 이외서 선생님께서 트위터에다 화천에 겨울이면 산천어 축제를 한다고 알린 거죠. 그 해에 130만명이 왔다고 그래요. 그 트위터 한 줄을 보고요.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일이죠.
변방의 북소리
우리나라만 있는 일은 아니에요. 지금은 예술의 도시하면 생각나는 곳이 어디에요? 뉴욕이죠. 뉴욕을 대상으로 한 영화도 여러편 나올 정도에요. 많은 예술가들이 뉴욕을 본거지로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그 전에는 독일의 베를린,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 등이었죠. 그런데 지금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에요. 전세계의 외진 곳에서 창작의 불꽃들이 점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오스틴이란 도시가 있어요. 잘 들어보신 적도 없으실 거에요. 미국 중부의 조그만 시골이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South by Southwest 란 락 페스티벌로 음악 산업에 있어서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어요. 유럽의 안트워프란 곳도 있죠. 룩이라는 패션이 유행하면서 새로운 섬유패션도시로 이미 우뚝 섰어요. 프랑스의 마르세이유 항구도 있습니다. 대규모 항구 도시를 제외하고 소규모 부두가 있던 어촌이나 부두들은 거의 다 쇠락했죠. 마르세이유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데 유럽에 힙합을 처음 소개한 도시가 마르세이유였어요. 힙합산업으로 인해 마르세이유 도시가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 찾았죠. 특이한 경우도 있어요. 멕시코에 티후아나란 도시가 있는데요. 라틴아메리카의 최북단에 위치해 있어요. 그래서 ‘멕시코의 골목’ 혹은 ‘라틴아메리카의 골목’이라고 불리고 있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까 미국으로 밀입국 하기 위해서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 들어요. 사람뿐만이 아니라 미국으로 마약 밀반출의 주요 통로 역할도 하고 있어요. 매춘의 중심지로도 유명하고요. 그런데 너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이런 어떻게 보면 시궁창 같은 도시에서 하이브리드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거에요. 그래서 새로운 문화산업도시로 부상하고 있어요.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이제는 ‘변방’과 ‘중심’의 거리가 사라지고 있어요. 21세기의 특징이죠. 교통의 발달로 인해 좋은 볼거리나 먹을거리가 있다면 다 찾아 다녀요. 정말 놀라운 일들이죠.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화천같이 단 한 소설가의 이주만으로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이에요. 단순히 예술뿐만이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 도시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도시까지 영향을 미치죠. 화천 산천어 축제가 뜨다 보니까 화천으로 가는 길목의 여러 도시들도 앞다투어 산천어 축제를 여면서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어요.
지역특성 + α
위의 사례들을 보시면서 그런 지자체의 문화적 특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누가 주도적으로 갈 것이냐, 반관반민, 관주도, 민간주도, 이런 것들은 어떤 것이 반드시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지역적 특성이 있으니까요. 지역적 특성을 잘 포착하고 그것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것과 관련해서 부천 얘기를 좀 더 드릴께요. 당시 원혜영 시장님께서는 좀 독특하게 생각하셨어요. 전부 애니메이션에만 관심을 가지니까 우리는 출판만화에 신경을 써야 되지 않겠냐는 거에요. 애니메이션이 잘 되려면 원화가 좋아야 된다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는 큰 연관은 없어요. 산업적으로 봤을 때는 거의 별개의 공정이에요. 그런데 성공한 이유가 있어요. 당시 만화가 등단이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하던 시기거든요. 그 전에는 기존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몇 년 동안 고생하다가 간신히 데뷔작품 내고 등단을 해야만 했는데 시대가 바뀌어 인터넷에 올려 인기를 얻으면 바로 등단이 되는 시대가 되니까 기존 원로 만화가들이 구축한 문하생 체제가 깨져버린 거죠. 그렇게 원로 작가들이 열패감에 사로잡혀 방황을 하던 시기에 부천에서 와주세요 하니까 어떻겠어요? 지금까지도 그런 고마움들을 이 분들께서는 잊지 못하고 계세요. 원로를 배려해 준 고마운 도시 부천이라는 거죠. 부천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만화계의 중진들, 원로들이 스스로 열과 성을 다 해서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거죠. 또한 그 개성 강하고 고집 센 예술가들 사이에서 수더분하게 갈등을 잘 조정한 지역의 어르신들도 큰 몫을 하셨고요. 또한 아마추어 인력들을 잘 활용했어요. 아마추어 인력들을 지역축제에 활용하면 지역도 좋고 아마추어 예술인들도 서로 좋은 것 아니겠어요? 당시 전국에 있는 대학교 애니메이션 학과와 학회를 다 만나고 다녔어요. 학회가 부천으로 오면 예산지원을 하되 졸업작품전을 축제에 일부로 해서 참여해달라. 또한 해외에 있는 자매학교들도 초청을 해서 같이 참석하도록 힘을 써달라. 그럼 운영비로 3억원을 지원하겠다. 지자체에서 3억원 큰 돈 아니잖아요. 그런데 아마추어 예술인들 입장에서는 그것도 꽤 큰 돈이죠. 그렇게 애니메이션 학회들을 유치하는 것으로 대학생 애니메이션 축제를 만들어냈어요. 꼭 남들이 다 하는 것을 큰 돈 들여서 할 필요가 없는 거에요.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산업적 특성, 시대의 흐름 등을 보면서 +α를 만들어내면 차별성도 생기고 지역에도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특화시킬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들이 필요합니다.
<계속>
* 본 기사는 2013년 12월 19일 늦은 7시~9시까지 희망자치연대와 사회디자인 연구소 주최로 생각공방 온빛터(마포대로 186-7)에서 열린 제 4차 희망자치정책포럼(지방자치 문화정책 어디쯤 있는가?)에서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이사님의 강연 일부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수정, 보완하는 과정 속에서 원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