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선원에서 열린 '만해·무산 선양 시낭송음악회'
영화배우 장미희도 시낭송...가수 최성수는 노래
가수 최성수가 무산선원에서 열린 시낭송회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불교 천주교 기독교가 함께 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사찰에서 불교 천주교 기독교 성직자들이 모여
떠나간 대 시인을 그리워하며 시를 낭송했다.
지난 10월 떠난 김남조시인을 추모하는 낭송회다.
스님 신부님 목사님 수녀님이 대 시인의 시를 읊었다. 배우 장미희도 낭송했다.
행사의 말미를 음악으로 장식한 가수 최성수는
김남조시인의 시에 곡을 부쳐 이 날 처음 노래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무대에 선 스님 신부 목사 수녀 대배우
모두 이런 시낭송은 처음이라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사회를 보는 신달자 시인
‘크리스마스와 함께 하는 제7회 만해 무산 선양 시낭송 음악회’다.
행사를 주관하는 재단법인 설악 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사장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설악무산스님과 만해스님의 문학과 사상을 기리고 선양하는 문학인 모임이다.
지난해 9월 1회를 시작으로 봄 가을 음악을 곁들인 시낭송회를 연다.
이사장 권영민교수를 비롯해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신달자시인, 이근배, 오세영 등
한국의 대시인 문인들이 모두 설악무산스님과 깊은 인연을 지녔다.
이 날 시낭송회 주제, 김남조시인도 그러하다.
김남조선생은 2007년 제11회 만해대상을 수상했다.
제7회 주제는 ‘통합의 마음으로 동행하는 종교의 만남’.
12월16일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두고 열려 신달자 시인은 “크리스마스 전야제”라고 했다.
낭송회는 세 종교 인사말로 문을 열었다. ‘성불하세요’ ‘참 예수님’ ‘할렐루야’.
서울대 현악 4중주 선율이 시낭송회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12월16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 까지 두 시간 동안 성북동 무산선원 미술관에서 열렸다.
기온이 곤두박질 치고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서울대 현악 4중주의 잔잔한 연주가 울리는 가운데 무산선원 미술관 안은 열기가 넘쳤다.
법당을 마주보는 미술관 처마에는 고드름이 드리웠다.
종교를 넘어 설악의 품에 안긴 문인들은 시낭송회 내내
무산스님을 그리워 하고 김남조시인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법당 옆 무산스님 부도상 옆에 누군가 눈사람을 갖다 놓았다.
무산스님과 김남조선생이 만든 ‘동행’은 두 인연이 맞닿는
신달자시인의 사회로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져 더 빛났다.
숙명여대 국문과에 입학한 신시인은
김남조교수와 사제의 연을 맺어 69년을 함께 했으며,
오랜 병수발 끝에 떠나 보낸 남편을 그리워하며 힘들어하던 때,
무산스님을 만나 남암(南庵)이라는 법호(法號)를 받았다.
이근배 시인, 신달자시인, 성북구 김영배 국회의원이 시인의 헌사를 듣고 있다.
이근배 시인이 헌시(獻詩)를 읊었다.
시는 연서(戀書)처럼 처음 만나던 때 회상과 그리움을 담았다.
“글도 사람됨도 못 미치는 저를 등단 직후부터 반세기 넘도록 손을 잡아 이끌어주셨습니다”
“잡았던 손 놓고 떠나시니 이 나라 사람들이며 모든 시인들 적막강산이옵니다”고 읊었다.
김형목신부
고진화 목사
성북동성당 김형목 주임신부가 ‘마리아 막달레나’를 낭송했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김남조 시인의 세레명이며 가톨릭 문학상 수상작이다.
김형목신부는 “천주교 신자인 시인이 신부에게 의뢰한 모양”이라며
“이 시를 낭송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성북동 성당은 종교화합의 표상 같은 곳이다.
원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는 고진하목사는
“스님께서는 목회자와 시인을 넘어 더 큰 자취를 남길 것을 권했다”는
인연을 회고하며 ‘심장이 아프다’는 시를 낭송했다.
무산선원 주지 선일스님
무산선원 주지 선일스님은 “오늘의 이 자리가 부처님의 자비 지혜,
예수님의 사랑, 무산스님의 화합 상생의 정신이 이어지는 자리이기를 바란다”며
신달자 시인으로부터 시작을 배울 당시를 회고했다.
스님은 “누구 가랑잎 아닌 사람이 없고/누구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는
/ 불붙은 서울에서/ 금방 오무려 연꽃처럼 죽어갈 지구를 붙잡고
/살면서 배운 가장 욕심 없는/ 기도를 올렸습니다//”는 ‘목숨’을 낭송했다.
이어 4명의 수녀가 연작시 ‘촛불’을 함께 낭송했다.
수녀들은 시와 관련된 생전 시인과의 인연을 회고했다.
강원도지사 교육감 국회의원 부인들이 무대에 서서 시를 낭송했다.
2부에서는 특별한 인연들이 무대에 섰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부인 원현순씨,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부인 한미숙씨,
이양수 속초 국회의원 부인 김난주씨와 강원도여성불자회 회장 한정화씨가
함께 무대에 서서 시를 읊었다.
많은 환호를 받은 배우 장미희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배우 장미희 씨였다.
신달자 선생과 인연으로 무산선원 시낭송회 무대에 섰다.
배우며 교수이기도 한 장미희씨는 시를 낭송한 뒤 시와의 인연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50년 된 집이 낡아 다시 짓고 나서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서
기둥을 시벽(詩壁)이라 짓고, 제가 사는 곳 시가
비처럼 내리는 집 시우당(詩雨堂)이라 지었습니다.”
젊은 시인들의 무대
끝으로 젊은 시인 5명이 무대에 함께 섰다.
박준 이근화 이병률 신철규 이혜미 시인들을 일러
신달자 시인은 “시단(詩壇)의 아이돌”이라며 실력을 높이 샀다.
최성수 가수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신달자 시인이 “최성수 가수는 우리 전속”이라며 농을 던졌고
최가수가 흔쾌히 수락해 관중들이 환호했다.
지난 10월10일 96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남조 시인은
1948년 서울대 국어교육과 재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 '잔상',
서울대 시보에 시 '성수'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시작으로 19권의 시집과 1천 편이 넘는 시를 쓰며
기독교적 사랑과 윤리 의식을 시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념의 기', '겨울바다' 등 뛰어난 서정성을 갖춘 작품들은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숙명여자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지내며 신달자 시인 등 문인 제자를 배출했으며
제24대 한국시인협회장, 한국가톨릭문인회장을 역임했다.
가톨릭신자이면서 무산스님과 많은 인연을 맺었다.
스님과의 인연에 따라 지난 해 9월 무산선원 개원과 함께 열렸던
제1회 시낭송회에 휠체어에 의지하는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참석했었다.
김남조시인이 직접 쓴 무산스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