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수, 박찬호 발굴한 이광필 교사

[심메마니]

세계적 투수, 박찬호 발굴한 이광필 교사

충남 공주 여자고등학교

“팔이 길고 주먹이 유난히 컸어요. 박찬호를 처음 보는 순간 ‘이 학생이야말로 대선수가 될 감이다.’ 이런 생각이 머리에 퍼뜩 스쳤습니다. 그래서 찬호의 됨됨이를 눈여겨 보고 마침내 스카우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선수의 자질도 중시하나 무엇보다도 참된 인간성을 으뜸으로 꼽는데, 박찬호는 바로 그런 인간성을 지닌 선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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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고교생 박찬호 투수

박찬호! 박찬호가 최고다!
오늘의 세계적 박찬호가 있기까지 그를 키운 교사가 누구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진흙 속에서 캐낸 진주가 아름답기는 하지만 정작 그것을 캐낸 이야말로 진주에 값할 숨은 공로자임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어렵사리 수소문한 끝에 박 찬호를 갈고 닦은 이광필 교사를 만난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박찬호에 대한 첫 인상을 물었다.
“팔이 길고 주먹이 유난히 컸지인요. 박찬호를 처음 보는 순간, ‘이 학생이야말로 대선수가 될 감이인다.’ 이런 생각이 머리에 퍼뜩 스인쳤습니다.”
한국인의 자부심을 만끽하며, 정말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다저스의 선발 투수 박찬호 선수. 그의 소식을 듣보 면서 무명의 선수를 저렇듯 대성하게 한 아메리칸 드림을 실감했다.
공주여고(교장 김근영)에서 체육을 지도하는 이광필 교사, 1972년 정안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이래 체육 교육을 위해 힘써 온 지 올해로 25년째. 알게 모르게 이 교사의 체육과 지도에 대한 명성은 공주 시내에 가득하다. 중·고등학교를 모두 공주에서 나오고 공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으니, 경희대 체육과 재학 시절을 제외한다면 고향에 뿌리내리고 고향의 후배를 위해 애쓰는 터 줏대감이라 해도 결례가 아닐 듯싶다.
“대천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청년이 ‘에이 되는 일이라인곤 하나도 없는 세상에 박찬호 때문에 살 맛이 나는 군. 13승이라니, 정말 멋져.’ 하는 소리를 듣고 정말 가슴 뿌듯했습니다. 혼자만이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버거울 정도 였지요.”
박찬호 선수의 자랑스런 모습을 본 은사로서의 소감을 묻자 이렇게 대답하는 이광필 교사. 박찬호에 대한 소감이야 현학적인 수많은 수사로도 부족하지만 이광필 교사의 수수하고도 겸손한 소감은 바로 이 선생님의 인품을 짐작하게 한다. 공주여고의 박종 인 교감은 이광필 교사를 가리켜 ‘우리 공주여고의 보배요, 자랑’이라며 지나칠 정도의 찬사를 보낸다. 수수한 외모, 그리 크 지 않는 키지만 한 마디 한 마디에 묻어 나오는 교육적 정열은 어느 교사보다 뜨거웠고, 학생을 사랑하고 선수를 아끼는 지도자 로서의 인품을 느끼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광필 교사는 경희대 체육과를 졸업, 1972년 공주 정안중학교를 시작으로 공주고, 부여고를 거쳐 현재 공주여고에 체육 교사로 재직 중이다. 육상부, 야구부를 맡아 훌륭한 선수를 배출한 바 있고, 현재는 공주여고 양궁부 선수를 국가 대표급 선수로 육성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선수의 자질도 중요하나 참된 인간됨의 바탕 위에서
본디 이광필 교사가 박찬호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공주고등학교 재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주고 야구부장을 맡으 면서 중학교 선수를 눈여겨보던 중 공주중 2학년부터 투수를 하고 있던 박찬호가 눈에 띄었다. 박찬호는 큰 키에 비해서 몸도 빠 르고, 어깨의 힘이 좋은 것은 물론 의지력도 강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광필 교사가 눈여겨본 것은 인성이 착하고 무언가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의지를 읽어낸 것이었다. 그래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박찬호를 공주고에 스카우트할 수 있었다.
“찬호가 1학년 때 팔꿈치를 다쳤인어요. 고민이 많았습니다. 의사는 수술을 하지 않으면 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고 하더 군요. 하지만 수술을 하면 투수로서 생명은 끝납니다. 아주 난감했습니다. 박찬호 부모도 수술을 하겠다고 의사에게 동 의한 상태였으니까요. 전 고민 끝에 수술을 반대했습니다. 정신력으로 버티게 하고, 물리 치료와 한방 치료를 받게 할 것 을 찬호 부모님께 설득했지요. 아주 위험한 판단이긴 했지만, 많은 인내와 노력 끝에 그 결과는 좋았고, 결국 박찬호는 투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지요.”
‘그 때 수술을 했더라면’ 하는 가정에서 ‘박찬호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어쩌 면 오늘의 박찬호는 탄생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뜻에서 이광필 교사의 공로는 인정받아도 좋을 일이다. 아무튼 박찬 호의 활약으로 공주고는 청룡기 45회 전국 대회에서 아깝지만 준우승할 수 있었고, 71회 전국체전과 청룡기 46회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이광필 교사는 박찬호의 인간 됨됨이에 대한 설명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성적도 신문 보도에 많이 나온 것처럼 훌륭한 선수임에 틀림이 없는 셈이다. 메이저 리그에서 경기를 시작하기 전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매료된 미국 사람들의 평 가를 곁들이면서, 이광필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박찬호가 올 봄에 그의 부모님과 함께 공주여고를 방문해서 저를 보더니 마루바닥에 넙죽 엎드려 절을 하더군요. 그 러면서 ‘미국에서 어렵고 힘들었을 때는 선생님께서 평소 지도했던 가르침이 떠올라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고 하더 군요. 그 때에도 저는 찬호에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다. 정말 우수한 선수가 되려면, 먼저 성숙된 인간이 되라.’고 재삼 당부했습니다.”
우수한 선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참된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하는 이광필 교사. 그는 단순한 야구 선수 조련사가 아니라 인간을 키우는 훌륭한 스승임엔 틀림이 없었다. 눈앞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기술을 가르쳐 체육 기술자를 만드는 현실에 서 이 선생님의 지도는 인간 교육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크다. 그 결과가 인간 박찬호 투수의 오늘을 탄생시킨지도 모른다. 개성 을 인정하고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주는 데 힘써야 하며,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직관 내지 인생관을 피력 하는 이광필 교사. 그래서 운동부를 맡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도 팀워크다. 야구 선수를 한다는 선수들은 보통 학생들보다 체력 면에서 우수하다. 이것은 어는 선수단이나 마찬가지일 것은 뻔한 일. 그런데 차이가 나는 것은 팀 조직의 전체를 잘 이끌고 나가 는 인간성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이라고 이광필 교사는 지적한다.
“먼저 선수 각자의 개성을 파악해서 훈련 스케줄에 반영하고, 개인개인의 애로점을 찾아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말하기는 쉬워도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 이광필 교사는 지금까지 운동부를 지도하면서 이런 방법을 한 번도 소홀히 하지 않았 다. 덕분에 선수들이 그를 친부모처럼 따르게 되었다고 귀띔한다.
현재 공주여고에서는 양궁부를 지도하고 있는데, 4년 전에 창단했으니 햇병아리에 불과한 팀이다. 하지만 공주여고 양궁부의 성적은 그렇지 않다. ’96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시작으로 올 여름 24회 전국 중고등학교 양궁대회에서 단체 준우승을 했 고, 개인 거리별 60m 금메달을 목에 걸게 했다. 또 얼마 전 문화체육부 23회 전국양궁대회에서 단체 우승이라는 괄목할 만한 실 적을 올렸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셈이니, 이광필 선생님이 아니면 꿈꾸지도 못할 일일 성싶다. 처음부터 타고난 지도자여서일까 , 그가 가는 곳마다 선수들의 활약이 크다. 사실 이광필 교사는 학창 시절 훌륭한 야구 선수도, 양궁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이렇듯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연구하고 노력하는 그의 성품에서 당연히 비롯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광필 선생님은 선수들과 한 마디로 동고동락하는 하는 한편, 선수에 대한 정확한 신상 파악을 바탕으로 선수를 지 도합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교사를 신뢰하고 따릅니다. 또 한 번도 선수에게 큰소리를 치는 법이 없습니다. 조용조용히 타이르고 자상하게 대하더군요.”
공주여고의 김근영 교장의 귀띔이다. 학교장으로서 직원에 대한 평가이니, 좀 감해서 받아들인다 해도 이광필 교사는 참 온화 하게 친형처럼 지도하는 인격적이면서도 끈질기게 지도하는 노력가형 교사다.

공주여고에 부임, 양궁부를 창단하고 선수 지도에 여념이 없는 이 교사.

교사는 아는 만큼 가르치는 법
양궁부나 야구부를 지도하고 싶은 후배 교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이광필 교사는 ‘공부를 하라, 가르침에 최선을 다하라.’는 평범한 말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계면쩍은 듯이 웃었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추인수할 것이 없듯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제자를 올곧게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교사들은 아는 만큼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때를 놓치지 말고 공부하고 연구하라고 이릅니다.”
야구부를 지도하다가 양궁부를 지도하게 된 까닭도 그의 연구하는 자세와 사명감에서 비롯된 듯하다. 공주고등학교에서 야구 부를 지도하다가 공주여고로 부임한 이후 주위에서 여학생들이 할 수 있는 운동부를 강구해서 창단해 보라고 권유한 것이 동기라 면 동기라고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지역 사회에서 훌륭한 양궁 선수들이 중학교를 졸업 후 갈 곳이 없다는 데 이광필 교사의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사실 공주는 충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교육의 도시에 속한다. 그런데 양궁부가 있는 고등 학교가 없어서 타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험도 없고 예산도 적었지만 지금까지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양궁 부를 창단했던 것이 4년 전이었다. 어쩌면 무모하기까지 한 이런 일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창 단한 공주여고 양궁부는 일약 전국의 주목을 받는 팀이 되었고, 마침내 선수권을 따내 도지정 학교가 되었다고 한다. 또 첫 졸업 생 3명이 한국체대에 특기자 입학을 했다. 이쯤 되면 이광필 교사는 지도자라는 말에 승부사라는 낯선 별명이 붙어도 괜찮을 듯 싶다.

다복하고 모범적인 가정 꾸려
짧지 않는 25년 교직 경력의 이광필 교사,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두 가지 를 들었다. 우선 체육 교사로서 첫 발령을 받은 정안중학교에서 육상 선수를 발굴, 지도해서 소년 체전에 출전해 3,000m에 우승 을 했을 때를 주저 없이 꼽았다. 그리고 작년 논문을 써서 전국대회 일등급 푸른 기장증을 차지했을 때라고 한다. 흔히 연구 논 문을 써 본 현직 교사라면 탐을 낼 그런 상이다. 여기서 이광필 선생님은 참으로 복도 많은 교사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운동부를 위해 매진하다 보면 자연 가정에 소홀해서 사모님의 원성을 듣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광필 교사는 빙그레 웃었다. 오히려 김근영 교장이 ‘부인께서는 의당초등학교에 재직하시는데, 부인되시는 김기숙 교사야말로 진짜 교육자’라고 칭 찬했다. 열린 교육을 위해 남편보다도 학교를 위해 애쓴다는 설명에, 김근영 교장님이 이광필 교사의 상사인지 아니면 부인의 상 사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참으로 돈독한 관계라는 부러운 느낌이 들었다. 이광필 교사의 가정 생활은 다복하고 모범적이었다. 김 기숙 교사 사이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장남은 군 복무 중에 있고, 따님은 고등학생인데 우등생이라고 한다.

교육의 힘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해
평소 교직 생활에서 느끼고 있는 학교 체육에 대한 개선 방향에 대해서 물었다. 평소에 많이 생각한 듯 막힘 없이 소신을 피 력했다.
“엘리트 체육은 세계와 겨루기 위해서 필요하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 육성해야 하고, 생활 체육은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 더욱 활성화해야 합니다. 현재 학생들이 대학 문제로 절대 운동량이 부족해서 체력이 저하되는 한편 인성 미가 결여된 상태입니다. 학교에서나마 체육 수업의 시간수를 확대해서 생활 체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방과 후 생활 체육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박찬호와 같은 대선수의 활약에 너남없이 찬사를 보내지만 정작 그런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기초 체육이 부족한 현실에는 눈 하나 주지 않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자연히 이광필 교사와 같은 지도자들은 외롭기 마련이지만 애초부터 보상과 같은 기대를 갖 지 않았기에 섭섭하지 않다고 한다. 오로지 내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느냐는 사명감에 힘든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승진 가산점 0.5점 가량이 부족해서 승진에 누락될 때에는 마음이 다소간 편치 못했다는 인간적인 고뇌를 비치기도 했다.
이광필 교사가 하고 싶은 일은 지금까지 해 왔듯이 훌륭한 제자, 자랑스러운 선수를 길러내는 일이다. 박찬호는 물론 LG의 손 혁 선수가 특히 자랑스럽고, 현재 어린 선수이지만 양궁의 이혜연, 하나영과 같은 선수를 길러 낼 것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체육사에 우뚝 설 그런 선수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광필 교사의 소망이 단순한 꿈에 그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이런 선생님들이 여기저기에서 묵묵히 현장을 지킨다면 우리 교육의 앞날을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어린 생명들을 어떻게 꽃 피게 하는 줄을 아는 이광필 선생님. 서울로 향하는 차를 향해 정답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오랫동 안 머리에 남는 것은 어쩌면 무명의 교사가 빚어낸 향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이 선생님의 손에서 빚어질 제2의 박찬호를 기다려 보면서, 교육의 힘이야말로 그 어떤 힘보다 강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배웠다면 지나친 표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