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영암남녀중고동문산악회 시원한 물줄기가 있는 아차산 산행...긴고랑 물줄기 귀를 즐겁게 하다
아다지오, 라르고, 모테라토
알레그로, 아 파아체레 걸음
힐링 앤 낭만스토리 연출
30도에 육박한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린 요즘, 장맛비가 연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산계곡마다 시원한 물이 흐르고 있다. 서울 동쪽에 위치한 나지막한 아차산에도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산악회는 가슴을 뚫어주는 시원한 물줄기와 청아한 물소리가 있는 아차산 긴고랑을 찾기 위해 아차산 2번 출구 밖에서 만나 아차산 긴고랑으로 가는 둘레길을 걸었다. 긴고랑생태공원에서 긴고랑 초입 약 500m 쯤의 계곡으로 들어가 자리를 펴고 휴식을 취했다. ‘힐링 앤 낭만스토리’ 라는 제목이 멋스러워지게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산행을 마치고 아차산역 부근 김치찌개 전문음식점인 ‘고기반햄반’ 에서 음식을 즐기면서 정담을 나누며 우애를 다졌다.
이날 동문회에서 김성범 회장을 비롯해 박병인 운영위원장과 신동일 동문, 박상만 명예고문 등 회원, 그리고 군향우회에서 정광철 사무국장, 군향우산악회에서 김광자 재경 영암군향우산악회장, 김석호 총대장과 김시철 부회장, 신안숙 여성국장, 김성균 자문위원과 곽찬대 재경 도포면향우산악회장 등 향우들이 함께해 아차산둘레길을 더 아름답게 했다.
아차산에서 가장 깊고 긴 계곡인 긴고랑에서의 휴식과 여유 부림은 마치 음악용어 빠르게 느리게 그리고 셈여림을 보는 듯했다. 곡을 연주할 때 어떤 속도로 연주해야하는 지를 나타낸 침착하고 느리게 아다지오(Adagio), 폭넓고 여유롭게 라르고(Largo), 보통 빠르게 모데라토(Moderato), 빠르게 명랑하게 알레그로(Allegro), 자유롭게 아 파아체레(A Piacere)로 걸었다. 4박자 스텝으로 걸었던 아차산 산행이었다.
만약 비가 왔다면 이런 제목과 글을 남겼지 않았을까한다.
비가 오는 아차산 배경으로 그려진 오선지...재경 영암남녀중고동문산악회 4분음표 4분쉼표
굳은 빗줄기 쏟아지는 장맛 철에도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재경 영암남녀중고동문산악회가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비를 반기는 듯 빗속을 뚫으면서 산행을 지난 6일 ‘아차산’ 에서 실시했다.
‘빗소리가 부침개 붙이는 소리처럼 들린다.’ ‘순수한 자연 음악이다’ 라고 여기면서 ‘빗소리는 4분음표, 4분쉼표이다’ 라고 보면서 산우들도 빗줄기를 오선지 삼아 음표를 그려냈다. 2음표, 4음표, 8음표, 16음표로 길에 경치에 따라서 2분의 음표를 두 번, 4분의 음표를 네 번, 8분의 음표를 여덟 번 식으로 반복되게 했다.
비가와도 좀 걸을만한 길이라면 음표를 붙였고, 좀 걷기가 어려운 길이라면 쉼표를 붙였다. 아차산 우중산행에서는 주로 4분음표, 4분쉼표의 1박자로 진행했다. 간혹 8분음표, 8분쉼표의 반 박자를 했다.
악보는 안 봤지만, 단순히 4분음표로 붓 점 하나 없어 곡 전체를 끌어간다는 설정은 정말이지 나 같은 심플함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사람에게 딱 들어맞았다. 가족을 30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기분마저 들게 했다. 귀를 즐겁게 한 빗소리가 눈도 즐겁게 한 아차산 우중산행이었다.
한 마디 안에 4분음표가 4개 들어간 4분음 4박자, 댄스는 대부분 4분의 4박자로 되어있다. 자이브, 룸바, 차차차, 퀵스텝, 폭스트로트가 4분의 4박자다. 또 노래도 대부분 4분의 4박자로 곡을 쓴다. 사람은 두발로 걷고 짝수 박자로 걸을 때 편안하다. 걸을 때 별 생각을 하지 않아도 오른발, 왼발이 저절로 나가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아차산을 4분의 4박자의 발라드풍으로, 발라드 곡은 한 마디 안에 첫 박자와 세 번째 박자에 악센트를 주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박자 맞추는 요령인데, 그런 박자 맞춤을 하며 짝을 지어 걸었다.
한마디에 박수를 4번 치며 노래하며 걸었던 아차산 우중산행을 했다. 산우들은 “영안남녀중고동문산악회!” 하면 “짝! 짝! 짝! 짝!” 했다. 이렇게 글을 써보았을 텐데, But, 오선지 같은 빗줄기는 없어 그만 간밤에 오선지를 그려낸 노트는 덮어주고 틀어준 음악으로 만족했다.
만약 비가 주룩주룩 내렸더라면 그 빗줄기를 오선지로 보고 산우들은 그 빗줄기에 음표를 붙여 흥얼거렸을 것 같다. 비가 오지 않아 대신 계곡물소리에 음을 더 가해 노래는 흥겨움을 자아냈다. 나름의 산행은 신이 났다.
김성범 회장은 “비가 온다고 해서 오늘 우중산행이 될까봐, 산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까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간밤에 많은 비가 내렸을 뿐 낮에는 비가 내리지가 않아 다행이었다” 며 “여름 철 산행은 주로 계곡을 찾아 편안한 길을 걷는 산행을 실시하는 데, 우리 재경 영암남녀중고동문산악회도 편안하게 걸만한 둘레길과 시원한 물줄기가 있는 계곡을 찾아 진행됐다” 고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비가 오면 그 빗줄기를 오선지 삼아 음표를 붙여 노래를 부르면서 산행을 즐겼을 텐데. 아쉽게도 비는 안 오고 물소리만 요란했다” 며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그 자체로도 운치가 있고 낭만을 즐길 수 있어 비가 온다고 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했지만, 한편으로 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 면서 “우리가 그려낸 오선지는 항상 음표가 그러져있고 해서 언제라도 어디서든 우리 산악회의 음악은 멋스럽게 울릴 것” 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오늘 함께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늘 함께한다는 마음으로 또 만나 같이 산행일기를 써나가자” 고 아차산에서 주는 힐링한 시원한 공기와 맑은 물소리의 여운을 남겼다.
김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