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07회 등산 두륜산 고계봉(638m) 2024-7
(전라남도 해남군) 2024년 2월 3일(토요일) 비
원성연 김홍주 서정복 윤태진 한선희 외 39명
부처님의 기품과 너그러움을 배운다.
해남 땅끝에 옹골차게 솟은 두륜산 자락에는 천년고찰 대흥사가 자리 잡고 있다. 두륜산을 병풍 삼아 명당에 자리한 대흥사는 마음이 평안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불자들은 두륜산의 산세를 비로자나불(진리를 상징하는 법신불)이 누워 있는 형상이라고 말한다. 오른쪽 두륜봉은 부처의 머리이고 가련봉은 오른손, 노승봉은 왼손, 고계봉은 발이라고 표현한다. 대흥사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를 비롯한 고승 대덕 들이 많이 배출됐고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대흥사 상 주차장서 산행이 시작된다(12:35). 금방 대흥사에 가는 차도를 벗어나 계곡 옆의 물소리 길로 들어서 계곡과 벗 삼아 평지 길로 진행한다. 정겨운 물소리를 따라 걷는 오솔길이 참 좋다. 물소리 길이 끝나 차도로 올라가(12:40) 극락세계에 접어든다는 피안교를 통과한다(12:42).
이어 두륜산 대흥사라고 쓰인 현판이 걸린 두 번째 일주문을 지난다(12:45). 하 주차장에서 대흥사에 가는 차도에 있는 첫 번째 일주문엔 두륜산 대둔사라고 쓰여 있어 대흥사의 옛 이름이 대둔사임을 알려준다.
대흥사서 바라본 두륜산(왼쪽부터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이 뚜렷하다)
곧이어 자연림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 사이의 계곡에 놓인 반야교에 이른다(12:47). 반야는 만물의 참다운 실상을 깨닫는 지혜를 말한다. 바로 해탈문을 지나 절 마당서 두륜산을 바라보니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대흥사를 포근하게 품고 있다. 대웅전이 있는 왼쪽으로 나아가 계곡을 건너 대웅전에 닿아(12:50) 경건히 참배한다.
대웅전을 뒤로하고 길을 재촉한다. 왼쪽으로 대흥사의 전각을 돌아 천년숲길이라 쓰여 있는 널찍한 길에서 본격적으로 산에 올라간다. 널찍한 길로 조금 올라서니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가 나타나고(13:00) 대웅전 0.6Km, 왼쪽 길엔 북미륵암 1Km, 가련봉 2.6Km란 푯말이 반긴다.
두륜산 등산 1코스인 왼쪽 산길로 들어서 북미륵암과 오심재 방향으로 진행한다. 산길은 거친 돌길이다. 8분쯤 올라가 북미륵암 0.63Km란 푯말이 박힌 곳에 이른다(13:08). 이제 산길은 점점 가팔라지지만, 보폭을 줄여가며 거침없이 오른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우산을 쓰고 어렵게 진행한다. 사진 촬영과 수첩 메모가 불편하다.
북미륵암 0.43Km란 푯말을 지나(13:16) 가련봉 1.9Km, 북미륵암 0.3Km란 이정표가 서 있는 지점에 이른다(13:25) 가파르고 험한 산길로 해우소를 거쳐 북미륵암 삼거리에 올라선다. 왼쪽 길의 이정표엔 오심재 0.6Km, 노승봉 1.1Km, 가련봉 1.6Km라고 쓰여 있고 오른쪽 길의 이정표엔 만일재 0.8Km, 가련봉 1.1Km라고 쓰여 있다(13:32).
곧이어 왼쪽 길로 미륵불을 봉안한 북미륵암에 닿는다(13:33). 고즈넉한 북미륵암 풍경에 마음이 편히 가라앉는다. 용화전 왼쪽의 보물 301호인 3층 석탑을 둘러본다. 국보 308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은 용화전에 모셔져 있고 출입 통제라 볼 수 없어 아쉽다.
북미륵암을 뒤로하고(13:40) 완만해진 길로 산죽 길을 거쳐 오심재에 올라선다(13:50). 잠시 비가 멎어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노승봉과 고계봉을 바라본다. 깎아 세운 듯 까마득한 바위 봉우리의 위용이 대단하다. 비가 내리고 있어 선 채로 힘들게 점심을 먹는다.
식사 후 고계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정상인 가련봉을 비롯하여 노승봉과 두륜봉은 탐방했던 곳이라 올라가지 못한 고계봉을 선택한 것이다. 산길은 비좁고 잡목이 몸을 막아 성가시다. 얼마쯤 오르다가 나무에 부딪혀 머리에 상처가 나고, 악천후라 더 이상의 등산을 멈추고 뒤돌아 오심재로 돌아온다(14:20). 비는 멎을 줄 모른다.
북미륵암으로 돌아와 왼쪽 능선에 있는 동삼층석탑을 보기 위해 데크 계단을 오른다. 자연 암반 위에 건립한 이 탑은 전라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다. 용화전이 잘 내려다보이고 고계봉은 안개에 가려 일부만 조망된다. 능선 밑엔 산신각이 자리 잡고 있다.
큰 바위
북미륵암을 뒤로하고(14:45) 만일재로 가는 산길로 나아간다. 완만하게 진행하던 산길이 큰 바위도 나타나는 거친 돌길이 된다. 조심스럽게 진행하여 이정표가 서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14:59) 이 길은 두륜산 등산 2코스의 길로 처음 등산 삼거리 때 직진으로 올라오는 길이다. 고스락(정상)인 가련봉을 오르는 최단코스의 길이기도 하다. 대흥사를 향해 5분쯤 내려서니 널찍한 천년 숲길이 나온다.
이어 널찍한 길로 산에서 내려가 처음 올라왔던 삼거리에 돌아온다(15:19). 계속하여 6분을 더 내려가 대흥사로 내려선다(15:25). 다시 한번 대웅전을 비롯한 대흥사를 둘러보고 보물 1347호로 지정된 서산대사 부도를 모신 부도전을 거쳐(15:39) 주차장으로 돌아왔다(15:50).
부도전
두륜산 등산은 고승 대덕의 거룩한 뜻을 받아 부처님의 자비 실천을 다짐하는 뜻깊은 산행이다. 만물을 포용하는 산의 기운을 받아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애기애타(愛己愛他)의 정신을 길러본다. 베풀고, 봉사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올바르게 사는 것이고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