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 다시 루브르 박물관
오늘 나는 루브르 박물관에 다시 왔어.
며칠 전에 한번 와보긴 했지만 제대로 꼼꼼히 보지 못한 것 같아서, 볼 곳을 정해놓고(특히 그림들이 많이 걸려있는 곳 중심으로) 그곳만 천천히 보고 있는 중이지.
나는 다비드와 고야의 그림이 있는 곳에 다시 와서 꼼꼼히 보고 있는데, 역시 이곳의 압권은 다비드의 그림인 것 같아. 다른 그림들보다 나폴레옹 대관식 그림이 장난아님. 그리고 옆으로 의자에 기대앉은 여자 그림이 멋져. 위층에는 완성이 안 된 인물화 두 점이 있는데, 다비드의 그림 그려가는 과정을 알 수 있어. 다비드는 야심만만하고 정확한 모범생 출신이었을 것 같아.
반면 고야는 약간 신경증적인 사람이었던 것 같아. 같은 인물을 그려도, 정확해 보이는 다비드와는 달리 어찌나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지게 그렸던지..
내가 옛날에 태어났다면 다비드 스러운 화가가 되었겠지만, 고야 스러운 작가를 동경하거나 아님 연애를 걸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은 나는 빠니니(샌드위치 비슷한거) 하나 사서 생식이랑 먹으려고 노트르담 성당 옆 작은 공원에 앉아있다. 여기 비둘기들의 대범함이란 서울 비둘기 못지 않아. 아주 이것들이 맴을 돌며 호시탐탐 나의 빠니니를 노리고 있네 그려..
이제 빠리의 왠만한 박물관과 미술관은 다 돌아다녀서 복습삼아 다시 돌아다니는 일밖에 안남았는데, 좀 심심하다. 같이 얘기하면서 돌아다닐만한 사람 좀 있으면 좋겠다.
루브르 박물관 티켓은 언제든 나갔다 들어갔다 할 수 있는데, 그래서 보다가 나와서 밥먹고 다시 들어가고 할 수 있어. 좋지?
오늘 루브르에는 어느 대학(?) 학생들이 모작실습을 하러 왔는지, 사방에 이젤 펼쳐놓고 그림 하나씩 골라 열심히 그리고 있다. 앵그르의 오달리스크 앞에서 그리는 여자애는 그림을 거의 똑같이 그리는데 장난이 아니구만..
2층의 프랑스 그림들에 특히 많이 있다.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가봐.
아래층은 온통 일본인, 중국인 단체 관람객들로 드글드글하다. 프랑스 아이들이 영어, 불어로 ‘영어나 불어 할줄 아니?’물어보면서 단체관람객들을 놀려대..나도 껴서 놀려대고 싶은 심정이다. 어찌나 와글와글 한지..
11/23 루이섬과 라데팡스
오늘 아침만 해도 비가 찌질찌질 오더니, 거짓말같이 날이 맑았다. 일요일이기도 하고 날도 맑아서인지 사람들이 공원으로 우루루 빠져나왔다. 생 뽈 역 근처 루이 섬을 걸어왔는데, 다리위에 아예 피아노 갖다놓고 아들은 치고, 아빠는 섹서폰을 불고 난리다. 여기 사람들은 노는 것 좋아하고, 어슬렁거리며 개와 함께 산책하거나 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여기 정말 살만한 동네인 듯. 나는 특히나 이곳 루이 섬과 노트르담 성당 뒤의 작은 공원을 매우 좋아해.
오전에는 라 데팡스에 갔었다. 고층빌딩들이 장난이 아니더만. 근데 건물들 모양새가 다 다르고, 스카이라인도 아기자기 한데다 공원들 하나하나 매우 재미있게 설계가 되어있어서 그곳도 매우 흥미롭던데.. 강남역 등지와는 차원이 다른 듯.
데팡스는 강남역같다고 들어서 별로 기대안하고 갔었는데 강남역보다 훨씬 이쁘고 재미있더군. 거기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하지만 파리에서 걸어 다니면서 작은 가게들 보고, 산책하며, 아기자기 하기엔 루이섬 만한 곳이 없는 듯 하다.
-------------------------------------
5구에 있는 시장구경까지 다 했는데도 유스호스텔 오픈시간까지 1시간이나 남았어. 시간을 벌려고 바스티유 광장 주면을 서성였지만, 혼자 돌아다니니 시간이 참 많구려.
나는 지금 숙소 주변의 까페에 앉아 숙소가 열기를 기다리면서 앉아있다. 먹어도 먹어도 왜이리 자꾸 배고픈지..
옆 구석탱이에 애들이 앉아서 생일파티 하는게 보여. 아이들 얼굴에 직접 가면처럼 그림 그려놓고 난리도 아니구만. 생일축하 노래는 프랑스나 한국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앞에 앉은 할아버지가 내가 신기해 보이는지 자꾸 뜷어지게 쳐다보네. 내가 이상해 보이나봐. 여기 여자애들은 나처럼 잠바 안 입고, 허리 들어간 자켓이나 코트 입어야 멋쟁이 취급한대.
컴퓨터에 디카로 찍은 사진을 올릴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USB단자가 있다고 해도 사진을 받을 수 있는 컴퓨터가 없어서 말이야. 담에 꼭 노트북을 사야지..하지만 또 노트북 사면 아무데나 놓을 수도 없고, 이래저래 간편히 여행하면서 이미지를 얻기는 힘든 일인가 봐. 스케치 하는 것 빼고..
11/25 만화책들
어제는 피곤해서 늦잠자고 빨래하고 하다가 저녁에 생 미셸 근처에 있는 책방에서 만화책들을 좀 사서 보았어. 이곳은 일반 헌책방에도 만화책이 엄청 많고, 만화책 수준이 매우 높은 것 같더라.그래서 개중 파리모습을 열심히 스케치한 신인작가의 그림인 듯한 책 한권하고, 요즘 파리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tituf라고 하는 만화를 한 권 샀지. 내심 아스테릭스(왜 그 배나온 바이킹 오벨릭스(?) 나오는 만화) 헌 책이 있으면 사고 싶었지만 발견하지 못했어. 쩝.
일본만화는 한쪽 책장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많았지만, 역시나 출판만화는 자국의 만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 출판만화의 인기가 대단해.
여기는 비디오 가게도 별로 없고, 영화관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영화관이 있는데다가, 규모도 작아서, 정말 소신껏 영화를 볼 수 있겠더라. 제 3세계 영화들도 많이 보여주고, 지나간 옛날 영화들도 선별해서 많이 보여주더라.
얼마 전에는 오아시스, 박하사탕 같은 한국영화가 개봉되어서 매우 좋은 평을 받았다더군. 생 미셸 거리는 대학(소르본느, 제 5, 6 공과대학)들이 몰려있어서 헌책방도 굉장히 많고 물가도 비교적 저렴하고 거리가 활기가 있는 듯 해.
하지만 물가 중에 사진 인화 값은 엄청 비싼 듯. 한 통 인화하는데 35유로나 든다고 해. 근데 사진 인화 질은 상당히 좋고, 색감 등은 아주 자연스럽더군. 왜 그럴까? 인화지가 다른가? 만약 여기서 사진을 공부한다면, 충무로에 맡기듯 사진을 맡기면 돈이 엄청나게 들 것 같아.
TV에서도 다큐멘터리 많이 보여주고, 쓸데없는 장식도 없고, 조명도 자연광 위주에, 배우들은 화장도 별로 안하고,, 정말 좋은 것 같아. 물론 제 3세계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다분히(물론 말은 못알아 듣지만 영상만 보아도) 동물의 세계 관찰하듯 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보다 여기가 과장이 없어서 좋은 것 같아. 가게들의 옷도, 가게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고 소신껏 골라입을 수 있는 분위기니까. 한국에서는 유행 따라 모든 가게의 쇼윈도우들이 일괄적으로 변하잖아..
나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합리성, 납득할만한 분위기 등에 감동 먹고 있다. 정말 부러운 점인 듯.. 하지만 이곳에서는 예술이 별로 할만한 게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 여기서는 동상위에 뭐 올려놓고 하는 거 거의 일상화된 분위기인데, 우리나라는 이순신 옆에 올라가기만 해도 데모되잖아.
11/26 왕 해프닝
오늘 로마로 가는 기차표 예약하러 갔는데, 28일 표가 없는 거야.
그래서 27일 표를 예약했는데, 토리노를 경유해야 하고, 사이에 기차를 갈아타야하는데 타는 역이 틀려.
그리고 밤에 도착하는데, 내가 테르미니역 근처에 숙소를 잡아놨는데, 테르미니역이 아니라 오스티엔스 역에서 내리는거 밖에 없는거 있지.
밤 10시에 도착하는데, 가자마자 헤메게 생겼어.
그리고, 오늘 짐이 무거워서 짐을 좀 나눠서 서울로 부쳤는데, 우체국에서도 왕 해프닝이었어.
맨 처음에 7킬로 정도 되는 짐을 가지고 갔더니, 배로 5킬로 미만인 짐이 13유로인데 비행기로는 65유로라고 해서 다시 짐을 두개로 나눠서 쌌다.
근데 배로는 책만 된다는 거야.
그래서 다시 짐을 싸서 그냥 비행기 이코노미로 부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어찌나 피곤한지, 줄도 다시 서고 포장 세 번하고 난리였다.
그리고나서 결국 65유로 들었다. 돈 되게 많이 들고..
기차표 예약할 때도 한사람은 파리에서 로마 가는데 밀라노 경유하는것 밖에 없는데, 파리에서는 밀라노까지만 예약이 되니까 로마까지는 이탈리아 가서 하라는 것 있지.
근데 다른 사람한테 다시 물어보니 그 사람은 여기서 이탈리아 도시 몇 군데는 바로 예약할 수 있다고 하고..사람마다 다 말 다르고 그래.
우체국에서도 사람마다 말이 달라서 내가 포장 여러 번 해야 했다니까.. 완전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야. 결국 오늘우편물에 돈은 돈대로 쓰고 예약은 간신히 하긴 했는데 헤매게 생겼고..
내일 이탈리아 가는 것 때문에 겁 집어먹고 있다.
첫댓글 루브르... 정말로 볼게 많죠! 다시 들어가서 봐야 될 만큼요 전 강행군하다가 넘 피곤해서 그 담날 엄청 늦게 일어난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저도... 기차가 없어 고생도 했엇구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