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영탁이 불러 히트친 '막걸리 한 잔'의 가사 중 일부이다. "온 동네 소문 났던 천덕꾸러기 막내 아들 장가 가던 날 앓던 이가 빠졌다며 덩실 더덩실 춤을 추던 우리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컷지요 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
코믹하면서도 막걸리 냄새가 나는 가사이다.
한때 소주에 삼겹살을 주로 먹던 시대가 있었다. 쐐주 한 병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2차로 맥주 한 잔 걸치고 객기를 부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좀 양이 지나치면 술이 취해 집까지 가기가 편치않았다. 어느 날 서대문에서 한 잔 걸치고 지하철을 탓다. 5호선 개화산역에 내려야하는데 다시 반대방향으로 타고가 혼이 났었다. 또 여름날 술이 잔뜩 취해 지하철역 나무의자에서 곤하게 잠들었다가 지갑을 서리 당하는 일도 있었다. 주량이 약한 내가 두주불사하는 동료들과 어울리다보니 겪어야만 했던 일들이었다. 남자와 술 얘기는 끝이 없을 것이다. 내가 근무했던 직장상사 한 분은 술로 리더십을 발휘하곤했다. 이른바 폭탄주 돌리기이다. 소주에다가 맥주를 타서 3배를 의무적으로 마셔야한다. 본인도 애주가라 직접 마시고 잔을 돌리니 안마실 재간이 없었다. 주로 저녁에 강제로 주연을 여니 고역이었다. 지나고보니 그 상사는 부하관리를 술상에서 했던 것이다. 이런 말이 생각난다. " 담배 끊으면 일망이요 술 끊으면 이망이고 거시기 끊으면 삼망이며 곡기 끊으면 사망(死亡)이다"
아직 일망이다. 담배는 오래전에 끊었으니. 그런데 아직 술은 진행형이다. 다만 주종이 좀 바뀌었다. 소주에서 막걸리로.
아침 테니스를 열심히 치고 동료들과 콩나물해장국집에 들러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여덟아홉 명이 번갈아가면서 식사비를 낸다. 식사와 더불어 꼭 막걸리가 곁들여진다. 첫잔에서 느끼는 싸한 그맛에 길들여져 참새가 방앗간을 보고 참지 못하듯 매일 마시고 있다. 기분이 좋으면 두세잔도 걸치게 된다. 테니스 두서너게임을 치고 땀으로 흠뻑 젖은 몸에 막걸리가 들어가면 금방 취한다. 살다보면 말못할 스트레스가 쌓여 아침 식사시간이지만 연거푸 들이킬 때가 많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끝내면 저절로 피곤이 엄습하여 잠시 잠을 청해야한다. 그래도 좋다. 은퇴한 이후 누구의 간섭도 받기싫고 낮술도 하는데 아침 반주 한잔 걸쳤기로서니 누가 뭐랄 것인가. 오늘도 빡시게 테니스 3게임을 하고 한잔 걸쳤다. 이글을 쓰고있는 오후 3시인데도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다. 앞으로도 막걸리가 내 인생길의 친구로 오랫동안 남아주길 바란다. 이망을 오래 끌어야 사망까지 이르는데 시간이 길어지니까.
여보게 친구, 막걸리 한 잔하며 점점 빨리 도망가는 이 세월이라는 놈을 잠시 쉬었다 가게 만드세나.
첫댓글 의미있는 글이 흥미롭습니다 - 일망, 이망, 삼망, 사망, 저도 아직까지는 일망 입니다. ㅎ,
주역장님, 저와 일망 동기이네요.
얼마 남지않은 직장생활, 잘 마무리하기 바랍니다.
자료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