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汝矣島)란 이름의 뜻
어떤 이가 유튜브에 나와서 여의도의 이름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여의도(汝矣島)는 ‘너 여(汝)’ 어조사 의(矣), ‘섬 도(島)’ 자로 쓰는데, 그 뜻은 ‘너의 섬’이란 뜻이라고 하였다. 그가 이런 설을 내건 것은 세간에 떠도는 전설에서 따온 것이라 생각된다.
그 전설의 내용을 보면, 여의도가 홍수에 잠길 때면 현재 국회의사당 자리에 있던 양말산이 머리를 내밀고 있어, 부근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나의 섬이다’, ‘너의 섬이다’ 하고 지칭하던 데에서, 한자말 여의도(汝矣島)로 불렀다는 것이다. 양말산은 거기서 양과 말을 길렀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또 이런 얘기도 전한다. 이 섬은 전에는 쓸모가 없어, ‘너나 가져라’ 또는 ‘너도 섬이냐’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를 따서 여의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모두 그럴 듯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것은 민간의 이야기를 끌어와 근거없이 갖다 붙인 허황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민간어원설(民間語源說 folk etymology)일 뿐이다.
여의도는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考)에 나의주(羅衣州), 잉화도(仍火島)로 나와 있다. 그리고 서울에서 15리 되는 서강(西江)의 남쪽에 있는데, 밤섬과 서로 잇대어 있으므로 강물이 많이 흐르면 둘로 나뉜다고 씌어 있다.
동국여지비고(東國輿地備考)는 조선 시대의 국가 및 서울의 지리적·제도적·인문적 사항을 기록한 지리서인데, 2권 2책의 필사본으로 조선 시대의 국가 및 서울의 지리적·제도적·인문적 사항을 기록한 책이다. 본문에 정조 때의 내용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정조 때 이후인 19세기에 편찬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면 나의주(羅衣州), 잉화도(仍火島), 여의도(汝矣島)는 지명상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먼저 잉화도를 보자. 여기서의 ‘잉(仍)’ 자는 ‘그대로 따를 잉’ 자다. 이전에 사용하던 것을 지금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잉용(仍用)’이라 한다. 그런데 이 ‘仍(잉)’ 자는 그 음과 달리 고대부터 ‘나’ 또는 ‘느’의 음을 적는 데 사용되었다. ‘새풀 잉(芿)’ 자도 그렇게 쓰였다. 이 ‘잉(仍)’ 자와 ‘잉(芿)’ 자가 ‘너’ 혹은 ‘느’를 적는 데 쓰인 것은 ‘내(乃)’ 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너/느’는 우리말 ‘너르다/넙다/넓다’ 곧 ‘광(廣)’의 뜻으로 쓰인 말을 나타내는 데 주로 쓰였다.
균여가 쓴 향가인 청전법륜가(請轉法輪歌)의 첫 구절 ‘彼仍反隱(피잉반은)’은 ‘저 너븐’ 곧 ‘저 넙은(넓은)’을 표기한 것이다.
彼(저 피) 자의 훈인 ‘저’
仍(잉) 자의 취음인 ‘너’
反(반대 반) 자의 통음차(通音借)인 ‘븐’(反 자는 ‘ㅂ’이나 ‘븐’을 표기하는데 사용)
隱(숨을 은) 자의 약음차(畧音借)인 ‘ㄴ’(‘븐’의 말음 ‘ㄴ’ 첨기)
그 외 역사서나 문헌에 실린 몇 예를 보자.
仍斤內 잉근내 (고구려 때 충북 괴산) - 는내
仍伐奴 잉벌노 (고구려 때 경기도 시흥) - 너벌로
仍忽 잉홀 (고구려 때 충복 음성) - 느름골
仍利河 잉리하 (백제 때 전남 화순) -느리개
東仍陰 동잉음 (신라 때 경북 영일의 신광) - 새느름골
이들에 보이는 ‘잉(仍)’ 자는 모두 ‘넙다〔廣〕’의 ‘너/느’를 적는 데 쓰였다.
다음으로 ‘잉화도(仍火島)’의 ‘화(火)’ 자를 보자. ‘불 화(火)’ 자의 고훈(古訓)은 ‘블’이다. 이 ‘블’은 원래 우리 문화의 원천인 ‘ᄇᆞᆰ[明]’에서 나온 것으로, 뒷날 ‘ᄇᆞᆯ, 블, 벌’로 분화되었다. 서라벌(徐羅伐), 달구벌(達句火)의 ‘벌(伐), 벌[火]’도 바로 이것이다. 이 ‘ᄇᆞᆯ’은 원래 ‘밝음[光明]’에서 출발하여 ‘국토, 들, 도읍’ 등의 뜻으로 범위가 넓혀졌고, 뜻을 나타내는 글자로는 ‘國, 原, 野’, 음차자(音借字)로는 ‘發, 夫餘, 夫里, 伐, 不, 弗’을, 훈차자(訓借字)로는 ‘火, 列’ 등으로 기사되었다.
‘잉화도(仍火島)’의 ‘화(火)’ 자도 바로 이 ‘벌(블)’을 표기한 것이다. 그리하여 ‘잉화도(仍火島)’는 ‘너벌섬’을 적은 것으로, 그 뜻은 ‘넙은 섬(넓은 섬)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나의주(羅衣州)’를 보자. 잉화도의 ‘잉(仍)’ 자가 ‘나’를 나타내는데 쓰인 것은 ‘내(乃)’ 자의 영향이라고 앞에서 지적하였다. 그 근본 여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자에 ‘너’라는 음을 가진 한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주(羅衣州)’의 ‘나(羅)’도 ‘너’ 자의 유사음으로 끌어와 적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의 ‘옷 의(衣)’ 자는 옷을 셀 때 쓰는 단위인 ‘벌’을 나타낸 글자다. 옷을 셀 때 우리는 ‘한 벌, 두 벌, 세 벌...’식으로 센다. 그러니 ‘나의(羅衣)’는 ‘나벌’이고 ‘주(州)’는 ‘섬 주’ 자이니 곧 ‘나벌섬’이 되어 ‘너벌섬’을 나타낸 것이다.
‘여의도(汝矣島)’의 ‘의(矣)’ 자는 바로 나벌섬의 ‘의(衣)’ 자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의(衣) 자를 의(矣) 자로 바꾼 것이다. 그리하여 ‘여의도(汝矣島)’는 너벌섬이 되는 것이다. 여의도는 ‘너의 섬’이라는 뜻이 아니다. 너벌섬(넙을섬) 곧 ‘넓은 섬’이라는 뜻이다.
첫댓글 여의도는 넓은 면적이라 어느 곳 을 비교 할때 여의도에 몇배 쯤 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여의도'란 이름의 뜻이 전설에서 따온 이런 저런 이야기도 있지만 허황된 이야길 뿐.
많은 사항들을 기록한 책의 본문을 공부 하신 박사님의 여의도 뜻은 결과적으로 넓은 섬이다.
여의도 이야기 공부 잘 하였습니다.
미흡한 댓글이라 늘 송구쓰렵지만 이해 하실줄로 믿어요.ㅎ
박사님 늘 즐거운 나날 되십시요.
다은 선생님 참고가 되셨다니 고맙습니다. 늘 건승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