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만큼 심각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생각과 자기의 주장만이 가장 옳다고 여기면서 들으려고 하지 않는 자만은 결국 패망으로 치닫게 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이 없으니 자꾸 선(線)을 넘는 말과 행동을 서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를 통해 유다 백성은 어리석고 지각(知覺)이 없는 이들이라고 책망합니다(21절). 눈이 멀고, 귀가 먼 백성이라고 꾸짖습니다(21절). 이렇게 지각이 없으니 선(線)을 넘어섭니다. 22절과 24절에서는 하나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는 분이심을 상기(想起)시키고 있습니다. 모래로 바다의 한계를 정하셔서 아무리 거센 파도가 요란해도 그 한계를 넘지 않도록 섭리하시고, 때에 따라 늦은 비와 이른 비를 내리셔서 모든 작물(作物)들을 자라게 하시는 하나님이신데, 유다 백성이 이러한 창조주 하나님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탄하십니다.
22절은 모래를 두어 바다의 한계를 삼으셨다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서 “한계”(限界)라는 단어는 히브리어에서 “호크”(חק)라는 단어가 사용되는데, 히브리어에서 “호크”라는 단어는 규례, 율례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즉 하나님은 율례, 율법을 통해 인간이 지켜야 할 행동규범 등을 제시하였지만, 그 선을 넘어 제멋대로 행동하는 유다 백성의 죄악을 빗댄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의 자연 만물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창조 질서 안에서 질서 있게 존재하는데, 인간은 하나님을 떠나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죄악을 저지른 것입니다. 그래서 23절에서 “그러나 너희 백성은 배반하며 반역하는 마음이 있어서 이미 배반하고 갔으며”라고 한탄하십니다. 심지어 그들은 하나님을 경외하지 말자며 거역하고(24절), 죄악을 저질러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좋은 것들을 차단해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질렀습니다(25절). 하나님께 속한 자로서 하나님 안에 살아가면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들은 자기 멋대로 살아가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스스로 차버린 것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누군가는 자기의 어리석음을 다른 이들에게 옮겨서 공동체 전체를 병들게 하고, 공동체 전체를 악에 빠지게 하는 자가 있습니다(26절). 그런 악한 자들이 번창하고 거부(巨富)가 되기도 하여 권력을 쥐고 소외된 자, 궁핍한 자들을 압제하는 죄악을 저지르며 세상에서 떵떵거리며 살아가기도 합니다(27절, 28절).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서는 “내가 이 일들에 대하여 벌하지 아니하겠으며 내 마음이 이같은 나라에 보복하지 아니하겠느냐? 여호와의 말씀이니라”(29절)라고 말씀하십니다. 온갖 죄악이 득시글거리는데, 악한 자들이 오히려 득세(得勢)하여 고개를 빳빳이 들고 행세합니다. 마치 새장에 새들이 가득하여 그 안에 갇혀 세상 밖을 보지 못하고 그 안에서 자기 세계를 구축(構築)하듯이 진짜 하나님의 말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 안의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종교인들을 지적하시고 있습니다(27절). 이러한 악한 자들은 진리의 세계를 보지 못하도록 그들만의 세상에 가두어 놓습니다. 온갖 속임수가 가득함에도 그것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여기며 자기의 잘못과 죄악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어리석음을 지적하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정말 무섭고 놀라운 일이 있다고 하시면서(30절), “선지자들은 거짓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자기 권력으로 다스리며 내 백성은 그것을 좋게 여기니 마지막에는 너희가 어찌하려느냐?”(31절)라고 한탄하십니다. 선지자나 제사장들은 종교지도자들입니다. 그들은 신앙적 모본을 보이면서, 백성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자들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권력에 취해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보다는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며, 높은 지위에서 그 권력과 부(富)를 누리는 데 취해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은 심각한 문제는 백성이 그것을 좋게 여기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이 높은 지위를 누리며 권력을 행세하는데, 백성이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르고 그것을 좋게 여기며 따르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입니다. 요즘 이단(異端)들이나, 이단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이는 목사가 이끄는 교회들을 보면서, 이단이나 잘못된 지도자를 따르는 수많은 추종자들이 있다는 것이 더 이해가 되지 않고 마음이 아플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그러한 모습을 지적하시면서, 이러한 모습을 무섭고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탄하십니다.
우리의 영적인 눈을 제대로 떠야 합니다. 우리의 영적인 귀를 제대로 열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성경)이 무엇이라고 말씀하시고 있는지, 제대로 읽고, 제대로 묵상하고, 제대로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깨닫게 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고, 공부하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