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청아공원의 자연장 설치 계획이 있는지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궁금합니다.
-> 청아공원은 2008년 9월 현재 자연장 설치계획이 없습니다.
둘째 현재 청아공원의 안치된 고인을 자연장, 수목장 등으로 이전할 경우의 절차나 방법에 대해 알려주십시요.
-> 최초 고인을 모실때 청아공원과 맺었던 계약을 해지하시고 고인의 유골을 반출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청아공원과 연관되거나 혹은 신뢰할 만하고 시설도 좋은 수목장 등을 추천해 주셨으면 합니다.
-> 현재 대한민국에는 신뢰할만한(이 답변을 드리는 제가) 자연장,수목장시설이 없습니다.
이상은 청아공원의 직원으로서 자연장과 관련된 청아공원의 공적 계획을 말씀드렸습니다.
문의하신 분께서 워낙 진지하게 접근하시고 더 궁금해 하실 듯해서 지금부터는 청아공원에 몸담고 있으면서 평소 장사시설과 관련된 일과 고민을 하는 제 [개인의견-청아공원의 공적영역과는 관련이 없고 청아공원의 공식입장도 아닙니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2007년 5월에 장사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었습니다. 개정의 주된 내용중 하나가 말씀하신 자연장입니다.
자연장이란 흔히들 관념적으로 알고계시듯 화장된 유골을 나무밑에 모시는 수목장과 잔디등의 밑으로 안치,봉안하는 평장등을 칭합니다.
제가 3번째 대답 신뢰할만한 수목장시설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까닭은 이렇습니다.
첫째, 현재까지는 공급자(시설설치,운영자)나 소비자(유족등) 모두가 자연장에 대한 철학과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점입니다.
자연장은 말그대로 자연에서 난(生) 생물이 멸(滅)함에도 자연상태로 돌아간다는 철학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몇해전 법이 개정되기 전에 불법수목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난때가 잠깐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후 수해가 났고 어떤 tv프로에 수목장의 현실이 방송되었습니다.
유족의 인터뷰중에 유골이 수해로 떠내려갔다고 울부짖는 장면이 방송되었습니다. 물론 시설에는 책임자하나없이 아무 것도 모르는 관리인만이 남아서 책임있는 답변을 따지도 못했구요. 수해가 나면 유골이 떠내려갈수도 있는 것, 나무가 죽고 산불이 나면 또 역시 유골도 해를 입을 수있는 것 그것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연장의 기본철학입니다. 고발프로의 포커스는 이런 엉터리불법수목장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불법은 맞지만 수목장은 공급자나 수요자나 그런 철학을 먼저 공유한후 설치하거나 봉안하는 것이라는 게 당시 제 시청소감이었습니다.
자연장에 대한 철학과 개념자체를 공유하지 않는데서 오는 서로간의 불화죠. 저는 언론도 이럴진대 우리사회저변에 아직까지는 자연장에 대한 기본철학을 공유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공급자측면입니다. 실제로 조성림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연야산에 가보면 쓸만한 나무가 많지 않습니다. 간벌을 하거나 식재를 따로해서 쓸만한 나무를 심어놓아야 하는데 수도권은 토지비용+조림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은 수지를 맞추려면 땅값이 헐한 강원도나 경상도 오지등을 택해야하는데 요즘 누가 고향에도 멀어서 묘를 잘 안쓰시는데 연고도 없는 그런 먼 곳까지 가겠습니까.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는 것이죠.
수도권 에지간한 곳은 평당 100만원이 넘습니다. 정말 유족들이 만족하실 만한 수목장시설을 하려면 1목당 최소 5평~10평이 필요합니다. 부지값만 500~1천만원이죠. 거기에 조림비용에다가 여러가지 비용까지 들면 소비자가 생각하는 수목장의 막연한 경제관념하고는 맞지 않는 것입니다.
세번째,수요자측면입니다. 대구인근에 가면 은해사라는 수목장을 하는 천년고찰이 있습니다. 천년고찰답게 나무하나하나가 정말 크고 잘생겼습니다. 이곳은 수목장의 개념이 대중화하기전에 생긴곳이라 수목하나당 부지면적이 진짜 장난아니게 거대합니다. 일찍이 수목장을 하신 분들은 나무밑으로 떼를 심거나 자갈을 깔아서 한기의 규모가 과장조금보태 왕릉규모입니다.
어느 유족치고 매장이든 화장이든 당신 조상의 분묘혹은 음택을 크고 좋게 안꾸며놓고 싶은 분이 있겠습니까. 저는 그걸 보고 대한민국의 수목장이 이럴지면 차라리 분묘를 써서 매장을 해두시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청아공원에 근무해서가 아니라 저는 어느분께나 납골을 하신다면 외부 납골묘말고 납골당에 모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공조시설이 갖춰져있는...
납골을 한다는 의미는 관리한다는 겁니다. 고인의 유골을.
수목장이든 외부 납골묘든 외부에 나와있으면 유골아니라 세상 어느것도 상하게 마련입니다. 여름에 땡볕,겨울에 한기 상하지 않고 견딜 재간있는 게 세상에는 없습니다. 둘간의 차이가 있다면 수목장은 그런다는 걸 알고 하는 것이고 납골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을 수도 있는 것이죠.
지방에 가면 문중별로 크고좋은 납골묘를 만들어놓은 것을 많이 봅니다. 성묘편하고 대대로 여러 기모시고 장점이 있습니다만 만들어놓은 첫해만 보기좋고 그때부터 상한다고 보시면 맞습니다. 얼마전 모그룹 선대회장께서 유언으로 화장하셨다고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가보지 못했지만 가보신 분들 말에 따르면 모셔놓은 개인 납골묘안에 훌륭한 공조시설이 들어있다는 겁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온난한.
앞으로 지방자치단체차원에서 경제적,정치적,사회적 여러가지 효과를 고려해서 수목장을 준비하는 곳이 많다고 알고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에서 그런 시설을 공직사회에 맡겨서 잘되는 꼴을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잘되고 정말 바람직한 문화가 되기를 바라지만 책임감과 소명감 그런게 잠깐 머물다갈 공직자의 위치에서 형성될 리 만무합니다.
게다가 제 이말을 듣고 욕하실 분들도 많을 것같습니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선 이윤있는 곳에 서비스있다고 생각합니다. 음택조성사업은 생각해보면 정말 최고의 서비스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공직사회는 태생적으로 그런 최고의 서비스를 전제하는 이윤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얼마전 청아공원에 모 광역시에서 시립추모관건립을 준비하는 팀이 견학을 오셨습니다. 납골당시설중 꼭 필요한 거 하나만 들라하면 모냐고 묻길래 공조시스템이라고 답했습니다. 민간업자말이 건축당시 공조를 넣는 것은 설계에 반영하면 되나 연간 관리비가 많이 든다고 공무원들이 빼라했다는 겁니다.
말이 좋은 자연장, 상상하기만 훌륭한 수목장시설 정말 깊은 철학과 고민이 있어서 만들기전에는 엄청난 부작용,이를테면 전국의 상대적으로 헐한 야산이 모두 자연장시설되는 부작용따위- 이 있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 고민하는, 정말 우리 아부지 어머니를 모실 만한 곳 그리고 장사방법등 철학과 가치가 깃든 장사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흔히 수목장이라고 부르는 자연장제도 정말 좋은 방향으로 자리잡을 수있도록 고민에 고민을 더해야 되지 싶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만 청아공원의 공식입장이 아닌 개인적으로 자연장에 대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명한 판단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공식입장외에 개인적 의견까지 첨언해 주시니 궁금증이 확 불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궁금증이 풀리셨다니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