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諷刺)”는 어떤 부정적인 상황을 말할 때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해학을 곁들여 돌려서 말하는 것입니다. 사회나 개인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모욕적인 언사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보거나 듣는 이를 웃음 짓게 만드는 유머가 담겨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보통은 패러디, 벌레스크, 과장 등을 활용하여 표현하기도 하는데 예술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입니다. 풍자시, 풍자소설, 풍자극, 풍자그림 등으로 다양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이 풍자가 직접적인 것이 되면 풍자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직접적인 풍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국회의원 회관의 풍자화 논란을 보면서 그걸 주관한 국회의원들이나 그런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나 다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 풍자화를 ‘저질 그림’이라고 말했는데 제가 보기엔 ‘그림’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우리는 코로나와 후진적 정치의 팬데믹 현상으로 미증유의 고난 세월을 보냈다.
새해를 맞으며 국민은 새 정부와 함께 모든 현상이 새롭게 바뀌고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치적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야당 지도자들은 적반하장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고 외치지만, 역설적으로 그 화살이 자신들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절대다수 의석을 이용해 시대에 뒤떨어진 불체포특권을 위한 ‘방탄국회’와 자유를 빙자한 ‘저질 전시’를 통해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모독하고 국민 정서와 문화적 수준을 추락시키는 절망적인 패륜적 정치를 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민주당 ‘처럼회’와 무소속 민형배·윤미향 등 12명의 의원이 공동 주관한 국회의원회관 전시회에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나체로 칼을 휘두르는 모습 등이 담긴 그림 등 80여 점이 내걸렸다가 철거됐다.
그나마 양식 있는 국회 사무총장 이광재 전 의원이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행사’로 판단해 불허한 결과 큰 소동은 멈춘 것이다. 그러나 해당 의원들은 “정치 풍자인데,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반발했다.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최강욱·윤미향 등 의원들은 전시 그림들이 정치 풍자 작품이라고 강변하며 표현의 자유 문제를 주장하지만, 그것은 실제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그림을 정치 풍자 작품으로 의사당과 같은 공적 공간에 전시하려면, 풍자로서는 물론 예술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어야만 한다.
18세기 영국의 소설가 헨리 필딩은 ‘풍자 작가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 의사다”라고 했다. 또, 동시대에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가 위대한 풍자 작가로 평가받는 것은 그가 ‘정치적으로 더 큰 자유뿐만 아니라, 오류로부터의 해방된 마음과 비천함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인간 정신을 품고’ 있었으며, 코미디와 함께하는 지적인 색채가 그의 작품에 지배적으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전시회를 주선한 의원들과 그림을 그린 이들이 진정한 풍자의 기능을 정확히 인지하고 사회의 병을 치유하는 의사처럼 그것을 언급할 자격을 갖췄단 말인가. 재판을 받고 있거나 가짜뉴스 등으로 거명되고 있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전시 기획한 그림들에는 아무런 예술성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 작품은 관객들을 기쁘게 하고 깨달음과 함께 마음을 순화시킨다. 그러나 이들 그림은 관객들의 마음을 불쾌하게 하고 혐오감을 갖게 한다. 그들은 이 그림을 만화라고 변명하겠지만, 전시될 가치가 있는 만화에는 풍자의 미학이 가져오는 웃음과 지적인 흐름이 지배적으로 나타나 있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바탕으로 하여 절제와 균형, 도덕적 규범과 예의를 전제로 한다. 만일 어느 조직이나 구성원들이 그들의 이기주의에 함몰돼 무절제한 폭력으로 타인의 인격과 명예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 민주주의는 후퇴하거나 파괴되고 만다.
2017년 표창원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나체 그림을 전시해 소동이 있은 이후, 정권이 바뀌자 또 시작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수준 미달의 저질 전시가 민주주의를 얼마나 후퇴시킬지 현명한 국민은 잘 알고 있다.>문화일보. 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 [포럼]野 저질 그림전은 ‘표현의 자유’의 敵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 소위 풍자화로 대통령을 비하시킨 기억이 생생한데 한동안 잠잠하던 저질 풍자가 국회의원들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어다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 그림전을 만든 면면의 국회의원들을 보니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제 혼자 생각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들이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발악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갈수록 대한민국의 국회가 욕을 먹는 이유를 그들만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저들이 '풍자'의 정확한 의미나 알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여기서 가급적 쓰레기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쓰레기 얘기를 합니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 2층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다가 철거된 그림들을, 방송인이자 유튜버 김어준씨가 가져다 자신의 카페에 전시했다.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벙커1이란 카페는 그림을 보러온 김씨 팬들로 북적였다. 외견상 50대 연령층이 많았고, 남성보단 여성이 많았다. 1시간동안 약 40명이 다녀갔다.
이곳은 벙커1이다. 김어준씨가 대표로 있는 ‘딴지그룹’에서 운영하는 매장이다.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 생방송도 여기서 진행한다. 김씨 팬들은 이곳을 ‘총수 서식지’ ‘총수 아지트’ ‘군사 기지’ 등이라 부른다.
이곳엔 당초 의원회관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작품 80여점 가운데 60여점이 내걸렸다. 국회 사무처가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행사’로 판단해 전시를 불허했던 작품들이다.
전시된 그림들은 윤 대통령이 조선 시대 임금 옷을 풀어헤치고 알몸으로 선 모습, 술병 곁에 누운 윤석열 대통령 위에 김건희 여사가 올라앉은 그림, 언론사들이 미국 9·11 테러 때처럼 폭파되는 모습,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기사를 쓴 기자들의 캐리커처, 핼러윈 참사 희생자 실명이 적힌 그림 등이다.
곤룡포를 입은 윤 대통령을 형상화한 그림에는 얼굴과 사타구니 부분에 포스트잇이 붙기도 했다. 어떤 관람객들은 이 그림 앞에서 “들춰볼까?” “눈 버려” 같은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가짜뉴스를 그림으로 만든 것도 많았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김앤장 변호사 30명과 술을 마셨다는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는, 목격자라던 사람들이 해당 시각 전혀 엉뚱한 곳에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이곳에선 ‘미술작품’으로 ‘승화’했다.
춤을 추고 있는 듯한 윤 대통령과 그 옆에서 탬버린을 들고 있는 한 장관 뒤로, ‘동백 아가씨’ ‘사랑 2’ ‘김앤장 music’ 같은 문구가 배경으로 그려졌다. ‘호텔 술집 접대부 쥴리설’도 마찬가지. 소위 ‘증인’들이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됐지만, 관람하는 시민들은 관련 그림들을 보며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대통령 부부를 무속과 엮은 그림도 많았다.>조선일보. 김명진 기자
풍자가 아니라 쓰레기가 더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쓰레기들을 빨리 치우지 않으면 사회가 점점 오염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질 그림을 가져다가 팔겠다는 발상도 놀랍지만 그런 그림을 사가는 사람들도 같은 부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