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도시 전주를 교육도시 전주로
▲ 김학
전주는 콩나물의 도시다. 콩나물이 그만큼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기 때문이다.
전주콩나물국밥은 비빔밥과 더불어 전주를 상징하는 대표적 음식이다. 콩나물국밥이 유명한 만큼 전주는 콩나물도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전주에는 한 집 건너 콩나물국밥집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콩나물국밥집이 많다.
전주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곳에 가던지 전주콩나물국밥이란 이름을 내걸고 손님을 끄는 식당들이 많다. 그 때문에 전주에서 생산되는 콩나물들이 전국 방방곡곡의 식당으로 공급되기도 한다.
콩나물을 많이 기르다 보니 콩나물 재배기술도 다른 도시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콩나물은 너무 키가 크게 커도 좋지 않다. 알맞게 자랐을 때 조리를 해야 제 맛을 낸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은 콩나물을 거꾸로 키워서 인기를 끌기도 한다.
전주에서 이름난 콩나물국밥집은 돈을 많이 벌어서 그 식당 근처의 건물과 땅을 사들여 기업형 식당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또 어떤 콩나물국밥집은 여러 개의 체인점을 열었는가 하면, 남부시장의 어떤 국밥집은 손님들이, 점심때는 오전 11시부터, 저녁때는 오후 5시부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빈자리가 생기면 들어가서 국밥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전주를 콩나물의 도시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콩나물은 참 묘한 식물이다. 콩나물시루에 콩을 넣고 물을 뿌리면 물은 그냥 모두 흘러내린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물은 콩나물시루에 머물지 않고 아래로 빠져버린다. 콩나물시루는 밑 빠진 독처럼 물 한 방울 고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콩나물은 자란다.
콩은 샤워만 하는데도 잘 자란다. 흘러내린 줄만 알았던 물이 콩을 어루만져주니 콩은 기분이 좋아서 쑥쑥 자라는지도 모른다.
콩나물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이에 무럭무럭 자라는 식물이다. 콩나물을 기르는 물은 결코 헛수고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기르는 것도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날마다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헛수고 같지만 때가 되면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 젊은 부모들은 너무 성급하게 아이들을 기르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창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놀아야 할 아이들을 영어학원, 수학학원, 미술학원, 웅변학원, 피아노학원, 태권도학원 등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몰아댄다. 그러면서 부모는 사교육비 때문에 허리가 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만 뿌려주어도 잘 자라는 콩나물처럼 우리 어린이들도 놀아가면서 자라게 할 수는 없을까?
부모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교양이라는 물을 뿌려 주고, 선생님은 학교에서 지식이라는 물을 뿌려 준다면 우리 아이들이 콩나물처럼 잘 자라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는 날, 콩나물도시 전주가 진짜 참다운 교육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이 올바른 자녀교육을 시키고자 전주로 전주로 찾아오지 않을까?
△수필가 김학씨는 198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나는 행복합니다〉 등 12권을 냈다. 전북문협회장, 전북펜클럽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