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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광주거리에 울려퍼졌던 그날의 외침에 가슴 먹먹해졌던 여름. 연일 매스컴에서 영화‘화려한 휴가’가 이슈로 떠오르던 여름이었다. 극장에 들어서자, 스크린 가득 햇 살이 유난히 푸르던 1980년 5월의 광주가 눈 앞에 펼쳐졌다. 흑백 사진 속에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던 낯익은 어머니의 모습이, 휘파람을 잘 불던 멋쟁 이 삼촌의 모습이 화면 가득 자리하고 있었다.
관능적인 여배우도 잘생긴 꽃 미남 배우도 없는 너무도 익 숙한, 그리하여 처음 봐도 어디선가 본 것 처럼 낯익은 우리네 이웃들로 가득한 영화였다. 그래서였을까? 그 시절, 광주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스러져간 이들의 이야기에, 한 여름 흘리던 땀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 것을….
그러나 이제 광주는 울지 않는다. 대신 담담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그 때 그 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행복한 웃음을 띤 채 살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들이 살았던, 그 시절 광주로 떠나보았다. 공사 1만 7000평 부지에 약 30억 원을 들여 그 시절을 재현한 세트장이 세워졌다.
또한 영화 촬영시 사용했던 시내버스나, 시민군 장갑차, 군용차량도 세트장 도로에 곳곳에 비치되어 있었다. 여기다 영화 속 민우가 몰던 포니 택시, 퇴역장교로 나왔던 박흥수(안성기 분)가 민우를 구하기위해 몰던 총탄 자국 깊이 새겨진 청소차도, 마음씨 고운 간호사 신애(이요원 분)이 총격에 쓰러진 부상자들을 치료키 위해 타고 달려 나갔던 응급차 등도 영화 속 모습 그대로 세워져 있다. 마치 도청 앞 금남로에 모여‘잘 가세요’ 를 부르던 300여 명의 민중들의 함성들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 핏빛 금남로의 모습에, 무고한 광주 시민의 희생에, 그날의 아픈 기억에 몸서리쳐졌다. 느끼며 한가로이 메타세쿼이아 길을 달리는 장면이다. 마치 후에 일어날 끔직한 일에 대한 복선마냥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 화면 가득 채워졌다.
메타세쿼이어가로수길은 담양읍에서 전북 순창으로 가는 24번 국도로 무려 8. 5 km나 이어진다. 이 길은 전국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화려한 휴가’ 뿐만 아니라 ‘가을로’ , ‘와니와 준하’ 등 수많은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마치 장난감 병정들이 질서정연하게 사열하는 듯 숲동굴을 연상케 하는 메타세쿼이어가로수길은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터널이 되기도 하지만, 특히나 가을날에는 붉은 단풍숲으로 뒤바뀌어 낭만을 즐기려는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5.18 당시 현병대 중대 내무반
영창 모습 당시사용했던 진압봉
영창
여섯 개의 넓지 않은 방이 반원형으로 배치되어 있는 영창에는 그 당시 한 방에 칠팔백 명을 수감했다니 한여름의 더위나 배고픔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겐 폭력 앞에 굴종을 강요 받으며 폭도라는 누명을 견뎌야 하는 것이 더 혹독한 괴로움이었을 터.
영창 옆에는 사진자료를 모아놓은 전시실이 있다. 횃불 시위로부터 시작되는 역사의 장면들 앞에 선 마음은 숙연하다. 흑백사진 속의 금남로에는 매운 최루탄이 뒤범벅돼 있고 피 흘리는 젊은이가 있고 오열과 분노와 침묵과 한숨이 흐른다. 우리는 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광주가 이토록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펼쳐진 푸른 공원을 보면, 도저히 아픈 역사와 연관지어지지 않지만, 그 시절의 상처를 생생히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세트장이 아닌 진짜 금남로는 현재도 민주화의 상징인 곳이다.
때문에 도청앞 광장은 일반 적인 고요하거나 엄숙한 분위기의 도청이 아니다. 생동감 넘치는 젊은이들이 요즘 유행하는 패션을 갖추고 깔깔거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지나간다. 그리고 화려한 아티스트들의 무대인 비엔나가 열리기도 한다. 그렇게 광주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으며, 예술과 역사가 어우러진 감성적인 도시로 새롭게 피어났다. ![]() 5. 18 자유공원 안에는 무궁화꽃이 많이도 피어있었다 올해 여름휴가에서 유난히 북적거리는 이들 때문에 고생한 기억밖에 남지 않았다면, 다시는 휴가를 떠나지 않겠노라 이를 바득바득 갈 것이 뻔하다. 그러나 여름은 이러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마법처럼 시작된다. 머리카락을 간지르던 바람이 잠잠해지고, 매미 소리가 가슴의 심장소리보다 더 크게 뛰고, 어디선가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도심 한복판까지 밀려와 소용돌이치는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산으로 들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기 일쑤다.
그렇게 매년 여름은 똑같이 반복되었고, 그렇기에 또 1년을 힘차게 살아갈 힘을 얻곤 했다. 2007년 한여름에 떠났던 화려한 휴가는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와도 우리의 마음 속에 영원히 간직되어 있을 것이다. 다음 해 여름, 또 다른 화려한 휴가가 시작되기 전까지 말이다.
(광주 과학기 술원 쪽)
- 공항 출발 : 20번 버스 타고 첨단 엠코코리아(은혜학교 쪽)에서 하차. 40분 정도 소요 (택시이용시 요금 13000원 정도)
5. 18순례지버스 답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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