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비가 온 것까진 괜찮다고 여겼다. 비온 다음 날엔 당연히 공기가 깨끗해져서 멀리까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비를 뒤따라서 최악의 황사가 강한 바람을 타고 전국을
뒤덮겠다는 일기예보를 듣고는 낙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길을 걷는 내내 짙은 황사를 흡입해
야 한다고 생각하니 오 마이 갓! 결코 반기지 못할 날씨였다.
등산의 매력은 하체 근력 운동과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오장육부의 기능을 증진시키고자함인데
황사 속에서라면 결론이 다른 것이다. 갈까 말까를 망설이다 혹시나 하고 길을 나섰다. 그 혹시
나 하는 마음은 일기예보가 적중하지 않기를 바라는 기대였다. 일기는 기상대의 예보보다 개미
의 활동이나 노인의 신경통을 관찰하는 게 훨씬 정확하다는 얘기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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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인터체인지를 들어서는데 마이산이 환영의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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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목재에서 이탈하지 말고 백령고개까지 종주하자는 제안을 산대장께 했더니 다음 구간의
거리가 마땅치 않다며 안 된다고 하였다. 거리가 21km 정도에 지나지 않고 일반 산악회에
서도 9시간30분이면 종주를 마친다고 하니 제안을 해 본 것이다. 이탈 거리 1.6km에서
4.3km를 더 보태 걸으면 백령고개에 도착하기 때문에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막상 계목재까지 걸어보니 이 정도 거리에서 멈추는 게 알맞다싶을 정도로 난이도
가 높았다. 장군봉의 암릉지대는 로프 없이 오르내리기가 도저히 불가하였으며 거의 육산
으로 보였으나 실제는 까탈스런 좁은 돌길과 앞을 자주 가로 막던 산죽이 나타나서 시간을
지체하기 일쑤였다. 또한 봉우리와 안부의 차이가 크고 된비알이 적지 않아서 체력을 많이
소모하였다.
특히 금안봉에서 작은 싸리재로 내려서서 태평봉수대로 올라가는 길은 끈기를 요구하고 신
선봉으로 가는 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이 구간에서는 알바를 조심해야 할 곳으로 세
군데를 꼽을 수 있는데 첫 번째가 장군봉을 지난 지점인 705봉에서 오른쪽 능선과 신선봉
을 1km 남겨둔 690봉에서 오른쪽으로 급히 내려서는 비탈길을 잘 확인해야 한다. 신선봉
에서 계목재로 내려서는 정맥 루트도 마루금이 맞나싶을 정도로 왼쪽으로 급히 떨어지는 비
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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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황사가 덮치기는커녕 푸른 하늘과 맑은 햇살이 좋던 피암목재에서 출발하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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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암목재(550m) 고갯마루의 서쪽 급커브길 주의 표지판이 계목재 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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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지 7분.
고갯마루로 떨어지는 비탈길을 올라서느라 땀이 나기 시작한다.
능선으로 올라서자 마구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 덕분에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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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봉우리 675.5봉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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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처동사거리(565m) 통과.
전기 없이 산다는 마을인 밤목리로 내려가는 길이 왼쪽으로 나있고 오른쪽은 외처사동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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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암목재에서 53분만에 2.6km 지점의 성봉(787m) 통과.
외처동사거리에서 800m 가량 줄기차게 오르느라 땀을 깨나 흘렸다.
정상은 헬기장이 있는 평지였으며 둘레는 삼국시대의 성터가 있어서 성봉이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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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봉에서 내려가며 바라본 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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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위 틈새로 올라서면 장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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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성봉과 운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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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의 서남쪽 골짜기, 전기 없는 마을 밤목리.
뒤쪽 왼편으로 연석산과 늦은목(만항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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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표지석이 있던 장군봉의 북쪽 암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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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의 조망을 즐기며.
이렇게 좋은 날씨에도 등산객이라곤 우리 일행 4명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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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을 내려가는 길에 건너는 칼등바윗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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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인 장군봉 북벽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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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 없이는 오르내리기 불가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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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만 하더라도 철계단이 없었고 로프만 매달려 있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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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자마자 다시 올라가야하는 북쪽 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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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와 발판도 있지만 철계단보다는 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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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암봉을 오르면서 뒤돌아본 장군봉 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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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야할 북장군봉의 마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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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급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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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수월한 북장군봉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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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편히 가면 알바.
정맥 마루금은 오른쪽 능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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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운 연달래에게 땀내 나는 얼굴로 스킨십을 해야 하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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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벌나게 내려가서 큰싸리재(595m)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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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싸리재에서 400m를 줄기차게 오르면 금안봉(750m)
이정표 아래에 누군가 빈 과자상자를 버리고 갔다.
자연의 소중함을 모르는 무식한 시중 잡배들이 다녀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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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안봉에서 작은싸리재로 사정없이 곤두박질 친다.
내려가는 만큼 점점 위로 솟구치던 태평봉수대.
에구, 그만 내려가지. 올라갈 봉우리가 아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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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싸리재(578m) 도착.
북쪽의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와 남쪽의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에서 오르내리는 차들이 있었다.
맞은 편 나무 그늘로 조금 올라가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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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싸리재에서 600m를 그야말로 고군분투하며 올라간 태평봉수대 갈림길.
저곳에서 오른쪽으로 다시 150m를 올라가면 태평봉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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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서 왕복한 태평봉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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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 것 없는 봉수대의 스카이라인.
동남쪽 왼편부터 서쪽으로 구봉산(1002m), 복두봉(1010m), 곰직이산(1080m),
운장산 동봉(1136m), 운장산 주봉(1126m), 운장산 서봉(칠성대 112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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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왼쪽부터 동쪽으로 신선봉(795m), 계목재(723m), 성치기맥분기봉(765m), 백암산(650m),
하산지인 진안군 주천면 무릉리 강촌 마을, 금산읍의 남쪽 진악산(732m), 물굴봉(73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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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쪽 왼쪽부터 옅은 황사에 덮여 흐릿하게 보이던 대둔산(878m),
삼각점이 있는 786.6봉, 선야봉(732m), 신선봉, 계목재, 성치기맥분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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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봉수대와 786.6봉 사이의 안부(505m)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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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급하게 방향 전환하면서 곤두박질로 내려가던 690봉.
정밀지도의 등고선에는 700m급이다.
이곳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며 5분간 휴식을 취했으나 오지 않아 그냥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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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이 따라오도록 취나물을 뜯으며 천천히 올라가던 능선의 오른쪽에 보이던 신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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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완주군 운주면 고당리 운주계곡 캠핑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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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점점 가파르게 변하고 암릉까지 나타나서 힘들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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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봉으로 올라가자 뒤에서 따라와야 할 일행이 어디로 올라왔는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서 물었더니 능선을 우회하는 지름길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이곳에
서 직진으로 뻗은 능선을 두고 왼쪽으로 급히 내려서는 길이 정맥인지 분간을 못해 잠시
갈팡질팡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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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암목재에서 7시간3분만에 14.2km 지점의 계목재 통과.
신선봉에서 동북쪽의 급한 경사로를 따라 200m쯤 내려가자 계목재(723m)가 나왔다.
저곳에서 금남정맥은 직진하지만 오른쪽인 무릉리 강촌 마을로 이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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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리 강촌 마을의 당목이 있던 정자를 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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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따라 골짜기를 거의 다 내려온 후 무심코 건넌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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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로 나갈 길이 보이지 않아 개울을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갔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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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다리를 건너는 무릉리 강촌 마을의 어느 집 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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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잔디와 꽃으로 가꾸어 아름답던 집을 뒤돌아보며.
삶을 제대로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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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목재에서 이탈한지 30분만에 1.6km 지점의 전북 진안군 무릉리 강촌 마을 입구 도착.
피암목재에서 7시간33분 경과.
다음 구간은 이곳에서 뒤에 보이는 계목재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이 마을은 무릉원이란 이름이 말해주듯 산속에 들어 앉은 이상향이나 다름없게 보인다.
그렇지만 남사고의 정감록이나 청화산인 이중환의 택리지에 십승지지로 수록되진 않은 곳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라 백두대간과 여러 정맥들을 다녀보니 십승지가 아니라 백승지도 넘을 만큼
수많은 이상향의 골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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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의 경승지 운일암 반일암계곡을 지나는 길에.
좀 더 이른 시간에 내려왔더라면 바위의 정자에서 막걸리나 한 잔 하고 갔으면 좋겠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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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구간을 마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들렀던 진안 읍내의 어탕 전문식당에서.
진안의 운장산과 장수의 덕유산 사이에는 금강을 막은 용담댐이 있다.이곳 수몰민들이
생계 수단으로 댐에서 물고기를 잡아 시장과 식당에 내다 팔고 있다. 그래서 진안 일대
에는 어탕 전문식당들이 많다. 다음에는 금산읍으로 하산하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기념
촬영하였다.
금산은 인삼 산지로 유명한 곳이라서 그것과 연관된 먹거리를 맛보게 될 것으로 짐작
하여 3구간의 종주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