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내년 대선전이 벌써 시작된 양상이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트럼프가 이미 출사표를 던진데 이어 현 대통령인 바이든도 재선 의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에서는 자천타천으로 여러명의 후보가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국회 의사당 폭동과 관련해 역사가 트럼프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출마의지를 다지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시절 국무장관을 지냈던 폼페이오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헤일리도 출마 대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대선전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서로 난타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실리콘밸리 뱅크(SVB) 파산사태와 관련해 바이든대통령이 금융규제 강화 방침을 내놓자 트럼프와 공화당 대선 주자로 거론된 인사들이 일제히 공격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SVB파산상황을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탓으로 돌리고 있다. 트럼프는 지금 미국은 1929년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대공황을 맞이할 것이라면서 미국 은행들이 벌써 붕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을 미국 대공황기 대통령이었던 후버에 빗대기도 했다. 미국은 지금 은행 파산이라는 우려스런 사태에 대해 정치권이 서로 난타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내년 대선을 1년 반 이상 앞두고 있는 지금 이런 상황이니 앞으로 더욱 이전투구식 상대방 발목잡기가 횡행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상태이던 중국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얼마전 전대미문의 3연임을 완수한 중국 주석 시진핑의 발걸음이 최근 굉장히 빨라지고 있다. 적의 혼란에 적극 대처하는 것은 물론 최적의 기회로 이용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우선 미국이 적극적이지 않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꽃놀이패로 생각하면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즐기고 있을 때에 시진핑은 조만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과 회담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푸틴과 회담한 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와 화상을 이용해 회담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진핑이 젤렌스키와 마주하는 것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은 이미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인 왕이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측근들과 시진핑 방러를 위한 사전 작업을 해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역할을 시진핑이 대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상황이다.
물론 시진핑의 방러 그리고 젤렌스키와의 화상회담으로 양국의 휴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시진핑이 3연임을 확정지은 후 첫번째 해외방문을 러시아로 잡은데에는 큰 복선이 존재한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러 우크라이나가 휴전을 할 경우 시진핑은 세계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비록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다해도 시진핑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이다. 이제 미국을 대신할 국제적인 나라는 바로 중국이며 그 중국을 호령하는 자가 바로 자신인 시진핑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시진핑이 권력의 핵심들을 자신의 측근으로 물갈이를 하면서 본격적인 군림을 시작한 직후 첫 행보가 국제 문제라는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진핑은 지금 미국이 진행하는 중국 고립정책에서 과감하게 돌파하고 미국의 외교에 정면 도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시진핑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시작으로 중동지역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란사이의 외교 정상화도 중재하고 있다. 올해 연말정도에 중국에서 중동 7개국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대하는 중동에 영향력을 강하게 심고 싶은 시진핑의 마음이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적인 측면에서 최강국을 추진했고 그런 과정속에 일대일로 등으로 인한 부작용도 낳았다. 미국과도 지리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은 모든 것이 경제로 해결된다고 판단했던 자신의 생각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는 경제대로 영향력을 넓히는 것은 물론 외교적으로 더 강한 중국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이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가가 흔들리고 분열되는 그 빈틈을 절묘하게 이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도 중국의 그런 의중을 모르는 것이 아니겠지만 우선 정권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니 중국의 행보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리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세계 평화를 위한다는데 딴지를 걸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적 리스크를 일단 정리한 중국의 시진핑이 다시 정권을 향한 피곤하고 지난한 여정을 헤쳐가야하는 바이든 보다 훨씬 여유롭고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라는 것은 명확한 것 같다. 미국 일변도의 외교정책을 강행하는 한국 정부가 과연 중국의 이런 행보에 대해 어떤 태도와 대응책을 가지고 있을지도 아주 궁금하다.
2023년 3월 1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