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월 28일 16시 24분경 러시아 화물선 6천 톤급 시그랜드호가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 장면이 고스란히 동영상에 담겨 인터넷에 유포되었다.
이 동영상의 출처는 "가나안 요양병원 매니저 인스타그램'이라고 한다.
시그랜드호는 27일 09시 부산 용호부두에 입항하여 포항에서 싣고 온 스틸 파이프 1495톤을 하역하고
스틸 코일 1425톤을 적재하여 28일 15시경 도선사 없이 선장 자력도선으로 출항하다가
근처, 용호만 매립부두에 게류되어 있는 요트 두 척과 접촉 사고를 냈다. 이 장면부터 동영상에 담겨 있었다.
유람선 부두에 애완견처럼 홋줄을 물고 늘어져 있는 유람선 두 척을 선미에 가볍게 접촉한 시그랜드호와
광안대교와의 거리는 불과 500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유람선 부두를 벗어났으면 우현전타를 해서
외해로 빠져나가야 할 배가 그대로 직진해서 대교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엇다.
동영상을 보니 뻔히 눈앞에 대교가 다가오는데도 산수를 돌리지도 않고 돌진하다가 선미에 발생하는 물거품을 보니
불과 50여m 앞에서 엔진을 후진하는 것이었다. 뒤로 내뿜던 물거품이 후진으로 앞으로 나아가는가 싶을 때는 이미
선수 갑판이 대교를 들이박은 뒤였다. 대교 10번과 11번 사이를 들이받아 구멍을 낸뒤에서야 계속 후진을 하니
가까스로 대교에서 떨어졌다. 그러더니 그제야 후현 전타하여 외해로 달아나는 것이었다.
타기 고장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완전히 "미친 도선" 이었다. 비록 선장이 술에 취햇다 해도 조타수가
뻔히 두 눈 뜨고 보면서 대교를 들이받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엇다.
어느 술 취한 사람이 비칠거리며 밤길을 가는데 갑자기 아스팔트 도로가 벌떡 일어서더니 뺨을 찰싹 때리더라는
말이 생각났다. 붙잡힌 선장은 음주 축정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인 0.086%였다고 한다.
오래전에 삼호선박 배를 탈 때, 어느 배가 인도양을 지나다가 한밤중에 넓고 넓은 바다 가운데 있는 유정(油井)을
들이받은 사고가 있엇다. 성격이 괄괄하기로 소문난 이헌탁 사장님은 "이너무손들이 두 넘이나 당직을 서면서 무슨 지랄을
햇길래 가마이 서 잇는 유정을 들이받았노" 하고 펄쩍펄쩍 뛰엇지만 두 놈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었다.
나중에 조사를 해보니 2항사는 당직 중에 잠시 방에 볼일이 있다면서 내려가고 없는 사이에 조타수는 설사가 나서
화장실에 갔는데, 그 사이에 그만 유정을 들이받았다고 했다. 거짓말 같지만 "가마이 있는 유정을 들이받은 것"은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