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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第三十四章). 또 하나의 선물(膳物).
허광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자,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노야(老爺)께
서는 지금 대청(大廳)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흉악한 도적(盜賊)들이 도처에서 날뛰는 강호(江湖)상에서 장사
를 하려니 자연 무력(武力)도 필요한 법이므로, 이 저택에는 일을
하는 사람들 외에도 병장기(兵仗器)들을 휴대한 많은 호위무사(護
衛武士)들을 볼 수가 있었다.
몇 개의 대문(大門)과 회랑(回廊)들을 지나서 하나의 커다란 전
각(殿閣)의 안으로 들어서자, 대청안에 왕금괴(王金魁)가 서성거리
고 있다가 황급히 달려와 맞이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아, 이게 얼마만인가? 하긴 그다지 오래 지나지는 않았지만, 그
러나 나는 마치 십 년이나 지난 듯하여 그간 무척 조마조마하는 마
음으로 시간(時間)을 보냈다네."
금몽추가 예고(豫告)도 없이 들이닥쳤는데도 불구하고 대청안에
는 담청과 도해가 모두 와서 자리하고 있었고, 제법 훌륭한 다과상
도 차려져 있었다.
"저도 가능하면 빨리 노야(老爺)를 다시 뵙고 싶었지만 이 곳으
로 오는 도중 여러 가지 귀찮은 일들이 생겨서 그만 약간 지체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자네가 백리선생(百里先生)을 만났다는 얘기는 이미 들었네. 나
야 이미 늙은 몸으로 더 이상 큰 욕심(慾心)은 있을 수가 없지. 그
저 자네나 내 딸이 잘 살게 되는 것만이 나의 모든 바램일세. 그건
그렇고, 우선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세. 허노사와는
인사를 나누었나?"
서로 간단한 인사말을 나눈 뒤에 화려한 팔선탁(八仙卓)을 중심
으로 모두 자리하고 나자, 왕금괴(王金魁)는 무척 들뜬 듯한 표정
으로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요즘 자네에 대한 소문이 너무나도 무성(茂盛)하여 나는 요 며
칠간 잠도 잘 오지 않고 일도 거의 손에 잡히지 않는 처지이네. 그
래, 자네는 이 상황에 대한 대비(對備)가 되어 있나? 앞으로 어떻
게 할 생각인가?"
금몽추는 차(茶)를 한 잔 마시고 나서, 시녀(侍女) 하나가 다시
찻잔에 차를 채워주는 것을 바라보며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물론 그에 대한 대비가 완벽(完璧)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
실은 저의 능력(能力)은 누구도 알고 있지 못하지만, 실로 이러한
상황 때문에 곤란(困難)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요. 많은 사람들이
놀라게 될까봐 일부러 숨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 한 번 보시겠
습니까?"
느닷없이 금몽추가 가볍게 손을 한 번 흔들자, 그 차를 따르고
있던 어여쁜 시녀가 미처 놀란 표정을 지을 사이도 없이 허공(虛
空)으로 둥실 떠오르더니 팔선탁의 중앙지점으로 날아가 나비처럼
빙글빙글 선회(旋回)하며 홀연 눈부신 황금(黃金)빛의 광채(光彩)
를 발산했다.
그 광채는 몹시 강렬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 온화(溫
和)한 부드러움을 갖추어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장엄(莊嚴)
한 황홀감(恍惚感)을 느끼게 했는데, 그것은 일순간 네 개의 줄기
로 나뉘어 미처 저항할 사이도 없이 왕노야와 삼공의 몸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며 사라졌다.
비록 그 황금빛의 광채는 이내 사라졌지만 시녀는 아직 그 허공
위에 둥둥 떠있었는데, 이윽고 정신(精神)을 차린 시녀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그만 놀라서 아! 하고 짧은 비명소리를 발했다.
"당신은 그렇게 놀랄 필요가 없소. 이제 당신의 몸에는 당분간
거의 사악(邪惡)한 기운(氣運)이 침범하지 못하게 될 것이오."
말과 함께 금몽추가 다시 가볍게 손을 내젓자, 그녀는 이번에는
왕노야의 앞으로 날아가 그의 품속에 절로 안기게 되었다.
시녀는 이번에는 안색(顔色)이 새빨갛게 변해서 얼른 몸을 일으
키더니 수줍은 듯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왕노야와 삼공은 조금전의 그 희한한 광경에 너무나도 놀라서 입
을 딱 벌리고 경악해 하고 있었는데, 왕노야가 먼저 입을 열어 질
문했다.
"이건 어떤 무공(武功)인가? 혹시 대홍락(大紅落)의 광검(光劍)
이 아닌가?"
왕노야 역시 실상 무공에도 깊은 조예(造詣)가 있어서 이미 대홍
락의 초입(初入)인 초절정(超絶頂)에 이르고 있었고, 삼공보다 오
히려 약간 더 높은 경지(境地)에 있다고 할 수가 있었다.
금몽추는 미소하더니 느릿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일반적인 대홍락의 광검은 자체(自體)의 결함이 많고 파괴적(破
壞的)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바로 곡선적무학(曲線的武學)에 의한 대홍락(大紅落)의 광검(光劍)
으로, 저는 조금전에 강한 항마지기(降魔之氣)를 여러분 모두에게
심어 드렸던 것입니다."
이미 그러한 신체적(身體的)인 변화(變化)를 상당히 느끼고 있었
던 터이므로 왕노야는 놀라며 다시 물었다.
"그럼 이것은 그 유명한 발해왕국(渤海王國)의 무학(武學)인가?"
금몽추는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본래 발해왕국의 대장생공(大長生功)은 저와 같은 금화성골(金
華聖骨)의 사람에게 더욱 배우기 쉽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입니다.
저는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바탕이 좋은 경우라고도 할 수가 있지
요. 저의 무학은 바로 그 장생비급(長生秘 )에서 연유한다고 보셔
도 좋습니다."
유곡객 도해가 눈이 휘둥그래져서 망연히 바라보고 있다가 이윽
고 한마디를 던졌다.
"저는 이른바 사대용봉(四大龍鳳)이 장생비급을 연마(練磨)했다
는 얘기는 알고 있었어도 실로 그와 같은 경지(境地)에 올랐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장비수 담청이 턱밑에까지 차오른 경악감을 일거에 해소(解消)시
키기라도 하듯이 길게 한숨을 내쉰 뒤에, 고개를 끄덕이며 도해를
향해 동조하듯 말했다.
"내가 한동안 자세히 조사(調査)해본 바에 의하면, 그들 사대용
봉의 곡선적무학은 겨우 백연탄(白筵 )의 최절정(最絶頂) 경지(境
地)라고 하네. 하지만 그 위력(威力)은 일반 대홍락의 심검(心劍)
의 수준에 육박한다고들 하더군."
금몽추는 다소 득의(得意)한 표정으로 웃어 보이며 말을 받았다.
"실로 그들 사대용봉이라는 자들이 한꺼번에 덤빈다고 해도 저에
게는 조금도 어려움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노야께서는 이 살아있
는 무학(武學)이 죽어있는 무학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요? 이른바 살아있는 무학, 장생무학(長生武學)은 바로 즉
곡선적무학(曲線的武學)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말이 없던 금은산반 허광이 약간 머뭇거리다가 드디어 참다 못해
한 마디를 했다.
"당금무림의 최강자(最强者)는 역시 세외팔세(世外八勢)의 주인
(主人)들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현재의 무림맹주(武林盟主) 창
궁검협(蒼穹劍俠) 남궁백천(南宮百川)도 대홍락의 심검(心劍)의 경
지에 올라 있어서 대단하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세외팔세
의 사람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그 세외팔세의 주인들은 모두 대홍락의 광검
(光劍)의 경지에 있고 그 가운데에서 천륭무가(天隆武家) 가주(家
主)의 무공이 가장 높다고들 하는데, 그 당대 천수자(天隨子)의 무
공이 비록 다른 세외팔세 주인들의 무공들보다 훨씬 뛰어난 것이라
고는 해도 역시 우리 금공자님의 무공보다는 못할 것입니다."
왕노야가 다소 넋나간 듯한 표정으로 금몽추를 바라보다가 나직
하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내가 사람을 잘 보았네. 자네는 결코 평범(平凡)한 사람이
아니지. 하하, 그야말로 발해왕국의 정통후예(正統後裔)가 그토록
맥없이 당할 리가 있겠는가?...... 흐음, 하지만 세상(世上)의 일
이라는 것은 무공으로만 상대할 수 없는 상황들이 많이 있고 또한
권모술수(權謀術數)가 난무(亂舞)하는 세상일세. 과거 발해왕국도
아마 절반은 그와 같은 수단에 의해 당했을 것이네. 그러니, 자네
의 무공이 그토록 높으니 일단 안심(安心)은 되지만, 앞으로 좀 더
신중하게 모든 일들을 처리해 나가야 할 것이네."
금몽추는 여전히 득의한 미소를 짓고 있다가 이윽고 천천히 고개
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알겠습니다. 헌데 그건 그렇고......, 일전에 산매(珊妹)에게는
좀 더 신경을 써 주지 못했지요. 그 것은 제가 여러 가지 다른 일
들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니 양해해 주십시오."
왕노야는 웃으며 한 손을 들어 가볍게 내저었다.
"알고 있네. 실로 이와 같은 험악(險惡)한 상황속에서 모든 사람
들을 다 돌볼 수는 없는 일이지. 게다가 자네가 우리 딸아이를 많
이 도와주어 그 아이에게 대단한 능력(能力)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네.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금몽추는 잠시 생각해 보는 듯하다가 가볍게 두 눈을 빛내며 느
릿하게 대꾸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되고 나니 물론 저도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발해왕국의 재건(再建)이나 중원무림(中原武林)에 대한 복수
(復讐)는 별로 마음에 두지 않고 있고, 단지 부모(父母)님에 대한
복수는 하려고 생각중입니다."
"부모님의 복수? 으음......, 그렇다면 곤륜파(崑崙派)를 상대하
겠다는 말인가?"
금몽추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면(顔面)에 짐짓 싸늘한 기색(氣色)
을 일으켰다.
"그렇습니다. 실로 그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성(反省)하기는커녕
당금에 이르러서도 은밀(隱密)히 저를 음해(陰害)하는 등의 온갖
나쁜 짓들을 일삼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다른 일들은 가능(可能)
한 한 화해(和解)를 하도록 하겠지만 단지 이 곤륜파에만은 징벌
(懲罰)을 내릴 생각입니다."
금은산반 허광이 담담히 미소하며 입을 열어 그 말을 받았다.
"그것은 현실적(現實的)이고 또한 가장 합리적(合理的)인 생각인
듯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무림맹(武林盟)의 시야를 교묘(巧妙)
하게 벗어나야 하겠지만, 금공자님의 무공(武功)이 당금의 실질적
인 천하제일(天下第一)이니 모든 일들이 불가능(不可能)하지는 않
을 것입니다."
왕노야는 잠시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듯하다가 이윽고 다
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어쨌든 나는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그러나 항상 무
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 와서 말해 주게. 비록 내가 능력(能力)은
별로 없으나 나의 모든 힘은 전부 자네의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말이네."
왕산산의 방으로 들어 가니, 그녀는 이미 예쁘게 단장하고서 그
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새 몸은 어떻소? 험 험, 그래 무공수련(武功修練)은 게을리하
지 않고 있소?"
그녀의 방은 내부(內部)가 아주 널찍하고 한쪽에는 탁자나 가구
등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다른 쪽은 비단휘장이 내려져
있는 침상이었으며 처녀(處女)의 규방(閨房)답게 은은하고 향긋한
그녀만의 체취가 가득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왕산산은 내심 그가 찾아오지 않을까봐 매우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안색(顔色)이 더욱 환하게 밝아져서 얼른 그를 탁자쪽으로
인도한 다음에 대답했다.
"당신이 제게 그렇게 해 준 이후부터 저의 건강(健康)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좋아요. 저는 며칠밤을 잠을 자지 않거나 혹은 밥을 먹
지 않아도 별로 피곤하거나 허기진 줄을 모르겠어요. 그리고 가끔
무공수련(武功修練)을 하는데, 사람들의 말로는 제법 진전이 있다
고들 해요."
금몽추는 그 말을 듣자 다소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사람이 편안(便安)해 지면 과거의 어려웠던 일들을 잊게 되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그러나 당신은 이제 고작 얼마 지나지 않았는
데도 벌써 옛날의 그 아팠던 기억(記憶)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
이오? 으음, 건강이란 이루기는 어려워도 잃어 버리기는 쉬운 것이
오. 그러니 앞으로는 규칙적으로 식사도 하고 잠도 자야 하며, 게
다가 무공수련도 하도록 하시오."
왕산산은 그간 성격이 많이 변화한 듯 그가 눈살을 찌푸리자 금
새 다시 크게 불안(不安)해져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당신은 저의 몸을 치료(治療)해 주셨고 또한 목숨을 구해
주신 것이니 저는 한 평생(平生)의 은인(恩人)으로 생각하고 있어
요. 게다가 당신은 또한 저의...... 저의 모든 것이지요."
금몽추는 답답해진 듯 몸을 벌떡 일으키며 허리춤에 있던 장검
(長劍)을 검집채 풀어서 탁자위에 올려 놓으며 말했다.
"나는 오늘 이 곳으로 오는 길에 당신에게 줄 선물(膳物)을 하나
가지고 왔소. 아마 당신도 마음에 들 것이오."
청평검(靑萍劍)을 검집에서 뽑아들자, 이내 실내(室內)가 그 은
은한 백색(白色)의 검광(劍光)으로 가득 채워지고 서릿발과도 같은
검기(劍氣)가 넘실거리는 것 같았다.
왕산산은 아주 조심스러운 기색(氣色)이었으나 그것을 보자 이내
짐짓 크게 탄성을 발하며 말했다.
"정말 훌륭한 검이로군요! 게다가 아주 가벼워 보여요. 당신이
제게 그런 것을 선물해 주시다니, 너무 고마워요."
금몽추는 청평검을 검집에 도로 넣은 다음 그녀에게 건네주며 다
소 무뚝뚝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신도 이미 알겠지만, 한 사람이 두 자루의 검(劍)을 가질 필
요는 없는 것이오. 게다가 이런 것은 좋은 재질(材質)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흠집이 나지도 않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소? 솔직히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지존보검(至尊寶劍)은 지나
치게 훌륭할 뿐만 아니라, 무거워서 당신에게는 별로 어울리는 것
은 아니오."
왕산산은 지존보검을 자신의 침상의 머리맡에 두고 있었는데, 즉
시 그것을 가져다가 금몽추에게 건네주며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저를 위해서 일부러 이런 수고를 하신 것이로
군요? 아마도 이 새로운 보검(寶劍)을 구해 오시느라 고생을 하셨
을 거예요."
금몽추는 그녀가 가져온 지존보검을 받아 자신의 다른 검집에 넣
고 허리에 차면서, 다소 득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실로 그 청평신검(靑萍神劍)도 신병이기(神兵利
器)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에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소. 하지만 이 검이 여자(女子)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검일 뿐만 아니라, 지존보검은 지나치게 훌륭하여 당신이
가지고 있을 경우 자칫 그 보물(寶物)로 인해 화(禍)를 입게 되기
가 십상이기 때문에, 나는 부득이 수고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소."
왕산산은 즉시 바싹 다가들어 살며시 그의 품속에 안기며 다정
(多情)한 어조로 입을 열어 말했다.
"고마와요. 당신이 저를 위해서 이토록 애써 주시다니, 저는 그
만 더 이상 여한(餘恨)이 없을 것 같아요. 비록 제가 죽는다고 해
도 저는 당신의 이 마음 가슴깊이 간직할 거예요."
겉으로는 매우 기쁜 듯한 표정이었으나 웬지 그녀의 눈빛은 몹시
어둡고 우울(憂鬱)해 보였다.
금몽추는 가볍게 밀어내려다가, 문득 그러한 그녀의 눈빛을 보고
는 내심 가슴이 철렁해 져서 생각했다.
'아, 이 여자는 이미 다른 것들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구나.
심지어 자신의 건강(健康)이나 새로 얻은 생명(生命)조차도 그녀는
가볍게 생각하고 있구나. 으음...... 내가 그렇게도 훌륭한 사람이
란 말인가? 하긴 그렇지. 내가 설령 곤륜삼성(崑崙三聖)이 아니라
고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여전히 내가 훌륭하다는 사실에
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 하 하 하......! 헌데 대체 이 일을 어쩐
다지? 보아하니 이 여자는 내가 지금 떠나서 다시 보러 오지 않으
면 그대로 죽어 버리려고 할 것 같으니 말이야. 실로 곤륜삼성이
자신을 사랑하여 죽겠다는 여자를 모른척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안 될 일이 아닌가?'
"그렇게, 휴우......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소. 나는 이제 머지
않아서 모든 일을 해결한 후 다시 당신을 만나러 올 것이오."
왕산산은 그저 가만히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다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저는...... 당신의 말을 따르겠어요. 당신이 그렇게 말하지 말
라고 하시면 저는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 않겠어요."
금몽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비단 말을 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비관적(悲觀的)
으로 생각을 해서도 안 되는 것이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
고들 하는데 세상일을 구태여 그렇게 외골수로만 생각할 필요가 뭐
가 있겠소? 우리 나중에 모든 일이 해결되면 혼인(婚姻)을 하도록
합시다."
왕산산은 고개를 들고 잠시 멍하니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빙
그레 미소(微笑)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요. 저는 이제부터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릴 거예요. 틀림없
이 저는 가장 행복(幸福)한 여자가 되겠지요."
허나 역시 겉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어도 그녀의 두 눈은 어떤 두
려움과 슬픔으로 인해 어둡게 젖어들고 있는 것을 보고, 금몽추는
내심 가볍게 탄식하며 다시 말했다.
"좋소! 내 오늘 기왕에 이 곳으로 왔으니, 당신에게 선물을 하나
더 주도록 하겠소. 만일 내게 어떤 부탁이 있다면 한 가지만 말해
보시오. 그것이 타당하고 가능(可能)한 일이라면 내 들어 주도록
하겠소."
왕산산은 그 말에 일순 눈빛을 크게 반짝이며 깊이 생각해 보는
듯하더니, 문득 안색을 다소 상기시키며 말했다.
"그럼 지금부터 한 시진(時辰)동안 제게 시간을 주세요."
과연 왕산산은 무엇을 하기 위해 금몽추에게 한 시진이라는 시간
을 달라고 한 것일까?
왕산산은 금몽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즉시 자신의 침상으
로 달려가 이부자리를 살피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금몽추는 이제까지 여러번이나 그녀가 옷을 벗은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별로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그녀가 옷을 다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가 불쑥 물었다.
"나더러 이제부터 어떻게 하라는 말이오?"
왕산산은 안면(顔面)이 완전(完全)히 홍시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서 겨우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이제부터 이 쪽으로 와서 저를 사랑해 주세요."
금몽추는 일순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속으
로 생각을 굴렸다.
'정말 지나치게 잘생기고 훌륭한 것도 죄(罪)가 되는구나. 이와
같이 세상(世上)의 많은 여자(女子)들이 한결같이 나의 아이를 갖
기를 원하니, 실로 나중에 이 뒷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
구나......'
정오(正午)가 지나서 금몽추는 성(城) 남쪽의 칠리하(七里河)로
향했다.
벌써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칠리하에는 얼음이 얼었고, 그 부근
에서 간간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다.
이 작은 개천의 풍경은 무성(茂盛)한 갈대잎들과 어울려 제법 그
럴듯했고, 낚시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여인(女人)도 하나 끼어 있
어서 아마도 남편을 따라 모처럼 놀러 나온 것 같기도 했다.
금몽추는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는 듯하다가 그 여인이 섞여 있
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은 어째서 모든 일들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이오? 내
가 정말로 화를 내야만 모두들 정신(精神)을 차리겠소? 설마하니
다들 당금(當今)의 상황을 모르고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
기실 그 여인은 겉보기에는 평범(平凡)한 아낙네처럼 보이지만
다름아닌 삼성요(三聖 )의 화로(花老)였고, 다른 두 남자는 말할
것도 없이 천로(天老)와 의로(醫老)였다.
그들은 금몽추의 부름을 받고 나타나 이 곳에서 각기 평범한 모
습들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천로는 낚시질을 하고 있었고 의로는 열심히 얼음을 깨고 구덩이
를 파고 있었는데, 여전히 겉으로 보기에는 한가(閑暇)하기 짝이
없는 모습들이었다.
화로가 국을 끓이기 위해 솥을 걸고 불을 때다가 슬쩍 고개를 돌
려 금몽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마, 소주인님께서는 오늘따라 유난히 화가 나셨군요. 대체 무
슨 일로 그러시는 거죠?"
금몽추는 크게 화가 치밀어서 참을 수가 없다는 듯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길게 한숨을 내쉬다가 다시 말했다.
"당신들도 내가 이곳으로 오면서 겪은 일들을 대강은 알고 있을
것이오. 당금의 세상(世上)에서 괴인(怪人)들과 괴물(怪物)들이 출
몰하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실로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심령대
법(心靈大法)에 의해 이지(理智)를 상실하고 마치 미친 사람들처럼
행동(行動)하고 있소. 이 것은 실로 묵과할 수 없는 일이오. 당신
들은 대체 일을 하고 있는 것이오, 아니면 그냥 놀고 먹고 있는 것
이오?"
천로가 슬쩍 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대답했다.
"저희들도 물론 소주인님께서 겪은 그러한 일들을 알고 있습니
다. 게다가 그런 짓을 한 자들을 찾아내어 증거를 잡으려고 하고
있지요. 하지만 일단 현장에서 심령(心靈)을 금제(禁制)하는 광경
을 목격하지 않는 한, 그러한 일에서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금몽추는 더욱 화가 난 듯 크게 소리를 질렀다.
"어려울 것 같다고? 그렇다면 당신들은 그저 이대로 바라보기만
하고 있겠다는 말이오? 이렇게 시간(時間)만 끌고 있다가는 세상
(世上)의 모든 사람들이 정신이상에 걸리게 되고 또한 아무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 것이오. 당신들은 대체 정신(精神)이 있
소, 없소?"
천로가 담담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저희들도 이미 어느 정도는 심증(心證)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
소한 우리들의 이목(耳目)을 피해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이라면 그것은 필시 오선(五仙)일 가능성(可能性)이 가장 높습니
다. 그래서 저희들도 이 일을 무작정 시간만 낭비할 수 없고하여
마침 소주인님을 뵙고 의논(議論)을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아시
겠지만 그들 오선의 능력(能力)은 우리들에 비해 결코 못하지 않으
므로, 우리가 직접 그들을 모두 제압하여 데려오기는 약간의 무리
가 따를 것 같습니다. 그러니......, 소주인님께 그들이 있는 장소
를 저희들이 파악해서 가르쳐 드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소주인님
이 그들을 제압하여 다시는 힘을 쓸 수 없게 한다면, 그 주모자(主
謀者)도 쉽게 드러나게 될 것이고, 또한 세상(世上)은 다시 편안
(便安)해 지게 될 것입니다."
금몽추는 무심코 다시 뭐라고 말대꾸를 하려다가 문득 무슨 생각
이 들었는지 다소 멈칫하여 안색(顔色)을 붉히는 듯하더니, 더듬거
리듯 말을 이었다.
"그런 일들은 굳이 당신들이 하지 않아도 나 혼자서도 능히 해낼
수가 있소. 나는 오선이 어디에 있든 간에 능히 그 소재지를 파악
할 수가 있다는 말이오. 감히 나의 능력(能力)을 의심(疑心)하고
있다는 말이오? 흐 흐 흐, 하지만 지금 확실한 증거(證據)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을 닥달해 봐야 인정하지도 않고 소용이 없다는 말이
오. 나와 같은 사람은 실로 그와 같은 무의미(無意味)한 행동(行
動)은 하지 않소. 그러니 당신들은 가급적 세상(世上)의 혼란(混
亂)을 막아내고, 또한 오선의 행동을 예의주시하여 결정적인 증거
를 포착하라는 말이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소?"
화로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그럼 그들이 나쁜 짓을 한 증거가 드러나면 저희들은 즉시 소주
인님께 달려와 보고(報告)를 드리면 되겠네요?"
금몽추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소. 만일 당신들이 그 일에 공(功)을 세우게 되면 나
는 따로 상(賞)을 내리도록 하겠소. 으음, 당신들은 일단 나에게
몇 가지를 배우고 나면 그 능력(能力)들이 향상(向上)되게 될 것이
며, 여러 가지 좋은 점들도 많게 될 것이오."
천로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간혹 예외(例外)의 상황이 벌어지게 되더라
도 역시 소주인님께 찾아가서 보고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금몽추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이제까지 아무런 말도
없는 의로를 향해 다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의로, 당신은 지금 거기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오? 정말로 그 곳
에서 두더지라도 잡자는 것이오? 만일 두더지를 잡고 싶으면 땅을
파야 할 일이지, 그렇게 얼음만 깨고 있다가는 당신은 오히려 그
속으로 빠져들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오. 입이라는 것은 말을 하라
고 뚫려 있는 것인데, 당신의 입은 어디 고장이라도 났다는 말이
오?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소?"
의로는 슬쩍 금몽추를 돌아본 다음에,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대
꾸했다.
"소주인님께서 이미 모든 일들을 훤히 내다보고 계시니 제가 달
리 드릴 말씀이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다만 이 곳에서 물고기나
잡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빌어먹을! 아무리 능력(能力)이 대단해도 세상(世上)의 일이라
는 것은 서로 힘을 합쳐야만 된다는 것을 왜 모른다는 말인가?"
금몽추는 크게 답답하다는 듯이 몸을 벌떡 일으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당신들은 내가 방금 지시(指示)한 대로 적극적(積極的)
으로 혼란을 막고, 또한 주모자들을 색출(索出)하도록 하시오. 만
일 이렇게 계속해서 한가한 일들만 하고 있는다면 나는 당신들을
문책(問責)할 것이오. 이것은 나의 경고(警告)이니, 당신들은 알아
서들 하시오."
금몽추가 사라지고 나자, 이윽고 화로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더
니 천로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보기보다 상당히 모험(冒險)을 즐기는 편이로군요. 나는
실로 조금전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혼(魂)이 났어요. 만일 그가
눈치라도 채서 우리에게 책망(責望)을 한다면 그 때는 어쩌려고 그
랬죠?"
천로는 빙그레 웃더니 느릿하게 낚싯줄을 거두며 말했다.
"그래도 이 방법이 가장 무난(無難)하면서도 상황을 보다 분명히
할 수 있는 것이니 어쩌겠소?"
주위에는 너댓 명의 낚싯꾼들이 더 있었는데, 이 쪽의 솥에서 김
이 무럭무럭나고 얼큰한 고기국의 냄새가 번져나가기 시작하자 하
나같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돌리더니, 눈치를 보는 듯하다가 슬
슬 다가들기 시작했다.
이 추운 날씨에 여자까지 데리고 나와서 낚시를 즐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들은 모두 일찌감치 이 쪽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화로가 낚싯줄마저 놔 두고 다가오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의미
심장하게 웃더니 다시 말했다.
"나는 사실 오랜만에 국을 끓이는 것인데, 아마도 저들은 내 솜
씨에 반해서 그만 입맛이 동한 모양이로군요."
다가오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하나가 그 세 사람을 두루 바라보
더니 음침(陰沈)하게 웃으며 말했다.
"틀렸소. 나는 오히려 그대의 미모(美貌)에 더욱 반한 사람이오.
그러니 그대는 지금부터라도 아예 나의 마누라로 자리를 바꾸는 것
이 어떻겠소?"
화로가 이에 다소 안색(顔色)을 냉랭(冷冷)하게 변모시키더니 대
꾸했다.
"사선(邪仙), 당신이 계속해서 그와 같은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
놓는다면, 비록 우리가 지금 같은 처지에 있다고 해도 결코 가만있
지 않을 거예요."
이 다가오는 다섯 명의 낚시꾼들은 그저 평범(平凡)한 사람들이
아니라, 실상 알고보니 세외팔선(世外八仙)의 나머지 다섯 사람인
오선(五仙)이었던 것이다.
사선은 일순 크게 두렵고 당황스럽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 얼굴
을 가리면서 엄살을 부렸다.
"알겠소 알겠소, 내가 또 쓸데없는 노망(老妄)을 부렸구만. 그저
사람은 늙으면 죽어야 한다니까. 하하하! 화선(花仙), 너무 그렇게
화만 내지 마시오."
장대(壯大)한 체구의 사내 모습을 하고 있는 도선(刀仙)이 가까
이 다가와 다소 신중(愼重)한 어조로 입을 열어 말했다.
"혹시 그가 미리부터 우리의 계획(計劃)을 알고 좀 더 분명한 증
거(證據)를 잡아내기 위해 일부러 모른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오늘의 이 공개된 회합(會合)은 자칫 위험(危險)해질 수
도 있는 노릇이지."
비쩍마른 청년(靑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선(魔仙)이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며 말을 받았다.
"흥! 이거야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군. 모든 일에는 아무래도
약간의 위험(危險)이 따르기 마련인데, 그래 그와 같이 새가슴을
가지고 있어서야 무슨 일인들 제대로 할 수가 있겠소?"
허리가 굽고 안면이 쭈글쭈글한 노인(老人)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귀선(鬼仙)이 두 눈에서 기이한 현광(玄光)을 발하며 말했다.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그가 아까 우리의 존재(存在)를 알아차
렸을 가능성(可能性)은 아주 희박(稀薄)하오. 왜냐하면 그것은 그
의 이제까지의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기 때
문이오. 만일 그의 능력(能力)이 우리 이상으로 우월(優越)했다면
그는 실로 지금처럼 곤란(困難)을 당하지 않고도 훨씬 쉬운 다른
방법으로 우리의 계획(計劃)을 분명히 드러나게하여 손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오. 내가 보기에 그는 고의로 자신의 능력을 과장(誇
張)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횡설수설(橫說竪說)하고 있는 듯하
오."
사선이 그를 돌아보며 다소 눈살을 찌푸리더니 말을 받았다.
"아니 당신은 어째서 그런 중요(重要)한 얘기를 이제서야 하는
것이오? 만일 미리 말했다면 우리도 처음부터 힘들게 고생하지 않
고 그 녀석을 제거(除去)해 버리고 자유로와질 수가 있었을 것이
아니오? 실로 그렇게 되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벌써 우리의 이상인
위대한 신화(神化)의 세상(世上)을 건설하고 그 위에 군림(君臨)해
있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오."
귀선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가능한 한 신중(愼重)해야 하오. 이전에도 우리
는 이와 비슷한 경험(經驗)을 했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신
중해야 하오. 우리는 이미 수백년 간이나 기다려 왔소. 그런데 지
금 중요한 시기(時機)에 고작 몇 년을 더 기다리지 못하겠소? 서두
른다는 것은 본래가 좋지 못한 것이오."
사선은 역시 못마땅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더니 얼어붙은 개천
을 향해 누런 가래침을 타악, 뱉으며 말했다.
"우라질, 나는 당신들의 속은 잘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천로가 문득 입을 열어 말했다.
"이미 예상(豫想)했던 일이지만, 그는 우리에게 세상의 혼란을
적극적으로 진정(鎭靜)시키라고 말하고 있소. 우리가 지금 당장 그
에게 손을 쓸 입장이 아닌 바에야 일단은 그 방면(方面)의 일도 어
려워질 것 같소. 그렇다면 역시 오직 강호(江湖)의 무림인(武林人)
들끼리 서로 어울려 혼란(混亂)해지게 하는 그 방법 외에는 없을
것 같은데......, 다른 대안(代案)이 있다면 모두들 말해 보시오."
허술한 옷차림에 평범(平凡)한 사내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검선(劍
仙)이 이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다른 대안은 없는 것 같소. 그리고 또한 더 이상
다른 대안을 찾을 필요도 없을 것 같소. 이미 그와 같은 강호(江
湖)의 일들이 우리의 계획(計劃)대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이제부터 다만 혼란스러운 와중(渦中)에서 한 마리의 물고
기만 낚아 올리면 되는 것이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