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식 716] 지구에도 아름다운 고리가 있었다?
토성처럼 가스로 이뤄진 행성 주위에는 아름다운 고리가 관찰됩니다. 행성의 고리는 운석이나 혜성이 위성이나 행성과 충돌할 때 만들어진 암석과 물로 이뤄져 있다고 해요. 이렇게 만들어진 고리는 종종 행성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일부분이 사라지기도 한답니다. 그렇다면 혹시 지구에도 고리가 있었지만, 사라진 건 아닐까요?
사진 1. 목성형 행성 중 하나인 토성은 아름다운 고리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
아름다운 고리의 증거는…소행성 충돌구?
최근 호주 모나시대학교의 연구팀은 약 4억 6,60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는 지구에도 고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어요. 연구팀이 이렇게 주장한 이유는 바로 약 4억 년 전,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 흔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연구팀은 지금으로부터 4억 8,800만 년부터 4억 4,300년 전에 만들어진 소행성 충돌구 21개를 조사했습니다. 현재는 이 충돌구들의 위치가 전 세계에 퍼져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지각은 계속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충돌구들이 만들어졌을 때와 지금의 위치가 많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팀은 지각이 이동하기 전, 소행성이 충돌했을 당시의 모습을 지도로 제작했습니다. 그 결과, 소행성 충돌구들이 지구의 중심인 적도 근처에 모여 있는 것이 확인됐어요.
사진 2. 약 4억 년 전 지각의 위치에 따라 배치한 지도. 당시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 충돌구 21개의 위치가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달 표면의 충돌구들을 보면, 소행성은 특정한 지역에 떨어지지 않고 다양한 곳에 추락합니다. 즉, 당시 지구와 충돌한 소행성의 흔적이 적도 주변에만 발견되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에요. 그래서 연구진은 소행성 크기의 큰 돌들이 적도 주위에 고리를 이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답니다. 그러다 고리를 이루고 있는 암석들의 공전 속도가 서서히 느려졌고, 결국 이 암석들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졌다는 거예요.
지구의 고리가 대멸종을 불러일으켰다?
고리가 있는 지구의 모습은 과연 어땠을까요? 4억 6,600만 년 전, 고리가 처음 생겼을 때 지구의 평균기온은 17℃였습니다. 하지만 오르도비스기가 끝날 무렵, 대략 4억 4,450만 년 전에는 평균기온이 무려 10℃ 이하로 낮아졌다고 해요. 오늘날 지구의 평균기온이 약 15℃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척 추운 시기였던 셈이죠. 이렇게 급격한 기온 변화로 당시 해양 생물의 85%가 멸종했는데요, 이 사건을 오르도비스기 대멸종이라 부릅니다.
연구팀은 이 오르도비스 대멸종을 불러일으킨 원인이 지구의 고리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양산이 햇빛을 막아내는 것처럼, 고리가 햇빛을 가려 지구의 기온을 낮췄고, 지구에 빙하기를 불러왔을 수 있다는 얘기죠.
사진 3. 연구팀은 지구의 고리가 빙하기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모나시대학교
하지만 정말로 과거에 지구의 고리가 있었는지, 고리가 지구의 온도를 낮출 수 있는지, 그리고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암석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이에 연구팀은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답니다. 하루빨리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이 밝혀지기를 함께 기대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