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이라는 대단한 문제작을 써 내었던 나심 탈레브의 대단한 역작입니다. 기억하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전작에서도 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력과 열정을 이 저자가 쏟은 바 있습니다. 그 정도로 저술에 힘을 기울이고 나면, 다음 번은
"쉬어 가는 타임"이 되기가 쉽던데요. 하지만 이 책은 두께도 이처럼 두껍고, 내용도 <블랙 스완>에서 보던 것,
혹은 그로부터 추론 가능한 부연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이 실려 있어서, 읽는 내내 독자를 다소 피곤하게 했습니다. 물론 여기서
피곤하다는 건, 즐거운 노동, 자발적인 기쁨을 얻는 과정에서도 나오는 그런 피곤함입니다. 소모적인 피곤함이 아니고요.
비
록 빼어난 저자, 혹은 그 누구를 부치는 지적 능력으로 좇느라 피곤하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지친 몸을 단시간의 휴식을 통해
회복하고, 그 후에는 더욱 넘치는 정신적 활력으로 무장하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책을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안티프래질함" 아니겠습니까? 이 책은 그래서, "안티프래질"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책이기도 하고, 독서 과정을
통해 실제로 "안티프래질"능력을 배양해 주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명칭과 내용이 서로 일치하는, 명실상부의 "안티프래질"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유리처럼 깨지는"이란 뜻입니다. fragile이라는
영어 단어는 그런 뜻인데, anti-fragile이라는 말은 그럼 뭔가. 그런 말은 사전에 나오지 않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단어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개념이나 상태의 삼각 구도식 배치를 즐겨 고안하는 편인데요. 서두, 그리고 책의 내용 내내
안티프래질을 둘러싼 세 개념의 팽팽한 대립을 독자에게 계속 제시하며,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개합니다. fragile,
robust(충격을 받아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티는. 다른 말로 "맷집 좋은") 이 두 개념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이 이분법에 새로 추가하여 전체적으로 삼분법으로 만든 다른 제3의 개념은 바로, anti-fragile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쉽게 예상하는 것처럼, "웬만한 충격에는 상처를 입지 않고 견뎌 내는"의 뜻이 아닙니다.(그건 robus죠)
anti-fragile은, "충격을 받으면 방을수록, 충격을 양분으로 먹고 자라서 더 강해지는"의 뜻입니다.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는가, 물리계의 법칙에 반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것은
"진화"입니다. 생존을 위한 변화라는 의미로 진화를 좀 넓게 받아들이신다면, "진화"와 "안티프래질"이 서로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음을 알 수도 있습니다.
"안티프래질"이 저자의 독창적인 개념 고안이라면, "진화" 역시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운 활력과 영감의 원천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진화"는 수백, 수천 세대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지질학적,
생물학적 변이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마음만 바꿔 먹으면 돈오(頓悟)의 기세로
우리 내면에서 체험 가능한 흐름이고 각성이기도 하다는 거죠. 이를 기업에 적용하면 그건 바로 이노베이션, 혁신이 됩니다. 그
생존에의 몸부림은 타율적 탈피, 마지못한 이끌림이 아니라, 스스로 더 나은 존재가 됨을 몸으로 느끼는 데서 솟구치는 폭발적인
희열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이 책 내내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채 알아채지도 못한 상태로, 우리는 그러나 언제나 이것을 몸 속에
지녀 왔다." 안티프래질은 이 책의 저자처럼 소수의 선택 받은 천재나 제 정신의 특성으로 구현하는 덕성, 장점, 어드밴티지가
아니라, 우리 누구나 생각만 바꿔 가지면 우리 것으로 할 수 있는(아니, 이미 우리 것으로 되어 있는) 자질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신들린 어조로 풀어 주는 안티프래질로의 엘리베이팅 메쏘드가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진정한 각성이 아니었으면 저자가
이처럼이나 신명을 발휘하여 이렇게나 긴 이야기를 저술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마음가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내 앞에 펼쳐진 세상은 벌써 5D로 탈바꿈한 채 온갖 가능성의 파노라마를 시연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안티프래질....내 후배가 다니고 있는 와이즈베리출판사 대박 나기를...
출판계가 다 장규씨 후배 아니었던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