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농팬 여러분, 심심함이 전통이 되어버린 KBL의 오프시즌을 잘 보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ㅎ
그래도 이번 오프시즌은 유래 없었던 대형 FA의 이동으로 게시판이 상당히 뜨거웠던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좋지 않은 소식으로 또 한번 소란이 일고 있어 씁쓸한 마음도 드네요.
어찌됐건...이번시즌은 개막이 앞당겨지면서, 이제 오프시즌도 그닥 많이 남지 않은 느낌입니다.
남은 오프시즌 행사라면 구단들의 1년을 좌우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와
이젠 시즌 시작 후 열리게됐지만, 싱싱한 신인 선수들을 프로에 입문시킬 신인 선수 드래프트가 있네요.
드래프트의 재미는 어떤 팀이 어떤 순위의 픽을 얻느냐, 그리고 특급 선수들이 어느팀으로 가느냐가 가장 큰 부분이긴한데,
한편으로는 숨은 진주를 찾는, 일명 슬리퍼를 잡는 팀이 어디고, 또 그 슬리퍼가 누구냐를 찾아보는 것도 아주 큰 재미인 것
같습니다.ㅎ
그런 의미로(?) 심심풀이 삼아 KBL 신인 드래프트의 슬리퍼 출신(?)들을 한번 찾아봤습니다.ㅎ
2라운드 출신 최저연봉 신인왕 이현호.
2003년 신인 드래프트는 KBL 역사상 손꼽힐정도로 흉작이었던 드래프트였습니다.
1라운드 1순위로 뽑혔던 연세대 김동우는 신인왕 0순위로 농구팬들의 기대감이 상당히 큰 선수였지만,
잦은 부상으로 커리어 내내 명성에 걸맞지 않은 활약만 남겼으며,
제 2의 김승현이 될거라던 옥범준은 프로 적응에 애를 먹으며 다섯 시즌밖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죠.
이렇듯 유력한 신인왕 후보들이 부진한 가운데, 신인왕 싸움은 진흙탕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전 두 시즌간 김승현, 김주성이라는 어마어마한 신인들을 봐온 농구팬들의 기대는 완전히 산산조각 났죠.
이런 가운데 뜬금없는 유력 신인왕 후보가 떠올랐는데, 바로 2라운드 8순위 연봉 3천만원의 이현호였습니다.
경기당 기록은 김동우가 그래도 훨씬 좋았지만, 출전 경기수와 팀 성적에선 이현호가 앞섰습니다.
이런 논란은 항상 있는 것 같은데, 신인왕 선정에 팀 순위가 유효한 요소가 맞느냐는 논란은 당시에도 조금 있었죠.
결과적으로 팀이 최하위로 떨어진 중에 시즌아웃된 김동우보단 플레이오프 싸움 가운데 서장훈의 부상 공백을 메운 이현호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개인 생각을 좀 이야기하자면,
그래도 3.2득점 1.7리바운드의 이현호보다는 8.8득점 1.7리바운드의 김동우가 신인왕을 수상하는게 맞았을 듯 싶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팀 전자랜드의 리더이자 베테랑으로 커리어 내내 신인 때와 같은 열정과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블루컬러워커 이현호의
가치가
부상으로 아쉬운 활약만 남긴 김동우보다 좀 더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려 일곱팀이나 지나친 조선 최고의 슈터 조성민.
2006년 신인 드래프트 역시 2003년 못지않은 특급 선수가 없었던 드래프트였습니다.
연세대 전정규, 건국대 노경석, 경희대 이현민, 한양대 김학섭, 고려대 주태수 등이 최대어로 꼽혔으나,
몇년간 김승현, 김주성, 방성윤, 양동근 정도를 제외하고는 좋은 모습을 보여준 신인이 없었기에, 신인에 대한 기대치도 매우 낮은
상황이었죠.
점점 커져가던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로 인해 구단들은 상대적으로 신인 선수 발굴에는 조금 관심을 덜 갖고 있었습니다.
한양대에서 성실한 플레이로 1번부터 3번까지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활약해온 조성민 역시 주목 받는 졸업생이었지만,
무려 초중고, 대학까지 함께나온 김학섭에 가려 좋은 롤플레이어 정도로 평가받고 있었죠.
2006년 드래프트 신인들이 가세한 06-07시즌은 대어가 없다던 평가처럼 신인들의 심심한 활약 가운데,
그나마 LG의 주력 선수로 활약하며 팀을 리그 2위로 이끈 이현민이 신인왕을 차지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즌 막판부터 플레이오프까지의 활약은 1라운드 8번픽으로 뽑힌 조성민이 압도적이었죠.
상대 에이스들을 꽁꽁 묶으면서 필요할 땐 득점도 만들어내며 팀을 챔피언 결정전 준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지금와서 참 놀라운 것은 당시 조성민은 수비와 허슬이 좋은 선수, 파이팅이 좋은 선수,
속공 능력이 좋지만 슛 능력은 조금 부족한 선수로 평가 받았었다는거죠.
당시 소속팀 감독인 추일승 감독이나, 베테랑 선수였던 신기성은 항상 조성민을 노력하는 성실한 선수로 평가했었는데,
그런 조성민의 땀이 지금의 KBL 최고의 슈팅가드 조성민을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정규리그 & 챔피언 결정전 MVP 1라운드 10픽 함지훈.
앞서 이야기한 2003년, 2006년 드래프트와는 달리 2007년 드래프트는 KBL 역대 최고의 드래프트로 불리고 있죠.
무려 25명의 선수들이 1군 선발에 성공했었는데, 8년이 지난 지금도 14명이나 리그에 살아남아 있습니다.
좋은 선수들이 많았던만큼 하위픽에서도 쏠쏠한 선수들이 많았었는데,
역시 그 중 최고는 09-10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MVP를 독식한 함지훈이죠.
개인적인 일화입니다만, 함지훈 4학년 시절에 아마도 MBC배 대학농구 결승 경희대와의 경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직관가서 농구를 보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지훈이가 힘이 좋아, 근데 키가 작아."라고 말하더군요.
뒤돌아보니 당시 모 프로팀 감독과 선수가 앉아 있었습니다.
이게 당시 함지훈에 대한 현장 평가였죠.
특히나 몇년간 외국인 선수가 2인 모두 출전하면서 일명 확실하지 않은 국내 빅맨에 대한 기대치는 바닥이었습니다.
주태수, 김광원, 박광재 등이 1라운드 중상위픽에 선발됐었지만, 실제 경기에서 활용도는 형편없었죠.
하지만 함지훈은 뛰어난 골밑 무브와 힘을 갖춘 준비된 선수였고, 그런 함지훈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외국인 선수 동시 출전이 2개 쿼터로 축소되었고, 09-10시즌에는 결국 2보유 1출전으로 제도가 변경됐죠.
2년차시절 외국인 선수 1명만 뛰던 2,3쿼터 코트에 나와 활약하며 식스맨상을 수상했고,
외국인 선수가 1명만 뛰게되자 리그 최고의 골밑 공격 유닛으로 그를 향했던 모든 평가를 뒤집어버렸습니다.
2007년 황금 드래프트 1라운드 선수들 면면을 봤을때 정말 대단한 선수들이 많지만,
지금와서 보니 그 중 맨 마지막에 뽑힌 함지훈만큼 리그를 들었다놓은 선수가 아직까지는 또 없는 것 같네요.
나는 3라운더다. 슛도사 정병국.
사실 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0여명 뽑히는 가운데 슬리퍼를 논하는게 조금은 우습기도 하죠.
하지만, 3라운드라면 조금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KBL에서 이건 리얼 슬리퍼죠.
3라운드 출신으로 데뷔 후 8년이 지난 지금도 리그에 살아남아있고,
심지어 소속팀의 주력 선수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슈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정병국이 바로 리얼 슬리퍼의 주인공입니다.
정병국이 드래프트에서 저평가 받았던 이유는 역시 키가 작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대학시절 동포지션 경쟁자였던 후배 박성진과 강병현이 너무 잘했었기에 출장시간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슈터이고 포인트가드 역할은 못하는데 작은 키로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가 정병국을 향한 평가였죠.
하지만 3라운더 정병국에게도 기회는 왔습니다. 팀의 대표 슈터 김성철과 조우현은 부상이었고, 주전 가드 황성인은 매경기 부진했죠.
자연스럽게 출전 시간은 정병국에게 돌아왔고, 정병국은 자신의 장점인 슈팅력을 바탕으로 코트를 부지런히 뛰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신인 시즌 후 3500만원이었던 자신의 연봉을 5900만원으로 끌어올렸고, 현재는 억대 연봉자가 되어있습니다.
또 다시 정병국과 같은 3라운드 선발 선수가 나오기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겠죠.
그렇지만, 정병국이라는 3라운드 출신 스타가 있었기에 하위픽 선수들에 대학 기대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다가오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는 1라운드 상위 선발이 예상되는 몇몇 선수를 제외하고는 뽑을 선수가 없다는게 현재의 평가입니다.
2라운드에 들어서는 선발 자체를 포기하는 팀들도 나타날거라는 이야기 역시 심심치 않게 있죠.
그렇지만, 소수이지만 낮은 픽에서도 생각 이상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선수들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더 소개는 하지 않았지만, 지난 드래프트 2라운드에 뽑혔던 박철호나,
2013년 이대성, 2012-13년 김현수, 2012년 조상열, 2011년 이관희와 2군 김우람까지...
물론 프로구단들이 필요에 따라 냉정하게 선수들을 평가하고 선발해야하는게 맞지만,
그래도 혹시나 기회를 얻지 못해 재능을 꽃 피우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없도록, 주어진 픽 만큼은 꼭 행사해줬으면 좋겠네요.ㅎ
첫댓글 잘봣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2라운드 출신 중 박구영도 빼놓을 수 없는 선수죠.ㅎㅎ 05-06시즌에 우승하고 1라운드 10픽과 2라운드 1픽에서 함지훈과 박구영을 뽑아간건 정말 부러워요.ㅎㅎ
저는 의외로 올해 드래프트는 최상위 로터리 1~3픽 정도가 아니면 후순위 8~10순위에서 선수 두명을 지명하는게 이득일거 같습니다.
실링이 비슷비슷한 드래프트에서는 선수를 잇다라 지명하는게 이득이지요
사실 지난해부터 대학농구를 잘 못봐서 이번 드래프트에는 어떤 알짜선수들이 있을지 감이 좀 없네요.ㅠ
뎁스가 낮은 드래프트로 알려진만큼 만약 완전 상위픽이 아니라면 비슷한 기량의 선수를 여럿 뽑을 수 있는 하위픽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ㅎ
정병국이 3라 출신인건 언급될 때마다 매번 놀라게 되요.ㅋㅋ 최근 폼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김동욱도 2라운드 출신으로 성공한 선수이고.
올 드랩엔 누가 숨은 진주일런지.. 예상을 깨는 성장을 보여주는 선수가 많아졌음 좋겠습니다.ㅋ
아! 김동욱.ㅎ 완전 잊고 있었네요. 김동욱도 2라운드 출신에 최고연봉을 갱신했던 2라운드 전설이었죠.ㅎㅎ
올해는 김철욱선수가 빠지면서 확실한 로터리선수가 한명 나가버렸고 지난시즌얼리참가까지... 너무 얇아졌네요. 잘읽었습니다 ㅎㅎ 김우람선수는 아예소개해주셔도 될거같아요
2군 출신 김우람이야말로 신화 중에 신화이긴 하죠.ㅎ 지금보단 앞으로가 더 이야기거리가 많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어린 선수들은 그냥 간단하게 언급해봤습니다.ㅎㅎ
다른 2라운드 선수로 오리온스 고려대 김동욱이 있죠. 대학때 진짜 잘했는데 드랩픽이 왜 그렇게 미끄려졌는지(뚱한 표정때문이라는 루머가..) 지금이야 노장이고 연봉도 많이 먹는다고 욕먹지만 2010년전후로는 최고의3번이라 생각하고 제2의 현주엽 포인트 포워드였죠
써놓고보니 김동욱을 빼먹었었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김동욱은 2군 최대 연봉에 유일한 국가대표인걸로 알고 있습니다.ㅎ 대단한 선수인데 깜빡했네요.ㅎ
정병국이 리얼이네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정병국이 정말 짱인듯 합니다.ㅎ 이런 선수를 3라운드에 뽑다니..전랜이 부럽네요.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사합니다.ㅎ 더 정성 들어간 더 좋은글 쓰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ㅎ
이대성도 한자리 차지해주길. 잘읽었습니다.
일반인 트라이아웃을 통해 리그에 들어온 이대성도 참 이야기거리가 많긴한데, 아직 어린 선수이니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어 간단히 언급만 했습니다.ㅎ 모비스는 우승을 많이해서 항상 하위픽인데 항상 좋은 선수들을 잘 데리고 가서 잘 키워내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