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뒤척이다
허공을 향해
몸을 던지는 거미처럼
쓰러진 고목 위에 앉아
지저귀는 붉은가슴울새처럼
울부짖음으로 위험을
경고하는 울음원숭이처럼
바람 불 때마다 으악
소리를 내는 으악새처럼
불에 타면서 꽝꽝
소리를 내는 꽝꽝나무처럼
남은 할 말이 있기라도 한 듯
나는 평생을
천천히 서둘렀다
―천양희(千良姬, 1942- )시집「몇차례 바람 속에서도 우리는 무사하였다」(창비, 1924.09)
모든 생명과 존재는 몸과 마음을 이리저리 뒤집고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열정을 다하면서, 소리 내어 울면서, 파도 같이 세차고 큰 소리를 지르면서 살아간다. 우리도 저곳으로 건너가기 위해 거미처럼 텅 빈 공중에 몸을 던진다. 내 삶의 미래를 위해 땔감을 마련한다. 가을 억새처럼 질긴 의지로 억척스럽게 생활한다. 천천히 그러나 또 동시에 급하게 다그치면서, 이 느긋함과 급함의 뒤섞임 혹은 느긋함과 급함 사이에서 뒤척이며 매일을 지낸다.
천양희 시인은 한 산문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살릴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시를 쓰는 시인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 ‘미래(未來)라는 마음’을 통해서는 이렇게 썼다. “한 번만 들어도 좋은 이름이 있다/ 미래라는 둘도 없는 이름이다”라며 미래라는 이름은 “사방을 꽉 채우는 초록 같은 이름”이라고 노래했다. 우리가 애를 태우고 몸부림치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도 낙담하려는 마음을 살려 내일을 초록으로 꽉 채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천양희(1942- ) 시인은 부산 사상에서 태어나서 경남여중고,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대학 3학년일 때 당시 연세대 교수였던 박두진 시인이 발행하던 당시 유일한 문예지 <현대문학> 추천으로 '庭園 한때', '아침', '和音'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83년 첫 시집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평민사)을 냈고 그 후 발간된 그녀의 시집은, <사람 그리운 도시>(나남 출판사, 1988), <하루치의 희망>(청하, 1992), <마음의 수수밭>(창작과 비평사, 1994), <오래된 골목>(창작과 비평, 1998), <너무 많은 입>(창비시전, 2005),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작과 비평, 2011), <벌새가 사는 법(육필시집)>(지식을 만드는 지식, 2012)<새벽에 생각하다>(문학과지성, 2017), 산문집 <시의 숲에 거닐다>, <직소폭포에 들다>, <나는 울지않는 바람이다> 외 다수가 있다. 소월시문학상(1996), 현대문학상(1998),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05), 공초문학상(2005), 박두진문학상(2007), 만해문학상(2011), 이육사문학상(2011)을 수상하였다.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조선일보 2024년 10월 21일(월)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문태준 시인)〉, 《Daum, Naver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 ∙ 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