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뀐 첫날밤 재미있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한다. 주무시다가 간병인이 잠든 시간에 혼자 걸어 나가 화장실을 다녀오셔서는 문 앞에 누워 있는 젊은 아가씨가 큰 손자로 보이셨던 모양이다. “아, 기복이가 여기서 자고 있네? 추운데 이불을 안 덮었잖아!” 하시면서 당신의 이불을 가져다 덮어주셨다는 것이다. 이 일은 그 방에 있던 모든 환자들이 웃고 또 웃는 이야깃거리가 되었지만 마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직 뼈가 제대로 붙지 않은 상태이고, 또 걸어 다니시다 새로 골절상이라도 당하신다면 보통 큰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간병인 아주머니는 장모님의 통로를 막고 주무셨다. 장모님께서 혼자 일어나서 나가실 수 없도록 장모님 손과 자신의 손을 묶고 주무시겠다고 하셔서 또 한 번 간병인의 사명감에 감동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직접 회진을 도시는 원장님으로부터 착하고 지혜로우시다는 칭찬을 받으시면 장모님은 학교생활을 잘하는 모범생이라도 된 듯 좋아하셨다. 잘하신다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들떠서 같은 노래를 몇 번이고 계속 부르신다고 했다. 그곳에 계시면서 나날이 상태가 좋아지셨다. 안정된 환경에서 지내시니 험한 꿈도 꾸지 않으시고 잘 주무셨다. 쓴 약도 잘 드시고 식사도 잘하셨다. 잘 드시니 당연히 컨디션도 좋아지셨다. 이제 뼈만 잘 붙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했다. 별 문제없이 평화로운 날이 지속되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직접 회진을 도시는 원장님으로부터 착하고 지혜로우시다는 칭찬을 받으시면 장모님은 학교생활을 잘하는 모범생이라도 된 듯 좋아하셨다. 잘하신다는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들떠서 같은 노래를 몇 번이고 계속 부르신다고 했다. 그곳에 계시면서 나날이 상태가 좋아지셨다. 안정된 환경에서 지내시니 험한 꿈도 꾸지 않으시고 잘 주무셨다. 쓴 약도 잘 드시고 식사도 잘하셨다. 잘 드시니 당연히 컨디션도 좋아지셨다. 이제 뼈만 잘 붙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했다. 별 문제없이 평화로운 날이 지속되었다.
평소 아들이 엄청난 효자이고 당신이 가장 신뢰하는 아들이지만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생긴 타인에 대한 의심과 뒤섞여 일시적인 혼동을 일으킨 것이다. 나를 믿지 못하는 치매 부모님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갑자기 바뀐 환자의 이상하고 섭섭한 행동에 마음이 먼저 반응하여 환자에게 싫은 표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장모님의 경우 골절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했지만 낯선 도우미 아줌마만 주로 보이고 가족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상황이 머리로 이해되지도 않고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장모님은 당신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혼동과 불안감을 여러 형태로 표출하셨다. 먼저 계시던 병원에서 “김 서방도 나빠!” “내가 왜 이런 곳에 있어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하시면서 화를 내셨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장모님은 지남력이 떨어져 병원인지 집인지 분간하지도 못하고, 아가씨를 손자라고 착각하기도 하고, 수술 받았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아직 걸어 다녀서는 안된다는 새로운 학습 내용이 기억되지 않아 정상인처럼 자꾸 걸어 다니시려고 한다. 칭찬을 받으면 어린아이처럼 단순해져 행복해한다. 일종의 충동억제 기능과 통합적 사고 기능이 떨어져 있다. 그래도 평소 남을 배려하던 습관이 남아 있어 이불을 덮어주는 행동을 보이신 것이다.
앞으로 장모님을 요양원으로 모셔야 할 것 같았다. 아내와 나는 집과 가까운 요양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장모님이 적응만 잘 하신다면 친구도 사귈 수 있어서 좋고, 우리도 자주 들러서 뵐 수 있으니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장모님에게 매여야 하는 생활로부터 일상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또 다시 버려졌다고 좌절할 일이 눈에 선했다.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고민하는 날들이 많이 지나갔다. 장모님이 안정되자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장모님 침대 바로 위에 텔레비전이 있는데 거의 하루 종일 틀어놓는 바람에 장모님이 잠을 못 주무시는 일이 생기고, 이로 인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자리를 바꿀 수도 없었다. 다른 병실로 옮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 치매를 예방하는 두뇌 건강법 ⑧
“사회성이 없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
혼자 지내는 경우 배우자나 다른 가족이 있는 경우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정 붙일 애완동물이라도 있는 것이 아무도 없이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좋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언어와 문자를 이용한 폭 넓은 사회생활이 인간의 뇌 발달의 근본 동력이라 볼 수 있다. 사람들을 만나면 머리를 자꾸 쓰게 되므로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혼자 있으면 자연히 뇌의 활동과 육체의 움직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를 갖고,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낮아진다. 사회활동은 뇌 기능을 촉진시키고 세포와 신경망을 활성화시켜 주고 이는 뇌의 약화를 더디게 만든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면 뇌 기능 저하가 그만큼 늦어지는 것이다. 대부분 젊었을 때는 사회활동을 활발히 한다. 특히 직장 생활 자체가 가지는 사회성의 의미가 매우 크다. 그리고 젊은 나이엔 취미 활동, 친목 모임 등을 통해 폭 넓은 대인관계도 유지한다. 하지만 은퇴하게 되면 사회활동의 기회가 확연히 줄어들고, 의지 자체도 경제적 여건도 점차 줄어든다.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사회활동을 하고 대인관계를 유지하도록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도 영업사원이나 ‘을’의 입장에서 하는 것이 ‘갑’의 입장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뇌의 노화 방지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 넓게 바라보면 세상이 참 공평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을’보다는 ‘갑’의 입장에 있고 싶어 할 것이다. 문제는 힘든 삶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친구나 만나는 상대가 편하고 좋은 사람이면 좋지만 가끔은 고약한 친구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뇌를 많이 단련시킨다. 이런 경우 뇌는 늘 하던 관념적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
전편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대에게 화를 내지 말고 그런 불편을 느끼는 나를 바라보는 것도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방법이 된다. 가끔 고약한 친구를 만나는 것이 나에게 좋은 일이지만 내가 고약해지면 나를 받아주는 사회는 문을 닫게 되므로 남을 위해 나까지 고약해질 필요는 없다. 고약하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한다. 새로움을 배우는 능력이 떨어진다. 뇌가 노화되었다는 것이다. 나이 들면 고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뇌가 젊어야 새로움을 잘 배운다. 새로움으로 나를 바꿔야 모난 부분이 적어진다. 모든 것은 변한다. 고정관념이나 신념이 남에게 끼치는 해악은 큰 힘을 가질수록 폐해가 크다. 세계대전 등의 근현대사에서도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종교생활이나 마음공부로 잘 늙어가는 것도 뇌를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명상이나 기도에 너무 집중하면 고지혈증이 발생하기 쉽고 이로 인해 혈관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 고지혈증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활동이나 자원봉사, 종교생활 등 단체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뇌를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다.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도 사회생활의 연장이다. 영화, 연극, 음악회, 전시회 등을 관람하거나 등산이나 여행, 그리고 야외 활동도 좋다. 화분 가꾸기나 뜨개질, 요리처럼 집에서 하는 생산적인 활동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