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손 잡고다녀온 칠갑산.
새벽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잠을 깨워 한동안 명상에 잠기다.
버스 두대가 출발하여 노틀담 복지관에서 장애우들과 만남을 갖고 짝을 지어 동반자가 되다.
기념찰영후 버스에 분승 칠갑산을 향해 떠나는 길에 인천을 벗어날 즈음해서 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고속도로를 벗어나면서 부터는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천둥과 번개가 바로 눈앞에서 터지는 듯한 상황이 벌어진다.
짐짓 불안해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속에서 버스 안 풍경은 어수선하다.
나의 파트너는 영욱( 21세. 남 ).
예전에 읽은 책 중에 국립정신병원 원장이 쓴 책 내용 중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병명은 오래되서 잊어버렸지만 끊임없이 반복 질문하는 질환을 가진 어느 할아버지와 어린 아이의 대화 속에 할아버지의 유일한 취미는
담요를 풀어서 실을 만들어 실타래에 감는 증후와 아이의 유일한 취미는 그런 할아버지 곁에 앉아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질문을
던지는 중상을 가진 아이가 한 병실에서 엮어내는 길고 긴 스토리다.
아이 : 할아버지 뭐 하세요?
할아버지: 응 실 만든다.
아이 : 실 만들어서 뭐하게요?
할아버지 : 응 장에 내다 팔지.
아이 : 장에 팔아서요?
할아버지 : 응 담요 사지.
아이 : 담요는 뭐하게요?
할아버지 : 응 풀어서 실 만들지.
.
.
.
계속 되는 둘의 이야기가 일반 사람이 들으면 질리기도 했겠지만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두 사람의 일상에는 전혀 지루하지 않고
진지하게 끊임없이 해가 떠서 지고 그리고 한달이고 두달이고 계속 그런 일상으로 이어지는 동안 그 병원의 명물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
처음엔 멀쩡한 담요를 풀어서 실을 만드는 그 할아버지의 눈을 피해서 담요를 감추기도 하고 또 다른 실이 풀어지지 않는
담요를 넣어 주기도 했지만 그러면 다른 방의 담요를 가져다가 실을 만드는 통에 아에 담요를 다 풀기 전에 헌 덤요를 준비해서
주기적으로 넣어주는 가운데 완치가 되었다는.....
그 이후 어느 날 원장은 겨울 길거리에서 군밤을 사게 되는데 오백원어치를 달라고 하는 데 이천원 어치도 더 되는 군밤을 주는
군밤장수에게 이러면 안된다고 하자 그 군밤장수는 벙거지 모자를 벗고 " 헤헤 원장님 접니다. 이제 다 나아서 군방장수를 하고 있습죠 !
그때 참 고마웠습니다." 하는 인사를 하더란다.
아마 고교 시절엔가 읽었던 수필집이었는데, 바로 그런 장애를 가진 영욱이.
끊임없이 " 왜요? " 를 반복하던 그런 장애우를 만난것은 내 인생에 있어서 또 한번의 크나큰 공부를 하기 위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체중은 키에 비해서 너무 많이 나가 주체 할 수 없는 살들로 힘들어 하고, 평소 체중관리를 잘 하지 못해 악순환의 연결 선상에서
당뇨가 진행되고 그 당뇨는 악화 일로로 왼쪽 눈은 실명상태고 오른쪽 눈도 시력을 잃어가고 있고, 당뇨로 인한 영양흡수가
되지 않으니 어지럼증을 막으려고 계속되는 영양섭취로 과자 부스러기를 간식으로 선택해서 그 악영향으로 온 몸은
아토피 피부염을 유발해서 쉬지 않고 긁어대고......정신연령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1학년 정도의 수준에서 몸만 공룡처럼
비대해버린 애어른이 되어.....하나의 처방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바로 영욱이 었다.
엄마의 정성으로 하루치 간식을 싸가지고 온 것 까지는 좋은데, 통제가 안되는 정신 때문에 출발해서 한 시간도 안되서
하루치를 모두 먹어치우는....못 먹게 하면 계속 어지럽다고 변명으로 일관하고.....
하늘이 감동한 탓이었을까? 칠갑산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하늘은 맑게 개어 햇살까지 비추는 가운데, 산행이 시작된다.
점점 쳐져만 가는 산행. 조금만 언덕이 나와도 미리 겁을먹고 힘들어서 죽겠다는 핑계를 대고 우리 쉬어가요를 반복하면서
십여미터쯤 가다가 쉬고, 조금더 가다가 쉬고 해서 남들보다 열배는 더 쉬다 보니 자연스레 뒤쳐진 걸음. 그래도 끝까지 포기 하지
않도록 노래를 시키고 해서 진행을 했지만 영욱이의 흥미를 끌기에는 역부족.
우린 정상에 도달 하기도 전에 일행들이 벌써 하산을 한다.
내려 오는 길엔 영욱이가 제일 잘한다는 이야기를 시켜서 곰 세마리 노래와 늑대와 양 이야기. 앞 뒤가 이어지지 않는
백설공주에 흥이나서 몇번 쉬지 않고 하산을 하였지만.....
중식을 위해 들른 식당에서는 먹어서는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영욱이가 먼저 요구한 것은 탄산음료 사이다.
잡채와 전 한 접시. 사라다와 김치. 깍두기 그리고 공기밥 두 그릇과 갈비탕 한 그릇을 거뜬하게 해치우고서야 일어섰지만,
하루 열량을 몇 배 초과한 걸 눈치챈 강미연 선생님의 눈길을 피해 갈 수많은 없어 차 안에서 나눠준 과자와 음료수와 쵸콜릿과
사탕 빵 등이 들어있는 간식봉지를 뺏기고는 그 억울함을 해소 할 수 없어 온 몸이 가렵다고 뻘건 피가 맺힐 때까지 벅벅 긁어대는
기염으로 분풀이를 하는 현상을 보면서 함께 사는 가족들의 애환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서 너무 가슴이 아픈 하루 였지요.
남자로서 해서 안될섯을 아직 구분하지 못하는 걸 가르켜 주면서
여자 화장실에 엔 들어가지 말 것과
사람이 있을땐 화장실 문을 열지 말 것과
여자아이가 예쁘다고 해서 허락이 있기 전에는 함부로 만지지 말것과
남의 가방을 뒤지거나 먹을 것을 욕심내서 훔쳐 먹지 말것과....
기타등등 기타등등....
먹을 것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던 영욱이
이루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영욱이가 모두 다 기억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화를 하면서 금방 가르쳐 주면 왜라는 반복을 다시하고
마치 처음 인용했던 할아버지와 어린아이의 대화처럼 되어버린 하루의 일상에서
정말 아루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많은 것을 하루만에 배워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시 또 태양은 뜨겠지요.
영육이의 소원대로 자신도 빨리 치료가 되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택시운전사가 되어 훌륭한 사회의 일원이 될 것을 기도하면서
우리가 약속했던 6개월 후에 다시 만났을때 체중도 빼고 치료도 열심히 하고 해서 발전적인 상황으로 변해 있으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용돈도 주기로 언약한 약속이 정말 잘 지켜지기를 손모아 빌어 봅니다.
함께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들의 건승과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샬롬!
카페 게시글
▣-자유 게시판
장애우와 함께 간 칠갑산 어우러기 산행.
정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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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12 14:4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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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길진님 뜻깊은 하루를 보내셨군요...ㅎㅎㅎ 약속한 되로 영욱이가 건강하고...밝게 ...사회인으로 일조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늘 건강과 행복을 빌어 봅니다 ^&^*
이글은 보니 마음이 숙연해 지네요. 영욱이 치료 잘받고 건강해기기를 바랍니다. 정길진님 좋은일 하셨네요. 혼자도 산행하기도 힘든데 영욱이와 친구하며 산행하느라 고생많이하고 수고 많이 햇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