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사이에 갇힌 섬, DMZ 답사를 마치고/안성환/241110
사단법인 울산문화아카데미에서 철원지구 1박2일간 문화유적과 지질관련 답사를 다녀왔다.
코스는 고석정, 도피안사 외 10여곳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철원 비무장지대에 대한 흩어진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는 고마운 시간이기도 했다.
1일차 철원!
먼저 철원에 대하여 간단한 이해가 필요 하다. 철원은 추가령구조곡(강원도 철원 지역을 관통하며 서울과 원산을 잇는 직선상의 골짜기)의 중간지점에 있다. 즉 수도권에서 금강산으로 진입하는 구간에 위치한 고을이다. 이곳은 한 때 고구려 땅이 되기도 하고 신라 땅이 되기도 했다, 해방이후로는 북한 땅이 되기도하고 남한땅이 되기도 했던 애절한 지역이다, 지금은 철원 일부는 비무장지대속에 갇혀, 섬이 아닌 섬이 되어 있기도 하다. 어쩌면 이들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인해 군사적 요충지가 되어 정체성이 없는 지역으로 편질 되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남북전쟁으로 모든 시설물들이 파괴되어 흔적을 볼 수 없는 가슴아픈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놓지 않을 수 있었든 비결은 추가령구조곡의 비중이 크다. 이유는 이곳 일때가 다른 지층대가 만나 형성된 단층대 때문이라고 한다. 이 단층대는 평강일대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철원지구의 일대 장관을 이루는 원인으로 보면 된다. 화산의 폭발에 따른 용암들은 철원평야의 한탄강을 따라 흐르면서 역사적으로 54만년 전부터 12만년 전까지 용암이 식으면서 용암대지가 형성되었다. 이 영향으로 한탄강의 흐름이 변화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들이 우리가 다녀간 삼부연폭포, 고석정 한탄강의 잔도 등의 많은 독특한 지형을 연출하게 되었던 것도 이러한 영향이라 생각한다. 현재 이곳은 2020년 유네스코 시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은 곳이기도 한다. 정말 답사가 아닌 그냥 멍을 때릴 수 있는 힐링의 목적으로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
1일차 답사를 마치고 우리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김기화선생님의 매끄러운 진행에 장르가 다양한 장기들... 성악, 판소리, 색소폰, 시낭송. 가요, 하모니카 등 흔흔한 문화놀이에 그믐달도 시샘을 하는지 그 자리에 멈춰 서 버렸다. 신윤복의 ’월하정인도‘ 나오는 밀회의 장면보다 더 호기심과 설렘 있는 밤이었다.
2일차 철원!
난생 처음 찾는 태봉국의 수도 철원성과 비무장 지대!
궁예가 후고구려의 성지을 건설했던 태봉국 철원성이 이곳이다. 성곽의 둘레가 약 12km이고 내성과 외성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속에는 15만명에서 20만명이 거주 할 수 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성은 현재 군사분계선에 걸쳐있다. 내성 전체를 포함한 절반 이상이 북한에 있다. 연구를 하고 싶어도 비무장지대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정확한 연구는 어려워 보였다. 그런 철원이 1951년 이후 전선이 교착화되기 시작하자 산이 포탄에 의해 아이스크림처럼 흘러 내렸다 하여 아이스크림 고지와 북한의 핵심요청지인 철의 삼각지대(평강,철원,김화)를 우리 국군이 탈환하기 시작했고 철원의 중심지였든 노동당사와 제2금융조합, 얼음창고, 농수산물 검사소등이 모두 파괴되었다. 경원선 철도와 금강산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철의 삼각지대(아군이 공격하기에는 불리하고 적이 방어하기에는 최적의 지형)는 정전협정이 수립되자 사라지게 되었다. 철원의 공간역사는 더 이상 이어지기 어려워보였다.
휴전선을 보며...
휴전선은 238km이다. 여기서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란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이 각각 2km씩 뒤로 물러나 있는 지점을 비무장 지대라 한다. 이곳 철원은 남북전쟁을 거치면서 도시가 사라졌고 사람이 사라졌고 기록이 사라져 버린곳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휴전선은 철원을 반으로 갈라 놓았다. 사라진 몇 몇곳에 상처투성이로 홀로서 있는 콘크리트 건물들, 잊어버린 흔적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전쟁전 북한의 땅이었는 철원, 노동당사는 조선인민군 군청이었다고 한다. 오늘 필자가 바라본 소중한 문화재로 남아 있는 노동당사는 그 당시에 그 지역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 졌을까 무척 궁금했다. 아마 그들의 눈에는 저주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지금도 DMZ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었다.
이번 답사를 통해 필자의 생각을 정리한다.
지구촌에서 반세기가 넘도록 유일하게 인간의 발자국이 없는 비무장지대 철원, 이곳은 전 인류가 보존하고 가꾸어야 할 황금의 땅이었다. 상허 이태준선생은 이곳에서 태어나 부친을 따라 러시아로 갔다가 다시 고향 철원으로 돌아온 젊은 소설가이다. 우리는 그의 문학비 옆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고향에 대한 애절한 글을 많이 남겼다. 하지만 그는 북으로 넘어간 월북자라는 현실앞에서 이념적 갈등에 놓여 철원사람들은 그를 부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섬으로 변해버린 철원을 남북이 함께 태봉국 철원성을 공동 발굴하고 그 옆에 유엔본부가 들으서는 그날을 기다려 본다. 천년자원이 잠들어 있는 비무장지대는 세계 자연과학자 생물학자등 많은 학자들이 연구 할 수 있는 평화의 장소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 후손들은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여행 할 수 있어리라. 이렇게 되면 노벨문학상의 갈증도 해소 되리라 생각한다.
분명 DMZ속에 있는 철원은 휴전선에 사이에 갇혀있는 섬이었다. 다시 이시대 사람들에게 묻는다. DMZ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2024년 11월 11일 안성환이 휴전선에 갇힌 철원의 섬을 보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