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땅 배티
아! 배티,
3년만에 다시 찾은 곳,
기록에 의하면 수 많은 백색 순교자 와 혈색 순교자의 얼이
스며있는 땅, 배티!,
배티라는 지명은 돌배나무가 많아 "배나무 고개"라고
불리던 '梨峙'(이치)를 순 우리 말 배티
골이 깊은 재(고개)라는 의미도 담겨 있겠지?
우리나라 두 번째 사제이신 최양업 신부님의 첫 본당
박해를 피해 숨어살던 교우촌이자 수 많은 순교자의 치명의 땅이다
아침 8시에 울산을 출발하여 첫 순례지인 감곡성당을 둘러보고
서둘러 찾은 곳이 죽산 이진터,
오늘의 정착지인 배티를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 갈 즈음 도착헀다.
어설픈 순례객을 맞는 "순교현양탑"
소나무 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잠시 따라 오르면 수녀원이다.
차량에서 잠시 내려 수녀님을 뵈러 가는 길에
문 밖으로 나오신 수녀님을 만났다
원장 수녀님께 하루 밤 묵을것을 허락받고
옅은 어둠이 깔린 길을 오르면서 3년 전에 찾와 왔을 그 때의
나의 상태와 현재의 나의 상태를 잠시 점검해 봤다...
수녀원 정경이다
발갛게 익은 감이랑 변함없이 꼬리를 내저으며 반기는 누렁이
이 모든것들은 변함이 없는데...
수녀님은 바뀌셨다. 인사이동이 있었나 보다..
조 마리아 수녀님과 아녜스 수녀님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잠시 그리며
여행용 가방을 챙겨 들고 "숙소인 "양업 영성의 집"으로...
영성의 집으로 향하는 곳에 서 계신 "최 양업(토마스)신부님의
동상과 마주한다.
한 달에 7000리 까지 걸어신 신부님,
양업 영성관의 전경이다.
이곳 피정의 집, 방 이름은 1866년 병인박해 전 배티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우촌의 이름인 삼박골, 정삼이골, 절골, 용진골, 발래기, 통점, 동골,
새울, 은골, 불무골, 모니, 소골, 지구머리, 지장골, 굴티 등.
우리 일행은 3년전에 나혼자서 묵었던 방 정삼이 골에서 짐을 풀었다.
추억 때문이 아니고 정삼이 골에서 박해에 의연히 대처하다
목숨까지 내어놓으신 선열들의 얼에 잠기고 싶어서...
그리고 이 방 옆에 바로 경당이 있기 때문이기도...
아담한 소성당,
앞 산이 훤히 보이는 이 경당의 모습은 밝은 날에 보면 참으로 예쁘다
3년 전 나는 이 곳에서 밖에 내리는 빗 줄기와
내 안에서 흘러 내린는 빗줄기가 화합하여 영육의 극치를 이루었는데...
지금은 새벽의 안개를 헤치고 해가 뜨오르려는 장면인데...
희뿌연 안개 때문에 앞 산의 아름다움은 담지를 못했다.
우리 일행이 번갈아가며 새벽까지 예수님과 독대를 했는데....
감실!
이 감실에 대한 일화가 있다
내가 직접 들은 이야기는 아니고 "여행작가 이종원씨"가 한 4년 전인가..
이 곳에 계시던 "조 마리아 수녀님께 직접 들었다는 얘기...
'석마리아'란 신심이 두터운 교우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주님을 모신 감실이 철재로 만들어져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나무로 만든 멋진 감실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는데...
수십년이 지나서 그 소원이 이루어졌다.
사진작가인 석마리아는 우연히 인조대왕이 앉았다는 나무를 발견했다.
그리고 거액을 들여서 그 나무를 사서 유명한 조각가에게
그 나무를 맡겼는데 6개월동안 꼬박 기도하고 생각하고,
기계하나 대지 않고 오로지 손으로 파서 만든 것이 위에 보이는
감실이란다.
그런데 손으로 만들었기에 감실을 여는 문이 이음새가 맞지 않아
틈이 벌어졌다. 아마 작가의 의지대로 잘 안됐던 모양...
그런데 이곳의 신부님은 이 틈을 보고 언잖게 생각 하셨는지
화를 내셨다
혼이 난 석마리아님은 낙담하여 냉담까지 생각할 정도였다니까
그 심정 얼마나 참담했을까?
그런데 석마리아님 꿈에 주님이 나타나셔서...
"감실이 틈이 나 있어 내가 숨쉬기가 어찌나 편한지 모르겠다."
이런 내용의 이야기다.
아마 예수님께서 석마리아님의 정성을 보신것 같다.
유난히 성체등의 불빛이 강렬하다
새벽 6시에 안개를 헤치고 성모동산을 올랐다.
멀리 바라보이는 성모상...
나는 다시 3년전의 회상으로 그 날의 감격과 감동이
온 몸에 전율을 느껴 소름이 돋아옴을 ...
아, 그날 나는 다시 태어나지 않았던가!
이 성모상은 유난히 손이 커시다...
일행은 자연적인 나무를 벤자리인 나무그루터기에 앉아
묵주 5단을 바쳤다...
바로 앞쪽은 제대, 야외 미사를 하는 곳이다
우거진 송림속에 촉촉히 젖어오는 이슬...
헌혈해 달라고 달겨드는 모기떼...
묵주 기도를 마치고 십자가의 길 묵상...
안개 속에서의 십자가 길 기도는 내 안의 온갖 애착과
나태와 교만등을 짊어진 골고타의 길,
14처를 마치고 나니 숲속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
오늘 하루를 온전히 봉헌할 다짐을 하면서 ....
개울가에 마련된 묵주 기도의 출발점
가시관 예수님 앞에서 사도신경을...
126위 시복시성 기도의 계단이라 적혀있다...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과 126위의 성인이 탄생되기를 간절이 기원해 본다.
묵주기도의 50계단이다.
철길 침목으로 만들어진 50계단으로 어머니께 순교자들의 전구를 청해보면서
힘겨운 나의 어깨도 잠시 내려 놓고
이웃의 사랑에 대한 감사도 청하면서 오르면 아마 성모님의
사랑으로 나의 고통이나 아픔쯤은 거뜬히 질 힘을 주실것 같다
1층 소성당
성지에는 11시 미사가 있다.
성지에서 미사 참례를 못한다고 생각하니
무슨 성지순례인가 하는 자책이 들긴 했지만
오늘 중에 미리내성지를 둘러보고 가야한다는 조급함이
아침일찍 출발 신호를 울렸다.
대성전엔 문이 잠겨 있어 이 소성전에서 잠시 묵상기도
오늘을 봉헌하고 길을 재촉한다.
'최양업 신부님의 사제관 으로 올라가는 103계단
침목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면 철제로 만든 십사처와
야외 제대가 나온다.
철제로 된 십사처의 모습...
가을이라 노오랗게 변한 잔디가 더 인상적이다.
사제관 입구에 서 계신 "최양업 신부님!"
한국의 두 번째 사제,(1821~1861)
후세의 우리들은 이분을 일컬어 "땀의 순교자, 백색의 순교자"라고
부른다.
한달에 5000리~7000리를 걸어 '경상도"전라도"충청도 강원도 전국을
양떼를 찾아 다니신 분이다.
심지어 한 달 동안 4일밖에 자지 못하고 목자 없는 양들을 찾아
성사집행과
집필(사향가, 사심판, 공심판가등 천주가사)
성교 요리문답 순교사화 등을 집필하셨다.
이곳이 사제관이며 복음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곳,
방 두칸 부억 한칸 짜리 초가집이다.
사제관 쪽 마루에 앉아 수녀님께서 싸 주신 고구마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떼우고 있는 중이다.
사진사는 맨날 사진 찍다보면 싸늘히 식은 차...ㅎㅎㅎ
그러나 그 맛은 꿀맛이다.
방안에 모셔진 "최신부님의 동상이다.
3년전 그 때는 없었는데...
신부님께서는 전국을 사목무대로 하고 다니시다가
우기인 6~7월엔 이 곳 사제관에서 집필을 하셨다...
영혼 구원을 위해 지칠줄 모르는 신부님의 열정은 12년간의
사목활동에서 입증된 땀의 증거였다.
과로로 쓰러져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고 가신 신부님의 순교정신을
잊지 말아야지 다짐은 또 해 본다
제발 작심 3일은 되지 말기를...
근처 백곡에서 이장해 온 유 데레사의 묘
아래 우물이 있는데...
처음에 이 우물이 발견 됐을 땐 약수(기적수)라고들 했는데...
지금은 관리인이 잔디에 물주는걸로 설치되어 있다...
안성 방향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이제 우리 일행은 이길을 넘어 안성 미리내 성지로 향할것이다
아침 햇살이 퍼지기 전에 길을 떠날 채비는 마쳤다
든든치는 않지만 간단한 요기도 했고...
안성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무명순교자 묘지이다.
지난 여름 장마비로 인해 묘지가 유실되어 복구를 위해
청주교구에서 애쓰고 있다.
또 이 앞산엔 여섯분의 순교자 묘가 있는데...
나 혼자 왔을 땐 묘를 찾아 온 산을 헤메고 다녔었는데...
이번에 이곳만 들러 잠시 참배를 하고 고개를 넘었다.
믿음의 땅, 거룩한 땅 배티,
한국의 까따콤바를 뒤로 하고
김대건 신부님의 얼을 찾아 미리내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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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아침에 성지 순례길에 나서게 해 주신 안나 형님 고맙습니다. 저 정말 올 해 대운이 들었나봐요. 여기 이렇게 사막에 앉아 기도도 배우고 성지 순례도 하고.언제 기회가 되면 제 발로도 직접 순례길에 오를 수 있기를 청합니다. 아멘
아! 다시 가고싶은 배티 성지입니다. 지난 10월 말 성지 순례때 십자가의 길도 바치고, 묵주 기도도 드렸으며, 소나무 숲에서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미사도 드렸습니다. 다음에 갈 땐 꼭 영성의 집에서 묵을 참입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이곳을 두번이나 갔었지만, 사실은 오롯한 마음으로 순례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안나님도 참 사진을 잘 담으시네요...저는 조만간에 순례용(?)카메라 새거 하나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할려고 생각중에 있습니다만, ....가락이 너무 애절해...마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