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월요일 아침.
이른 시간에 간호사와 가족과 함께 차가운 바퀴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수술실로 향하였습니다.
수술실 앞에 도착하자 간호사가 가족들과 이별의 시간을 가지라면서 잠시 기다려 주었습니다.
처형의 기도 소리와 소리없이 우는 모니카와 가족들의 시선을 뒤로 한 채 .........
이윽고 수술실의 두꺼운 유리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이끄는대로 저 혼자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 갔습니다.
늘 혼자 있기 싫어서 모니카를 내 옆에 꽁꽁 묶어 두었는데 가족과도 헤어지고,
이제는 모니카도 내 옆에 없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가족의 그림자도 내 옆에 없는데
내 삶과 죽음의 기로에 하느님만이 수술실에 저와 함께 계심을 알았습니다.
" 주님, 만약 제가 죽어야 한다면 삶의 끈을 놓지 못해서 버둥거리지 않고,
의연하고 당당하게 죽을 수 있도록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하고 기도했습니다.
기도하면서 저는 서서히 마취에 빠져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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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어느 날.
동내 개인 병원에 약을 처방 받으러 갔습니다.
그날따라 혈압을 재니 큰 수와 작은 수의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가슴에 청진기를 대어 보더니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아보라고 했고.
나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귀찮다는 생각을 하면서 초음파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초음파검사를 한 병원에서 <대동맥 판막 폐쇄 부전증>이라는 병명이 나왔고
두 군데 병원에서 다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와 모니카는 경대병원으로 가기로 했고,
경대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하였지만 병명은 같게 나왔습니다.
거기에다 덧붙여서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며 수술만이 치료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바빠졌습니다.
경대병원에 아는 사람도 없었고, 치료비도 만만한 돈이 아니기에 그저 막막할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기로하고 기도했습니다.
든든한 하느님 빽을 믿는 것 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정말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셨습니다.
경대병원에서 검사와 진료예약이 반복되었는데 그 모든 날들이 제가 쉬는 날에 맞춰서 잡혔습니다.
그래서 결근을 하지 않고 모든 검사와 진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훌륭하신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었고,
수술비의 걱정이 많았는데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셨습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우리의 능력 밖의 일이었기에 걱정을 해도 소용이 없고
저를 만지는 의사선생님의 손을 어루만져달라는 기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사진도 한 장 찍었습니다.
모니카와 아이들에게 그동안 힘들게 했던 것 다 용서해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죽으면 모니카에게 다가 올 힘든 일들을 큰 아들에게 잘 부탁하고,
학사님이 사제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하느님께 자비와 용서를 빌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 밖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관상동맥 조영술을 하고, 온 몸을 다 면도하고,
수술 전 날 약품으로 샤워를 할 때는 정말 착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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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속인 것 같은데 나를 부르는 소리에 대답을 했습니다.
의사들은 나의 의식을 확인하고는 산소 호스를 제거하고 자연호흡을 하라고 했습니다.
나는 내가 호흡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습니다.
온 세상이 모두 희미했지만, 뇌에 충격을 많이 받지는 않았는 것 같았습니다.
의사와 간호사가 지시 하는대로 하였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오전인지 오후인지 알수는 없었지만,
문 쪽에서 사람들이 가운을 입고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불쌍한 모니카도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모니카를 보면서 내가 깨어나도록 문 밖에서 얼마나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이들도 봤습니다.
고준기(베네딕도)형제도 면회를 왔습니다. 참 고마왔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잘 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하느님은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용계성당 신자분들과 모니카를 아는 전국의 많은 신자분들이 기도를 많이 해주셔서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모든 분들을 다 찾아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지만,
이렇게 인터넷으로 인사를 드리는 것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족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신부님....
저를 위해서 기도 많이 해 주시고
입원과 퇴원할 때 차량봉사까지 해주신 것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73 아버지.wma
첫댓글 "내가 잘 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하느님은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세베리노 형제님! 영육간 깊은 고통속에 새롭게 태어남을 축하드립니다. 노심초사 마음졸인 가족께도 인사를 보내며, 인생의 어려움속에 항상 따뜻한 손길로 잡아주시는 좋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밝은 얼굴 빨리 보고싶네요.^^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겠다" 이른 아침, 감동의 글을 대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꾸르실료 교육후 환영회 장소에서 고모니카 자매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주님께서 왜 이제사 꾸르실료 교육을 받게 하셨는지 그 깊으신 뜻을 알겠다~" 모든 것을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며 잘 바치는 성가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지시길 기도드립니다...^^*
의연하게 수술에 대한 계획과 일정을 말씀하시던 세베리노와 모니카 부부의 모습이 다시 생각납니다.
저도 몇번 전신마취를 해보았지만 우린 누구나 그런 두려움과 외로움 앞에 주님을 더욱 가까이 만나게 됩니다.
퇴원하신다는 전화에 참 기뻤고 오늘 아침미사에서 뵈어 더욱 기뻤읍니다. 좋으신 주님과 함께 신학생위해 기도하고
교우들과 더 많이 사귀며 행복한 성가정을 마음껏 뽐내어주세요.
병상에서 수술 계획을 설명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 하네요..세베리노 형제님 별 탈없이 수술이 잘되어 집으로 돌아 오심을 진심으로 추카드립니다.고통을 함께하신 가족들께도 추카를 보냅니다.그라고 모든 것 잘되게 해주신 주님께도 감사드립니다...앞으로 더욱더 행복한 성가정 이루시길 기도 드립니다..
어제 아침 미사중에 퇴원하신다고 하더니 금새 오셨지요. 매일 미사중에 신부님 말씀하셔서 루시아 제의방자매님과 같은 제목으로 기도했습니다. 루시아 자매님도 퇴원하고 세베리노님도 오셔서 참 반갑습니다. 듣고보니 부끄럽습니다. 저도 가족사진 하나 촬영해야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 참 보기좋습니다. 학사님 위해서도 기도 만히하고있습니다.
전능하신 주님께서 함께하셔서 뜻대로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빠른 쾌유를 빕니다 !
모니카자매님 세베리노 형제님 장하십니다. 주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계기가 되셨다니 저희도 기쁩니다.
지난 주일날 뵈어서 반가왓습니다. 감기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좀 따뜻한 날씨라서 다행입니다만 건강에 유의하셔서 소탈하신모습으로 막창에 막걸리 한사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