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박찬일 쉐프의 일본여행과 음식 이야기입니다.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않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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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일본의 호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주머니는 가볍고, 몇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처지에서 호텔 요금이 부담스러웠다.
도미토리에 묵을 수도 있지만, 이 나이에 다른 친구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고.
그래서 머리를 쥐어짠 것이 러브호텔이었다.
실은, 어느 호텔 소개 사이트의 ‘사기’에 걸려든 것이기는 했다.
도심에서 멀리멀리 떨어진 그 호텔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만큼 오지를 지나서,
그것도 전철역에서 30분을 걸어야 도달하는 곳에 있었다.
아니, 그런 조건이야 다 좋았다.
그 호텔이 러브호텔이었다는 게 좀 껄끄러웠을 뿐. 소음을 견딜 충분한 노쇠함과 잠 잘 드는 체질 덕분에 잠은 잘 잤지만, 침대에서 눈을 뜨면 갑자기 천장에 거울이 펼쳐져 있는 것 따위가 좀 불편했을 뿐.
러브호텔은 충분히 좋았다. 우선 가격이 좋았다.
밤 10시 이후에 체크인하는 조건만 지켜주면 됐다. 무
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만 예약하고 투숙할 수 있었다.
이런 호텔이 호텔 예약 사이트에 많이 나오는 건 아니다.
나는 머리를 쓰기 시작했다.
도시에 묵게 되면 싼 비즈니스호텔을 일단 하루 예약한다.
그러고는 당일 낮에 러브호텔이 몰려 있는 동네에 가서 서너 군데를 돌며 그 다음 날 숙박 가격 협상을 한다. 일요일이나 월요일 밤이라면 아주 수월했다.
그렇게 얻은 방은 보통 비즈니스호텔의 반값 내지는 3분의 1이면 충분하다.
호텔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가격보다 더 싸다. 앞에 이야기한 경우와 달리,
오지까지 호텔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꼭 비용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의 이른바 비즈니스호텔이 그다지 편하지 않은 까닭이다.
보통 비즈니스호텔은 어떻게 적절한 이윤을 남길지 철저하게 고민한다.
아침에 버터 대신 마가린을 준다든가(1인당 30원은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청소는 어느 수준까지 진행할 것인지(가습기를 갖춘 경우 기계 안에 곰팡이가 얼마나 아름답게 피어 있는지 체크하라) 등 기막히게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무엇보다 나는 비즈니스호텔을 지을 때 크기를 정하는 사람의 뇌 구조를 보고 싶다.
그들은 아마도 임진왜란 당시의 체구를 기준으로 방 크기를 정하는 것 같다. 호
텔 사이트에서는 어지간하면 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내가 알기론 1인실의 경우 11제곱미터에서
13제곱미터가 보통이다.
11제곱미터라면, 당신이 가져간 캐리어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침대 위밖에 없다는 뜻이다.
캐리어를 침대 위에 올렸다가 내렸다가 반복하기 싫으면 잘 때 머리로 베고 자면 된다.
11제곱미터를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고시원 생활 유경험자가 대부분 아닐까.
나는 어떤 고시도 치러본 적이 없다.
요리사는 자격증이 필요 없다.
자격증 제도가 있지 않느냐고? 그거 없어도 법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다.
어쨌든 나는 그 덕에 비즈니스호텔이 더 괴로웠다.
누우면 딱 죽음 이후의 내가 생각난다.
머리 위에 누가 못질을 하면 아주 자연스러울 것 같은.
그리고 누가 삽을 떠서 흙을 뿌리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박형! 고생했소. 잘 가슈.”
우리가 좁다고 난리 치는 24평인가 하는 아파트 크기가 59제곱미터이며, 가격이 중간대인 고시원의 평균
너비가 대략 10제곱미터가량이라니까 악명 높은 비즈니스호텔의 너비를 굳이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 친구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폐소공포증 약을 챙겨가야 해.”
냉장고도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한다.
객실 안에 냉장고를 갖춘 곳이라면 말이다.
냉동 칸은 절대로 없다. 방마다 냉동 칸을 돌린다는 건 엄청난 전기 낭비라는 걸 그들은 알아챘다.
건물 한 층에 얼음 공급기를 설치해서 냉동 칸 없는 냉장고를 합리화했다.
호텔 밖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따위를 사왔다면 다 먹어 치우고 자야 한다.
지구 환경보호를 위해서 당신이 참아야 한다.
한여름, 냉장고에 무심코 음료 따위를 넣어두었다가 밤에 목이 말라 꺼내 마실 때 화가 날 수도 있겠다.
음료가 전혀 차가워지지 않았으니. 반드시 냉장고의 전원 스위치를 올려야 한다.
문을 열면 아주 작게, 일본어로만 써 있다.
“냉장고는 스위치를 올리세요. 구다사이.”
일본은 역시 장사를 잘하는 나라다.
장사꾼은 손님에게 최선을 다한다.
일본에서 물건을 사면 나같이 성질 급한 이는 상당히 곤란하다.
물건을 포장하는 데 상당히 신경을 쓴다.
“어이, 대충 해주쇼”라는 말을 일본어(외워두자, 호초와다이조부데쓰)로 못하면
그들은 상사에게 진급 청탁 뇌물을 싸듯이 최선을 다한다.
파손되는 것이라면 더욱 신중해진다.
일일이 완충재로 싸고 거기에 테이프를 꼼꼼히 붙인다.
그것을 다시 포장지로 싸고, 다시 큰 포장지나 박스에 넣고, 가게의 공식 종이 가방에 넣어 준다.
형식이 대한 집착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는 이미 많은 일본학 전공자가 말했으니, 내 담당은 아니다.
요는 그 형식 사이의 묘한 틈을 알게 될 때 우리가 실망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술을 시키면 가져다 주는 시간이 아주 절묘하다.
호다이 하는 집은 손님이 많다. 이문이 적은 대신 손님 숫자로 밀어야 한다.
희한하게 직원 숫자가 살짝 모자란다.
주문하고 너무 늦어서 짜증이 날 즈음, 절묘하게 술이 도착한다.”
일본의 번화가에 가면, 종종 ‘노미호다이(飲み放題)’나 ‘다베호다이(食べ放題)’.
아니면 모두 ‘호다이’인 식당이나 술집을 볼 수 있다.
노미호다이는 음료와 술을 무제한으로, 타베호다이는 음식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집이다.
손님 스스로 자유롭게 가져다 먹는 시스템은 아니다.
원하면 직원이 가져다 준다.
이런 호다이를 하는 집은 번화가에 익명의 손님이 가득한 동네다.
적절히 손님의 욕망을 잘 차단해야 몇 푼 남을 텐데, 호다이는 먹을 때 시간 제한을 둔다.
90분이나 120분이 보통이다.
술이 자유 주문인 노미호다이를 보자.
술을 시키면 가져다주는 시간이 아주 절묘하다.
호다이 하는 집은 손님이 많다.
이문이 적은 대신 손님 숫자로 밀어야 한다.
희한하게 직원 숫자가 살짝 모자란다.
주문하고 너무 늦어서 짜증이 날 즈음, 절묘하게 술이 도착한다.
생맥주를 보고 웃음이 난 적이 있는데, 거품이 잔의 3분의 2쯤을 차지했다.
항의하니, 이렇게 대꾸했다.
“죄송합니다. 급히 따라 오느라 그만.”
급하게 가져오느라 그랬다는데 뭐라 할 것인가.
고기를 마음껏 먹는 다베호다이도 마찬가지다.
다베호다이 주인은 사람의 소화 구조에 대한 이해를 아주 잘하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자면, 가급적 휴식 없이 빨리 먹는 게 유리하다.
배가 차고 있다는 걸 뇌가 감지하기 전에 음식물을 밀어 넣어야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잠깐 쉬는 동안, 뇌는 위장의 포만도를 체크한다.
‘이런, 그만 먹으라고 해야겠는 걸.’ 다베호다이의 철칙이 있다.
시켜놓고 남기면 벌금을 매긴다.
한국의 고기 뷔페 같은 데서는 그렇게 써놓고도 실제 실행하기는 어렵지만, 일본은 얄짤 없다.
벌금을 실제로 받는다. 그래야 일본답다.
그래서 추가 주문한 고기는 적절한 타이밍을 거친 후 온다.
‘어, 슬슬 배가 불러오는 걸.’ 먹다 보면 목까지 음식이 찬다는 걸 느낀다.
많이 먹는 것이 혹시라도 내 목숨을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들 때도 있다.
게다가 술까지 ‘노미호다이’로 마셨다면 낭패다.
생맥주로 배는 부른데, 고기 들어갈 데가 없다.
시계를 보니 90분이군.
사요나라.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시간 제한을 두는 건 꼭 뷔페나 노미호다이, 다베호다이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인기 명소도 그럴 경우가 있다.
자리 회전을 시키기 위해선데, 한국 같으면 어려운 문화다.
그들은 아예 가게 정책으로 정해놓는다.
잘나가는 고깃집이든, 초밥집이든, 아니면 술집도 그렇다.
오사카의 복잡한 시내 중심지인 난바에서는 제한 시간 60분짜리도 운영한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고, 술을 두어 잔 마시다 그걸 먹으면 추가 주문할 시간이 없다.
창밖을 보니, 아이폰 판매 첫날처럼 줄을 섰다. 그렇게 회전을 시킨다.
대신, 음식은 맛있고 값은 싸다.
그러니까 군말 없이 일어선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집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이런 방법을 쓴다면? 아마 이런 말을 듣기 딱 좋을 것 같다.
“주인 나와! 내가 누군지 알아?”
시간 제한은 물론이고 더 센(?) 규칙을 내세우는 집도 있다. 휴대폰 사용 금지, 게임 금지도 있다.
혼자 앉아서 시간 죽이면서 휴대폰 보지 말고, 얼른 먹고 나가달라는 뜻이다.
게임도 마찬가지. 이게 진짜 ‘먹돈나’다. 먹고 돈 내고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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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랜 기간을 일본 전국을 누비다 시피했습니다.
가우리가 늘 깝고도 먼 나라라고 일본을 얘기를 하면서도 왜 그런 얘기가 파생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그저 막연하게 그렇다고 느낄 뿐인 것입니다.
비교적 작은 일에 호들갑을 떨 듯 심각해지기도 하고 큰 일에는 남의 일 보듯 대수롭지않게
처리할 때도 많습니다.
오늘도 숙소의 에어컨히터에 문제가 생겨 회사 직원에게 얘기를 했더니 온 회사가 난리가 났습니다.
자기 윗사람 한사람 한사람 모두에게 보고를 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덕분에 대 여섯분들로 부터 내게 연락이 왔고 같은 내용을 똑같이 지속적으로 살명을 하는
불편(?)을 겪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배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을 좀 안다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걸로 끝이였지 실제로 해결에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우리같았으면 여기저기 수리업체에 전화하고 좀 전기를 안다하는 사람이라면
에어컨을 뜯어보고 고쳐보겠다고 난리도 아니였을 겁니다.
그러나 장사 하나만큼은 정말 꾼들입니다.
감탄을 하게 만드는 일을 수시로 만나게 됩니다.
사업과 장사는 다른 것이어서 제 사업에 즉시 적용은 못하지만 도,소매점 분들께 상담과정에서
여러가지 도움이 될 말씀을 드리는 것들 거의 모두가 일본 장삿꾼들에게서 얻은 실전적 장사법인 것입니다.
창업상담!
생각보다 아주 어려운 것입니다.
어떻게 남의 자산을 지켜주겠다는 상담이 쉬울 수가 있겠습니까?
길을 가다보면 구제가게에서 종종 "창업상담"이라는 문구가 써 있는 걸 볼 수있습니다.
무슨 상담을 어떻게 해 주는 것일까요?
어떤 가까운 거래처 분이 그랫습니다.
상담을 하다가 당장 물건 입이 아니고 우선 얘기를 듣고싶다는 분위기면 빨리 끝내고 보낸다! 고 말입니다.
얘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버렸습니다.
올해는 생각이 있는 장사로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꾸준히 단골만드는 일에 온 힘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