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상을 구성하는, 오온(五蘊) - 적취설과 오온설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많이 알려진 경전 구절입니다. 『반야심경』에 있는 이 구절은 그 뒤로 ‘수상행식 역부여시’가 이어집니다. 여기서 색(色)·수(受)·상(想)·행(行)·식(識) 다섯을 오온(五蘊)이라고도 합니다. 보통 신역에서는 오온으로, 구역에서는 오음(五陰)으로 번역합니다.
오온은 세간(世間), 일체(一切), 또는 제법(諸法)의 구성에 대한 부처님 교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역시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인 연기법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부처님 교설입니다. ‘온(蘊)’은 범어 ‘스칸다(skandha)’, 팔리어 ‘칸다(khandha)’로 덩어리, 모임, 나무의 가지, 어깨, 구성요소 등을 의미합니다. 이에 ‘온’을 흔히 ‘쌓임(聚)’의 뜻으로 번역하지만 ‘근간적인 부분’이라는 뜻으로 보기도 하고, ‘큰 덩어리’의 의미로 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세간, 일체, 또는 제법은 ‘근간적인 부분’인 색온·수온·상온·행온·식온의 ‘큰 덩어리’가 ‘쌓여서’ 이루어졌다고 정리됩니다. 이러한 오온을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참 중요합니다.
우선 색수상행식 각각에 대해 간단하게 그 뜻만 살펴보겠습니다.
1. 색온色蘊 _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사대(四大)와 사대로 이루어진 것을 말합니다. 이 부분이 논의의 핵심 부분이라 우선 이 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갑니다.
2 . 수온受蘊 _ 대상의 의미 내용을 받아들이는 마음 작용을 말합니다. 보통 감수작용이라고 번역합니다.
3 . 상온想蘊 _ 받아들인 대상의 의미 내용에서 모양을 취하여 표상(表象, 相)을 종합하고 통일하는 마음 작용입니다. 보통 표상작용, 또는 통각작용이라고 번역합니다.
4. 행온行蘊 _ 상온에 의해 종합된 표상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구체적인 대상을 조작하는 마음 작용입니다. 보통 의지작용, 또는 구성작용이라 번역합니다.
5. 식온識蘊 _ 분별, 인식, 판단 작용으로서 대상에 대하여 식별하는 마음 작용을 말합니다. 흔히 말하는 인식작용입니다.
그런데, 오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는 경우를 가끔 접하게 됩니다.
“색온은 물질에, 나머지 4온은 정신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인간 존재는 물질과 정신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즉, “인간은 물질인 색온과 정신인 수·상·행·식 4온으로 되어 있다.” 이에 “오온은 인간 존재를 설명하는 교설이다.” 또는 “세상은 오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과 같은 중생은 오온으로 구성되어 있고, 바위와 같은 무생물은 색온과 행온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생물은 정신이 없기에 물질인 색온으로 되어 있지만, 무생물도 변화하기 때문에 행온은 있다.”
“인간은 물질과 정신으로 되어 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오온에 대한 부처님 가르침인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인간이 물질이라는 요소와 정신이라는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면, 우선 부처님 가르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시시합니다. 누가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리는 평범한 곳에 있다.” 그러나 이 격언은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이해가 부처님이 비판하셨던 적취설(積聚說)과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지난 호에서 언급하였듯이 적취설이란 부처님 당시 신흥사문이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그들은 세상은 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지·수·화·풍·고·락·생명 또는 지·수·화·풍·허공·득·실·고·락·생·사·영혼 등의 여러 요소들이 모여서 세상을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지·수·화·풍인 물질과 고·락·(또는 영혼)인 정신이 모여서 인간과 세상을 만든다.”라고 정리됩니다. 즉, “인간은 물질과 정신으로 되어 있다.”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앞서 이해한 오온설과 같은 결론입니다.
그럼, 누구는 말할 것입니다. “오온설에서는 각각 온에 대해 자성을 인정하지 않지만, 적취설에서는 각각 요소의 자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다르다.” 그렇다면 ‘적취설에서 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오온설과 같게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과 ‘자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또 누구는 말합니다. “오온설은 연기법으로 서로 관계 지어진 것이지만, 적취설은 그렇지 않고 독자적으로 있다.” 그런데 ‘여러 요소들이 모여서’라는 말에 벌써 관계성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열쇠는 우선 색온을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있습니다. 색온을 ‘물질’로 이해하는 이상 ‘적취설’의 사고를 벗어나기 힘들다고 봅니다. ‘물질’이란 말이 사전적인 의미든 일상적인 의미든 ‘정신’에 반영되지만 ‘정신’과 독립하여 밖에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에, “인간이나 세상이 오온으로 구성되었다.”는 말은 “물질인 색온과 정신인 4온으로 구성되었다.”는 결론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럼 누가 말합니다. “색온은 지수화풍 사대와 사대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것이 물질이지 뭐냐?” 그런데 지·수·화·풍은 흙·물·불·바람 그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각 견고성(堅固性)·습윤성(濕潤性)·온난성(溫暖性)·유동성(流動性)으로 풀이합니다(『구사론』 권제1). 즉 그 성질을 말합니다. 따라서 색온은 물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성질, 의미 내용으로 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첫댓글 좋은말씀 잘배우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부처님 자비광명 충만하시구 고운 부처님 되소서..
南無阿彌陀佛 觀世音普薩 南無阿彌陀佛 觀世音普薩 南無阿彌陀佛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