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균관 스캔들] 06
1. 약방 (낮)
물에 젖은 얼굴로 정약용을 바라보는 윤희.
윤희 : 기회를.. 기회를 주십시오. 학문이 무엇인지, 난생 처음 질문도 갖게 되었습니다.
난생 처음 제 재주를 알아봐 주는 이도 만났고 난생 처음 제 편이 되어 주는 이도 만났습니다.
정약용 : (윤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윤희 : (정약용 보며, 진심이 담긴) 이런 제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이 세상에 질문을 던지게 해 주십시오.-
새로운 세상을 꿈꿀 기회를-- 저에게 허락 해 주십시오.
간절한 눈으로 정약용을 바라보는 윤희.
굳은 침묵으로 그런 윤희를 주시하는 정약용.
2. 성균관 사대 (낮)
빗속을 걸어간 재신. 과녁 앞에서 선준이 쏘아놓은 화살 몰기, 를 확인한다.
재신, 생각 많은 얼굴이 된다.
3. 중이방 (낮)
다친 어깨에 면포를 다시 감는 선준. 날렵한 손길에 담대한 얼굴. 그러다 손길이 멈춘다.
고개 돌려 윤희의 빈자리를 보는 선준.
4. 약방 (낮)
오랜 숙고가 있었던 듯 윤희를 등지고 서 있는 정약용.
정약용 : (무겁게 입을 여는) 좋다. 네가 계집임을 발고하진 않겠다.
윤희 : (놀라운 듯 고개 들면)
정약용 : (천천히 돌아서며) 허나 이는 하잘 것 없는 네 목숨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다.
윤희 : --
정약용 : 이 성균관의 명예를 더럽힐 수 없는 까닭이며 또한 지엄하신 어명에 누를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윤희 : --
정약용 : 또한 나는--
윤희 : (보면)
정약용 : 너를 이 성균관에 두지도 않을 생각이다.
윤희 : (긴장한 듯 보면)
정약용 : 남녀가 다르지 않다 했느냐?
윤희 : (...보다가) 그렇..습니다.
정약용 : 계집의 몸으로.. 감히 사내와 똑같이 겨룰 수 있다 보느냐-
윤희 : (말없는.. 긍정의 침묵이다)
정약용 : (그런 윤희를 보며) 활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계집의 몸으로 사내들과 겨뤄 장원도 해낼 수 있다, 이 말이냐.
윤희 : (본다, 간절한 눈빛) 해내면.. 제게-- 기회를 주십니까--
정약용 : 실패한다면-- 그 즉시 출재령을 내려 너의 그 오만함을 엄히 벌할 것이다.
윤희 : (긴장된다)
정약용 : 또한 네 아우 김윤식은 청금록에서 영삭하여 국법의 지엄함을 세울 것이며--
윤희 : (입술을 깨문다)
정약용 : 군왕을 기망하고 강상의 도를 가벼이 여긴 너는 죽음으로 다스려 이 나라 조선의 기강을 바로 잡을 것이다.
넌 네 오만함을 후회하며 남녀유별의 지엄한 가르침을..... 뼛속 깊이 되새기게 될 것이다.
윤희 : ..(떨리지만)
정약용 : (은장도를 건넨다) 이 성균관에서-- 너는 계집이 아니다. 또한-- 그 누구도 네가 여인임을 알아서는 안 된다.
그것만이 너를 살리고 가족을 구하는 길임을-- 한시도 잊지 말거라.
윤희 : (은장도 받고) 명심.. 하겠습니다.
윤희, 눈물 젖은 표정에서 차츰 다부진 얼굴이 된다.
5. 약방 앞 어느 일각 (낮)
나서는 윤희. 손을 뻗으면 내리던 비는 어느새 방울 방울 떨어지다 그쳐 간다.
물기를 먹어 생명력 넘치는 나뭇잎들. 구름 사이로 눈부신 햇살.
윤희, 그런 하늘을 눈부신 듯 바라본다. 새로운 세상의 느낌.
그렇게 첫걸음을 내딛는 윤희. 설렘과 결기.
6. 존경각 앞 (낮)
책을 들고 나오던 선준. 그 앞에 멈추는 발.
선준 보면 윤희다. 다부진 표정이다.
윤희 : (단호한) 날 좀 가르쳐야겠소.
선준 : (보면)
윤희 : 대사례, 장원-- 꼭 해야겠거든.
선준 : (의아한) 무슨.. 일 있소?
윤희 : (촉촉한) 기적이란거.. 나한테두.. 그 기적이란게 필요해졌으니까...
선준을 바라보는 윤희, 눈빛이 일렁인다.
-F.O-
7. 중이방 (낮)
거울 앞. 윤희 철릭(활 연습할 때 입는 옷)의 끈을 야무지게 묶고. 망건 위 머리띠를 쫑 묶는 윤희 손.
소맷 춤에 팔찌를 슥 돌려 묶고 재신의 깍지를 엄지 손가락에 끼는 윤희.
그 앞에 놓여진 활. 결심한 듯 활을 드는 윤희. 윤희의 새로운 출발이다.
8. 성균관 사대 (낮)
일렬로 서서 활을 들고 연습하는 유생들.
소론 유생1, 2에 남명식에.. 우탁 해원 도현도 보인다. 능숙한 놈 서툰 놈 각양각색이다.
도현 : (활 내리며) 오십견만 아니었어도 내 주몽이 따로 없었을텐데.
해원 : 난 포기. 어차피 장원이야 장의나 이선준네가 할텐데.. 뭐.
우탁 : 공자께선 이렇게 말씀 하셨지. 사자, 남자지사라(射者, 男子之事) (시위를 당기며) 활쏘기는 무릇 사내의 일이라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사내의 일이라 (다시 시도하지만.. 마찬가지) 사내의 일이라 하는건.. 좀 공자께서 단순하셨네
그렇지 않나? 대물?
과녁을 향해 선 윤희. 다부진 표정이다. 뒤에 서 있는 선준과 눈빛 나눈다.
그리곤 손에 들린 활을 바라본다. 굳은 각오를 다지듯 활을 드는 윤희. 화살을 장전하고 들어올린다.
힘에 부치지만 입술을 앙다문 윤희.
있는 힘껏 시위를 당기는 윤희. 그러나 생각만큼 되지 않는다. 당혹스럽다.
다시 한번 힘을 주는 윤희.. 마찬가지다. 파르르 힘이 부치는 어깨며 손목.
그러나 윤희, 계속해서 시위를 당기고 화살은 떨어지고 떨어지고.
이제 후들후들 떨리는 윤희 다리, 활을 다시 잡기 힘들어 보인다.
그런 윤희를 묵묵히 뒤에서 지켜보고 서 있는 선준.
9. 성균관 사대 일각 (낮)
한켠에서 그런 윤희를 바라보는 시선. 정약용이다.
10. 성균관 사대 (낮)
다시 활을 잡는 윤희, 분한 듯 손은 빨라지고 숨소리는 거칠다.
그러나 여전히 끝까지 당겨지지 않는 화살. 당기고 화살을 재우고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들.
도현/해원/우탁 : (입을 모아 고개 설레설레) 포기해라. 포기해.
꽉 어금니를 깨무는 윤희. 시위를 당기고 당기고 당겨 보아도 늘 것 같지 않은 절망적인 실력으로 보인다.
정약용E : 활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계집의 몸으로 사내들과 겨뤄 장원도 해낼 수 있다.. 이 말이냐.
입술을 깨무는 윤희.
그때 다가와 서는 선준, 그러나 윤희는 선준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 다시 활을 잡는 윤희.
정약용E : 군왕을 기망하고 강상의 도를 가벼이 여긴 너는. 죽음으로 다스려 이 나라 조선의 기강을 바로 잡을 것이다.
다시 활을 드는 윤희. 그 활을 잡는 선준.
선준 : 그만. 됐소.
윤희 선준 손 뿌리친다. 죽을 힘을 다해 입술을 깨물고 힘껏 시위를 당기는 윤희.
그러나 바로 발 앞에 톡 떨어지는 화살촉.
가쁜 숨.. 어깨를 몰아쉬며 화살촉을 쏘아보는 윤희 땀으로 범벅된 얼굴..
남명식과 소론 유생들, 우탁 해원 도현, 선준도 그런 윤희 기세에... 놀란듯 윤희 바라본다.
그 정적을 깨는 탕!! 활을 놓는 손. 땅으로 떨어지는 활과 화살.
과녁을 쏘아보는 윤희. 열패감에 일그러진 윤희.
성큼 성큼 사대 밖으로 걸어 나가는 윤희. 분기를 못참는 듯 쿵쿵쿵.
11. 사대 입구 일각 (낮)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빠르게 걸어가는 윤희. 그 뒤를 따라 나오는 선준.
그때.. 사대로 들어서는 하인수와 그 일파. 윤희와 툭 부딪힌다.
그 바람에 임병춘의 화살통이 와르르 쏟아진다.
그 소리에 놀란듯 고개 드는 윤희..
하인수 임병춘 설고봉 강무가 그 앞에 서 있다.
설고봉 : (오버하는) 화살이~~ 작살났네!!
임병춘 : (윤희 위아래 훑더니 정황 알겠다는 듯) 사내 자식이 부실하긴.. 왜..더는 안되겠든? 대사례는 포기라도 하게?
윤희 입술 깨무는데, 윤희 옆에 다가와 서는 하인수.
하인수 : 포길하면 쓰나-- (조롱하듯) 김윤식, 분발해야겠다.
윤희 : --
하인수 : 임금과 조정신료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꼭.. 무릎 꿇리고 싶은 상대가 있거든-
선준 : ---
윤희 : ---
하인수 : 탕평이란 허울 아래 당색도 가문도 출신도 모를 (윤희 보며) 이 따위 오합지졸들로 성균관을 더럽히는.. 금상..
그리고 그런 금상과 아주 닮은--- (선준 보며) 어떤 녀석..
선준 : --
하인수 :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결승전까진 올라와 줘야겠다. 너 때문에 내 계획이 무너지는 일은 없어야겠지.
아!! 원한다면...내 지난번 못 다한 가르침을.. 줄 수도 있지.
큭큭 대는 임병춘 설고봉.
하인수 윤희 머리 귀엽다는 듯 손 뻗는데 그 손을 잡는 손.
하인수 보면 선준이다. 선준의 결연한 눈빛.
그 뒤로 어느새 나와 웅성이고 있는 우탁 해원 도현 그리고 남명식과 소론파.
선준 : 그만 두십시오. 장의.
하인수.. 요것 봐라 싶은데.
윤희 : (당차게 나서며 하인수에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결승전에서.
하인수 : (보면)
병춘/고봉 : (본다)
선준 : (본다)
윤희 : 일전에 장의께서 주신 가르침...이번엔 제가 답 할차롑니다.
하인수 : 그래?
윤희 : 대사례.. 장원이면-- 그 답이 되겠습니까-
하인수 : (비웃는) 장원?
선준 : (윤희.. 뜻밖이다)
유생들/고봉/병춘 : (삼삼오오 짝을 지어) / 장원이래. 미친거 아냐..
윤희 : 그땐... 사과하십시오-- 가문도 출신도 모를 오합지졸이라하셨습니까---
제 가솔들을 비웃고 저를 비웃은 이 모든 일.. 사과..하십시오.
하인수 : --
윤희 : 그리고.. 제가-- 전하께서 직접 뽑아 세운 성균관 유생이란 것도 인정하셔야 할겁니다..
선준 : (윤희 보는데)
하인수 : 그 놈의 시건방은- 중이방 유생들의 돌림병인가- (웃음기 가시며) 내 그 병은 꼭 고쳐줘야겠어.
(힘주어) 기다리지. 결승전에서.
팽팽한 눈빛으로 쏘아보던 하인수, 선준과 윤희를 스쳐 가고
그 뒤를 임병춘과 설고봉 윤희를 향해서만 공연히 주먹질하고 따라간다.
윤희 굳은 얼굴이다. 선준 그런 윤희가 걱정스럽다.
12. 성균관 사대 앞 (낮)
탕- 홍심을 뚫는 화살.
하인수, 웅성이는 유생들을 보란듯이 활을 들어 여유롭게 시위를 당긴다.
유생들 웅성 웅성 경탄의 눈빛. 임병춘도 강무도 조로록 홍심을 뚫는다.
역시 장의접이다..끄덕이는 유생들.
임병춘 : (활을 들며 너스레) 장원이라면 걱정 마십시오. 장의. 걸오 모르십니까?
그 바람 같은 놈이 그날 나온다는 보장이 어딨습니까. 분명 그날두 어디서 술 처먹고--
하인수 : 내가 정말로 그따윌 걱정 할꺼라-- 그래서 입을 놀리는게냐.
임병춘 : (합!!)
하인수 : (임병춘에게) 니 몫이다. 저 쥐방울이 더는 시건방 떨지 않도록.. 대사례 때.. (임병춘 얼굴 톡톡 두드리며)
잘 눌러 놓으란 말이다.
임병춘.. 끄덕끄덕..
다시 활을 드는 하인수. 매서운 눈빛.
13. 성균관 어느 일각 (낮)
윤희, 복잡한 얼굴로 걷고 있다.
그 옆에 다가와 서는 선준. 선준, 윤희에게 활을 건넨다.
윤희 복잡한 시선으로 보다가 천천히 활을 받아 든다.
선준 : (어처구니없는) 화살을 재우지도 못하는 장원이라~!! 인정해주지. 그 무모한 자신감 하난 (윤희 얼굴 보며) 장원감이오.
윤희 : (울컥) 자신 없었으니까!! 활은 무겁고 몸은 안 되고.. 시간은 다가오고!!
(젖은) 그렇게라도 날 묶어놔야... 포기 같은건 꿈도 못 꿀 거 같아서..그래서...
선준 : (본다)
윤희 : (선준 보며, 간절한---) 내가.. 이런 내가.. 할 수 있겠소?
선준 : (보다가..짐짓 갸웃) 글쎄... 힘들겠지.
윤희 : (절망적이다)
선준 : (한술 더 떠) 활을 내는 어깨는 부실하고 시위를 당기는 팔의 힘은 미약한데다 호흡은 불안정하지.
게다가 다린 몸을 지탱해 주지도 못하고. (고개 설레설레)
윤희 : (참담하다.. 어깨 푹 떨구는데)
선준 : 허나.. 장부가 뜻을 품은 마당에, 죽기를 각오한다면야 (윤희 슬몃 보면) 길이 없기야 하겠소?
고개 드는 윤희, 한 줄기 희망인가?
윤희E : (외마디 비명소리) 아아아아~~!!
14. 숲속 공터 어느 일각/나무 (낮)
뒷동산 어느 일각으로 보이는 숲속 공터- 윤희의 외마디 비명이 울려 퍼진다.
수풀 위 대롱대롱 흔들리는 발. 발에서 다리, 다리에서 점점 위로 올라가면 나무 등걸 위에 한쪽 손 목이 묶인 채 매달린 윤희다.
윤희 : 이게 뭐하는 짓이오!! 내려 주시오. 어서.
그 앞에 여유로운 얼굴로 서 있는 선준.
선준 : 활대를 버티는 힘.. 시위를 당기는 힘.. 모두 팔의 완력이 기본이오.
기본도 안 된 (다른 한쪽 팔 잡으며) 이 팔로 활을 잡아 봐야 내내 활에게 무시만 당할 뿐이오.
윤희 : (발을 버둥거리며 선준에게 발길질) 내려 놓으란 말이야. 내려 놔!!
선준 : (발버둥치지 못하게 허리춤 확 끌어안는다)
윤희 : (헉!! 눈이 커진다)
선준 : 서른 번만 해!! 그땐 날아가고 싶다고 해도 땅에 꼭 붙여 놀테니까.
JUMP CUT >
윤희 양쪽 팔 묶인 채 나무를 철봉삼아 팔굽혀펴기. 불만 가득한 얼굴로 힘겹게 오르락 내리락.
15. 사대 앞 (낮)
팥과 미숫가루가 올라가 있는 얼음빙수 놋그릇을 받는 유생들.
남명식, 해원 우탁 도현 등 대사성이 고장복과 함춘호, 복동 천동이를 데리고 유생들을 격려차 방문하고 있다.
유생들 황홀하고 복동 천동이 얼음을 쏙 빼먹기도 하는데..
대사성 손수 병춘에게 건넨다. 순서를 기다리는 유생들 침이 꼴깍 넘어간다.
임병춘 : 아니.. 빙수.. 이 귀한걸.. 어떻게.
대사성 : 내 마음일세.. 얼음이 귀하다한들 자네들이 대사례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에 비하겠는가..
임병춘 : (헤벌죽)
대사성 : 쭈욱들 들이키고 부디 전하께 가감없이 보여 드리세나. 이 나라 조선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유생들 : (빙수 그릇에만 눈을 두며 끄덕끄덕)
대사성 : 헌데.. (살피며) 우리 이선준 유생은 어디...갔나?
설고봉 : (받을 차례다. 설레며) 아아까부터 통 안보입니다. 대물녀석이랑 (받으려 손 내미는데)
대사성 : (주지 않고) 사..사실인가?
설고봉 : (끄덕끄덕, 그릇에 힘 들어가는데)
대사성 : 이러언!! 연습도 안하고 놀러나 나갔단 말인가?
설고봉 : 그랬을껄요.
대사성 : 허면 내가 이 특식을 준비한 것도 전혀 모르고 말이지.
설고봉 : 허나 (히~!!) 전 압니다요.
대사성, 속이 타는듯 고봉이 잡은 얼음보송이 그릇째 후루룩 마셔버린다.
설고봉 허걱.. 살기 싫은 표정이다.
16. 숲속 공터 다른 일각/비탈길 (낮)
숨을 헐떡이며 산중턱을 오르고 있는 윤희. 그 뒤를 여유롭게 따라가는 선준.
선준 : 활을 쏘는 건 팔이나 활이 날아가는 힘은 하체에서 나오는 법이오.
그때 윤희 발을 헛딛고 주루룩 어어어 미끄러지는데-
턱- 뒤에서 오던 선준이 그런 윤희 허리를 받쳐 준다.
화들짝 놀라는 윤희. 튕겨져 나가듯 앞으로 달려 나간다.
17. 숲속 공터 너른 들판 위 (낮)
너른 들판 위에 눈을 감고 가좌 틀고 앉은 단전호흡 하는 윤희, 그 앞에 선준.
선준 : 단전에 힘을 기르는 호흡법이오. 시위를 당기는 그 찰나의 호흡에 홍심을 뚫기도 빗겨가기도 하니
결코 소홀히 할 수 훈련(하는데)
윤희 : (눈 탁 뜬다) 잠깐.
선준 : (보면)
윤희 : (벌떡 일어나며) 숨 쉬는 훈련이라면..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진 적이 없소.
나한테 지금 필요한건 활을 잡는 법, 홍심을 뚫는 법.. 장원이 되는 법이오. 모르겠소?
선준 : 천자문도 떼지 않은 애녀석이 논어로 과거급제 하겠다 조르는 꼴이군.
윤희 : (뭐라고?)
선준 : 화살을 쏘는 것이 활이라 여기시오?
윤희 : 그럼.. ?
선준 : (윤희 가리킨다) 사람이오.
윤희 : --
선준 : 활을 내기에 가장 좋은 몸으로 만들어 두지 않고선... 활 잡는 법을 백날 배워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단 말이오.
윤희 : (밉지 않게 흘기며) 평생~!! 틀린 말 같은 건 해본적이 없소?
윤희 선준의 가슴팍을 두 손바닥으로 탁 민다. 뒤로 쿡 물러서던 선준, 나무 둥치에 걸려 넘어져 버린다.
놀라는 윤희. 그럴 작정은 아니었다.
윤희 : (제 손 보며, 어리둥절 미안하다) 수련을.. 너무 열심히 한 모양이오.
선준을 향해 손을 내미는 윤희. 선준 그런 윤희 손 본다.. 윤희 머쓱해지는데.
그대로 윤희의 손을 잡고 일어나려는 듯 손을 내미는 선준.
선준의 손을 잡아주는 윤희, 그때다. 선준, 윤희 손을 잡은 채 와락 잡아당긴다.
그대로 선준의 가슴팍 위로 쏟아지듯 넘어져 꼬꾸라지는 윤희.
얼굴이 맞닿은 선준과 윤희.
윤희 당혹스러운데 선준은 재밌다는 듯 빙글 웃는 얼굴이다.
선준 : 마지막 훈련은, 장력, 손아귀 힘을 기를 것!!
아무렇지도 않은 선준과 달리 윤희는 달아오른 뺨이 들킬까봐 시선을 피하는 윤희.
18. 사대 앞 일각 (낮)
건들거리며 나오는 재신, 한손으론 사과를 베어 물고 지나가려다 멈칫 선다.
다시 되돌아와 사대 앞쪽을 바라본다.
다른 자리는 유생들로 들어 차 있는데 윤희와 선준이 있던 자리만 빈자리가 눈에 들어온다.
재신.. 갸웃 하곤 돌아선다.
하인수E : 대사례엔 나올 생각인가 보군.
재신, 이건 뭐야 마뜩찮은 듯 돌아보면..
연습 후 사대에서 걸어나 오는 하인수, 강무, 설고봉, 임병춘이다.
하인수 : 잘 생각했다. 걸오.
재신 : (보며) 신경 꺼라, 황송하게 칭찬은 (가려는데)
하인수 : (한 팔로 재신의 길을 막아서며) 오래 기다려 온 승부다. 네 방랑벽 때문에 싸워 보지도 못하는건 너무 억울하잖아.
나한테도.. 니 금쪽같은 동방생들 한테도..
재신 : (피식) 애..쓰지 마라. (굳어지며) 니 세치 혀에 놀아날 내가 아니니까.
재신, 하인수 손 치우고 가려는데 그 등 뒤로.
하인수 : 알고 보면 문재신은-- 정면승부란 건 모르는 놈인가-
재신 : (멈칫)
하인수 : 그저 눈에 힘만 잔뜩 주고 다니는 왈짜패 같은 족속..
재신 : (한대 칠 듯이 돌아본다)
하인수 : (씨익 웃으며) 가끔은 정말 헷갈려서 말이지. 그 기집애 같은 김윤식도 날 상대로 장원을 하겠다거든--
재신 : (보다가 씨익 웃으며) 바쁘겠다. 연습하려면.
하인수 : (보면)
재신 : 그 기집애같은 녀석한테 지면 안돼잖아. 성균관 장의씩이나 하면서..
재신 하인수 툭툭 쳐 주며 돌아선다.
재신 : 장-원? (허 기막히다) 대물 그 녀석이?
19. 윤희 훈련 몽타쥬
- 나무에 철봉하듯 매달린 윤희.
그 앞에 자리 깔고 앉은 선준. 책을 보고 휴대용 앙부일구를 앞에 두고 있다.
앙부일구의 시간이 흐를수록 나무 위에서 점점 더 노련해지는 윤희.
- 비탈길을 뛰어오르는 윤희. 탁탁탁 날이 갈수록 점점 빨라지는 윤희. 그러다 숨찬듯 허릴 접고 헉헉 대고 있다.
그 옆에 다가온 선준 손을 건네면, 확 선준을 끌어 당겨 넘어뜨리곤 고소해 죽겠다는 듯 웃으며 달려 나간다.
탁탁탁 제법 강골이다.
- 성균관 곳곳을 달려가는 윤희, 수업을 들으러 갈 때도 식당엘 갈 때도.
유창익에게 주의를 듣고 감점 당하는 윤희. 그러나 유창익이 돌아서면 또 다시 있는 힘껏 전력질주 하는 윤희.
- 사대 앞 사대에 올라서는 윤희. 팔찌를 끼고 깍지를 끼고 윤희.. 자신 있게 활을 들었다.
시위를 당기는 전보다.. 발전한 모습의 윤희.
그 앞에 있는 것은 과녁이 아닌 고침(쌀가마니) 다섯보 앞 고침에 활을 쏘기 시작하는 윤희.
임병춘 그런 윤희를 비웃는다.
점점 고침은 멀어져가고 그러나 윤희의 명중률은 떨어지지 않는다.
임병춘, 윤희가 신경 쓰이는 듯 활에 집중하지 못한다.
사대에 들어서던 재신 그런 윤희를 흥미롭게 지켜본다.
- 중이방 새벽
선준이 눈 떠보면 옆자리에 윤희 없다. 재신도 힐끗 그런 빈자리를 보고
선준 나가보면 아무도 없는 사대 위 윤희 활을 쏘고 있다.
윤희의 자세를 잡아 주는 선준. 윤희의 다리를 받쳐주는 선준.
JUMP> 다음 날 새벽.
다리가 움직이지 않게 나무에 줄과 모래주머니를 달아 다릴 묶고 연습하는 지독한 윤희.
그런 윤희를 한켠에서 보는 재신.
- 진사식당. 유생들 가운에 눈에 띄게 밥을 아구아구 먹는 윤희
그런 윤희를 보며 고개 설레설레 흔드는 용하.
그 옆을 지나가던 재신, 윤희 옆에 슬그머니 사과 두고 가 준다.
윤희 돌아보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는 재신.
용하는 그런 재신 보고, 윤희 그저 와삭. 맛있게 베어 먹는다.
- 어느 나무뿌리 부분에 앉아 나무 등걸에 긴 천을 묶어 만든 완력기를 이용해 손아귀 힘을 기르는 윤희.
무릎에는 책을 놓고 읽고 있는 윤희.
그 옆에 앉아 책을 읽으며 앙부일구를 보던 선준, 시간이 다 된듯 윤희 보면
윤희 고개를 떨구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런 윤희 기막힌듯 웃으며 보는 선준.
선준 윤희 옆에 앉아 책을 덮어주려는데 그때 선준의 어깨 위로 툭 떨어지는 윤희 머리.
선준 당황스럽다. 윤희 턱을 가만히 드는 선준. 그 옆 나무 기둥에 윤희 고개를 기대려다가
너무한가 싶어서 가만히 제 어깨에 다시 윤희 고개를 기대어 주는 선준.
어색하지만 윤희 잠든 옆모습이 귀여운듯 웃는 선준.
어깨를 기댄 두 사람의 뒷모습.
20. 임병춘 설고봉 강무 방 (낮)
자리에 조로록 누운 세 사람.
설고봉 : 아직 홍심은 못 뚫었지?
임병춘 : 누구... 김윤식?
강무 : 무섭게 늘었더군.
임병춘 : 누구, 김윤식?
설고봉 : 대사례까지 이틀인데 홍심은 무리겠지?
임병춘 : 누구~!! 김윤식?
강무 : 기본기가 탄탄하니까.
임병춘 : (벌떡 일어나서) 내가 김윤식 따위한테 질거 같애? 비리비리 기생 오래비 같은 그 자식한테?
21. 사대 앞 (낮)
다시 서는 윤희의 의연하고 여유로운 얼굴. 제대로 된 궁사의 모습.
시위를 힘껏 당기는 윤희의 손에는 이미 지난날 훈련이 남긴 영광의 상처들 굳은 살과 물집이 보인다.
재신이 끼워준 깍지도 제법 헤질대로 헤진듯 보인다.
눈빛도 차분하고 깊어진 윤희, 과녁을 응시하다 시위를 탕 놓는다.
쏜살 같이 날아가는 화살. 홍심 제법 가까이로 날아가 꽂힌다.
쏘고 쏘고 또 쏘는 윤희 그런 윤희를 지켜 보고 있는 선준.
사대 앞을 지나가던 하인수 임병춘 강무 설고봉 피식 비웃듯 지나가는데,
돌아서 가던 임병춘, 윤희를 돌아본다.
윤희 옆 터과녁에 윤희가 빽빽이 쏘아 놓는 화살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윤희 눈 여겨 보는 임병춘.
다리는 후들거리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흔들리는 팔. 눈빛은 결기로 가득하다.
시위에 당겨진 입술, 꾹 깨물고 사력을 다해 활을 쏘는 윤희.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홍심은 뚫지 못한다.
22. 사대가 보이는 어느 일각 (낮)
손이 움찔, 저도 모르게 활을 매 만지는 재신. 윤희를 보고 있다.
재신 : (혼잣말) 한심하기는..
23. 사대 어느 일각 (낮)
윤희 모습을 지켜보고 서 있는 정약용. 유창익 그 옆에 선다.
유창익 : 상유 김윤식은 활쏘기에 대단한 재능을 지녔습니다.
정약용 : (의외다) 시위를 잡는데 닷새나 걸렸고 아직.. 관중은 멀었습니다.
유창익 : 버텨내질 않습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뒤처져 있는 한심하고 무능하고 초라한 제 자신을,,...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말이오.
정약용 : (윤희 보면)
유창익 : (정약용 보며) 사람에게 그보다 더 큰 재능이 필요합니까-
정약용 : (웃으며) 허면 대사례에서 홍심을 뚫지 못해도 저 아이에게 통을 주시겠습니까?
유창익 : (... 그건 아니다.. 정약용 보면)
정약용 :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대사롈 통과하지 못한다면-- 김윤식은 그저 불통일뿐입니다. 세상이 정한.. 규칙이니까요.
유창익 : 의외군. 김윤식은 같은 남인에.. 스승 김승헌의 아들일터-- 정박사 꽤 냉정합니다.
정약용 : 세상에 제대로 쓰일 수 없는 묘목이라면 이 세상이 찍어내기 전에 잘라내는 편이 옳다 여길 뿐입니다.
24. 사대 앞 (낮)
이제 제법 지친 듯 활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고 있는 윤희.
그 때 들려오는 소리.
재신E : 한심한 놈.
윤희 보면 어슬렁 다가와 서는 재신. 윤희 재신이 반가운데.
윤희 : 사형.
재신 : 미련한 자식.
윤희 : (보는데)
재신 : 반촌의 송아지한테 활을 쥐어줘도 그 보단 낫겠다.
윤희 : (서운한) 사형
재신 : (윤희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서며) 너 처럼 해도 해도 안되는 놈들한텐 약은 딱 하나다.
윤희 : 뭡니까..그게.
재신, 싱긋 웃더니 윤희를 납작 들어 어깨에 메고 가버린다.
내려 달라 발버둥치는 윤희.
윤희 : 사형..
그러나 모두들 그 무서운 기세에 길을 비켜주기 바쁘다.
25. 성균관 후원 일각 (낮)
어느 전각의 툇마루 쯤 되는 곳.. 으슥한 분위기..
툭 윤희를 내려놓는 재신. 겁에 질린 듯 재신을 보는 윤희.
그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살기등등한 재신의 눈빛.
재신, 윤희의 손목을 휙 채듯이 들어 올린다. 상처투성이 작은 손.
그대로 툇마루 한켠에 놓인 술동이에 그 손을 처박아 넣어 버리는 재신.
윤희 : (따끔 거린다) 아야.
손을 빼려는 윤희, 그대로 윤희 손을 꾸욱 눌러 버리는 재신의 손.
재신 : 이럴 땐 술이.. 약이다.
물끄러미 재신을 바라보는 윤희.
재신 : 쪼는 맛. 모르지 너?
윤희 : (보면) 쪼는 .. 맛이요?
재신 : 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구 기다리는 거다.. 마지막 .. 됐다 싶은 그 순간까지... 그걸 쪼는 맛이라구 하지.
윤희 : (혼잣말처럼) 쪼는... 맛
재신 : 손이 이 따윈데... 어떻게 끝까지 기다려..
윤희 : ---
재신 : 그러니 매번 홍심을 빗겨가지.
윤희 : (재신 본다)
술동이에서 제 손을 뺀 재신.. 한켠에 수건에 손 닦으며.
재신 : (윤희 보지 않고) 뭐냐? 넌-- 출세 아니면 자존심.
윤희 : 예?
재신 : 대사례.. 장원은 해서 뭐할건데---
윤희 : (보다가) ...보여..주고 싶어서요.
재신 : (보면)
윤희 : 내가 해 낼 수 있다는 걸-- 나를 믿어도 된다는 걸--- 내 자신한테..꼭.. 보여주고 싶어요.
재신 : (윤희 본다)
윤희 : 날 믿어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한명쯤은.. 필요하니까.
재신 : (물끄러미 보다가) 그런건 이선준한테 배웠냐?
윤희 : (보면)
재신 : 잘 한다, 말.
재신, 윤희 귀여운듯 술동이 술을 손가락으로 튕긴다.
찡그리며 피하던 윤희. 다시 주먹 쥐며 재신을 향해 선다.
윤희 : 이런건 사형께 배웠습니다. 그러니 안 나오시면 후회 하실겁니다.
재신 : (기막힌듯) 뭐?
윤희 : 혹 장원할 자신이 없으신겁니까..
재신 : --
윤희 : 허면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사형께선.. (싱긋 웃으며) 머릿수만 채워주십시오.
재신 : (이게.. 아주 .. 기막힌듯 웃으면)
윤희 : (장난기 거두며) 대사례 나와... 주십시오. 부탁 드립니다. 사형.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가는 윤희.
그런 윤희를 물끄러미 보며 고개 설레설레 젓는 재신..
그때다 가던 윤희가 재신을 향해 휙 돌아선다.
윤희 : 사형.. 제가 말한 적 있습니까?
의아한듯 보는 재신.
윤희 엄지손가락에 낀 재신의 깍지를 까딱까딱 흔들며 웃는 윤희.
윤희 : (싱긋 웃으며) 고맙습니다.
땀과 먼지에.. 재신이 묻힌 술에 엉망이지만 해사한 미소가 제법 예쁜 윤희.
그런 윤희를 마치 홀린 듯 바라보는 재신.
그때다. 딸꾹. 재신, 저도 모르게 딸꾹질이 나온다.
한켠에서 그런 재신을 지켜보는 용하,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26. 성균관 사대 일각 (낮)
떨어진 윤희의 활을 들어보는 선준. 강도 높은 훈련을 보여주듯 헤져 있는 활의 줌피.
기특한 듯 엷은 미소를 짓는데.
하인수E : 제법이다.
선준 돌아보면 그 앞에 서 있는 하인수. 임병춘 설고봉 강무.
하인수 : 칭찬해주지. 활을 들지도 못했던 김윤식을 (피식 웃으며) 사람은 만들었더군...
병춘/고봉 : (큭큭..)
하인수 : 노력은 가상하다만 내 화살은 연민을 모르는 놈이니 어쩐다-- 그 사정을 봐줄리는 없고.. 각오는 해 두는게 좋을꺼다.
선준 : 그 화살, 패배에 승복하는 법은 아는 녀석이면 좋겠군요.
선준과 하인수. 팽팽한 그 시선에..
효은E : 오라버니?
선준과 하인수 모두 놀란 듯 바라본다. 그 앞엔 효은과 버들이다.
그 뒤로 음식 바구니를 잔뜩 들고 들어온 비복들.
임병춘 : (설레는 얼굴로 화들짝) ..애애기씨. (효은에게 다가서지만)
효은 : (관심도 없다. 선준만 보며) 어머나. 도련님께서도 함께 계실 꺼라곤, (귀여운 앙큼이다)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하인수 : 니가 여긴 왠일이냐?
선준을 보며 배시시 웃는 효은,
선준과 효은을 바라보는 하인수, 둘의 관계를 의아한 듯 바라본다.
임병춘, 질투의 눈빛이다.
아랑곳없이 마냥 좋은 효은.
27. 성균관 어느 일각 (낮)
하인수와 임병춘, 설고봉 강무 걸어가고 있다.
하인수 : 분명 지난 신방례때.. 이선준은 북촌 본가에 간 일이 없다 말했다.
임병춘 : 그..그건 사실입니다. 장의 저희가 분명.. 두눈을 시퍼렇게 뜨고도.. 놓쳤을 리가 없습니다요..
하인수 : (짐작이 된다.. 기막힌듯) 누군가--- 이선준을 도왔다면 가능한 일일 수도 있지.
설고봉 : 헌데.. 장의 더 이상한 일은.. 이선준입니다.. 왜.. 밀명을 풀지 못했다.. 거짓을 고했답니까..
오줌범벅이 될 뻔 하질 않았습니까.
하인수 : --
28. 대사성 집무실 (낮)
대사성과 차를 놓고 마주 앉은 병판.
대사성 : 이렇게 따님까지 대동하고 찾아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병판 : 오늘은 병판이 아니라 애비로 왔소. 대사성. 명색이 장의아비가 돼놔서 대사례 준비로 바쁜 성균관에 인사는 한번 와야지요,
그때 앞에서 다가오는 하인수. 예를 갖춘다.
대사성 : 오..우리 성균관의 대들보..장의 오는구만.. 아버님을 닮아 어찌나 훤칠하신지,
하인수 : (대사성 자르며 병판에게) 기별도 없이 오셨습니다. 아버님.
병판 : (역시 대사성 안 들리게) 적진을 털 때는 기습공격이 최고다. 방비할 틈을 안 줘야 승산이 있거든.
29. 사대가 보이는 어느 일각 (낮)
정약용의 곁에 다가와 서는 병판.
병판 : 자네에겐 조정보다.. 이곳이 더 어울려 보이네. 정박사.
정약용 : 저 역시 그리 여기고 있습니다.
병판 : 예서나마 전하를 보필할 수 있음을 다행히 여기시게나. 자네 마저 저 조선 땅 끝으로 유배라도 간다면
자네의 전하께선 얼마나 더 외로우시겠는가--
정약용 : (보면)
병판 : 금상께 전하시게. 내일 대사롄 그저 활을 쏘고 여흥을 즐기는 자리일 뿐... 전하께선 그 어떤 정치적 행보도 하셔선 안되네.
정약용 : 전하께 드릴 간언이라면 궁으로 가시는 것이 옳지 않습니까 대감.
병판 : (비틀어진 웃음) 응당 그래야겠으나--- 이즈음 전하께서 가장 많이 독대하시는, 총애하는 신하는-- 자네가 아닌가.
정약용 : --
병판 : 명심하시게. 전하를 바른 길로 보필하기 위해서라면--- 우린 못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매섭게 빛나는 병판의 눈빛.
30. 궁궐 사대 (낮)
탕- 홍심을 뚫는 화살. 매서운 눈빛으로 시위를 거두는 정조.
그 옆에 위시한 채제공과 조금 떨어진 곳에 상궁 나인들.
정조 : (흡족한 듯) 이만하면 내일 유생들 앞에서 면은 서겠습니까?
채제공 : 오랜 세월 간직해 오신 비원을 이제 내일을 시작으로 하나하나 모두... 이루게 되실겝니다. 전하.
정조 : 또한 ...과인을 위해 젊은 목숨을 내놓은.. 내 오랜 벗의 비원이기도 합니다.
채제공 : .. 전 성균관 박사, 김승헌을 이르십니까.
정조 : 김윤식이라 했던가요-- 그 아이에게 과인이 진 이 빚을 다 어찌 갚아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채제공, 정조 보면 있는 힘껏 시위를 당긴다.
31. 사대 앞 어느 일각 (낮)
전각을 막 돌아 나오던 환한 얼굴의 윤희.
허공을 향해 시위를 당기듯 손짓하는 윤희.
그 시선에 들어오는 선준, 시위 모양의 손을 내리는 윤희.
선준 옆에는 화사한 여인네가 수줍은 듯 웃으며 서 있다.
어쩐지... 더는 발걸음하지 못하는 윤희다.
32. 성균관 어느 일각 (낮)
계속 딸꾹질을 하며 나오는 재신. 그 곁의 용하.
용하 : 이상해~ 자네가 딸꾹질 하는 걸 보면 이 근방에 분명 계집이 있는 것이 틀림없는데
금녀의 공간인 이 성균관에 대체 계집이 어디 있을까-
재신 : (용하 등짝 내리치며) 저기!!
용하 놀란 듯 보면 그 앞에 효은과 버들과 계집종들이 유생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용하 누구지? 싶은 시선.
앞치마를 단정히 입은 미소녀 효은.
용하E : 저 여인 때문이었군.
33. 성균관/은행나무 앞 (낮)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효은, 유생들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윤희 : 저.. 여인...이 왜요?
용하 : (윤희 옆에 다가와 앉으며) 신방례 때 말일세.. 이선준이 병판댁에 다녀오지 않았다 거짓을 말한 이유!!
윤희 : (본다)
세책방에서 연서를 부탁하던.. 효은을 알아본다.
FLASH 세책방 효은의 인서트 컷.
용하 : (효은 보며) 말 많은 사내놈들 입에 오르 내리는걸 보호해주고 싶었던게지.
용하 말에 윤희 효은 보면 말 그대로 곱고 참한 여인네의 모습이다.
용하E : 과연 반수교 오줌통에 빠져도 좋을만한 미모긴 한데.
용하 : 오늘에서야 이선준에게 딱 어울리는 별호를 찾았군.
윤희 : (보면)
용하 : 가랑. 이선준의 별호는 오늘부터 가랑일세.
윤희 : 가-랑?
용하 : 아름다울 가를 넣어-- 최고의 신랑감이란 뜻을 담은 가랑!! 병판의 여식에게.. 이선준은.. 최고의 신랑감이 아닌가--
윤희 : 잘 어울립니다.. 가랑. (부러..더 씩씩하게 밥을 먹는)
34. 성균관 다른 일각 (낮)
선준 당혹스런 표정인데
효은이 내 놓는 도시락. 대나무 죽통 밥에 떡갈비 어란까지 차려진 호사스런 도시락. 그 위로
설고봉E : 떡갈비에 죽통밥에 임금께만 올린다는 귀한 어란까지--
35. 성균관 다른 어느 일각 (낮)
비교되는 평범한 도시락. 와락 뚜껑을 덮는 임병춘, 쓰러져버린다.
설고봉 : 그것도.. 월출산의 기를 듬뿍먹은 어란..
임병춘 : (와락 도시락의 뚜껑을 덮고 쓰러져버린다)
설고봉 : (임병춘 도시락 먹으면서) 그렇게 안 봤는데 효은아씨 참 치사하네. 사내 순정을 짓밟는 것도 모자라서
먹는 걸루다 인간을 차별하냐.
임병춘 : (벌떡 일어나) 이건 출생의 비극이야. 내가 집안 빼고 이선준 보다 못한게 뭐야? 안 그래?
설고봉 : (막 먹다가 뚝 멈추고, 기막힌 듯 병춘 돌아본다)
임병춘 : (설고봉 보며) 하나만 꼽아봐! 하나만!! 그럼 나도 깨끗이 포기할 테니까!!
설고봉 : (고개 설레설레) 못하지.. 그걸 어떻게 해.
임병춘 : 그지? (설고봉 와락 안으며) 역시 사낸 사내가 알아본다니까..
설고봉 : (손가락으로 꼽으며) 얼굴, 지성, 학식, 인품, 등빨!! 이 많은걸 어떻게 하나만 꼽아?
씨익 웃는 설고봉. 밥술을 뜨면
임병춘 설고봉의 얼굴을 식판에 팍!! 처박아 버린다.
36. 성균관 어느 일각 (석양)
선준과 걸어오는 효은.
효은 : (걱정스런) 편찮으시다 들었는데 괜찮으십니까?
선준 : (의아한) 어떻게-- 아셨습니까?
효은 : 그야.. (하다가.. 제 마음을 들킬까봐) ..오..오라버니께 들었습니다. 오라버니께서.. 도련님 걱정을 어찌나 하시는지..
저더러.. 꼭 성균관에 와야 한다시기에.. 저는 정말.. 하는 수 없이.
선준 : (믿기지 않는 듯) 장의께서... 말씀입니까--
효은 : (헉!! 잘못 둘러댔다..당황을 감추려고 더 강하게 끄덕끄덕)
선준 : (단호한) 다음부턴-- 오시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효은 : (놀란 듯, 실망하는) 예?
선준 : 여인의 성균관 출입은 국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반가의 자제가 이토록 나랏법을 쉬이 어긴다면
백성들에게 어찌 모범이 되겠습니까--
효은 : (마음을 몰라줘서 서운한, 금세 눈물이 고일 것만 같은)
선준 : 그럼 살펴 가십시오. (가려는데)
효은 : (서운한 듯 입술 깨물며) 다시는, 다시는-- 이 성균관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선준 : (멈칫)
효은 : 그러니 다음엔-- 도련님께서 저를 만나러 와 주시겠습니까?
선준 돌아보면 선준을 향해 배시시 미소 짓는 효은이.
선준, 그런 효은이 기막힌 듯 어이없는 듯 설핏 웃는다.
효은, 선준의 그 모습이 좋다. 자꾸만 선준을 돌아보며 환하게 웃는 효은,
저 멀리 한 무리의 유생들을 배경으로 마주 선 선준과 효은.
청춘남녀의 한 시절이 시작되고 있다. F.O
37. 성균관 사대 일각 (밤)
활을 들고 사대로 들어서는 윤희.
사대에서 나오던 정약용. 스치듯 마주 선다.
정약용 : 내일이 대사례다. 김윤식 넌-- 장원을 해내겠다 약조했었다.
윤희 :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약용 : 채 홍심도 뚫지 못한 궁력으로 말이냐--
윤희 : (--)
정약용 : 아직은 늦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지금이라도 네 죄를 반성하고 포기한다면.. 너와 가솔들의 목숨만은 구명해주마.
윤희 : (천천히 정약용 본다) 전 이제야 제 과녁 앞에 섰습니다. 제게 주어진 화살을 다 쏠 때까지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생각입니다.
정약용에게 가볍게 예를 갖추고 스쳐가는 윤희.
그런 윤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약용. 복잡한 얼굴이다.
38. 성균관 사대 (밤)
사대에 서는 윤희. 텅 빈 과녁을 향해 마주 선다.
화살통의 화살을 꺼내 시위에 장전한다. 그리고 온 신경을 집중해 시위를 당긴다.
그러나 주변부. 주변부 홍심을 뚫지 못하는 여러 개의 화살들.
윤희 그때마다.. 참담한 듯 입술을 깨물고 다시 다시..
그리고 이제 화살통의 마지막 화살.
윤희 긴장한 듯 마지막 화살을 장전한다. 천천히 시위를 당긴다.
탕-- 날아가는 화살. 이번엔 명중이다. 홍심을 뚫는 화살.
윤희.. 제가 쏘고도 믿기지 않는듯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돌아보는 윤희. 그 옆엔 언제나처럼 서 있는 선준.
윤희 : (과녁만 본채 믿기지 않는듯) 봐..봤소? 해냈소. 내가.. 해냈소. (울컥해서) 해..냈단 말이오!!
선준 : (윤희 빤히 보며, 어이없다는 얼굴) 그럼.. 못할 줄 알았소?
윤희 : (선준 본다. 감동) 알고 있었단 말이오? 내가 해낼 꺼란걸?
선준 : 당연하지.
윤희 : (촉촉해진.. 감동이다)
선준 : (여유만만) 이 이선준이 나서서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었소?
윤희 : (뭐...어? 재수 덩어리!!)
선준 : 장안 제일의 거벽꾼을 잡아다 성균관 유생으로 만든 나요. 벌써 잊은게요? 재주 넘는.. (윤희 똑바로 보며) 곰?
윤희 : (보다가.. 확 밀려오는 지난날의 감정들, 혼잣말처럼) 그럼 그렇지.. 가랑은 무슨!! 왕서방이 딱이오!! 딱!!
팩하니 돌아서는 윤희, 새초롬한 표정인데.
선준 : (따뜻한) 장하다! 김윤식!!
멈칫, 서는 윤희. 선준에게서 처음 듣는 칭찬이다. 지난날의 수고로움을 모두 위로 받는 듯한 느낌이다.
눈가가 촉촉해져서 돌아서는 윤희.
그 앞에 선준. 윤희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선준 : (웃으며) 장해!! 잘했다구!!
지금껏 한번도 본 적 없는 선준의 해사한 미소!!
윤희 시간이 멈춘듯 마음을 빼앗긴듯... 선준을 바라보고 있다.
39. 장의방 (밤)
화살들을 닦던 하인수 강무 임병춘 놀란듯 돌아본다.
설고봉 : (막 방문으로 들어서며) 뚫었어.
임병춘 : 뭐가..
설고봉 : 홍심.. 대물 그 자식이. 관중시켰어.
임병춘 : (흠칫 놀란다) 장의
하인수 : (설핏 웃으며) 제법이군.. 그렇다 한들..달라질게 뭐냐.. 나에겐.. (임병춘 보며...섬뜩한 미소) 자네가 있는데.....
임병춘 : (웃지만.. 불안함을 숨길 수 없다) 물론..입니다.
40. 청재 앞 (밤)
궁시렁거리며 나오는 설고봉과 임병춘.
설고봉 : 이봐 병춘이, 자신 있는거지?
임병춘 : 뭐가.. 뭐가!!
설고봉 : 내일 우리가 지기라도 하는 날엔 넌 장의한테 끝이겠다.
임병춘 : 우리가 지긴 왜져!! 김윤식 그 자식은 고작 홍심 한번이지 난 지금까지 아흔 아홉 번도 더 뚫었어..
설고봉 : --
임병춘 : 그리고.. (자기 암시) 걸오가 있잖아. 걸오 안나오면 김윤식은 끝인데 뭘.
41. 모란각 일각 (밤)
홍등이 주루룩 화려하게 걸린 모란각. 그 앞에 하나둘 도착하는 사인교.
사인교에서 막 내려서는 이정무 병판 문근수와 중년의 사내들,
그 앞에 화려한 복색의 기녀들이 환대하고 있다. 초선 섬섬 앵앵도 보인다.
이정무가 막 모란각 문을 들어서려는 찰나.
그때다.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모란각 문설주에 와 박힌다.
동시에 차르르 내려오는 홍벽서.
끼야악~~ 기생들 소리 지르고, 병판이며 중신들 사인교 밑으로 몸을 숨긴다.
이정무만이 꼿꼿하게 휙 돌아보면 지붕 위에서 활을 막 내리는 홍벽서!!
관군대장E : 홍벽서다.. 홍벽서를 잡아라!!
병판 : 저런 망할 자식을 봤나! 당장.. 잡아 들여라 당장.
이정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홍벽서를 날카롭게 주시한다.
42. 도성 일각/모란각 담장 근처 (밤)
담장 위를 다다다다 달려가는 홍벽서.
관군들과 사복을 입은 사병들도 홍벽서를 따른다.
담장 위로 올라오려는 관군들.. 주루룩 미끄러져 버리고
홍벽서는 바람 같이 뛰고 날아오르는데 투룩. 기왓장이 떨어지고 미끄러질 뻔 하는 홍벽서.
홍벽서 건물 담장으로 몸을 숨기는데
그때. 홍벽서의 눈에 들어오는 모란각 마당의 이정무와 문근수.
INST >모란각 마당.
문근수 : (비굴하게 조아리며) 괜찮으십니까.. 대감.
이정무 : 대사헌의 책무가 이사람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랍니까. 시정감찰의 책무를 다하셨다면
저 홍벽서가 도성에 나부끼는 참람한 일은 (문근수 주시하며) 아마 없었겠지요-
문근수 : (굽실) 용서하십시오. 대감.
담장에 숨은 홍벽서의 주먹이 울분으로 파르르르 떨려온다.
그때.. 홍벽서를 본 관군들. ‘저기다.. 홍벽서가 있다.’ 달려 온다.
달려가기 시작하는 홍벽서.
43. 도성 일각/북촌 일각 (밤)
담과 지붕을 타고 달려가는 홍벽서. 그러나 몸의 움직임이 전과 달리 흔들리면서
기왓장이 투룩 떨어지고 홍벽서 발을 헛딛고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 뒤를 쫓는 관군들. 칼을 들고 달려드는 관군들.
홍벽서 현란한 발차기로 칼들을 걷어내는데 그 중 관군 하나 홍벽서의 복면을 1/5가량 찢어낸다.
한쪽 눈매와 콧날이 드러나는 홍벽서. 당혹스런 홍벽서는 도주하기 시작한다.
달아나는 홍벽서를 향해 활을 겨누는 관군들.
44. 도성일각/반촌 근처 (밤)
날아오는 화살. 홍벽서, 그 중 하나를 스치듯 맞았다,
그 충격으로 담벼락 아래로 훅 떨어지는 홍벽서.
관군들 환호하고, 담벼락 아래로 달려가 보면 흥건한 핏자국. 그러나 홍벽서는 사라지고 없다.
낭패다 싶은 관군대장.
45. 반촌 입구 (밤)
반촌 어느 일각, 관군을 피해 달려가는 홍벽서. 부상 때문인지 비틀거리며 가고 있다.
관군대장E : 놈은 부상을 입었다.
쫓고 있는 관군들.
관군대장 : 속도를 내긴 힘들 것이다. 놈이 반촌으로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잡아라.
담장을 훌쩍 뛰어 넘는 홍벽서, 그 앞을 가로 막는 수십명의 관군들 홍벽서를 향해 기창하고 다가온다.
홍벽서, 기창한 군사들의 창을 발차기로 걷어내고 군사들의 창을 빼앗아 대적하기 시작한다.
부상에도 현란한 창놀림으로 관군들을 제압하는 홍벽서.
공간이 빈 그 틈을 타 창을 장대 삼아 반촌 상점(2층 건물) 높은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홍벽서.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홍벽서.
관군들 놀란 듯 보다가 홍벽서를 잡으려 건물 앞으로 달려간다.
그때 스르륵 쳐지는 목재 바리케이드.
서리 : 이곳은 성균관이 있는 반촌이오. 관군은 한발짝도 들일 수 없소.
관군대장과 관군들 낭패다 싶은 표정.
46. 반촌 건물 안 (밤)
복면을 벗는 홍벽서의 뒷모습. 땀이 흐르는 옆 얼굴. 그 옆구리에 선연한 핏자국,
고개를 돌리는 홍벽서, 재신이다.
이정무E : 홍벽서는 성균관 유생입니다.
47. 모란각 밀실 (밤)
이정무를 상석에 그리고 좌아악 앉아 있는 노론계 신하들.
서안 위에 화살과 홍벽서를 올려놓는 손, 이정무다.
그 앞에 앉은 병판, 홍벽서를 찬찬히 읽어보는데.
병판 : (홍벽서 읽는) 이 나라 조선은 노론-- 그들만의 세상이라- 이제 피 묻은 금등지사의 진실이 스스로 입을 열지니
그대들의 자리는 권좌가 아닌-- 죄인의 형틀..이라--? (와락 홍벽서 구기며) 어떤 자식인지... 겁도 없이.
문근수 : (어두운 얼굴)
이정무 : (설핏 웃으며) 이 세상을 단죄할 수 있다 믿는 순진함-- 고작 이 따위 화살 하나로 세상이 바꾸겠다 나선 치기...
(여유로운) 이 친구, 청춘이예요.
병판 : (한가해 보여 못마땅한) 대가암~~
이정무 : 게다가 이만한 문장이라면 성균관 유생이 틀림 없습니다.
병판 : 성균관 유생이라면---
이정무 : 내일 대사례에서.. 홍벽서를 잡아 들이세요. 대사례는 내가 병판께 주는 마지막 기횝니다.
살기등등한 이정무의 눈빛.
병판.. 긴장하는 얼굴이 된다. 문근수 생각 많은 얼굴이다.
48. 성균관 일각 (밤)
부상을 입은 재신, 옆구리에 피가 흥건한 채로 담을 넘는다.
통증으로 일그러지는 재신,
그때 불빛이 재신이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일석점호를 위한 순찰이다.
얼른 몸을 낮추는 재신.
다행히 고장복의 등롱은 재신을 피해가고.. 안도하는 재신.
그때 함춘호와 유창익이 고장복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유창익 : 홍벽서가 오늘도 반촌으로 숨어 들었다니 유생들의 동요가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게.
함춘호 : 좌포청 종사관 말로는 화살을 맞아 피를 꽤 흘렸다는댑쇼.
고장복 : 홍벽서가.. 피를 흘렸다구?
그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담 위에서 툭 떨어지는 재신.
그 소리에 돌아보는 고장복, 긴장하는 유창익 고장복 등롱을 비춘다.
휙휙 비춰지는 등롱. 다행히 고장복의 등롱은 재신의 핏자국을 빗겨가 다른 곳들을 비춘다.
고장복 : (혼잣말처럼) 도성에 쥐새끼들이 판치더니 이번엔 도둑고양이들 차례구만.
불안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유창익.
그때 어둠 속 전각 뒤편에 숨어 있는 재신. 옆구리를 틀어막은 손에 피가 배어난다.
그 위로 들리는
유창익E : 문재신 상유.. 문재신은 오늘도 외박인가?
49. 청재 마당 (밤)
일렬로 나와 서 있는 유생들 남명식 소론파와 우탁 해원 도현. 윤희, 선준 용하.
그 앞에 서 있는 하인수.
유창익 : 문재신 원점 감점 5점.
함춘호 : 감점 5점.
임병춘 : 질문 있습니다.
유창익 : (보면)
임병춘 : 만일 문재신 유생이 내일 아침까지 돌아오지 않으면 그땐..그땐 어찌 됩니까?
윤희 : (긴장하는데)
유창익 : (윤희 선준 보며) 대사례는 동방생끼리 한접을 이루며 단 한명의 불참도 용인될 수 없다.
문재신 유생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선준 김윤식 유생도.. 내일 대사례엔 참례할 수 없다.
불안해지는 윤희, 담담한 선준....
미묘한 웃음의 하인수.
윤희 : 올겁니다.
유창익 : (본다)
선준 : (윤희 본다)
윤희 : 문재신 유생은 분명.. 내일 대사례엔 참례할겁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스승님.
대사성E : 못 기다립니다.
50. 대사성 집무실 (밤)
책상을 쾅 치고 일어나는 대사성.
대사성 : 이대로 앉아서 그 미친 말이 기어 들어오기를 기다리라니요.
정약용 : --
대사성 : 지금이라도 반촌 술집을 다 뒤져 문재신을 잡아 오든지.. 아니면 이선준 김윤식은 새로운 접으로 보내세요.
유창익 : 영감... 그건.
대사성 : 나더러 좌상 대감께서 친히 성균관을 찾은 이 마당에 아드님이 대사례에 참석하지도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란 말입니까--
유창익 : 그야 원칙 아닙니까.
대사성 : 아니 사람이 어쩜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답니까. 그래. 생각해보세요.
지난 수십일간 뙤약볕에서 손이 짓무르도록 활시위를 잡은 애들입니다.
정약용 : --
대사성 : 그걸 모두 다 헛수고로 만들 작정입니까 어찌 생각합니까? 정박사 생각은 어떻소.
정약용 : 내일 아침 대사례 시작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대사성 : (답답하다) 하.. 나 이거야 원.
51. 중이방 (밤)
자리에 누워 있는 선준과 윤희. 걱정되는 듯 뒤척이는 윤희.
선준 : 그만 눈을 좀 붙이는게 어떻소.
윤희 : --
선준 : 내가 아는 걸오사형은.. 이 성균관에 어울리지 않는 이요. 예와 법도 따윈 하나 거칠것 없는 그런--
윤희 : (듣기 싫다는듯 등을 돌리고 베갯잇만 꼬기작 꼬기작)
선준 : 허나.. 누군가.. 소망하는 일을 위해 오래도록 땀 흘린 시간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만큼-- 그런 무책임한 이는 아니라 봤소.
윤희 : 그래서...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혹.. 걸오사형께.. 무슨 일이 생긴건 아닌지해서...
윤희 시선에 한켠에 놓여진 재신의 활이 들어온다.
52. 향관청 (밤)
더듬더듬 향로를 찾는 피 묻은 손.
재신이 옆구리에서 화살촉을 빼낸다. 툭 바닥에 떨어지는 화살촉.
재신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의식을 잃은 재신.
53. 병조 집무실 (밤)
재신의 얼굴에서 홍벽서의 용모파기로 이어진다.
홍벽서의 용모파기와 홍벽서로 활 쏘는 그림들. 관군들에게 모두 나눠진다.
병판 : 홍벽서의 용모파기다. 놈의 얼굴과 습사 동작을 잘 기억해 둬라. 홍벽서가 성균관 유생이라면
내일 대사례는 그 놈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것이다.
관군대장 : 예 대감!
병판 : 관군이 들어갈 수 없는 성균관.. 너희들은 모두 관복 차림으로 은밀히.. 이 놈을 찾아 나선다.. 알았나?
관군대장 : 예.
병판 : 금상보다 빨리 우리 손에 넣어야한다. (매서워지는) 만일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그 자리에서 처리해도..좋다.
매섭게 번득이는 병판의 눈빛.
54. 성균관 곳곳 몽타쥬 (아침)
대사례를 준비하는 성균관의 분주한 모습들.
- 파란 하늘에 만국기처럼 나부끼는 깃발들.
왕실을 알리는 깃발, 의례용 깃발들 의장대사열처럼 척척척 사대 앞을 채우고
- 뿌우.. 나발을 부는 악공. 편경을 두드리는 악공들.
장악원의 악공들 예닐곱명이 악기를 나르며 시연하는 풍경.
- 일렬로 나란히 놓여지는 사대 과녁들과 점수 채점표가 사대 곳곳에 놓여진다.
- 차일 아래 놓여지는 서탁들, 그 위로 퍼얼럭 펴지는 서탁보.
그 위에 주안상(식기만)을 차리는 식당의 비복들.
- 청재 마당 문이 차르륵 열리고 평소와는 다른 복색, (변형된 철릭 같은)을 입은 유생들이 절도 있게 내려선다.
-화려한 치마저고리에 꽃삿갓을 쓴 십여명의 기녀들의 행렬이 대사례장 안으로 들어온다.
모란각의 기녀들을 이끌고 들어오는 초선이. 앵앵 섬섬이와 기녀들 보인다.
유생들 휘파람을 불고 고함을 지르고 소녀시대를 본 국군장병들 분위기.
찡긋 윙크하는 섬섬. 그를 지켜보던 유생들, 도현 우탁 해원, 쓰러진다.
그런 섬섬이를 돌아보는 초선이. 섬섬이 긴장하고 몸가짐을 반듯이 한다.
초선, 그제야 마음에 드는 듯 다시 앞을 바라보며 걷는다. 위엄을 잃지 않는 초선이다.
55. 세책방 앞 장터 (아침)
장고와 북치며 길놀이가 한창이다.
전문가가 아닌 상인들의 여흥.. 엿장수의 가위질 소리.. 웅성이는 사람들 요란요란 시끌벅적하다.
그때 약첩 봉투를 들고 한켠에는 삯바느질 함지를 들고 나오던 조씨. 시선에 그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어온다.
황가 : 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성균관 대사례가 아닙니다. 첩첩산중의 호호할머니부터 구중궁궐의 상감마마까지
손에 땀을 쥐고 구경하는 성균관 대사례!!
황가 전단지를 조씨에게 주고 조씨.. 그 전단지를 보는데 엿가락을 물고 있는 순돌이가 눈에 들어온다.
조씨 : (순돌이에게) 저어.. 대사례가 뭐라 했소? 성균관에서.. 한다는데.
순돌 : (활 쏘는 시늉) 탕~~!!
조씨 : (불안해진다) 혹.. 성균관에 무슨 변고라도!!
순돌 : 변고지라.. 변고중에도 크은.. 변고지라..
조씨 : (놀라) 이보시오.
순돌 : 즈이 되련님이 아마 오늘 활쏘기 대회에서 장원하고 나면 임금님께 눈도장 콱 찍혀 불고
내일 당장 벼슬길에 나설지도 모르니께 변고는 변고지라.. 헤헤.
조씨 : 활쏘기 대회라면.. (걱정이다) 모두.. 다.. 참가하는거요?..
황가 : (조씨와 순돌 사이로 톡 끼어들며) 서푼이오!! 서푼.
조씨 : (보면)
황가 : 흥미진진한 성균관 대사례 생중계가... 서푼!!
56. 궁궐 일각 (아침)
융복차림으로 계단을 내려와 서는 정조.
그 앞에 대신들 이정무 문근수 병판 채제공 모두 대사례에 참례하기 위한 복색을 갖추고 서 있다.
한켠에 서 있는 일산.
정조 : 활을 내기.. 아주 좋은 날씨가 아닙니까?
대신들, 모두 미소로 정조를 맞이한다.
정조 : 간밤에 변고가 있었다 들었습니다. 좌상.
이정무 : 송구 합니다. 전하.
정조 : 오히려 면구스런 이는 과인이예요.. 군왕이 오죽이나 변변치 못했으면.. 나라의 실정을 꾸짖는 홍벽서가---
좌상을 찾아갔겠습니까..
문근수 : 황망하신 말씀.. 거두어 주십시오. 전하.
정조 : 병판, 홍벽서를 잡는 일을 서둘러 주세요. 과인이 좌상 앞에서 고개를 못들겠습니다. 고개를.
병판 : 소신 신명을 다하여 명을 받들 것입니다. 전하.
고개 숙여 예를 다하는 병판, 병판의 눈빛이 매섭게 빛난다.
정조 : 단.. 오늘만큼은 허락지 않을 것입니다.
이정무 : (본다)
병판 : 예에.. 그 무슨.. --
정조 : 과인은 복잡한 정살랑은 이 궁에 다 두고 갈 생각입니다. 경들도 오늘만큼은 그리 하시는겝니다..
신료들을 바라보는 정조의 여유로운 웃음.
정약용E : 이제 곧 전하께서 오실게다.
57. 대사례장/유생쪽 (아침)
이제 각 접의 유생들, 과녁을 멀리 앞에 두고 세명씩 선다.
해원 도현 우탁. 용하와 다른 접원들. 남명식과 소론 유생들.
윤희 접만 선준과 윤희 둘 뿐이다.
사수 인원점검을 하면서 오는 정약용과 함춘호.
중이방 번호표 세장을 나눠 주며 선준과 윤희에게 경고하는 중이다.
정약용 : 만일 그때까지.. 상유 문재신이 참석치 않으면.. 중이방 이선준과 김윤식은.. 예선 탈락이다.
응당 약조한 대로 너흰 이 대사례에서 불통을 받게 될 것이다.
긴장한 윤희와 담대한 선준.
58. 향관청 (아침)
들창으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져 들어온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재신의 얼굴 위로도.. 눈이 부셔 찡그리는 재신.
손을 들어 햇살 막으려던 재신. 옆구리 통증 때문에 차마 팔을 들어 올리지 못한다.
재신 : (자조적인.. 쓴 웃음) 대사롄... 물 건너 갔군.
재신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59. 집춘문 거둥길 (아침)
연을 타고 오고 있는 정조.
그 뒤를 따르는 채제공 이정무. 병판 문근수, 그 뒤로 수많은 대신들.
60. 대사례장/유생쪽 (아침)
모든 유생들은 소속을 나타내는 번호표를 가슴과 배에 묶고 있다. (예 중이방-中二房)
유독 용하만 번호표를 팔뚝에 쉬크하게 묶으며 윤희를 본다.
윤희 재신의 번호표를 만지작만지작 하고 있다. 선준의 손에는 재신의 활이 들려 있다.
그를 보고 있는 용하. 번호표를 묶던 손이 멈춘다.
윤희와 선준 앞에 서는 하인수. 임병춘 설고봉 강무.
임병춘 : 흥~!! 동방생 마음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주제에 탕평은 얼어죽을.
선준 : (담대하게)
설고봉 : 걸오 그 친구.. 오지 않을테니 네놈들은 이제 예선 탈락이다.
윤희 : 아직.. 대사례까지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E : 주상전하 납시오~!!
아악이 연주되는 소리.
윤희, 당황한다.
하인수, 그런 윤희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61. 성균관 하마비 앞 (아침)
후다다닥 달려와 예를 갖추는 대사성.
대사성 : 저언하!! 신의 이 누추한 성균관까지 걸음을 해주시니 신은 이제 죽어도 더 이상의 여한이 없겠나이다.
정조 : 그대의 성균관이었소? 과인은 지금껏 과인의 성균관이라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대사성 : (놀란) 예에? (실수를 알아 차렸다, 땅에 엎드리려) 저언하!! 소신의 불충을 죽음으로 (하는데)
정조 : (대사성 잡으며) 농입니다. 대사성, 성균관의 주인은 따로 있질 않습니까?
대사성 : 예에? (영문 몰라) 누구?
62. 대사례장/유생쪽 (아침)
긴장된 눈으로 일렬로 선 유생들 --- 눈빛을 빛내고 서 있다.
정약용과 고장복 유생들의 마지막 인원점검 중이다. 복동과 천동이는 화살통을 들고 시중.
정약용 : 이제 곧 대사례를 시작될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인원점검이다. 지금 호명하여 참석치 않은 유생과 ... 그 유생의 접원들은...
이번 대사례에.... 참석할 수 .. 없다.
웅성 웅성이는 유생들.. 윤희와 선준을 바라본다.
윤희와 선준.. 굳은 얼굴이고.. 임병춘은 빙글빙글.. 웃고 있다.
정약용 : 상일접 배해원 김우탁 안도현.
해원/우탁/도현 : 예!! 왔습니다.
복동이 대회용 화살통을 건넨다.
정약용 : 상이접 이용원 송기호 정봉희.
유생들 : 예!! 왔습니다.
천동이 화살통 건넨다.
정약용 이제 윤희와 선준 앞으로 다가온다.
정약용 : 다음은.. 중이접이다.
윤희 : (어두워진다)
선준 : --
63. 향관청 (아침)
담뱃재를 턱 상처에 붙이고 옷자락을 부욱 찢어 상처를 동여매는 재신.. 무표정한 얼굴..
그러나 통증이 심한듯 입술을 꾹 깨물었다.
64. 성균관 일각 (아침)
정조의 행렬 뒤에 병판 눈짓하면
하급관원 관복차림의 관군대장, 관군들 소매춤에 슬쩍 홍벽서의 용모화를 본 뒤 수색에 나선다.
65. 성균관 다른 일각 (아침)
관군들에게 (은밀하게) 지시하는 관군대장.
관군대장 : 홍벽서는 분명 이 성균관 안에 있다. 놈은 부상을 입었다. 용모화를 보고 미심쩍다면... 상처를 확인토록한다.
관군 : 예..
66. 성균관 곳곳 (아침)
성균관을 수색하는 관군들과 관군대장 그 위로
병판E : 홍벽서는 은밀히 수색한다. 장용영 군사들도 다른 관원들도 알아서는 안된다. 금상의 손에 홍벽서를 내줘서는 안된다..
만일.. 사태가 여의치 않으면.. 그 즉시..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것 또한.. 잊지 말라.
67. 사례장/유생쪽 (아침)
명부첩을 펴 든 정약용, 윤희와 선준 보며...
정약용 : 중이접.. 이선준
선준 : 예.
정약용 : 김윤식
윤희 : 예.
정약용 : 문재신
윤희 : ---
선준 : (담대하다)
68. 성균관 일각 (아침)
재신(이제는 홍벽서의 옷이 아닌 성균관 유생들과 같은 옷) 보면 저쪽으로 정조의 행렬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젠장.. 입술을 깨무는 재신.
질러갈 길을 찾듯 두리번거리는 재신.
69. 대사례장/유생쪽 (아침)
날카로운 눈매로 윤희를 바라보고 있는 정약용.
정약용 : 문재신.
선준/윤희 : --
정약용 : 중이방 문재신 상유는.. 불참인가.
70. 성균관 대사례장 근처 일각 (아침)
안되겠다 싶은지 담을 훌쩍 뛰어 넘으려는데 통증 때문에 굴러 떨어지는 재신.
그런 자신이 기막힌 듯 웃는 재신. 다시 시도하려는 찰나다.
그때 재신의 목을 낚아채는 우왁스런 사내의 손.
재신 놀란듯 휙 돌아본다. 관군이다. 그 앞에 싱긋 미소 짓는 관군대장.
71. 대사례장/유생쪽 (아침)
명부첩에 사선을 긋는 정약용.
정약용 : 약조는 약조다. 문재신 상유의 불참으로.. 중이접은--
윤희 : (주먹을 꽉 쥔다)
선준 : --
정약용 : 중이접은 이번 대사례에 참석할 수 없다.
윤희 : --
선준 : --
72. 성균관 어느 일각 (아침)
관군에게 잡힌 채 몸을 뒤트는 재신.
재신 : 뭐하는 거야.. 이거 안놔?
와락 벗어나려는 재신의 목에 슥 칼을 대는 관군. 재신.. 굳어진다.
관군대장 재신의 얼굴을 돌려 세운다. 쫙 용모화를 펴는 관군대장.
재신의 얼굴과 홍벽서의 얼굴을 비교하는 관군대장. 의미심장한 웃음.
정약용E : 문재신 유생의 불참으로
73. 대사례장/유생쪽 (아침)
정약용 : 중이접의 이선준과 김윤식은.. 모두 .. 불통이다.
윤희, 스르르 저도 모르게 놓쳐버리는 활.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인다.
74. 대사례장/유생쪽 다른 일각 (아침)
걱정스러운듯 성균관을 돌아보는 용하.
용하 : 걸오..
75. 대사례장/유생쪽 (아침)
선준과 윤희 앞으로 다가오는 하인수 일파.
하인수 : (윤희 살피며) 이런.. 실망이 큰 모양이군. 나도 너희들 못지 않게 실망이다.
선준 : (보면)
하인수 : 금상 앞에서 보란듯이 네놈들의 탕평접을 깨주고 싶었다. 금상이 탕평이네 대동이네 더는 헛된 망상을 꾸지 않도록--
윤희 : --
하인수 : 내 목표는 너희가 아니라.. 금상이니까!! (매서운 눈빛)
76. 성균관 일각 (아침)
대사성의 안내로 들어서는 정조의 행렬.
77. 대사례장/유생쪽 (아침)
하인수, 선준과 윤희 쏘아보며 팽팽한 기세로 서 있다.
하인수 : 이제 다시는 탕평접이니 화합이니 그런 역겨운 말 따윈.. 하지 않는게 좋겠다.
그게 불가능하단걸 보여준건.. 바로 네 놈들이니까!!
재신E : 누가 그래? 불가능하다구!!
놀란듯 돌아보는 윤희. 선준. 하인수.
그 앞에 재신이다!!
윤희 : (의아하고 반가운) 사형.
재신 : (윤희 보고 심드렁하게) 어이 대물, 머릿수.. 채우러 왔다.
믿기지 않는 듯 바라보고 있는 윤희에게 싱긋 웃는 재신.
재신의 그 환한 얼굴에서 6회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