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의 팀킬?…바그너 수장, 용병들 시신 공개 “국방부 탓” 비난© 제공: 서울신문
▲ 왼쪽은 푸틴 대통령, 오른쪽은 러시아 민간군사업체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1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용병 시신들이 쌓여있는 충격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해당 사진과 영상은 바그너 그룹의 수장이나 푸틴의 측근으로 알려진 바그러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직접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등 외신의 2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자신의 용병들에게 충분한 탄약을 제공하지 않아 전사자가 급증했다면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통합사령관을 비난했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음성 메시지를 통해 “쇼이구 국방장관과 게라시모프 통합사령관이 고의로 무기 부족 사태를 일으켜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와그너그룹이 심각한 병력 손실을 봤다”면서 “통합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이 와그너에 탄약을 지원하지 말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항공 수송 지원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러軍의 팀킬?…바그너 수장, 용병들 시신 공개·”국방부 탓” 비난© 제공: 서울신문 ▲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직접 공개한 용병의 시신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충분한 탄약을 공급하지 않은 탓에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단 24시간 동안 많은 용병이 전사했다고 주장했다 음성메시지에 이어 프리고진이 공개한 사진은 동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바그너 그룹 용병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용병들의 시신은 야산 인근에 줄지어 놓여있다. 프리고진은 해당 사진과 함께 “이곳은 전사한 용병의 시신을 모으는 장소 중 하나다. 이들은 어제 포탄 부족으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이들의 죽음은 누구의 책임인가. 바로 충분한 양의 탄약을 우리에게 공급했어야 하는 사람들(러시아 국방부)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무기 공급에 대한 최종 결정은) 통합사령관과 국방부 장관이 해야 하는데, 둘 다 결정을 내리길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공식 성명을 내고 프리고진의 주장을 일축했다.
국방부는 바그너 그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은 채 “당국은 전투병 보급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며 “탄약 부족과 관련해 돌격부대를 대변해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진술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프리고진, 국방부 향한 비난 메시지 이어가는 이유는?
국방부를 향한 프리고진의 잇따른 비난은 러시아 내에서 그의 권력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텔레그램에 올린 프리고진의 비난 메시지는 러시아 국방장관과 통합사령관을 겨냥한 직접적인 공격이 맞다. 이는 프리고진이 권력다툼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용병 그룹과 국방부 사이의 갈등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1일 국정연설에서 “부처 간의 어떠한 반목과 형식주의, 오해, 터무니없는 일들을 없애야 한다는 걸 특히 강조하고 싶다”고 말해 프리고진과 국방부 사이의 갈등을 언급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프리고진 영향력을 견제하기 시작한 푸틴
일각에서는 이미 프리고진이 푸틴의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본래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과 동향이라는 인연으로 시작해, 러시아 정부 부처와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는 급식업체를 운영하며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러軍의 팀킬?…바그너 수장, 용병들 시신 공개·”국방부 탓” 비난© 제공: 서울신문 ▲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사진) 주로 비선으로 활동해 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에는 바그너 용병을 전장 곳곳에 투입하며 러시아 권력의 실세로 부상했다. 이후에는 악명 높은 용병 그룹을 이끌면서 ‘푸틴의 살인병기’, ‘푸틴의 투견’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러나 프리고진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자 푸틴 대통령이 이를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설이 돌기 시작했다. 한 러시아 전문가는 영국 미러에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은 수십년 동안 매우 긴밀한 접촉을 이어온 동맹이었다”면서 “하지만 프리고진이 공개적으로 정규군을 비판하고, 심지어 정규군의 고위 간부들을 ‘학대’한 이후 푸틴과의 ‘이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도 지난달 22일 “프리고진이 지난 몇 달간 동부 군사 요충지 바흐무트를 점령하지 못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신뢰가 정규군을 이끄는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으로 다시 옮겨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최근 TV 인터뷰에서도 (바흐무트 인근) 솔레다르 점령을 이야기할 때 프리고진이나 바그너 부대의 공은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러시아 군대를 이끌던 최고 관리들을 넘어서려고 했던 프리고진의 희망은 망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투입된 바그너 용병은 5만 명으로 추산된다. 미국과 서방 정보 당국은 그중 1만 명이 용병이고, 나머지 4만 명은 바그너 그룹이 모집한 죄수라고 추정했다.